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7 화 맑음
방문자와 통화자
오늘따라 방문자가 많다. 체육부장이 체육시설업자와 운동기구 설치관계로 방문했고, 박지훈 할머니가 컴퓨터수업 때문에 전화를 했다. 처음에는 컴퓨터실 전화를 묻다가 나를 확인하고는 하소연하는데 끝날 때까지 울먹이며 말한다. 이유인즉 자기 손자를 업신여기며 아이들이 따돌림하고, 또한 선생님도 차별대우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축구를 그렇게 하고 싶었는데 아이들이 놀리고, 시합 갈 때는 연락도 주지 않고 저희들끼리만 가 버려 애가 종일토록 기다렸다는 이야기도 했다.
그래서 컴퓨터실 송선생님을 불러 대담하고, 세심한 배려를 부탁했다. 축구감독에게도 왜 지훈이가 요즘 축구를 하지 않는지 에둘러서 물었는데 감독은 “아, 애가 축구 재질이 없어요.” 하며 탁 잘라버려 더 할 말을 잃었다.
서울 천일이에게서 전화도 왔다. 저번 자녀결혼식 때 참석해 준 데 대하여 고맙다는 인사말과 이번 평두 장례 소식을 곁들여 했다. 그리고 병원에 치료 받으러 갔을 때 정석이가 안부 전화를 했다. 정석이는 학창시절부터 친한 우정을 지금도 잇고 있다.
점심시간 때는 참살이교육 때문에 본교를 방문한 보건소 직원과 면담을 하고, 그리고 6학년 9반 최세영,유온누리,박슬기,김보경 4명이 면담하러 왔다. 과제인 모양이다. 교장이 하는 일, 가장 보람이 있었던 일, 가장 어려웠던 일 등을 질문했다. 꼬마 기자들이지만 성심껏 답했다.
10. 15 수 맑음
신방교에 친선배구
최정헌 교장이 있는 신방교 직원들과 우리 학교 직원들과 남여 각각 배구대회를 갖기로 함에 따라 2시 넘어 출발하여 그곳에 닿으니 뜻밖에 실외배구장이다.
신방교에 서외자, 그리고 김명령 아는 사람이 있었다. 김명령은 김명숙 동생이다. 김명숙이 예쁘니 동생까지 친밀감이 든다. 벌써 마흔의 나이라니 내 나이 먹는 줄만 알았다.
결과는 여자부는 가까스로 역전승해서 이기고 남자부는 지고 다시 붙어서도 졌다. 올멤버가 아닌 점도 패인 중 하나가 아닐까? 꼭 이긴다고 간 것이 아니지만 한 세트도 뺏지 못해 씁씁했다. 허상구, 허범용, 노경상, 변종환, 조재훈, 조지원, 김세빈, 김대용, 우홍택이다. 하경호, 이기종, 박한규 등이 빠져서 구경만 한다. 여자부는 민정희, 김명옥, 윤미자, 강민조, 손경애, 박수경, 김경희, 정옥자가 선수로 참여하고, 옥교감, 윤순자, 박정순이 응원했다.
최교장은 고맙게 영양가 있는 달걀이라며 선물까지 준다. 헤어져서 오정식당에 닭고기 먹으러 갔는데 22명이 앉았다. 주문이 늦어 한참 기다렸지만, 맛이 있어 체면이 섰다.
10. 17. 금 맑음
시민의 날 개막식에 갔다가
시장이나 동장 등 행사에 가면 늘 홀대를 받기 때문에 초청장이 와도 별 가고 싶은 마음이 없었으나 올해로 마지막이다 싶어 얼굴이나 보이고 오자 결심하고 현관에 나서니 실장이 윤미자씨도 갈 거라며 핸드폰으로 연락을 취하여 그 차로 수월하게 시청까지 가게 되었다.
같이 가는 사람이 있어 외롭지 않더니 이병희 도의원도 아는 체 인사하고, 우리 운영위원장, 그리고 백태호 후원회장 등의 얼굴도 보인다. 더욱 반가운 것은 밀양초 어중희교장이 문앞에 있다가 반겨 같이 나란히 좌석에 앉을 수 있었다. 가서 보니 수산, 사포, 남명, 태룡, 부북, 미리벌 교장들이 보여 외롭지 않아 기뻤다.
먼저 우리 교육장이 시민헌장을 낭독하고, 각 분야 다섯 명의 시민상 수상자들이 나와 상패와 꽃다발을 받고 기념촬영하고, 시장이 기념사를 하고 좀 오래 했다 싶었는데 시의회 의장이 마이크를 잡으니까 짤막하게 해라 하는 주문이 관중석에서 들린다.
뒤이어 시민 관현악단의 연주와 합창단의 노래로 분위기를 살렸고, 마지막으로 시민의 노래를 같이 불렀다.
