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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시인의 방 [蒜艾齋 산애재] 원문보기 글쓴이: 松葉
▲시집 [☆연연이 달맞이 가다☆]의 앞표지(좌)와 뒤표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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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연이 달맞이 가다]
申在善 제4시집 / 전원문화사(2013.08.22) / 값 7,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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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두시>
연연이 달맞이 가다
신재선
오다가 멈추니
하나가 못 된다.
다 던져버려라
무엇을 망설이냐.
새로운 사랑이
나타날까 봐
두려우냐.
이 목숨 다 태워야
새 목숨 만나지.
꿀 사칭 유감
신길동
해마다 여름
과일장사들
저마다 파는 과일이
꿀처럼 달다고
과일 앞에 꿀을 붙여
꿀사과, 꿀배, 꿀복숭아, 꿀참외
꿀포도, 꿀바나나, 꿀토마토 등등
온갖 과일을
끌을 사침하며 팔고 있는데
어떤 미친놈이
꿀맛 보고 싶으면
꿀 사서 먹지
과일 사서 먹겠는가?
꿀은 무엇이라고 해야 되나?
부모 마음
신재선
자식이
못난 것은
내 잘못이고
잘 나면 자식 덕.
혼가지
다 빼줘도
줄 것 더 있나
마음에 걸린다.
잠근 길
신재선
먼 길을 떠났었네.
세상의 길이란 길, 모든 길 다 가봤네.
처음 있던 곳에서 더 멀어질수록
새롭고 놀라운 무엇인가를 찾을 줄 알았네.
놀라울 것도, 새로운 것도 없었네.
내 모습만 더욱 더 많이 있을 뿐.
그래서 놀랐네.
알게 되었네. 아무리 멀리 가봐야
내게서 한 발자국 도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을.
밟았다고 생각했던 그 길에
밟히고 있다는 것을.
어느 곳에 도달했을 때
더 먼 길을 가야만 한다는 것을.
나는 이제 길을 떠났네.
아직도 그대는 길에 있는가.
어 머 니
신재선
푹 삭아
곰삭아서
뼈째 씹히는
홍어 같은 한 삶.
스스로는 울어도
남 울려본 적
한 번 없는 이.
가족에 인질 잡혀
평생 다 쓰고
지는 해 되었다.
고우신
그 모습을
자꾸 또 자꾸
보고 싶습니다.
어머니 같은 분을
두 번 다시는
만날 수가 없네.
시인과 하느님
신재선
시인은 몇 마디 짧은 말로
천지를 창조하는데
하느님도 몇 마디 짧은 말씀으로
태초에 천지를 창조하셨으니
온 천지는 천지 시며
하느님 직업은 시인이다.
하느님께서 태초에
말씀으로
단 여섯 날 만에 천지를 창조하시고
입곱째 되는 날부터는
말씀으로 하는 모든 창조를
시인들에게 맡이셨다.
하느님께서 보시기에 매우 좋았더라.
네가 바로 꽃
-그대에게 꽃을 선물하지 않는 이유
신재선
꽃 선물은
받는 사람에게 부족한 아름다움을
절실하게 보충하고
받는 사람을 돋보이게 할 목적으로 하는 것이다
그런데
그대는
자체로 벌써 금상첨화.
완벽하기 때문에
굳이 꽃을 더할 필요가 없다.
피카소가
불과 한 가지 색만으로
완벽한 그림을 그릴 수 있을 때
굳이 한 다스의 색을 더하지 않은 것처럼.
녹색 매화
신재선
천상서
구하기도
쉽지 않다네
고결 숭고한 꽃.
붓 들어
그릴 수는
비록 있어도
지상엔 없는 꽃.
한 송이
가만 구해
어디에 둘까
마음에 두고 피운다.
* 한국화가 성태훈 개인전을 보고.
빛
신재선
빛만큼 빛나는 것은 없다.
서로 반대되는 것은 모두
결국 한 가지 관념을
다르게 표현한 것에 지나지 않는 것.
밝음은 어둠이다.
가장 밝은 밝음은
가장 어두운 어둠.
