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
연경에 들어가는 조운경을 보내다[送曺雲卿入燕]
솔 비람에 돌 솥이라 묵연이 참다우니 / 松風石銚墨緣眞
향연기 한 오라기 생각마다 지난 일들 / 一縷香煙念念塵
만리라 서로 보는 청안이 예 있으니 / 萬里相看靑眼在
소재에 또 하나의 나루 묻는 사람일레 / 蘇齋又是問津人
[주D-001]나루 묻는 사람 : 《논어(論語)》 미자(微子)의 "자로를 시켜 나루를 묻다.
[使子路問津]"에서 나온 말인데 여기서는 조운경(曺雲卿)을 옹방강에게 소개하는 뜻임.
간산(看山) 2수
천 폭의 가을산은 난마준이 이 아닌가 / 秋山千幅亂麻皴
내민 골짝 긴 숲은 점염이 새롭구려 / 陡壑脩林點染新
이로부터 돌 뿌리는 한 자 길이 전혀 없어 / 從此石根無尺大
저울 눈금 접고 포개 날카롭게 만들었네 / 錙銖摺疊作嶙峋
천태산의 시게는 원만하기 어려워라 / 天台詩偈杳難圓
휜 구름 붉은 숲에 이 몸이 깃들었네 / 身在白雲紅樹邊
가을 바람 열흘을 호수 위에 묵노라니 / 十日秋風湖上宿
터럭 뿌리 으시으시 물안개 생기련다 / 髮根謖謖欲生煙
[주D-001]난마준 : 화법의 일종임.
[주D-002]천태산의 시게 : 주 16) 참조.
취우(驟雨)
나무 나무 더운 바람 잎 잎이 나란한데 / 樹樹薰風葉欲齊
두어 봉 서쪽에는 비 짙어 새카맣네 / 正濃黑雨數峯西
청개구리 한 마리 쑥빛보다 새파라니 / 小蛙一種靑於艾
파초 잎에 뛰어 올라 까치 울음 흉 내누나 / 跳上蕉梢效鵲啼
도중(途中)
갓 개인 들녘 물에 해오라비 맴도는데 / 野水初晴白鳥廻
가을 바람 말 몰아라 고성의 모퉁이서 / 秋風驅馬古城隈
밥 아니 먹어도 오히려 배부르니 / 縱然不食猶堪過
뭇 곡식 향기 속에 십리를 거쳐 왔네 / 䆉稏香中十里來
중양(重陽)
솜 갖옷 으시으시 새벽 서리 스쳐 가니 / 緜裘凄薄拂晨霜
붉은 잎 푸른 산에 외길이 기나 기네 / 紅葉靑山一路長
객지의 서녘 바람 나를 아니 저버리니 / 客裏西風還不負
고운의 사당 아래 중양이 맞이하네 / 孤雲祠下展重陽
관서에 노니는 심호 장인을 보내다[送心湖丈人遊關西] 2수
도망 노래 멎자마자 최장시를 지었는데 / 悼亡纔罷賦催粧
달밤의 선소소리 다시금 애를 끊네 / 明月仙蕭更斷腸
한가지의 매화가 탄식을 하는 듯이 / 一枝梅花如歎息
바람 앞에 소진왕을 창 불러 보내누나 / 臨風唱送小秦王
추운 겨울 등불에 먼 생각 가물가물 / 歲寒燈火黯遙思
삼기 별은 집에 꽂혀 밤빛조차 더디구려 / 挿屋參旗夜色遲
술잔이랑 찻종지 모두 다 서글프니 / 酒琖茶鎗俱悵惘
나그네 돌아올 때 흰구름 꿈 같으리 / 白雲如夢客歸時
[주D-001]도망 : 상처(喪妻)를 이름. 진(晉)나라 반악(潘岳)이 상처를 보고 도망시(悼亡詩) 세
수를 지었는데 그 시가 전송되어 뒷사람이 상처를 당한 용어로 쓰고 있음.
[주D-002]최장시(催粧詩) : 최장은 장가드는 것을 이름. 《몽화록(夢華錄)》에 "무릇 장가들 때에는 혼인 하루 앞서 신부에게 단장을 재촉하는 뜻으로 관피(冠帔)와 화분(花盆)을 보낸다." 하였음. 그리고 당 나라 사람이 성혼하는 저녁에는 최장시가 있으므로 육창(陸敞)이 운안공주(雲安公主)를 위하여 최장시를 지었음.
