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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평론》제5호 1992년 7-8월호 |
쇠고기를 넘어서 제레미 리프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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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지구상에는 12억 8천만 마리의 소들이 있다. 소들은 지구 땅덩이의 거의 24퍼센트를 차지하고 있고, 수억의 인간을 먹여살릴 수 있을 만큼의 곡물을 소비하고 있다. 소들의 무게를 모두 합하면 지구 전체 인구가 차지하는 무게를 능가한다. 축산업은 지구환경과 인간의 건강과 우리 문명의 경제적 안정성에 유례없는 위협이 되고 있다. 축산업은 세계의 굶주림과 오염과 삼림벌채와 사막화를 일으키는 주요 원인이며, 야생 생물의 멸종에 중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이 짐승들은 엄청난 양의 메탄가스를 방출하는데, 이것은 지구온난화의 관건적 요인이다. 글자 그대로 축산업은 지구의 장래를 위협하고 있다.
식량이냐 사료냐
미국에서 지금 “쇠고기는 왕이다.” 평균적인 미국인은 한해에 65파운드의 쇠고기를 먹는다. 미국에서 십만 마리 정도의 소들이 스물네 시간마다 도살되고 있다. 전세계 쇠고기 생산량의 23퍼센트를 미국인들이 소비하고 있다.
미국사람들이 쇠고기 소비에서 선두에 있지만 호주사람들도 과히 뒤떨어져 있지 않다. 서유럽 사람들의 쇠고기 소비는 미국사람들의 반쯤 되고, 일본사람들은 약 10퍼센트쯤 소비한다. 이러한 수치는 앞으로 10년간 극적으로 변화할 가능성이 크다. 왜냐하면 세계의 이 특권적인 쇠고기클럽에 가입하는 일본사람들의 수가 자꾸만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의 쇠고기값은 미국보다 네배나 비싸지만 1990년에 일본의 쇠고기 수요는 1965년 수준의 3.5배로 올랐다. 1990년에 뉴욕시보다도 도쿄에서 더욱 많은 맥도날드 햄버거가 팔렸다.
산업화된 나라들에서 보는 이와 같은 쇠고기중독은 전지구적인 식량위기를 초래하였다. 오늘날 제1세계의 소비자들이 차돌박이 쇠고기를 먹는 즐거움을 누릴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 귀중한 곡물이 수억 마리 소들의 먹이로 이용되고 있다. 북쪽 나라들에서 사람들이 곡물로 길러진 쇠고기를 게걸스레 먹고 있는 동안 개발도상국에서 수백만의 사람들은 굶주리고 있다. 곡물이 사람이 아니라 가축들에게 주어지고 있는 것은 우리 시대의 가장 중대한, 그러나 거의 인식되어 있지 않은 문제 중의 하나이다.
소와 기타 가축들은 지구상에서 생산되는 곡물의 3분의 1을 먹어치우고 있다. 오늘날 미국에서 생산되는 곡물의 70퍼센트 이상이 가축의 먹이로 제공된다. 이것은 농업의 역사에서 새로운 현상이다. 처음으로 소들이 방대한 양의 곡물을 먹게 된 것이다. 소들이 꼴이 아닌 곡물을 먹게 된 것은 전적으로 이번 세기 동안 일어난 일이지만 거의 아무런 논쟁 없이 이 일이 일어났다. 그런데 이 일은 토지이용과 식량배분 문제에 어떤 다른 한 가지 요인보다도 더욱 심대한 영향을 끼쳐왔다.
코넬대학의 데이비드 피멘틀의 추정에 따르면, 미국에서 가축의 먹이를 완전히 풀로 바꾸면 1억 3천만 톤의 곡물이 절약되어 4억이 넘는 사람들을 먹여살릴 수 있다는 것이다. 전세계적으로 가축 대신에 인간을 먹이는 데 곡물을 이용한다면 십억 이상의 사람들이 먹을 수 있게 될 것이다. 대부분 아이들인 4천만 내지 6천만명의 인간이 해마다 굶주림과 그에 관련된 질병으로 죽어가고 있다는 사실을 고려할 때 이러한 통계는 엄청난 의미를 갖는다.
1984년 에티오피아에서는 날마다 수천명의 사람이 기근으로 죽었다. 그런데 바로 그때 에티오피아가 영국과 기타 유럽 국가들에 가축사료를 수출하기 위해서 농토의 일부를 아마씨와 목화씨와 평지씨 깻묵을 생산하는 데 이용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던 사람은 별로 없다. 현재 제3세계 토지 수백만 에이커가 유럽의 가축사료를 생산하는 데 전적으로 이용되고 있는 형편이다.
