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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산](30) 창녕 영취~종암~함박산 |
하늘금 넘어넘어 봄기운 '아른' |
낙동강이 서쪽과 남쪽으로 흐르고 있는 경남 창녕에는 화왕산(756.6m)을 제외하곤 별다른 산이 없다고 한다. 한편으로 생각하면 맞는 말이지만 또 달리 보면 화왕산이 그만큼 걸출하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실제로 등산을 위해 창녕을 찾는 사람들은 화왕산이 목적지인 것이 대부분이다. 때문에 창녕의 산길 역시 이 산을 중심으로 거미줄처럼 나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화왕산 등산로를 벗어난 몇몇의 산은 산행 동호인들의 관심에서 상대적으로 멀어져 있는 것이 사실이다.
봄이 시작된 3월 첫 주의 산행지는 화왕산 등산로에서는 벗어나 있지만 산세가 예사롭지 않은 주변의 산들로 잡았다. 영취산(681.5m)과 종암산(546m),함박산(501m)이다. 화왕산 주 등산로 상에 있는 육산의 영취산(737.2m·영축산)과 같은 이름을 쓰고 있는 이 영취산은 화왕산 못지 않은 산세를 자랑하는 바위산으로,우뚝 솟은 산봉과 첩첩한 하늘금이 일품이다. 구마고속도로를 타고 낙동강을 건너 남지에 들어서면 차창 정면이 비좁을 정도로 위압적으로 다가온다.
종암산은 부곡온천을 품고 있는 산이다. 큰 볼거리는 없지만 정상 부근의 기암괴석이 인상적이고 수수해서 푸근한 능선길이 매력이다. 바가지를 엎어놓은 듯한 형세의 함박산 역시 부드러운 소나무길이 내세울 만하다. 송이산답게 솔밭사이 가르마 같은 등로를 따라 진동하는 솔향이 그만이다.
전국적 명성의 약수터 또한 빼놓을 수 없는 함박산의 자랑거리다. 관광공사 조사 전국의 청정약수 7선에 올라있는 이 약수는 톡 쏘는 맛은 없지만 담백하고 시원한 것이 특징이다.
산행은 바로 이 세 산을 하나로 묶은 원점회귀코스로 꾸몄다. 따로따로 타기에는 각각의 거리가 짧은 단점을 보완하고 차량 이동에 따른 불편함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다. 구체적 경로는 영산면 성내리 보덕암~신선봉~영취산~병봉(고깔봉)~임도~보름고개~종암산~510봉~함박산~함박산약수터 순이다.
전반부 암봉지대와 후반부 소나무 능선길로 되어있는 이 코스는 바위산이 주는 짜릿한 스릴과 육산의 푸근함을 동시에 느끼고자 하는 산행 동호인들에게 권할 만하다. 다만 경사도가 심한 봉우리가 몇 개 있고 도상거리도 만만찮아 체력을 적절히 안배해야 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산간 마을인 구계리를 내려다보며 한바퀴 둘러보는 이 코스는 걷는 시간만 4시간40분쯤 걸리며 중식과 휴식시간까지 포함한다면 6시간~6시간30분쯤 잡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
산행 들머리는 보덕암이다. 성내리 KT건물 삼거리에서 북쪽(왼쪽)으로 이어진 길을 따라 1㎞쯤 올라가면 조그만 암자로 만난다. 올라가는 길 좌우에 대림빌라 등 아파트와 유치원 시설인 달나라어린이집이 있다.
등로는 보덕암 주차장을 막 지나 보덕암을 20여m를 앞둔 왼쪽의 산길로 열려있다. 그 길을 올라가면 곧바로 왼쪽의 수렛길을 만나지만 무시하고 오른쪽으로 향한다. 바로 보덕암 산령각으로 이어지는 길이다. 다시 그 길을 따라 10m쯤 더 가면 왼쪽으로 제법 반반한 길이 나온다. 능선으로 접근하기 위한 사면길이다. 본격적인 산행은 그 길을 오름으로 해서 비로소 시작된다.
사면을 7~8분쯤 돌아가면 능선삼거리에 닿는다. 신선봉으로 오르는 길은 여기서 능선을 향해 오른쪽으로 꺾인다. 이후 길은 능선을 줄곧 따라가기만 하면 된다. 보덕암에서 신선봉까지 50분쯤 걸린다.
영취산의 진경은 신선봉에서 바라보는 것이 최고다. 송곳니처럼 날카롭게 솟은 봉우리들이 어깨를 겯고 있는 모습이 장관이다. 육산이 대부분인 이 지역에 이렇게 근육질의 바위산이 솟아 있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을 정도다. 수년 전 발생한 화재로 곳곳이 헐벗은 것이 옥에 티다.