마치고 밀양, 미리벌, 부북, 사포, 수산교장과 그리고 밀양 이영이 교감과 같이 사포에 점심 먹으러 갔다. 처음에는 갑론을박하며 가을 정취를 느낄 수 있는 식당을 찾아가자 하더니 나중에는 오후에 빨리 학교에 가야 한다며 결국 사포쪽으로 가서 명사십리에 자리를 틀었다.
아까 말한 약속도 있고 해서 오늘 점심은 내가 샀다. 우리 학부모가 있다가 나를 알은 체하고 잘 챙겨주니까 미리벌 교장이 “나도 밀성에 근무했어요.” 덩달아 부북교장도 "나도 교감 때 밀성에 있었어요.‘ 하며 잘 보이려고 애교를 넣는다. 파전에 동동주 비빔밥인데 76000원이나 나온다. 생각 밖으로 많이 나온다.
저녁은 김경희가 초대하여 두 분 교감과 메기탕 집에 가서 시간을 보내다. 그래서 시민의 밤 축제 참석이 늦었다. 아내를 꾀어 고수부지에 열린 노래자랑 구경 갔다가 밀양교장을 또 만났다. 만나면 반가운 사람이다.
10. 18. 토 맑음
기분을 감추지 못한다
신문의 오늘 운수괘가 이렇게 나왔다. 그래서 무슨 좋은 일이 있으려나? 기대를 하고 하루를 보냈다.
먼저 밀성 로타리클럽에서 주최한 초등학생 백일장 대회에 축하객으로 갔더니 칙사 대접이다. 높은 단상에 앉으라며 자리를 권한다. 시장, 경찰서장, 교육청 교육과장 그리고 교장들로 밀양, 미리벌, 남명 교장이 참석하였다.
내빈 소개 시간에 시장부터 하는데 박수소리가 나왔다. 그러다가 내 소개를 하니 우리 학교 아이들의 요란한 박수가 나오자 곁에 앉은 경찰서장이 부럽다는 듯 바라보고 웃는다. 그런데 밀양 교장을 늦게 소개하니까 아이들이 우리학교 보다 많이 참석한 점도 있지만, 반발 심리로 환호성을 올리며 박수를 더 크게 친다. 그래도 기분은 수수하다. 이게 ‘기분을 감추지 못하는 괘’와 맞는 모양이다.
2시부터는 유치원 가족운동회가 우리 학교 강당에서 열리고 있어 그 곳에 참석하여 얼굴을 보였다가 다시 밀양청소년수련관 개관식에 참석했다. 여기에는 밀양중, 밀성여중 중등교장도 참석 하고 초등에서는 밀양, 미리벌, 태룡이 참석하여 식을 마치고 곳곳을 돌아봤다. 이 모든 것이 마지막이란 생각에 뜻이 깊다. 감사한 마음으로 다녔다.
4시 넘어 다시 우리 학교에 와 마무리하는 운동회를 관람하고 이번에는 몇 컷 사진도 찍어두었다. 인사에서 행사업체와 또 유치원 선생님께 수고했다는 이야기를 학부모 박수로 유도하였다. 왔다갔다 바쁜 날이었지만 멋진 날이 되었다.
10. 21 화 맑음
우포늪에
3학년 1반부터 6반까지 가는 우포늪 생태 관찰하는 행사에 같이 가게 되었다. 담임이 없어 전담인 손현주 선생님이 3반을 맡고 가는 2호차에 같이 탔다. 아이들은 잘도 떠든다. 아직 우포늪이 멀었느냐 묻고, 배고프다 묻고, 떠들어도 귀엽다.
이 반에 김민주, 황경서라는 귀여운 학생이 있었다. 하도 예뻐서 보고 또 몰래 보았다. 민주는 마주치면 부끄러운 웃음부터 나온다. 황경서는 야물딱지게 생겼다. 행복한 공주 같다.
먼저 창녕박물관에 가서 관람했는데 주위에 동산만한 무덤들이 많다. 창녕에도 이런 무덤들이 있었나? 새삼스럽다. 아이들 건너는 일을 도와주고 있는데 저만큼 가던 차가 멈추더니 이주생 교장이 반갑다며 내려서 인사를 하고 갔다. 고맙다. 고향 사람은 아니지만 고향치와 마찬가지다.
다시 1km 떨어진 진흥왕 척경비 공원에서 점심을 먹었다. 4학년 부장은 이런 면에서 참 알뜰하다. 부담 없이 잘 먹었다.
그다음 생태학교로 이동해서 공부를 하고, 4,5,6반은 우포늪을 탐사하러 갔다. 생태학교 근무하는 선생님들 친절미가 그저 그렇다. 아이들 생태학습은 잘 가르친다.
우포늪에 걸어가는데 가을 햇살이 참 따갑다. 여름 같다. 자유롭게 노는 새들을 구경했다. 아이들은 차례를 기다려 망원경으로 새를 관찰했다. 가뭄이 오래 계속되어 물빛이 온통 초록이다.
