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거란 말이 이상하다고 진작부터 느끼던 중
인터넷 신문 ‘프레시안’에 글이 하나 올라 왔다.
'서거(逝去)' 역시 일본식 한자
(소준섭의 正名論) '강박'된 언어, 2009-08-21
전략(前略)
'서거(逝去)'라는 말은 "명성이 높은 분들이 세상을 떠나다"의 뜻으로
존경심을 담아 사용되고 있다. 그런데 실은 일본에서 만들어진 용어로서
우리가 그대로 답습하고 있을 뿐이다.
한자어 그대로 풀이하면 '지나가다', '사라지다', '소실되다'의 의미로서
실제 중국에서 '逝去'는 '가버린 사랑'이나 '지나간 나날들', '잃어버린 기억'
등으로 많이 사용되고 있다. "백범 김구 서거 60주년"이라는 기사도 있었는데,
김구 선생께서 이 사실을 아시게 되면 매우 불편한 심정이실 게 뻔한 노릇이다.
일본에서 지위가 가장 높은 천황의 죽음은 '逝去'가 아니라 '붕어(崩御)'로
표기되며, 황족과 종3품 이상의 公卿(뒷날 武士도 포함)의 죽음에 대해서는
'훙거(薨去)'라는 표현을 사용한다.
조선의 마지막 황제 고종이 세상을 떠났을 때 당시 신문 "매일신보"와
"신한민보"는 각각 '훙거'와 '붕어'라는 용어를 사용하였고, 순종이 세상을
떠났을 때는 '승하(昇遐)'라는 용어를 사용하였다.
그런데 "제2차 조선공산당 사건 검거에 관한 보고"라는 제하의 '경성지방법원
검사국' 보고서에는 '6·10만세운동'을 언급하면서 "창덕궁 주인 '서거(逝去)'
에 즈음하여"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다. 당연히 조선 국왕의 격을 낮추려는,
그리하여 조선이라는 나라의 격을 꺾으려는 의도에서 비롯된 용어이다.
이러한 의도가 관철되어 결국 일제시기를 거쳐 이 땅에 '서거' 용어가
보편화된 것으로 추정된다.
'서거'라는 용어로 묘사되는 작금의 현실은 조선 사람을 2류 식민지
백성으로 전락시키기 위하여 일본이 구사했던 언어 전략에 길들여진
'희화화한' 자화상이다.
후략(後略)
기사 전문은 다음 사이트에서 볼 수 있다.
http://pressian.com/article/article.asp?article_num=40090819170847§ion=04
그럼 서거 대신 무슨 말을 쓰면 좋을까?
붕(崩), 훙, 졸(卒),승하(昇遐)는 일본식 한자는 아니지만 적당하지 않다.
중국 천자(?)가 죽으면 붕(崩)이라고 하니, 실록을 보면 우리 임금이 죽으면
붕을 못 쓰고 ‘훙’ 또는 승하라고 했다. 그 아래 사대부가 죽으면 졸(卒)이다.
DJ 나 노통은 군주 격이었으니 승하(昇遐)를 쓸 수도 있겠지만
민주국가에서 말이 되는가?
따라서 졸(卒)이 맞는데 너무 이상하게 들리지 않는가?
그런데 왜 잘 알지도 못하는 문자를 쓰지 않으면 못 배겨 하는 것일까?
학교 동창회 홈페이지에 부고 관련 글 올라오는 것 보면
쉬운 말은 제쳐두고 어려운 말을 골라서 찾아가며 쓰고 있다.
빙모(聘母), 빙장(聘丈)..
내 나이 정도면 누구를 이야기 하는지 다 알기야 하겠지만,
이제 거의 사어(死語)가 된 것 아닌지? 김유정의 봄봄 인가 하는
소설에서 빙장이란 말을 읽은 듯 한데 그게 근 70 여 년 전이다.
장인 장모라고 하면 격이 떨어진단 말인가?
실제(實弟)
몇 년 전에 동창 아우가 죽으니 부고가 누구의 실제(實弟)라고 올라왔다.
동생이면 당연히 실제 아우-實弟지 갑자기 진짜 가짜는 왜 따지나?
진짜 가짜 문제가 아니라 동생 보다 실제(實弟) 쪽이 괜히 유식하게
들리는 듯 했기 때문이었다.
상배(喪配)
동창 하나가 부인상을 당했는데 문자 메시지가 아무개 상배로 나갔다.
그랬더니 죽은 사람이 대체 아무개냐 ? 상배냐? (동창 이름 중 ‘상배’가 있다)
하고 헷갈려 하는 사람이 의외로 많았다.
그 외로 귀적(歸寂)이란 말을 쓰기도 하는데 몇이나 알아 들을지?
서거고 별세, 작고, 사망, 붕, 훙, 승하, 졸 등등
다 집어 치우고 우리 말로 하면 좋지 않을까?
참고로 동창회 부고란을 내가 쓸 경우는 ‘아무개 아버님 또는
어머님이 세상을 떠나셨습니다/ 돌아가셨습니다’ 해 버린다.
첫댓글 그러게 말입니다. 격식 차린다고 지나치게 어려운 말들을 사용하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한글학회(?) 등에서 적당한 용어를 정리, 선정하여 보급하고 교육했으면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