가장 어두운 어둠도
가장 밝은 밝음도
사람 속에 자리 잡고 있다.
시간은 중요하지 않다.
완벽함이 중요할 뿐.
나는 너, 너는 나
이것이 빛이다.
*서양화가 박현주朴眩姝 개인전을 보고
천국의 꽃
신재선
물 주며
가꾸어도
꼭 지고 말아
꿈에서나 필까.
이제는
손 꼭 잡고
지둥을 켜 줄
내 꽃은 없어라.
시들지
않는 꽃은
꽃이 아닌 듯
져야만 참된 꽃.
지지 않는 꿈
신재선
내가 당신을 사랑하고부터
보이지 않는 꿈을 사랑하며
보이는 꿈을 살아갑니다.
당신이 내 안에 늘 핏줄로 돕니다.
당신을 처음 만났던 그 장면은
당신은 스쳐지나갔기에
잊었을지도 모르지만
항상 내가 기억하니까 괜찮습니다.
이렇게 당신을 바라보며
한 세상 흐르면서도
사랑하면서도
사랑한다는 말 한 마디 못하고
내 목숨 꽃 후회하며 지더라도
늘 그리운 당신은 내 마음꽃밭에
언제나 지지 않는
새 꿈으로 행복하게 핍니다.
* 서양화가 이윤정 개인전을 보고
같이 늙어ㅏ가는 기도
신재선
서로가 첫눈에 반한 호감 때문에
사로의 차이를 과소평가한 탓에
살아가는 동안 자주 부딪치더라도
서로의 차이를 인정하고
사랑을 지켜하게 하소서.
처음 그 사랑을 기억하고
날마다 그 사람과
사랑에 빠지게 하소서.
서로를 늘 바라보고 사랑하고
서로 설레는 마음으로
마음을 털어놓고 말하며
본심을 터놓고 소통하며
나도 너도 모두 옳다 여기며
같이 늙어가게 하소서.
*서양화가 차형록 개인전을 보고
일승월一乘月
- 우뚝 솟은 달
신재선
사람으로 태어나
살아가는 동안
많은 일 했지만
기억되고 싶은 것은
오직 그대만을 사랑했다는
그것 하나.
선홍빛 사랑열매
탐스럽게 열리는 날
기대하지만
마음속 넘쳐나는 천만 마디
그립다는 말
끊임없이 잔속으로 부어 넣는다.
내 마음에 각시 되어
어둠마저 뚫고
온 누리 맞이하는
환한 달빛.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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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설 / 申在善의 詩世界
申在善 詩의 패러디즘(Parodism) 기법
- 第四詩集 《연연아 달맞이 가다》評說
石蘭史 이수화
(詩人, 文學批評家, 文協/PEN 원임 부이사장)
<1>
신재선 시(申在善 詩人의 詩)는 유토피아 지향의 시적 공간과 비루한 현실적 삶의 척박한 공간을 일치, 합일시키는 마력(魔力, 상상하기 어려운 이상한 힘)을 지닌다. 이것이 형이상학적(形而上學的)일 때는 아이러니(Irony, 反轉意味)의 세계상(世界像)을 표상하고, 패러디(Parody,풍자)의 세계상을 형상화 할 때는 변증법적인 가치중립적 공간을 창조해 우리 삶의 척박성, 비루함을 극복케 한다. 다만 그의 시가 패러디즘(Parodism)의 근본적 시성(poeticity, 詩性)인 오리지랄 텍스트의 흠결 꼬집음, 전복(顚覆, 뒤집기)하기, 골계(caricature,滑稽) 등의 풍자적 통쾌미보다는 원텍스트(원작)에 대한 근친주의(옹호, 선양적 확장)로 흐르는 가치중립성이 본령임을 우리는 유념해야겠다. 달리 말해 신재선 시의 패러디즘은 주로 미술가들의 원작(原畵)의 주제나 오브제(프. objet, 소재)를 감상 인용하는 인유(引喩, 다른 예를 끌어다 비유함)의 방식인 원작․ 원저를 원용하는 용사(用事, 修辭, Rhetoric)다. 그의 이러한 마술적(魔術的) 기법이 언뜻 상상하기 어려운 그 만의 시적 마력(魔力)일 수 있음에도 그가 현실적으로 소장한 미술작품에의 남다른 애정, 인사동 화랑 전시품의 전문적 감상안과 순례하는 인간적 성실성 소산임에 분명하다. 따라서 신재선 패러디 시가 담지하는(담고 있는)가치중립성에는 화가들과의 끈끈한 지음적(知音的, 마음이 서로 통하는) 인과성에서 오는 중용주의(中庸主義))가 바로 그의 패러디즘임을 거듭 강조하게 되는 것이다.