10. 23 목 흐림
김해 봉명초등학교에
오후 1시부터 김해 봉명초등학교에 에너지절약 시범보고회가 있다. 아침 출근하면서 이야기 했더니 아내도 김해 가겠단다. 얼마나 혼자 심심할까 싶어 승낙하고 점심을 일찍 먹고 11시50분 되어 만나서 김해로 갔다. 생각 밖으로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12시 50분쯤 들어가니 이르다. 이곳 교장과는 잘 모르지만 교장실로 찾아들었다. 거기에 아는 교장이 보여 이야기를 나누고, 나중 통영 김석벽 교장이 보여 같이 다녔는데 4년 전 그때도 그 학교에서 이미숙을 만났는데 오늘도 극적으로 만났다. 이미숙은 더 예뻐져 있었다. 만나면 늘 반가운 사람이다. 마산 구암 있을 때나 김해 왔을 때나 나에게 늘 고맙게 해서 기억에 남는 선생님이다.
10. 24 금 맑음
시 낭송대회
날씨가 진짜 가을 날씨 같이 선선하다. 이때껏 여름이다가 오늘 비로소 가을이라고 말하다.
밀양문협에서 주관하는 시 낭송대회에 아이들이 8명이라 김경희 선생님과 함께 아이들을 나누어 싣고 청소년수련관에 갔다. 문협 회원들이 반긴다. 우리 학교 아이들이 가장 많다. 참가한 학교도 밀양, 미리벌, 수산 네 학교 뿐이 안 된다. 특히 관중이 없어서 대회가 쭈그러든다. 우리 학교에서는 서지수, 최세영, 엄지영, 노다현, 엄지환, 석한별 등이 참석하다.
마치고 학교에 실어 주고 다시 가서 점심을 밀양문협 회원들과 복국으로 같이 먹으며 환담하다. 바로 앞에 앉은 분이 김복만씨라 했다. 뚱뚱한 사람은 김순희고. 기억을 해 두자.
10. 27 월 맑음
기분 좋은 일
시 낭송회에서 저학년 고학년 모두 우리학교가 최우수를 휩쓸고, 경남도 대회 줄넘기에서 금메달을 하나 딴 소식부터 기분이 좋았는데 오늘 밀성로타리에서 온 공문을 보고 입이 벌어졌다. 저번 백일장대회에서 처음으로 밀양을 꺾었다는 점에 굉장히 기분이 좋았다. 다른 대회에서도 밀리지만 특히 이 분야에서는 밀양을 이기고 싶었는데 당일 참가자들을 보니 밀양이 가까워서 그런지 단연 압도적으로 많았다. 그래서 또 틀렸구나 하는 마음으로 기대를 걸지 않았는데 입상자 총수 57:50 30일 시상대상수 22:20 특별상 수 5:3으로 다 보기 좋게 꺾었다. 기분이 좋아 가장 입상을 많이 낸 2학년 8반(8명) 다음 3학년 4반(6명), 4학년 5반(4명) 선생님, 그리고 최고상을 탄 3학년 2반 선생님에게도 감사의 뜻 엑티브를 띄었다.
그 말고도 이정미 선생님이 학급경영 연구대회에서 전국출전권을 얻은 것도 좋은 소식이고, 신혼여행 갔다가 돌아온 김현진 선생님이 포도주를 들고 온 것, 퇴근 때 윤미자씨가 기다렸다가 장두감을 선물한 것도. 기분이 좋다. 선물이란 얼마나 신경을 써야 되는지 안다. 고맙다.
10. 30 목 맑음
학예회 리허설
어제 저녁 서울팀과 수원팀이 막 붙은 축구경기에서 이운재를 좋아하며 수원팀을 응원하는 아내와 무조건 반대쟁이 나는 아무 연관이 없는 서울팀을 응원하며 희비가 엇갈렸다. 서울팀이 몰고 올라가면 내가 환호성을 지르고, 수원팀이 잘 차면 아내가 고함지르고, 그러다가 추가 시간에 서울팀 기성용이 이운재 키를 넘기는 킥으로 한골을 넣었다. 그래서 내가 어린아이처럼 좋아했다.
오후에 강당에서 학예회 리허설을 했는데 상상외로 아이들이 잘한다. 합창, 합주, 무용, 독창, 모두 잘했다. 수고하여 지도한 선생님들이 존경스럽다. 그런데 동극이 없어 아쉽다. 시 낭송회는 한 명이 두 편씩 하니 지루하다. 우리 합창부 소리가 멋지게 나와 봄보다 좋다고 하니 정재순이 말하길 저번 밀주 발표회에 가 보니 우리 보다 못해요 하며 아깝다는 표정을 짓는다. 나도 사실 아깝다. 그 대회에 우승했으면 이번 가을 잔치에도 우리 학교 아이들의 모습을 볼 수 있었을 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