[주D-003]달밤의 선소소리 : 선인(仙人) 소사(簫史)와 진녀(秦女) 농옥(弄玉)의 고사를 이름. 여기서는 재취부인마저 죽었다는 말로 쓴 것임.
[주D-004]소진왕 : 당 태종(唐太宗)을 말함. 사패(詞牌)의 이름으로 곧 진왕의 소파진악(小破陣樂)이다. 송 나라 시인 진관(秦觀)이 말하기를 "근세에 또 노래하여 소진왕에 넣어 다시 양관곡
(陽關曲) 속쌍조(屬雙調)라 이름했다." 하였음. 여기서는 양관곡을 취하여 이별의 뜻으로 쓴 것임.
[주D-005]삼기 : 삼성(參星)을 말함.
서벽정 가을날[棲碧亭秋日]
하나 둘의 새소리 옛 거문고 간맞추고 / 一二禽聲叶古琴
사양은 빤히 비쳐 긴 숲을 지나가네 / 斜陽明瑟過脩林
이름 난 샘 한가로운 공양과 흡사하니 / 名泉恰似閒供養
모두 구름에 졸고 돌에 앉은 사람일레 / 俱是眠雲跂石人
전추(餞秋) 4수
말을 주며 비끼인 저 기럭 글자 바라보니 / 贈言爭看雁書斜
서녘 바람 서글픈 구우의 집이로세 / 惆悵西風舊雨家
늙은 국화 철을 따라 가지를 아니하니 / 老菊不隨時節去
가을 꽃이 내일이면 바로 겨울 꽃이로세 / 寒花明日是冬花
몇 섬들이 조각배는 지는 잎 싣고 가니 / 落葉裝歸幾斛舟
찬 서리 남겨 주어 사람머리 하얗구려 / 寒霜留贈白人頭
단풍 숲 옥 이슬을 어디메서 찾아볼꼬 / 楓林玉露今無處
기주의 한 늙은이 시정이 줄겠구만 / 減却詩情老夔州
찬 강의 이어 바람 불어 주길 마다하니 / 寒江斷送鯉魚風
이별을 나눈 뒤로 편지 소식 아득아득 / 別後音書渺渺中
두 번 더웁기란 이제 바라기 어려우니 / 再熱如今難復望
둥근 부채 몇 번이나 서궁을 원망했노 / 幾回團扇怨西宮
능수버들 봄 마음은 상기도 식지 않아 / 楊柳春心尙未灰
한들 한들 멋부리며 가을을 보내주네 / 絲絲猶得送秋回
중동에는 다시 또 중양이 들었으니 / 仲冬更有重陽在
한향(寒香)을 잔에 띄워 옛 대에 오를 걸세 / 爲泛寒香上古臺
[주D-001]구우(舊雨) : 원문에 "舊雨"의 '雨'자는 '友'와 동음이므로 친구의 뜻으로 씀.
두보의 시소서(詩小序)에 "尋常車馬之客 舊雨來 今雨不來"라고 한 데서 유래하였음.
[주D-002]단풍 숲 옥 이슬 : 가을을 말함. 두보의 추흥팔수시(秋興八首詩)에 "玉露凋傷楓樹林"
에서 기인된 것임.
[주D-003]기주 : 중국의 지명인데 두보가 기주에서 추흥시를 지었음.
[주D-004]이어 바람 : 구월 바람을 말함. 당 나라 이하(李賀)의 시 "門前流水江陵道 鯉魚風起芙蓉老"에서 나온 것임.
[주D-005]편지 소식 : 고시(古詩)의 "客從遠方來 遺我雙鯉魚 呼兒烹鯉魚 中有尺素書"에서 나온 것으로 앞 글귀와 연관된 것임.
[주D-006]둥근……원망했노 : 둥근 부채는 반첩여(班婕妤)의 단선(團扇)을 말하며 서궁은 후궁(後宮)임.
[주D-007]중동에는……들었으니 : 11월 9일을 말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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