가령
오다가 멈추니
하나가 못된다
다 던져버려라
무엇을 망설이냐
새로운 사랑이
나타날까봐
두려우냐
이 목숨 다 태워야
새 목숨 만나지
- <연연이 달맞이 가다> 全文
이 시집 메타 텍스트(시집 제호)로 내세워진 <권두시> 전문을 보자. 시집 말미에 앉힌 시 <일승월(一乘月), 즉 시집 앞 뒤 표지화를 그리고 있는 연(蓮) 전문화가의 아호(雅號)와 연결된다. 화가 성명의 ‘연채숙(延彩淑)’에서 연(延)과 꽃인 연(蓮)을 합친 ‘연연(延蓮)’의 돈호격(사람이나 사물의 이름을 부르는 것)을 앞세워 용사(用事)한 제목이며 그 내용일 터이다. 특히 이 제목의 용언인 ‘달맞이 가다’가 시인 자신의 시 <일승월(一乘月)>을 또한 패러디즘으로 용사한 것이고 보면 신재선 패러디즘 시 전모가 시집 처음과 끝(권두시와 권말시)에 앉힌 전략적 계획에 그 본뜻이 있음을 헤아려 볼 수 있을 터이다. 어쨌든 권두시 <연연이 달맞이 가다>의 신재선 패러디즘은 대뜸 그 용사적(用事的) 마력(魔力)을 발휘하고 있음을 본다. 이 용사(Rhetoric, 수사)의 마술적 기법(魔術的 技法)이란 거듭 말해서 신재선 패러디즘 시 만이 구사되고 있는 가치중립적 중용의 표현(Render)이며 그 시점의 태도(stance)에서 창출되는 결과물(텍스트)에 오롯이 맺혀 있는 것이다. 예시에서 그것은 화가 일승월(一乘月)에게 달맞이 가자는 돈호사(頓呼辭, 부르는 말), 즉 시의 내용으로써 만월(滿月)에 이를 화가 완성태 지향의 원망(願望, 원하고 바람)하는 노래를 부르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와 같은 시인의 패러디 용사는 연채숙 화가의 연(蓮)꽃 그림술(技法)이 아직 초생달이어서가 아니라 실은 이미 완숙, 완결 단계에 들었음을 짐짓 겸양해 노래하는 일종의 겸양사(詞)인 것이다. 가치중립적 패러디즘의 신재선 포에지(프.poesie) 시(詩))인 셈이다. 화가의 연그림이 완성품이라는 사실(Fact)은 권두시 각주에 연꽃 테마파크에 대한 권유담이 절절하게 표상하고 있음에 부합하다.
이와 같이 화가들의 개인전을 보고 그 작품에 대한 용사 인유(用事 引喩)하는 신재선 시의 패러디즘은 시가 인문학(人文學, 文史哲)을 통합하는 인문학 중의 꽃임을 잘 보여주는 사례일 터이다. 사학(史學)과 철학(哲學)이 삶의 형이상학적 세계 지향이라면 문학(시, 소설)은 변증법적 합일의 세계를 지향토록 하게 해주는 것이다. 미술(예술)의 세계와 문학의 세계가 합일하는 신재선 시의 패러디즘이 가치중립적인 중용의 시학인 까닭이 바로 여기게 있는 것이다. 이러한 신재선 시는 따라서 우리의 척박한 현실 공간의 비루성(鄙陋性), 삶의 길항성(拮抗性, 버티어 대항하는 성질)에 통쾌한 전복(顚覆)이나 낭만적 아리아로 합창케 하는 것이 아니라 하늘과 땅이 조화로운 중용의 시학을 펼치고 있는 것이다. 그 직핍(直逼, 바싹 다가움)한 시가 <깨끗한 지도자> 형상화임을 본다.
