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든지 나를 사랑하면 내 말을 지키리니,
내 아버지도 그를 사랑하시고, 우리가 가서 그와 함께 살리라.”(요한 14,23)
가장 아름다운 계절 5월 하느님의 어머니이시며 모든 믿는 이들의 어머니이신 성모님을 기억하며 성모님이 몸소 보여주신 믿음의 모범을 따라 우리 역시 우리의 나약한 믿음을 견고케 하는 성모성월을 지내고 있는 5월의 첫째 주일, 전례력으로 부활 제 6 주일인 오늘은 동시에 죽음의 문화가 만연한 우리 사회 안에서 인간의 존엄성과 생명의 참된 가치를 일깨우고자 한국천주교회가 정한 생명주일이기도 합니다. 이 같은 오늘 우리가 듣게 되는 하느님의 말씀은 우리를 충만한 기쁨으로 초대해 주시는 하느님의 사랑에 대하여 이야기합니다.
우선, 오늘 복음을 전하는 요한복음의 말씀은 부활하여 제자들에게 나타나신 예수님께서 이제 곧 제자들과 작별하여 하늘의 아버지께 돌아가야 하는 이별의 순간을 앞두고 마지막으로 제자들에게 모든 성경의 말씀을 한 마디로 요약하는, 아니 예수님의 삶 전체를 하나로 요약하는 가장 중요하고도 핵심적인 사랑의 계명을 말씀하시는 모습을 전합니다. 예수님은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이것이 나의 계명이다. 내가 너희를 사랑한 것처럼 너희도 서로 사랑하여라. 친구들을 위하여 목숨을 내놓는 것보다 더 큰 사랑은 없다.”(요한 15,12-13)
우리가 너무도 많이 그리고 자주 들었던 이 사랑의 계명에 관한 말씀은 사실 우리 모두를 하느님의 사랑으로 이끄는 예수님의 초대의 말씀이라 할 수 있습니다. 오늘 복음의 예수님의 다음과 같은 말씀에서 그 사실이 잘 드러납니다. 예수님은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아버지께서 나를 사랑하신 것처럼 나도 너희를 사랑하였다. 너희는 내 사랑 안에 머물러라. 내가 내 아버지의 계명을 지켜 그분의 사랑 안에 머무르는 것처럼, 너희도 내 계명을 지키면 내 사랑 안에 머무를 것이다.”(요한 15,9-10)
예수님의 이 말씀에서 분명히 드러나듯이, 하느님 아버지의 사랑 안에 머물며 그 사랑의 힘으로 우리에게 오시어 그 사랑을 전해 주시는 예수님께서 우리 모두를 하느님의 사랑 안으로 초대해 주십니다. 그리하여 당신이 하느님의 사랑 안에 머물듯 우리 역시 하느님의 사랑 안에 머물게 되기를 예수님은 촉구하십니다. 그러면서 예수님께서 이러한 말씀을 하시는 참 뜻, 그 말씀의 목적을 다음의 말씀을 통해 보다 분명하게 밝혀 주십니다. 예수님은 이 모든 말씀의 이유와 목적을 다음과 같이 말씀해주십니다.
“내가 너희에게 이 말을 한 이유는, 내 기쁨이 너희 안에 있고 또 너희 기쁨이 충만하게 하려는 것이다.”(요한 15,11)
예수님께서 우리에게 사랑의 계명을 주시는 이유와 목적은 그저 우리가 윤리적이고 도덕적인 기준에서 고결하고 숭고한 삶을 살기를 바라는 마음이 결코 아닙니다. 예수님께서는 사랑의 계명을 통해 우리 삶의 미움과 분노와 시기의 마음을 버리고 사랑의 마음을 가짐으로써 우리 자신이 기쁘고 행복하게 살기를 바라는 마음, 우리가 충만한 기쁨 속에서 살아가기를 바라시는 마음, 바로 그 이유로 우리에게 사랑의 계명을 명령하십니다.
사랑하기에도 부족한 짧디 짧은 우리의 삶 속에서 우리는 너무도 많은 시간을 우리가 사랑해야 할 사람을 사랑하지 못한 채, 사랑의 그 자리에 미움과 시기, 분노와 질투의 감정을 자리하게 하여 우리의 영혼에 나을 수 없는 상처를 입히고 우리의 삶을 스스로 피폐하게 만듭니다. 예수님은 이와 같은 우리 삶의 어려움으로부터 우리를 해방시켜주시고자 우리에게 사랑의 계명을 명령하시는 것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우리 삶의 경험을 통해 사랑해야 함을 분명히 머리로는 잘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랑하지 못하고 미워하고 분노하며 용서하지 못한 채, 불목과 다툼 속에서 머물고 마는 우리의 모습을 잘 알고 있습니다. 사랑해야지 하면서도 정작 내가 미워하는 누군가가 내 앞에 나타나는 순간, 내 마음 속 사랑의 마음은 온데 간데 없이 사라지고, 오직 미움과 분노의 마음만으로 사로잡혀 아무 것도 못한 채 스스로 우리의 삶을 지옥의 나락으로 떨어뜨리는 나약한 우리들이기 때문입니다. 그런 순간이 찾아올 때마다 사랑의 계명을 이야기하시는 예수님의 말씀이 우리들에게는 너무나 요원하게만 느껴지고 나와는 관련이 없는 그 옛날 성인들의 이야기로만 느껴지는 것이 사실입니다. 그렇다면 오늘 복음의 예수님의 말씀, 모든 성경의 말씀을 한 마디로 요약하는 말이며 예수님의 생애 전체를 하나로 요약하는 그 사랑의 계명을 과연 우리는 우리 삶 안에서 어떻게 실천할 수 있을까요? 나에게는 불가능하게만 보이는 용서와 화해와 사랑을 과연 우리는 우리 삶 안에서 어떻게 실천할 수 있을까요?