식량이냐 사료냐 하는 문제는 다가오는 수십년 동안 남북관계에 점점 큰 비중을 차지할 것으로 보인다. 다음 십년 동안 세계인구가 거의 20퍼센트나 증가할 것으로 예측되는 상황에서 세계 곡물생산의 삼분의 일이 소나 다른 가축들에게 주어지고 있다는 것은 세계적인 식량위기를 이미 자초하고 있는 셈이다.
죽음의 비계
제3세계에서 수백만의 사람들이 곡물부족으로 굶주리고 있는 동안 산업화된 나라들에서 수백만이 넘는 사람들이 심장마비와 뇌졸중과 암으로 죽어가고 있다. 그런데 이 질병들의 원인은 부분적으로 쇠고기의 과잉소비에 있는 것이다. 해마다 동물성 지방의 소비에 관련된 질병으로 죽는 사람들의 숫자는 계속 증가하고 있다. 미국 공중위생국장의 한 보고서에 따르면 1987년에 사망한 2백 10만명의 미국인들 가운데 1백 50만명의 경우는 식사요인에 관련되어 있는데, 여기에는 포화지방의 과잉소비가 포함되어 있다.
지금 새로운 연구에 의하면 미국에서 두번째로 흔한 종류의 암인 대장암이 고기소비와 관계있다고 한다. 10만이 넘는 대장암 사례들이 해마다 진단되고 있고, 1990년 한해만 해도 5만명 이상이 그 병으로 죽었다. 서른에서 쉰아홉살 사이에 있는 미국여성 88,751명에 대한 6년간에 걸친 어떤 연구에서 연구자들이 발견한 것은 날마다 고기를 먹는 여성들이 고기를 드물게 먹거나 혹은 전혀 안 먹는 여성들보다 대장암에 걸릴 가능성이 두배 반이라는 것이었다. 이 연구를 주관한 보스턴의 브리검여성병원의 월터 윌레트는 이렇게 말했다. “객관적으로 자료를 보면, 우리가 먹는 붉은 고기의 적당량은 영(零)이어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서구세계의 쇠고기문화 속에서 대장암이 발생하는 비율은 아시아나 개발도상세계의 비쇠고기문화의 약 열배이다.
과학자들은 또 고기소비와 유방암을 연결시키기 시작했다. 미국여성 아홉명 가운데 한 사람은 언젠가는 유방암에 걸리게 된다. 1960년 이래 마흔네살 넘은 여성들 사이에서 유방암 발생률은 해마다 2퍼센트씩 증가했다. 국립암연구소의 연구원들은 1백개의 동물실험으로부터 얻은 자료를 분석하여 ‘지방과 열량’이 유방암 발생위험을 높인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 연구에서 유방암으로 발전한 대부분의 여성은 평균적으로 “지방질에 출처를 둔 상대적으로 높은 열량을 일관되게” 소비하였다. 쇠고기나 다른 동물성 식품이 지방질 식사의 유일한 원천은 아니지만, 미국과 같은 풍요한 나라에서 그것은 지방질 식사의 주요 요소이다.
동물성 지방, 콜레스테롤과 인간의 질병 사이의 관련에 대하여 일찍이 수집된 아마도 가장 강력한 증거는 1990년 미국―중국 합동연구팀이 중국인의 식사습관과 건강에 관한 방대한 연구의 결과를 발표했을 때 나온 것일 것이다. 〈뉴욕타임스〉가 역학(疫學)의 ‘그랑프리’라고 말한 그 연구는 25개 성(省)에 걸친 69개의 군(郡)에서 8천명의 중국인의 식사습관을 추적한 것이었다.
중국사람들은 미국사람들보다 20퍼센트나 더 많은 열량을 소비하는데, 미국사람들이 25퍼센트 더 뚱뚱하다. 그 까닭은 미국인의 식사에서 열량의 37퍼센트가 지방질에서 나오고 있는 반면에 중국농촌의 식사에서는 지방질은 총열량의 15퍼센트에 못 미치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서구식 식사에서 단백질의 70퍼센트가 동물성이고 나머지 30퍼센트가 식물성인 데 반해서 중국에서는 불과 11퍼센트만이 동물성이고 89퍼센트는 식물성이다.