박정희 대통령이 해병대 용감하다는 말만 듣다가
5.16 때 해병대가 앞장서서 총을 쏘고
죽음을 무릅쓰고 돌격하는 것을 보고는
해병대에게 겁을 먹었다
(……생략, 시집 본문 참조)
“그래 그러면 해병대 중에서 가장 존경받는
선배가 누구인지 조사해서 보고하라“고 하자
변재갑(卞在甲) 당시 해병참모학교 교장을 추천한다
(……생략, 시집 본문 참조)
그래서 박정희 대통령이 卞 將軍에게 탄복하고
5.13 후 초대 부산시장을 맡겼다고 한다
-<깨끗한 지도자> 부분 생략
예시는 컨텍스트로 동원된 박정희 대통령과 변재갑 해병장군의 상호텍스트적 삶의 연결된 태도가 바로 그들 삶의 틀로써 패러디(用事, 引喩)되고 있다. 이처럼 문학화로 성취된 신재선의 패러디즘이 인물들의 가치를 전복하는 풍자적 패러디즘에 경도되지 않고 그야말로 폭소 대신 저들의 지음적(知音的) 일화에 우리가 웃음 짓는 가치중립적 패러디즘 시는 마냥 인사(人事)가 만사(萬事)니, 혁명의 동지만이 고관대작에 오른다느니 하는 현실과 삶의 비루성을 싸악 씻어 주는 인문학적 소통력이 아닐 수 없는 것이다. 장(章)을 달리해 텍스트의 세부에 집중하는 길로 접어들고자 한다.
<2>
신재선 제4시집 <<연연이 달맞이 가다>>의 패러디즘 기법에 중심축을 이루는 용사 인유(用事 引喩)의 수사학(修辭學, Rhetoric)에는 아이러니의 쾌적함이 보인다. 가령, 바이블(마태 25:40)에서 가져온 <바보 하느님>은 그 대표적 성취 사례가 된다.
옛날에 어느 부잣집에 고아인 총각 머습이 있었다
지능이 좀 모자라서 마을 사람들이 바보라고 놀렸고
마을 아이들한테서도 바보라고 놀림을 당했다
(……생략, 시집 본문 참조)
그러던 어느 날 부잣집 강도가 들어
칼로 부자를 찌르는 강도를 막다가
바보머슴이 칼에 찔려 죽었다
바보머슴이 죽고 난 한참 뒤에
부자가 죽어 하느님 앞에 서게 되었는데
하느님이 “고개를 들어 나를 봐라”하기
부자가 고개를 들어 하느님을 보니
그 얼굴이 바로 바보머슴이었다
-<바보 하느님> 부분 생략
불과 20행 2개 스탠자(聯, 연)만으로 한 편의 소설로나 전언(傳言, 말을 전함)이 가능할 듯한 용사, 인유의 텍스트다. 췌사(贅辭. 군더더기 말)를 불구한 짜임새의 텍스트 내용은 부자와 머슴 관계가 사후엔 하느님과 부자 관계로 전복된 아이러니로써 이 시는 성경의 해당 에피소드를 용사, 인유한 확실성의 신재선 패러디즘 기법 성취 사례가 된다. 신재선 시의 패러디즘은 이처럼 패러디되는 원작이나 캐릭터에 대한 신랄한 전복에 따른 통쾌한 웃음을 유발코자 함이 아닌 원작과 패러디 작품 간에 어떤 우월성도 없는 오로지 인간 삶과 공간의 비열, 비루성에 길항하는(대항하는) 미학을 창출함에 그 의의를 가진다. 시인의 균형 잡힌 시정신의 자연스러운 훈치성(訓治性, 다스림)이다. 이제 시재선 패러디즘 시의 다양한 기법 모습을 병치해 살펴보기로 한다. 행두 번호는 평설자의 것이다.
