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시 속세를 떠나 새 인생을 찾는다" # 단기출가과정 상시 개설 부산 태종사 일반 불자들 행자생활 직접 체험 비용 부담없고 누구나 지원 가능 2004년 월정사서 시작 후 '인기'
"나는 집을 나섰다. 살아오면서 앉고 싶은 자리에 앉지 못하고, 가고 싶은 데 가지 못하고, 뛰고 싶을 때 뛰지 못한 일이 얼마나 많았던가. 어느덧 인생의 종점에 가까이 왔다. 요즘엔 내려야 할 때 신음하며 안 내리겠다고 안간힘을 쓸까봐 걱정이다. 내 집착의 집을 뒤로 하고, 비록 한 달간이지만 출가의 길을 떠난다."
이길순씨가 오대산 월정사(http://woljeongsa.org) 단기출가학교 졸업소감문으로 올린 글의 일부이다. 이 글 뒤에는 자신도 단기출가에 동참하겠다는 내용을 비롯한 수십건의 댓글이 붙어있다.
불교계에서 단기출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단기출가는 일반불자들이 일정 기간 삭발염의(削髮染衣)하고,스님이 되기 위한 예비과정인 행자생활을 직업 체험해 보는 일을 의미한다.
오대산 월정사가 지난 2004년 국내에서 처음으로 단기출가 과정을 개설한뒤 통도사,해인사,송광사,동화사 등 큰 사찰은 단기출가 과정을 열고 있다. 특히 월정사의 단기출가학교는 한 방송사의 다큐멘터리 방송이 나가며 지원자가 쇄도,지난 2년간 10기생을 배출한 상태. 다만 이들 단기출가는 대부분 기한,자격,비용을 정해 일반인들이 경험하기가 쉽지않다.
반면 부산 태종대에 위치한 태종사(www.taejongsa.org)가 최근 상시적인 단기출가 과정을 개설해 관심을 끌고 있다. 태종사의 단기출가는 나이,학력,비용에서 자유롭다. 칠세 이상에서 여든살이 넘은 노인 등 누구나 지원이 가능하다.
태종사(조실 도성 스님,주지 진용스님)는 여름철 수국축제로 유명한 사찰. 꽃 가꾸기를 좋아하는 조실(祖室) 도성 큰스님 덕분에 절에 들어서면 야래향,보리수 나무 등의 향기에 숨이 막힐 듯 하다.
도성 스님은 우리 절에서는 "단 한 명,두 명이라도 정해진 기간없이 수행하고 싶은 날까지 수행을 하면 됩니다. 짧게는 한달도 하지만,제대로 불교를 느껴보려면 석달은 하는 게 좋습니다"라고 말한다.
속세에 묻혀사는 사람에게 단기출가가 어떤 의미가 있을까? "수행을 하면 세속에 나가서도 바른 길로 나갈 생각이 많아지고,또 이를 실천하게 됩니다." 스님이 생각하는 수행이란 몸,말,뜻이 일치하는 것이다. 나쁜 생각이 나오지 않게 하고,업을 없애는 과정이다.
최근 태종사에는 수행하는데 쓰기 위해 새로 방 3칸을 들였다. 각각 한평 남짓한 협소한 규모이지만 막상 들어가보니 아늑하기 그지없다. 이 방들에는 열쇠나 자물통이 아예 없다. 잠글 필요가 없어서이다.
단기출가의 생활은 새벽예불로 시작해 적멸보궁 참배,경전 공부,저녁 예불 등 스님들과 똑같이 이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