중국에 대한 이 연구는 최근의 많은 다른 연구들처럼 고기소비와 심장질환 및 암발생과의 높은 관련성을 보여주었다. 어떤 사례들에서는 동물성 지방이 아직 평균 식사의 15퍼센트를 채 차지하지 않고 있는 지역에서보다 쇠고기 문화권에서 심장병 발생률은 50배나 더 높게 나타나 있다.
미국인들과 유럽인들은 글자 그대로 먹어서 죽는다. 쇠고기문화가 약속한 ‘행복한 삶’은 미국인들이 무절제한 습관으로 풍요의 질병에 시달리게 됨에 따라 하나의 잔인한 조크가 되고 말았다.
열대우림의 파괴자들
세계의 축산업이 인간건강에 끼치는 악영향은 막대한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대가는 쇠고기문제의 오직 일부분일 뿐이다. 산업화된 축산단지도 심대한 환경위협을 제기하는데, 이것은 지구생태계의 존속 그 자체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1960년 이래 중앙아메리카 숲의 25퍼센트 이상이 목초지 조성을 위해 벌채되었다. 1970년대 말에는 중앙아메리카 전체 농토의 3분의 2를 소나 다른 가축들이 점유하게 되었는데, 그 대부분은 북미의 식탁으로 갈 운명에 있는 가축들이었다. 미국의 소비자들은 중앙아메리카로부터 수입되는 햄버거를 사먹음으로써 햄버거 하나마다 평균 5센트 정도를 절약할 수 있지만, 그러나 그 대신 환경에 대해 치르는 대가는 엄청난 것이고 돌이킬 수 없는 것이다. 수입되는 햄버거 하나를 위해 6평방야드의 숲이 발가벗겨져야 하는 것이다.
중앙아메리카에서 방대한 축산단지를 하나 만들면 소수의 부유한 지주들과 그들의 정치적 동맹자들은 더 부유하게 되지만, 이 때문에 많은 농민이 빈궁하게 되고, 광범위한 사회불안과 정치적 소요를 일으키는 원인이 된다. 중앙아메리카에서 농촌 가족의 반 이상이 ― 3천5백만의 사람들이 ― 현재 토지를 전혀 소유하지 못하고 있거나 아니면 자립하기에는 턱없이 모자란 토지를 소유하고 있다. 그런 반면에 토지귀족과 다국적기업들은 계속하여 토지점유를 확대하면서 그 가운데 많은 부분을 목초지로 이용하고 있다.
이러한 파괴적인 방식 ― 삼림벌채, 토지집중, 농민분해 ― 은 라틴아메리카 전체에 걸쳐 되풀이되고 있다. 멕시코에서는 1987년 이후 3천7백만 에이커의 숲이 방목지의 추가를 위해 파괴되었다. 멕시코 환경운동가 가브리엘 과드리가 다음과 같이 경고했을 때 그는 자기의 많은 동포들의 느낌을 요약하였다. “우리는 소수의 힘있는 축산업자들의 이익을 위해 멕시코의 장래를 외국에 팔아먹고 있습니다.”
축산과 사막화
축산의 파괴적인 영향은 열대우림을 훨씬 넘어 지구의 광대한 땅덩이를 포함하는 데까지 미치고 있다. 가축은 이제 지구 전역에 걸친 사막화의 주요 원인이 되고 있다.
오늘날 대략 13억 마리의 소들이 지구상에 남아있는 초원의 많은 식물들을 짓밟으며 벌거벗기고 있다. 소 한 마리는 한달에 9백 파운드의 식물을 먹어치운다. 흙을 붙들어매고, 물을 흡수하며, 영양분을 재순환시키는 데 필요한 식물들이 사라지면서 땅은 나날이 약해져 바람과 물에 쉽게 침식당한다. 그리고 가축은 땅을 또다른 방법으로 파괴하기도 한다. 짐승들의 강력한 발굽들이 평방인치당 24파운드의 압력으로 흙을 압박하는 것이다. 이렇게 하여 흙이 굳어지면 흙의 입자들 사이에 공기가 통하는 것이 어려워지고, 물을 흡수할 수 있는 능력이 감소한다. 흙은 봄에 눈이 녹을 때 물을 받아들일 능력이 점점 없어지고, 급작스러운 홍수에 쉽사리 침식되고 만다. 지난 반세기 동안 세계 전체 목초지의 60퍼센트 이상이 과도한 방목으로 파괴되었다.