① 靑春扶社稷 白首臥江湖(韓明澮 詩)
② 靑春傾社稷 白首汚江湖(金時習 詩)
① 젊어서는 사직을 붙잡고
늙어서는 강호에 누웠노라
② 젊어서는 사직을 기우렸고
늙어서는 강호를 더럽혔네
③ 내 함께
놀던 벗은
저 머리 저승
모두 다 가있다
죽고 삶
셀 수없이
그리운 나이
그렇게 되었다
간 세월
헤어보다
분명한 일은
적막 같은 죽음
해골가루
한 번 뿌려지면
다시 이 세상
이곳엔 못 오리
*고원(高原) 차주환(車珠換, 경남 울산. 2012.06.13작고)의 그림을 보며
-<시간의 거울> 全文
예시군(例詩群) ②의 김시습은 ①의 한명회 시를 글자 2개만 바꿔 패러디함으로써 김시습의 용사는 한명회 원시를 전복(뒤집어) 풍자하여 그 인생을(텍스트를) 여지없이 공격해 마지않고 있다.
괄호 속 한시 해석 시가 그 내용에 직핍하므로 달리 해설할 여지가 없겠다. 김시습이 한명회를 비꼰(비판한) 사실(Fact)은 사실(史實)에 부합한다. 글자 두 자를 바꿔 시 전체를 전복한(뒤집은) 이 기법이 바로 환골탈태법(換骨奪胎法)에 해당되기도 한다. 본시 반용법이지만,
이와 같이 신재선 시 ③<시간의 거울>은 화가 차주환의 삶과 죽음 뒤의 시간에 비추어 본 화가 작품의 가치와 인생의 덧없음에 대한 패러디즘 서정시다. 리리시즘시로 너무나 뛰어난 신재선 패러더시 <시간의 거울>은 ②김시습 패러디시가 ①한명회 원시에 대해 가차 없는 풍자적 전복을 완성하고 있음에 비해 ③신재선 패러디시 <시간의 거울>은 동일한 시간의 거울 속 사실(Fact)에 대한 근친성을 드러내 보이고 있다. 상호텍스트성이 이 같은 근친성은 가치중립적 스탠스(Stance, 자세)가 분명한 것으로 시인의 삶에 대한 중용주의 자세이고 합일의 세계를 꿈꾸는 반낭만주의적 유토피아 지향성의 패러디스트 기법임을 알 수 있다. 신재선 패러디즘시 <시간의 거울> 후말연(後末聯).
해골가루
한 번 뿌려지면
다시 이 세상
이곳엔 못 오리
와 같은 리리시즘(lyricism, 서정성)은 패러디스트의 원작(화가의 그림)애 대한 헌사(근친성)와 함께 사거(死去, 작고)한 화가의 그와 같은 그림(繪畵作品)의 재창조가 불가능하다는 수사학(修辭學, Rhetoric)인 것이다. 이점에서도 신재선 패러디즘시의 가치중립주이는 확인을 재언할 필요가 없다. 고도의 용사적(用事的) 레토릭 기법이 아닐 수 없다.
① 천상서
구하기도
쉽지 않다네
고결 숭고한 꽃
붓 들어
그릴 수는
비록 있어도
지상엔 없는 꽃
한 송이
가만 구해
어디에 둘까
마음에 구고 피운다
-<녹색 매화> 全文
② 磨鎌似新月(낫을 새 달처럼 간다)
③ 新月似磨鎌(새 달이 간 낫과 같도다)
예시군(例詩群) ①은 신재선 패러디즘시 <녹색 매화>고, ②는《東人詩話》에 보이는 시고 ③은 ②를 패러디한 한퇴지(韓退之)의 시다. ②를 ③과 같이 패러디한 기법, 즉 ②의 뜻을 뒤집어 ③과 같이 하는 패러디 기법을 한시에서는 번안법(飜案法)이라 하는데 예거한 환골탈태법과 함께 까다로운 듯하면서도 독특한 기법이 아닌가 한다. 그런데 여기서 신재선 패러디즘시 ①<녹색 매화>의 화가 성태훈 개인전에서 ①작품을 감상하고 또는 매입 소장하고 패러디한 예거시 ①에 표상되고 있는 미학을 말함이다. 달리 말해 신재선 패러디즘시의 번안법 기법이 예시 ①에 구현되고 있음을 거론차는 것이다. 예시 ①, 즉 성태훈의 그림 <녹색 매화>는 패러디시에 보이듯 천상에도 없고(첫 연), 지상에도 없는(제 2연) 오로지 이데아(시인의 유토피아)에만 존재하는(후말 연) 꽃이다.
