소년한국일보 시낭송 캠페인
공중전화 부스
문봄
사거리에 우두커니 서 있는 전화 부스
예전처럼 누가 동전을 딸랑 넣고
“야, 너 뭐 해?”
재미난 이야기 듣고 싶지만
말 거는 사람 하나 없네
장맛비 쏟아지는 여름 오후
우산 없는 아이가 허둥지둥 들어와
스마트폰 들고 엄마랑 이야기하네
빗방울 하나 튀지 않게
아빠 펭권처럼 감싸 주는 전화 부스
비 그치자마자 뛰어나가는 꼬마 손님
‘우산 노릇이라도 얼마 만인지’
어깨를 으쓱하는 전화 부스
ㅡ 길가에 서 있는 공중전화 부스를 볼 때마다 왠지 모를 아쉬움과 안타까움을 느끼게 되어요. 한때는 사람들이 전화를 걸려고 공중전화 부스에 길게 줄을 늘어설 때도 있었는데요. 그때는 공중전화 부스에 ‘용건만 간단히’라는 표어를 붙여놓기도 했지요. 하지만 이제 아무도 찾는 사람이 없어 공중전화 부스는 혼자 우두커니 길가에 서 있어요.
장맛비 쏟아지는 어느 여름날 오후였어요. 우산 없는 아이가 비를 피하려고 공중전화 부스에 뛰어 들어왔어요. 공중전화 부스는 얼마나 반가웠는지요. 그래서 빗방울 한 방울 튀지 않게 아이를 잘 감싸주었는데요. 비가 그치니까 아이는 가버렸지요. 또다시 혼자가 된 공중전화 부스는 더 큰 외로움을 느꼈을 거예요. 시대의 흐름에 따라 사라져가는 것들을 안타까운 눈으로 바라보고 위로해주고자 하는 시인의 마음이 참 따스하게 느껴져요.(전병호/시인ㆍ아동문학가)
*문봄 시인은 2017년 <어린이와 문학>으로 작품 활동을 시작했어요. 동시집 ‘폰드로메다 별에서 오는 텔레파시’를 펴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