유엔의 추정에 따르면, 지구 땅덩이의 29퍼센트가 지금 ‘가볍거나 심각한 사막화’에 시달리고 있다. 약 8억 5천만의 사람들이 사막화의 위협을 받고 있는 땅에서 살고 있다. 그리고 2억 3천만명 이상이 사는 땅은 사막화가 너무나 심각해진 탓에 생존을 지속적으로 유지한다는 것이 불가능해지고, 영양실조와 아사(餓死)의 전망이 높아져가고 있다.
미국에서 소들은 서부의 많은 부분을 파괴하고 있다. 2백만 내지 3백만 마리의 소들이 현재 서부 11개 주의 공유지 수억 에이커에서 풀을 뜯고 있다. 이곳의 식육용 소들은 미국 전체 쇠고기 생산에서 미미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을 뿐이지만, 심각한 환경파괴라는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유엔이 마련한 1991년의 한 보고에 따르면, 서부 목장의 4억 3천만 에이커 이상이 주로 과도한 방목의 결과로 25 내지 50퍼센트의 생산량 감소를 기록하고 있다고 한다.
필립 프래드킨은 《오더본》 잡지에 실린 글에서 이러한 위기를 다음과 같이 요약하고 있는데, 이 위기는 지금까지 이 나라에서 가장 은밀히 숨겨져왔던 환경비밀에 속하는 것이다. “서부의 식물유형과 땅의 형태를 변경시키는 데 수많은 소들의 발굽과 입이 끼친 영향은 그 지역에서 이루어진 수리공사, 노천탄광, 발전소, 고속도로 건설, 구획분할 개발들을 모두 합친 것보다도 큰 것이었다.”
지구온난화에 대한 쇠고기의 기여
곡물을 사료로 하는 축산단지는 온실효과를 일으키는 세 개의 주요 가스 ― 메탄, 이산화탄소, 일산화질소 ― 를 방출하는 데 중요한 요인이 되고 있고, 다가오는 몇십년 동안 지구온난화에 더욱 큰 역할을 할 가능성이 높다.
1987년에 대기 중에 추가된 이산화탄소량은 85억 톤이었는데, 이 가운데 3분의 2는 화석연료로 말미암은 것이다. 나머지 3분의 1은 삼림 및 초지를 불태우는 것에서 비롯되었다. 식물은 광합성 과정에서 이산화탄소를 흡수·저장한다. 식물이 죽거나 불태워질 때 저장되어 있던 탄소 ― 흔히 수백년이나 넘게 쌓여있던 ― 가 공기 중으로 다시 방출된다. 아마존 삼림 혼자만 그 나무들 속에 750억 톤의 탄소를 저장하고 있다. 목축장을 위해 나무들이 벗겨지고 불태워질 때 나무들은 엄청나게 방대한 규모의 이산화탄소를 공기 중에 뿜어낸다.
그러나 목장을 만들기 위해 숲을 불태우는 것은 이야기의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상업 축산은 다른 방식으로도 지구온난화에 이바지한다. 고도로 기계화된 농업부문도 역시 상당한 양의 화석연료를 사용한다. 대부분 축우(蓄牛)로 구성되어 있는 가축의 사료를 위하여 미국의 총곡물생산의 70퍼센트가 이용되고 있는데, 사료를 생산하고 실어나르는 데 쓰여지는 연료는 이산화탄소 방출량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이제 미국에서 사료로 기른 1파운드의 쇠고기를 생산하는 데 1갤론의 가솔린이 필요하다. 그러니까 평균 네명으로 되어있는 한 가족의 연간 쇠고기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해서는 260갤론 이상의 화석연료가 요구되는 것이다.
게다가 소들이 먹는 사료용 곡물을 생산하는 데 석유화학 비료를 이용하는 것이 필요하고, 이것이 또한 온실효과의 원인이 되는 가스의 하나인 질소산화물을 뿜어낸다. 비료와 기타 다른 원천에서 나오는 질소산화물은 현재 지구온난화에 6퍼센트 정도의 책임이 있다.
마지막으로, 소들 자신들이 강력한 온실효과 가스인 메탄을 뿜어낸다. 메탄은 이탄(泥炭)습지, 벼논, 매립장에서도 방출되지만 그 숫자가 늘어가는 소들이 지난 수십년간의 메탄가스 방출량 증가에 큰 책임이 있다. 전지구적인 온난화 경향을 초래하고 있는 가스들 가운데 18퍼센트를 메탄이 차지하고 있다.