이렇게 해서 화가(성태훈)가 그린(창조한) 지상의 꽃(존재케 된 매화) 그림을 형이상학적 이상세계(理想世界)에 존재하는 꽃으로 뒤집어 형상화(존재케)한 신재선 시의 패러디즘을 우리는 저 앞서 예거한 ②와 ③의 기법상의 관계와 동일시하게 된다. 결론적으로 말해 이와 같은 신재선 패러디즘시가 바로 장르 자체를 전복하는 번안법 기법의 레토릭(修辭學) 실현으로 보아 타당하다 하겠다. 특히 예시 ①과 같은 리리시즘시는 고답적인 또는 진부하기까지 한 서정시의 새로운 면모(패러디즘시로서의) 과시하는 텍스트 자존적 페이스가 뛰어나다. 거듭 말해 신재선 패러디즘시는 그 시성(詩性, Poeticiyu)의 리리시즘(서정적 태도)에서나 언어와 리듬간의 해조(諧調, 잘 조화됨)가 매우 비감적(悲感的)이어서 독특한 세계(世界)를 이루고 있다 하겠다. 비수적(悲愁的, 슬픔과 근심), 비극적(悲劇的) 텍스트의 아우라(Aura, 예술작품이 가진 흉내 낼 수 없는 독특한 분위기)야 말로 우리 삶의 비루함에 영초(靈草)와 같은 영향을 끼치는 게 아닐까. 신재선 패러디즘시가 담지하고(담고) 있는 바일 것이다. 이제 이쯤에서 그의 시가 한국 현대시의 담담한 도정상(道程上)에 우리 삶의 비루한 공간, 또는 척박한 사상적(思想的) 혼돈상에 한 날카로움의 첨예한 기법으로 패러디즘의 마력(魔力)을 발휘하게 된 제4시집《연연이 달맞이 가다》평설글에 복중(伏中)의 무더위가 다 물러가는 듯한 시인의 역작시 <천하제일정신> 한 편을 다잡아 숙독하면서 연필을 놓을까 한다.
어른은 가시고
향기는 진하게 남았습니다
모두 나만 잘 살겠다고
애쓰는 이때에
국가와 민족을 제일로 생각하시던
오로지 어른이 더욱 그립습니다
세상 모든 말로
세상에서 제일 좋은 시를 쓴다고 한들
어른의 붓털 한 올을 당하겠습니까
-<천하제일정신> 全文
이 시는 <호암 탄생 100주년 기념, 호암서예전> 관람시이다. 해동공자 고운 최치원이 당말(唐末) 황소의 난에 쓴 항복 권고문을 접한 황소가 세 번이나 놀라 땅바닥에 무릎을 꿇었다는 이야기-. 호암서예를 접한 신재선 시인이 “어른의 붓털 한 올을 당하겠습니까” 라는 시구 또한 비할 길 없는 시인 정신의 표일성(飄逸性, 세상을 벗어난 기상)에 값한다 하리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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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申在善 시인∥
∙시인(詩人), 민조시인(民調詩人), 작사(麻雀士)
∙ 1998. 계간 <자유문학> 시 등단
∙ 2004. [월간문학] 민조시 등단
∙한국문인협회/국제PEN CLUB 한국본부 회원
∙마작저서 : [필승마작](1989), [알기쉬운 한국식 필승마작](1994. 전원문화사), [필승마작](1999.전원문화사), [즐거운 마작](2005.전원문화사)
∙시집 : [내가 시를 쓰는 법](2007.천우문화사), [진보라](2008. 천우문화사), [마작시](마작시집, 2012. 전원문화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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