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9년 12월 경북 봉화군 명호면 풍호리에서 귀농을 시작한 서장희 씨는 2010년 2월 배우자인 조연숙 씨와 슬하 4남매 현진, 예진, 유진, 성진과 함께 본격적인 농촌생활을 시작했다.
젊어서부터 가구업에 종사해온 그는 지난 2001년 울산에서 가구공장을 시작했다. 그러던 중 귀농을 준비하기 위해 2009년부터 장인어른이 농사를 짓고 있는 경기도 안성에서 2년 가까이 생활하면서 귀농과 관련된 교육을 1년간 수료하게 됐다. 서 씨가 귀농을 준비하게 된 가장 큰 이유는 자녀들에게 '고향'이라는 인생의 중요한 선물을 선사하기 위함이었다. 아파트에 살면서 자유롭게 뛰어놀지 못 하고 층간 소음 때문에 까치발로 생활해야 했던 4자녀가 늘 측은했다.
"부모님께서 시골에 고향이 없으셔서 평소 고향에 대한 동경이 무척 컸습니다. 명절때마다 고향을 찾아가는 친구 들을 바라보면서 자신이 돌아갈 수 있는 터전이 있다는 사실에 부러울 뿐이었죠. 불현듯 도시가 고향인 요즘 아이들이 좀 애처로워 보였던 저는 고향에 대한 정서적인 안정감 을 우리 아이들에게 안겨주고 싶었 습니다.
" 농촌으로의 귀농이 자녀들에게 가장 좋을 것이라 판단했던 서 씨. 그러나 귀농 첫해부터 서 씨 가족은 온갖 풍파와 맞서야 했다. 귀농 첫해 부터 가시밭길이 시작된 것이다.
귀농 첫해, 모진 풍파와 시련에 맞서다
귀농에 본격적으로 착수한 2010년 서 씨. 심신이 황폐해지면서 귀농에 대한 환상이 하나둘씩 깨지기 시작했다. 4남매가 농촌이라는 새로운 환경에 적응 하기 힘들었던지, 귀농하면서 온갖 병치레를 시작 했고, 장장 6개월간 이어졌다.
"귀농을 위해 1.2ha의 밭을 매입했는데, 전혀 관리가 되어 있지 않아 농장 관리에 정신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아이들의 병치레가 시작되고 6개월간 병원에서 진료와 치료받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피로가 쌓이더군요. 새벽부터 밭에 나가 있다가, 아이들의 통원치료를 위해 병원을 왕복하고, 다시 밭으로 돌아와서 밤 늦게까지 밭을 일구는 일과가 반복되니 어쩔 수가 없었죠."
서 씨는 귀농 당시 특별한 멘토도 없었고, 이론이 아닌 실전으로 농사에 임하다 보니 무엇부터 시작해야 할지도 몰랐는데, 아이들까지 시골생활에 적응을 못해 계속 병 치레하는 모습을 보면서 무척 고뇌에 쌓였다고 밝혔다.
당시 그는 '정말 아이들을 위해 선택한 귀농이 옳은 것 이었을까?'하는 자책에서 빠져나오기가 쉽지 않았다고 고백했다. 귀농을 포기하자고 수차례 결심했지만 오히려 가족들이 황폐해진 그의 마음을 다잡아 주었다. 귀농 첫해의 모진 풍파와 시련으로 힘든 시기를 견디면서 서 씨 가족들에게는 더욱 끈끈한 가족애가 생성됐다. 가족의 소중함을 일깨운 것이다.
이제는 4자녀들의 학교생활도 원활해 졌고, 농사에 대한 개인적인 노하우가 생기면서 6식구들은 귀농에 대해 만족감을 보이고 있다. "이제는 아이들도 농촌생활에 적응해서인지 너무 좋아합니다. 자연속에서 마음껏 뛰어놀 수 있고, 몸과 마음을 건강하게 만들어가고 있는 아이들을 보면 흐뭇해집니다."
봉화에서 자두농사를?
전형적인 농업군인 경북 봉화군은 높고 험준한 산세로 일조량이 많아 사과, 대추, 야콘, 송이버섯, 수박 등의 특산물이 유명하다. 하지만 자두농사의 비중은 그리 많지 않다. 봉화에서도 10여 농가만 재배하고 있는 자두를 서 씨가 선택한 이유는 무엇일까?
"귀농교육을 받으면서 마지막 현장교육지로 방문한 곳이 바로 경북 봉화였습니다. 저는 봉화에 들어서자마자 '이곳에 정착해야 겠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래서 아 내와 터전을 찾아다니던 중 지금의 밭을 찾게 됐죠. 밭에 자두나무가 심어져 있기에, 자두농사를 시작하게 됐습니다. 제 경험으로 미루어 볼 때 작목의 선택은 지역에서 선호하는 것을 선택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저는 무척 고생이 심했거든요."