이 물음에 대한 답을 오늘 제 1 독서와 2 독서의 말씀 안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오늘 제 2 독서의 요한 1서의 말씀은 다음의 말씀으로 사랑이 어디에서부터 비롯되는지를 분명히 말합니다. 요한 1서는 이렇게 말합니다.
“사랑하는 여러분, 서로 사랑합시다. 사랑은 하느님에게서 오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사랑하는 이는 모두 하느님에게서 태어났으며 하느님을 압니다. [...] 하느님은 사랑이시기 때문입니다.”(1요한 4,7-8)
요한 1서의 이 말씀처럼 우리가 사랑할 수 있는 것은 사랑 그 자체이신 하느님이 우리에게 당신의 사랑의 은총을 거저 베풀어 주시기 때문입니다. 바로 그 하느님의 사랑이 하느님의 외아들 예수님을 통해 우리에게 주어졌으며 그 사랑으로 우리가 우리 삶 안에서 사랑을 할 수 있게 되었다는 사실. 바로 이 사실을 요한사가는 우리에게 분명히 전합니다. 요한 사가가 이야기한 이 사랑의 기원에 대해 오늘 복음의 예수님 역시 다음의 말로서 우리 사랑의 기원이자 원천은 하느님 그 분이심을 이야기합니다. 오늘 복음의 예수님은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너희가 나를 뽑은 것이 아니라 내가 너희를 뽑아 세웠다. 너희가 가서 열매를 맺어 너희의 그 열매가 언제나 남아 있게 하려는 것이다.”(요한 15,16)
우리가 하느님을 선택한 것이 아니라 하느님께서 우리를 뽑아 세우셨다는 사실, 곧 사랑이신 하느님이 우리를 선택하심으로서 우리는 하느님의 자녀가 되었고 우리의 나약함과 죄스러움에도 불구하고 하느님의 그 선택으로 우리는 하느님의 사랑을 얻게 되었다는 것, 그리고 바로 그 사랑으로 사랑의 열매를 맺게 된다는 사실을 오늘 복음의 예수님은 우리에게 이야기하십니다.
그렇다면 사랑 그 자체이시며 사랑의 원천이신 하느님께로부터 우리 각자에게 사랑은 어떻게 전달되어져 올 수 있을까? 이 물음에 대해 오늘 제 1 독서의 말씀이 해답을 제시해 줍니다.
성령의 이끄심을 통해 환시를 보게 된 베드로는 환시에서 알려준 대로 이방이인었던 코르넬리오의 집으로 초대를 받아 그곳에서 이방인인 코르넬리오를 만나고 하느님의 거룩한 성령이 사람을 차별하지 않고 모든 이들에게 당신의 사랑을 전해 주셨음을 고백합니다. 코르넬리오 역시 환시를 통해 자신에게 주어진 하느님의 사랑을 베드로를 통해 확인할 수 있게 됩니다. 이처럼 하느님의 사랑은 ‘하느님의 거룩한 성령’을 통해 하느님 사랑 안에 머무르려는 자에게 주어진다는 것을 오늘 제 1 독서의 사도행전의 말씀이 전해줍니다.
사랑하는 송동 교우 여러분, 우리가 사랑할 수 있는 힘과 원천은 결코 우리 안에 있지 않습니다. 사랑 그 자체이신 하느님 그 분이 주시는 사랑의 특별한 은총이 우리에게 주어질 때, 그 때에 비로소 우리는 우리 마음 안에 미움과 시기와 분노의 감정을 내려놓고 하느님이 주시는 사랑의 은총의 덕분으로, 그 사랑의 은총의 전적인 힘으로 우리 안에서 사랑을 실천할 수 있게 됩니다. 그리고 그 사랑은 바로 오늘 복음의 예수님의 말씀처럼 하느님의 사랑을 전해 주시는 예수님의 사랑 안에 머무르려는 자에게 하느님의 거룩한 성령을 통해 주어진다는 사실, 그리고 바로 이 사랑의 힘이 이루어 내는 놀라운 기적, 그 기적과도 같이 이루어지는 사랑이 오늘 복음의 예수님의 약속의 말씀처럼 슬프고 우울한 우리의 삶을 기쁨과 희망으로 변화시켜 준다는 사실을 잊지 말고 마음 속에 깊이 새기며 언제나 되뇌십시오. 오늘 복음의 예수님은 이 사랑의 계명의 진리를 우리에게 말씀하시며 그 사랑의 진리를 통해 우리 모두를 하느님의 사랑으로 초대해 주십니다. 만일 지금 이 순간, 여러분의 삶 안에서 사랑하지 못하는 누군가가 있다면, 그래서 여러분의 삶이 충만한 기쁨이 아닌 불행의 순간의 연속이라면 사랑 그 자체이신 하느님께 사랑을 청하십시오. 그리고 그 분 사랑 안에 머무르려 노력해 보십시오. 그러면 여러분의 삶이 하느님의 사랑으로 변화될 것입니다. 그리고 그 사랑이 우리 삶을 기쁨 가득한 삶으로 변화시켜 줄 것입니다. 여러분 모두가 오늘 말씀이 전하는 그대로 하느님이 주시는 사랑으로 미움과 분노와 불목이 아닌 용서와 화해와 사랑으로 충만한 기쁨 속에서 살아가시기를 언제나 기도하겠습니다.
“내가 너희에게 명령하는 것은 이것이다. 서로 사랑하여라.”(요한 15,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