동물학대
세계 축산업의 최종적인 희생자는 동물들 자신들이다. 태어나자마자 어린 숫송아지들은 좀더 ‘순종적’으로 되고, 그 고기의 질을 개선하기 위하여 거세된다. 동물들이 서로 상처를 내는 일이 없도록 하기 위해서 쇠뿔의 뿌리를 태워버리는 화학약품이 사용된다. 이런 일이 마취도 하지 않고 이루어진다.
송아지들은 어미소들과 함께 여섯달에서 열한달 동안 방목장에서 지내는 것이 허용되고, 그 이후에는 거대한 기계화된 사육장으로 옮겨져서 거기서 살이 찌고 도살되기를 기다린다. 미국의 주요 13개 쇠고기 생산 주(州)에 현재 4만2천개 정도의 사육장이 있다. 그 가운데 가장 큰 2백개의 사육장에서 미국 전체 소의 거의 반을 먹이고 있다. 사육장은 일반적으로 울타리가 쳐져 있는데 한 면을 따라 콘크리트로 된 먹이통이 딸려있다. 비교적 규모가 큰 많은 사육장에서 수천 마리의 소들이 굉장히 비좁은 공간에 빼곡히 들어차 있다.
최소한의 시간 안에 최적의 몸무게를 얻기 위해서 사육 관리자들은 성장촉진 호르몬과 사료첨가물을 포함한 여러가지 약제들을 소들에게 투여한다. 단백동화 스테로이드제가 조그만 시한탄환의 형태로 동물들의 귀에 박힌다. 그러면 그 호르몬은 서서히 혈류 속으로 스며들어가서 두 시간에서 다섯 시간 간격으로 호르몬 수준을 증가시킨다. 소들은 에스트라디올, 테스토스테론, 프로게스테론 따위의 호르몬을 주입받는다. 호르몬들은 세포를 자극하여 여분의 단백질을 생산케 하고, 근육과 지방조직이 더 빨리 붙게 한다. 사육장에서 기르는 미국의 소 전체의 95퍼센트가 현재 성장촉진 호르몬을 투여받고 있다.
전에는 사람들이 엄청난 양의 항생제를 투여하였는데, 그것은 동물들을 비좁고 오염된 우리나 사육장 속에 억지로 가둬놓고 살게 할 때 만연되는 질병을 막기 위한 것이다. 축산업자들은 소의 먹이 속에 항생제를 광범위하게 섞는 것을 중지하였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그 약들이 여전히 젖소들에게는 투여되고 있고, 젖소 고기는 미국에서 소비되는 쇠고기 전체의 거의 15퍼센트를 차지하고 있다. 사람들이 소비하는 고기에서 항생제 잔류물이 발견되고 있는데, 이것은 인체가 항생제 효과에 저항력을 갖도록 만들며 그렇게 함으로써 좀더 유독한 계통의 박테리아에 쉽게 감염되게 만든다.
거세되고, 온순해지고, 약물을 주입받으면서, 소들은 먹이통에서 옥수수와 사탕수수와 기타 곡물을 소비하면서 긴 시간을 보내는데, 그 곡물들은 온통 제초제로 절여진 것이다. 오늘날 미국에서 사용되고 있는 모든 제초제의 80퍼센트는 옥수수와 콩에 살포된다. 동물들이 이런 곡식들을 소비하고 난 다음에 그 제초제들은 동물의 몸에 축적되고, 그것은 또 쇠고기라는 형태로 소비자에게 옮겨진다. 미국 학술원의 국립조사위원회에 따르면, 쇠고기는 지금 제초제 오염에 제1위이고, 전반적인 살충제 오염으로서는 제2위를 차지하고 있으며, 살충제 오염으로 인한 가장 큰 발암 위협을 제기하고 있는 식품으로서 토마토 다음을 차지하고 있다.
어떤 사육장에서는 현재 비용을 줄이기 위해서 마분지와 신문지와 톱밥을 먹이에 첨가하는 실험을 하고 있다. 다른 축산농장에서는 닭집과 돼지우리에서 거름을 긁어모아서 그것을 바로 소먹이에 첨가하기도 한다. 미국 농무성에 의하면 시멘트 가루가 장래에는 특히 매력적인 보충사료가 될지도 모른다는 것인데, 왜냐하면 그것은 보통 사료보다도 30퍼센트나 빨리 체중이 불어나게 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식품의약국(FDA) 관리들의 말을 들어보면, 어떤 사육장 운영자들은 비용을 줄이고 동물들을 더 빨리 살찌우기 위한 목적으로 산업폐수와 기름을 먹이에 섞는 일도 드물지 않다고 한다.