영취산 정상에서의 조망은 일망무제다. 창녕의 온갖 산들은 물론 맑은 날이면 멀리 지리산까지 실루엣을 그린다. 특히 창녕을 감싸고 도는 낙동강과 그 줄기에 몸을 섞는 남강의 유려한 흐름은 꿈결처럼 아름답다.
첨탑처럼 뾰족한 봉우리가 인상적인 병봉은 화왕~종암 종주능선과 맥을 잇는 동쪽 날등을 따라 40분쯤 가면 닿는다. 이 구간 역시 울퉁불퉁한 바위가 발길을 더디게 한다. 이 구간에서 만나는 한가지 애석하고 안타까운 사연은 한 등산인의 추모비석이다. 지난 94년 이곳에서 불의의 사고를 당해 유명을 달리한 고 김한출씨를 애도하기 위해 만들었다는 내용이 적혀 있다. 능선삼거리에서 병봉쪽으로 100m쯤 간 지점에 한 그루의 상록수와 함께 세월을 지키며 자리해 있다.
병봉에서 내려오면 등로는 언제 그랬더냐는 듯 부드러운 숲길로 바뀐다. 전형적인 육산의 구간이다. 임도까지 17분 소요. 임도에서 주능선 삼거리까지 15분 소요.
주능선 삼거리에 닿으면 길은 오른쪽으로 이어진다. 왼쪽은 육산의 영취를 거쳐 화왕으로 이르는 길이다. 이후 길은 창녕군청에서 매달아 놓은 '부곡온천 가는 길'의 푯말을 따르면 된다. 보름고개까지 15분,종암산까지 다시 26분 소요.
종암산에서 함박산으로 이어지는 길은 정상 바위에서 내려와 바로 만나는 삼거리에서 오른쪽으로 연결된다. 왼쪽으로 내려서면 덕암산으로 해서 부곡온천으로 통하게 된다.
종암산∼함박산 구간은 소나무 숲길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등로는 오르내림이 심해 제법 땀을 흘릴 각오를 해야 한다. 대표적인 지점이 함박산 직전의 510봉과 함박산이다.
길은 그러나 종암산에서 35분쯤 걸려 닿게되는 능선갈림길만 유의하면 더 이상 모호한 곳이 없다. 능선갈림길은 '불조심' 입간판을 지나 6분쯤 더 가면 만나게 된다. 이곳에서의 등로는 직진 방향의 능선길이 아닌 계곡으로 떨어진다는 느낌의 오른쪽 급사면길로 연결된다. 입간판을 통과한 지 10분을 지나고도 송전철탑을 만나지 못한다면 길을 잘못 들어선 것으로 판단하고 되돌아와야 한다. 철탑에서 함박산까지 45분 소요.
하산은 헬기장인 함박산 정상에서 능선을 조금 타다가 오른쪽의 계곡으로 떨어지면 산행 종점인 약수터로 이어진다. 나무계단으로 내려서는 길 중간에 이정표가 있어 참고하면 된다. 약수터까지 20분 소요. 산행문의 생활과학부 레저팀 051-461-4097,박영태산행대장 011-9595-8469 . 글·사진=진용성기자 ysjin@busanilbo.com |
산행 들머리인 창녕군 영산면 성내리로 가는 길은 남해고속국도와 중부내륙고속국도로 이름이 바뀐 구 구마고속도로를 이용한다.
남해고속국도 창원분기점에서 북창원 지선으로 빠진다. 칠원 분기점에서 중부내륙고속국도로 갈아탄다. 낙동강을 건너 창녕 남지에 닿으면 곧이어 만나는 영산나들목으로 빠져나온다. 성내리는 나들목을 빠져나와 만나는 5번국도에서 좌회전,창녕읍 방면으로 500m쯤 진행하다가 영산사거리에서 오른쪽으로 꺾어들면 KT건물 왼쪽 길로 연결된다. KT건물은 영산사거리에서 600m쯤 떨어져 있다. 대중교통편은 부산서부(사상)시외버스터미널을 이용한다. 영산까지 직행버스가 운행된다. 버스는 오전 7시부터 오후 8시30분까지 1시간 간격으로 다닌다. 요금 5천200원. 1시간20분 소요. 시간이 맞지 않아 영산행 버스를 탈 수 없다면 운행 횟수가 좀더 많은 창녕행 버스를 이용해 볼 수 있다. 오전 7시부터 오후 8시30분까지 40~50분 간격으로 운행된다. 창녕터미널에서 영산으로 내려가는 군내버스는 수시로 있다. 요금 850원. 20분 소요. 부산으로 돌아오는 차편은 영산에서 평균 1시간 간격으로 있다. 오후 8시35분이 막차. 부곡으로 하산했다면 부곡시외버스터미널에서 부산행 버스를 탈 수 있다. 1시간 간격으로 운행되며 막차는 오후 8시30분에 있다. 요금 5천900원. 진용성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