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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만에 미용실에 들렀습니다. 지하철역에 내려 10여 미터를 걸어가는데 바지가 흥건하게 젖었습니다. 웬만하면 움직이고 싶지 않은 날씨였는데 그날은 빗속을 씩씩하게 걸었습니다.
회사 일로 정신없이 며칠을 보냈습니다. 덕분에 저녁마다 아이를 챙기느라 남편이 고생했지요. 고맙게도 주말에 짬을 허락하네요. 두세 시간 뒤에 미용실에서 만나기로 하고 나만 먼저 나섰으니, 내게 그만큼의 시간이 주어진 거죠.
헤어 디자이너에게 머리를 맡기고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가 잡지를 들췄습니다. 홍상수 감독의 영화 <잘 알지도 못하면서>에 출연했다는 소설가 김연수의 이야기, 나카야마 미호(<러브레터> 여주인공)와 파리에서 살고 있는 <냉정과 열정 사이>의 작가 츠지 히토나리, 24년 동안 아나운서로 활동하는 SBS 윤영미 아나운서 등 각계에서 열심히 뛰는 이들의 기사가 있었습니다. 지면에 나온 그들은 어찌나 멋있는지요. 글쟁이가 영화 오디션을 보고, 소설가로만 알았던 이는 록밴드 보컬이라고 합니다. 두 아이의 엄마인 아나운서는 어찌나 즐겁고도 치열하게 살고 있는지….
얼마 전에, 사회 초년생 때 함께 일했던 팀장님을 만났습니다. 마흔이 훌쩍 넘은 나이에 공부를 시작하셨는데 여전히 에너지가 넘치는 모습에 깜짝 놀랐습니다. 그분이 해 주신 말들 중에 가장 가슴에 와 닿은 말이 있습니다.
“하루 중 한 시간 반은 자신을 위해 비워야 한다. 목숨 걸고 일찍 출근하든지 밤잠을 포기하든지, 꼭 한 시간 반은 지켜라.”
30분도 아니고 한 시간도 아니랍니다. 한 시간 반은 되어야 자신에게 몰두할 수 있다고 합니다. 그래야 회사에서든 가정에서든 무언가를 할 수 있는 에너지가 생긴다고 합니다. 소위 잘나간다는 이들의 비결을 보면 별 거 아닐 때가 있습니다. 다만 그것을 실천하며 사느냐 관념에 머물게 하느냐의 문제겠지요.
그동안 외부에서 몰려오는 일들에게 사람에게 내 시간을 모두 내어 준 것 같습니다. 엄마의 자리, 아내의 자리, 직장인의 자리에서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있다지만, 이제는 좀더 '나의 자리'를 확보해야겠습니다.
글 단행본편집실 송도숙
출처 : 인터넷 좋은생각 사람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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