소의 몸무게를 최대한으로 확보하기 위해서 사육되는 소들의 삶의 모든 국면이 하나하나씩 감시되고 통제되고 있다. 파리떼를 쫓느라고 소들이 몸을 움직임으로써 매일 반 파운드까지 몸무게를 잃어버릴 수 있기 때문에 고도의 독성을 가진 살충제가 사육장 부근에 살포되는데, 오빌 쉘은 그의 책 《현대의 고기》에서 이 모양을 묘사하여 “우리와 때로는 그 안의 동물들이 독구름 속에 뒤덮여버린다”라고 쓰고 있다.
이상적인 체중인 1,100파운드까지 살이 찐 다음에 소들은 거대한 트레일러트럭에 무리지어 실려가게 되는데, 트럭에서 소들은 조금도 움직일 공간도 없이 서로 부대끼며 참아야 한다. 도살장까지 가는 여행은 흔히 거칠고 야만적이어서 동물들이 트럭 안에서 쓰러지고, 그러고서는 짓밟혀서 다리와 목과 등과 골반이 깨어지는 일이 허다하다. 흔히 소들은 몇 시간 혹은 며칠에 걸쳐 아무런 휴식도 먹을 것도 없이, 대개는 물도 먹지 못하고 고속도로를 따라 수송된다. 여행의 끝에서 여전히 서있는 동물들은 도살장의 대기우리에 맡겨진다. 도중에 쓰러진 소들은 트럭에서 끌어내려지기를 몇 시간이고 기다려야 한다. 쓰러진 동물들은 흔히 엄청난 고통으로 괴로움을 당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들에게 결코 안락사나 마취제가 주어지는 일이 없다. 왜냐하면 그렇게 하면 그들의 시체는 쓸모가 없어지고 따라서 이윤에 손실을 가져오기 때문이다. 일어서거나 걷지 못하고 대개 트레일러의 바닥에 큰대자로 드러누인 채로 이 불운한 동물들은 목이나 부러진 다리에 쇠사슬이 걸려 끌려서 트럭으로부터 램프로 옮겨져서, 도살장으로 가게 되는 것이다. 그 도중에 죽는 동물들은 ‘시체더미’에 집어던져져서 쌓이게 된다.
캔사스주 홀콤에 있는 아이오아 쇠고기처리공장 같은 좀더 현대적인 도살장들은 14에이커 남짓한 면적을 갖고 있다. 소들은 일렬로 도살장으로 들어간다. 들어가자마자 공기총을 맞고 소들은 기절한다. 동물이 주저앉을 때 도살장 노동자가 재빨리 뒷다리의 발굽에 쇠사슬 하나를 건다. 그리고 동물은 기계적으로 마루에서 들어올려지게 되고, 몸이 뒤집혀진 채 걸려있게 된다. 피에 흠뻑 젖은 사람들이 길다란 칼을 가지고 황소의 목을 베는데, 칼날을 후두 속으로 깊이 1, 2초 동안 들이밀었다가 재빨리 칼을 거두면서 그 과정에 경동맥과 경정맥을 절단하는 것이다. 피가 용솟음치듯 터져나와 노동자들이나 장비가 피칠갑이 된다.
죽은 동물은 기계화된 라인을 따라 움직여가면서 가죽이 벗겨지고, 목이 잘리며, 창자가 제거된다. 내장들이 제거되고 난 뒤에 전기톱으로 등뼈의 가운데가 절단되고, 꼬리가 잘려나간다. 동강난 시체는 따뜻한 물로 흠뻑 적신 다음 천에 싸서 냉장고로 보내는데, 24시간 후에 그것이 스테이크, 목정, 갈비, 양지머리와 같은 알아볼 수 있는 조각이 되게 톱질이 가해진다. 이 조각들은 컨베이어벨트에 실려 30 내지 40개의 절단기를 통하여 최종적인 제품이 된다. 그리하여 깨끗하게 진공포장된 이 쇠고기 조각들은 슈퍼마켓으로 수송되고, 거기서 환하게 밝은 불이 켜진, 방부처리가 된 판매대에 전시되는 것이다.