2억원을 투자해 봉화군 명호면 풍호리 인근 1.2ha의 자두밭을 매입한 서 씨는 본격적인 자두농사에 돌입했다. 오랫동안 방치되어 있던 자두나무의 평균 연령은 4~10년생.자두는 4년생부터 수확이 가능하기 때문에 자두농사도 큰 무리가 없을 것이라 판단했다. 인생에 있어 첫 농사이기 때문에 도움이 필요했다.
그래서 봉화군에 유일한 자두작목반을 찾았으나 가장 기본적인 농법만을 알려주고, 재배에 있어 가장 중요한 기술을 배울수는 없었다. 봉화군농업기술센터에도 자두 재배에 관련된 컨설팅을 문의했지만 자두 전문가가 없어 전문적인 컨설팅을 기대하기 힘들었다. 결국 서 씨는 인터넷과 관련 서적을 독파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습득한 지식을 현장에 적용하면서 자신만의 노하우를 하나 둘 만들어가기 시작했다.
귀농 첫해, 모진 풍파와 시련에 맞서다
친환경적인 농법을 이용해 안전하고 높은 품질의 자두를 생산하고 있는 서 씨의 좌우명은 '양심을 지키자'이다. "귀농 전까지는 소비자였기 때문에 소비자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알고 있죠. 그래서 최대한 안전 하게 농산물을 생산하기 위해 농약의 사용은 최소한으로 줄이면서 친환경적인 농법을 추구하고 있습니다. 제 양심을 걸고 생산하고 있다는 사실을 우리 고객 분들을 알아주시더군요."현재 친환경적인 자두를 재배하기 위해 병해충 방제에 신경을 많이 쓰고 있다는 서 씨는 인체에 유해한 살충제의 살포횟 수를 줄이는 대신 과수원 주위에 유인등 트랩 6기, 노린제 트랩 40개를 설치했다. 살균제는 전혀 사용하지 않는 대신 보 르도액을 살포한다. 보르도액은 작물에 코팅을 입히는 효과가 있어 균의 침입을 막아줄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울산에서 횟집을 운영하는 동생으로부터 생선부산물을 공급받아 아미노산 액비를 자가제조해 사용하고 있다. 토양관주에는 200배, 엽면시비에는 500배 희석한다. 봉화군농업기술센터에서 보급하는 유용미생물도 적극 활용중이다.
또한, 농사를 짓는 동안 영농일지를 작성해 데이터를 모으고, 자신의 농사에 필요하거나 부족한 부분을 꼼꼼히 체크하고 있다.
올해 10kg 특상품 자두를 10만원에 판매할 정도로 높은 가격을 받은 서 씨의 비결은 출하시기 조절이다. 봉화에서 자두농사에 열중하다가 발견한 사실은 9월 중순이면 수확을 끝마치는 김천과 의성에 비해 봉화는 9월 중순에서 10월 초까지 수확이 가능하는 것. 따라서 전국적으로 자두 물량이 줄어들 때 쯤이면 자신이 출하하는 자두의 가격이 매우 높게 형성이 되게 때문에 충분한 경쟁력이 있다고 밝혔다.
현재 서 씨는 저온저장고를 구입한 뒤 9월 말부터 자두의 저장성에 대한 실험 을 실시하고 있다. 상온 보관에서 저장성이 부족한 자두의 경우 저온저장을 통해 저장 성을 늘리게 되면 서 씨의 경쟁력이 더욱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나는 한심한 농장주
"우리 농장 이름이 한심한 농장입니다. 여기서 한(瀚)의 뜻은 넓고 크다는 의미가 있습니다. 즉, 소비자에게 넓고 큰 진심을 농산물에 담고 싶다는 의미를 지니고 있습니다. 그래서 양심적으로 생산할 수 밖에 없죠."
처음 자두를 수확한 뒤 판매처를 찾기 위해 노력한 그는 다른 농가처럼 도매 시장이나 농협으로 출하하는 대신 도시에서 생활하고 있는 지인들을 통해 직거래를 시작했다. 또한 자신이 소속된 카페나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 홍보중인 서 씨의 직거래 비중은 90%에 달한다. 그의 자두를 맛본 소비자들의 재주문과 입소문을 통해 양심을 지키는 한심한 농장에 대한 소비자 만족도가 급상승했기 때문이다.
가족들을 위해 귀농을 결심하게 된 서장희 씨. 귀농 첫해에 생각지도 못한 시련을 겪었지만 함께 이겨내는 과정을 통해 가족애의 중요성을 찾을 수 있었다. 숲과 들을 뛰어다니며, 몸과 마음이 건전해져가는 자녀들을 그윽하게 바라보는 그의 눈빛에서 귀농 생활의 풍요가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