쇠고기를 넘어서
우리의 나날의 식사에서 쇠고기를 먹지 않는 것은 개인적인 결정이지만, 그러나 그것은 매우 파급효과가 큰 결정이다. 지금 수백만의 미국인과 유럽인들이 쇠고기를 졸업하거나 아니면 적어도 쇠고기 소비를 줄이려는 개인적 선택을 하고 있는 중인데, 이것은 우리의 행성과 인간의 장래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다.
미국에서 쇠고기 소비량은 지난 16년 동안 현저하게 떨어졌다. 1975년 일인당 연간 소비가 83파운드였는데 1990년에는 65파운드 이하로 떨어진 것이다.
다섯 대륙에 걸쳐 조직되어 있는 환경, 동물보호, 건강, 굶주림 및 개발을 위한 연락망인 ‘쇠고기 안 먹기 연합’은 모든 사람이 적어도 50퍼센트씩 쇠고기 소비를 줄이고 그 대신 곡식과 과일과 야채를 먹을 것을 권고하고 있다. 돼지고기나 닭이나 기타 곡물을 사료로 하여 키운 짐승고기를 풍성하게 소비하는 식사는 쇠고기의 경우와 같은 여러가지 문제를 제기하기 때문에 쇠고기를 대신하는 음식으로 고기 종류가 아닌 것들이 강조되는 것이다. 여전히 자기들의 식사에 얼마간의 쇠고기를 포함시키고자 하는 사람들을 위해서는 엄격한 유기농법 기준 밑에서 인도적으로 길러진 소들한테서 얻는 고기를 사 먹도록 권장되고 있다.
다가오는 여러 해 사이에 수백만의 더 많은 사람들은 다른 수백만의 사람들이 생존에 필요한 식량을 얻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 먹이연쇄의 좀더 낮은 쪽에 속하는 것을 먹기를 자발적으로 선택할 것이다. 이런 현상이 계속된다면 그 결과는 상업적 축산업의 붕괴를 초래할 것이고, 우리 자신과 제3세계와 이 행성을 포함하는 전지구적인 건강이 증진될 것이다. 하잘것없어 보이는 개인 식사의 변화로부터 얻을 수 있는 긍정적 혜택은 엄청난 것이다. 곡물을 사료로 한 쇠고기를 제거하고, 먹이연쇄의 낮은 쪽을 먹을 때, 심장병과 뇌졸중과 암의 발생빈도는 극적으로 줄어들 것이다. 수백만의 인간이 더 나은 건강을 즐기고, 더 오랜 삶을 누릴 것이다. 의료비용으로 쓰이는 수십억 달러가 절약될 것이다.
그와 동시에 더 많은 농토와 식량이 전세계 사람들에게 잠재적으로 주어질 것이다. 인간을 위하여 더 많은 곡식을 키울 수 있도록 토지를 해방시킨다면, 제3세계의 과밀도시들로부터 농촌으로 되돌아가는 대규모의 인구이동이 시작될 것이다. 그동안 뿌리 뽑혀졌던 수백만의 농민들이 조상대대로 살아온 고향땅으로 되돌아갈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들은 그러면 다시 한번 소규모의 생존농업을 일으켜서 땅으로부터 직접 자기 가족들을 먹여 살릴 수 있게 될 것이다.
물론 농민들에 대한 적절한 토지 재분배를 보장하기 위하여 다국적기업들과 개발도상국의 지배 엘리트들에게 정치적 압력이 집중적으로 가해져야 한다. 토지와 식량에 접근할 수 있게 될 때 가난한 사람들의 아이들은 현재와 같은 많은 질병의 희생자가 되지 않고 유아기를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다.
인간의 식사에서 쇠고기를 꾸준히 줄여나가면 모든 대륙에 지금 긴급히 필요한 자연회복이 수반되고 생태학적 르네상스가 이루어질 것이다.
미국의 서부가 서서히 재생할 것이다. 오랜 옛날부터의 강물이 다시 흐를 것이며, 그 물은 대평원을 가로질러 손상된 풍경을 다시 살려놓을 것이다. 토착 야생화와 사철 푸른 풀들이 돋아나서 활짝 피면서 서부의 지평선을 가로질러 초록색 융단을 펼쳐놓을 것이다. 미루나무들이 다시 한번 평원에 그늘을 드리우고, 수천 마리의 본바닥 새들의 보금자리를 제공할 것이다. 강물과 샘들이 소생하고, 깨끗한 물에 송어와 다른 물고기를 도로 데리고 올 것이다. 몸짓이 큰 평원의 포유류들 ― 고라니, 말코손바닥사슴, 영양(羚羊), 큰뿔양 ― 이 다시 서부의 회복된 초원을 그들의 늘어난 숫자로 채울 것이다. 코요테, 늑대, 살쾡이, 쿠거, 스라소니들이 서부로 가만히 되돌아갈 것이다.
중남미에서 축산업의 해체는 불도저를 할 일 없게 만들 것이고, 태고의 숲을 절단하고 있는 전기톱들의 귀에 익은 단조로운 소리를 침묵시킬 것이다. 아마존 숲을 태우는 수천개의 불은 꺼질 것이다. 한때 목장주들과 다국적기업들의 손아귀에서 틀림없이 멸종할 것으로 보였던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종(種)의 식물과 곤충과 동물들은 구제될 것이다. 그리고 토착민들은 오랜 세월 지켜온 그들 나름의 생활방식을 계속하도록 허용될 것이다.
아프리카에서 사막화의 속도는 늦추어지고, 자연이 다시 살아나도록 허락할 것이다. 한때 사하라사막 이남에 풍부했던 야생생물들이 서서히 되돌아올 것이다. 마찬가지로 풍요한 토착식물들이 되살아나서 반불모지의 대륙을 다시금 세계의 가장 풍성한 정원으로 되돌려놓을 것이다. 코끼리, 제브라, 코뿔소, 사자들이 다시금 툭 트인 사바나 대초원 위를 배회할 것이다.
소들이 줄어들면 세계에 지금 남아있는 깨끗한 물의 공급원에 대한 압력이 완화될 것이며, 공기 중에 방출되는 온실효과 가스가 줄어들 것이다.
쇠고기 문화를 넘어서는 것은 하나의 혁명적인 행동이다. 현대축산업을 해체하고 인류의 식탁에서 쇠고기 소비를 꾸준히 줄여나가는 일은 인간 정신의 전개에 새로운 장(章)을 예고한다. 쇠고기를 넘어서는 것으로써 인류는 새로운 의식을 향한 중대한 한걸음을 내딛는 것이다.
제레미 리프킨(Jeremy Rifkin) ― .미국의 저명한 환경운동가이자 저술가. 《엔트로피》 등 많은 저서가 있다. 그의 책 《쇠고기를 넘어서 ― 축산문화의 번영과 쇠퇴》(1992)는 현대적 축산업의 문제를 다각적인 측면에서 체계적으로 분석·정리함으로써 비상한 주목을 받았다. 리프킨은 개인의 건강을 위해서든, 지구생태계의 보전을 위해서든, 제3세계의 굶주리는 사람들을 위해서든, 또는 동물학대를 막기 위해서든, 산업사회에 있어서 고기 중심의 식사습관은 하루빨리 극복되어야 할 필요가 있음을 역설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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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요즈음 미국산 쇠고기 수입 문제로 온나라가 어지럽습니다. 10년도 더 지난 오래된 자료지만 오늘의 우리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많아 곰곰히 음미하면서 읽어야 할 자료이지 싶어 올려 놓습니다. 꼭 채식을 고집하지 않더라도 육식 위주 식습관의 변화를 통해 지속가능한 미래를 향한 동참이 필요합니다...
예전에 읽었는데도 또다시 봐도 새롭고, 생각할 게 많은 글입니다.
중학교 1-2학기 국어교과서에 법정 스님의 '먹어서 죽는다'라는 글에서 제레미 리프킨의 '쇠고기를 넘어서'를 인용한 것을 읽었습니다. 개인의 건강을 위해서든, 지구 생태계의 보존을 위해서든, 굶주리는 사람을 위해서든, 동물 학대를 막기 위해서든 고기 중심의 식생활 습관을 버려야 한다고 역설했습니다. 이 단원을 가르칠 때만 해도 쇠고기의 위험성을 실감하지 못했던 게 사실입니다.
예전에 한번 읽었던 기억이 납니다.'인간의 식사에서 쇠고기를 꾸준히 줄여나가면 모든 대륙에 지금 긴급히 필요한 자연회복이 수반되고 생태학적 르네상스가 이루어질 것이다.' 지구의 한쪽에서는 먹어서 죽고 다른쪽에서는 못 먹어 죽으니 참 아이러니입니다. 나무지기님, 고맙습니다!
시사하는 바가 많은 글입니다. 채식주의자는 아니지만 우리 모두 건강을 위해서라도 과도한 육식을 하지 않도록 노력해야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