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오랫만입니다.
근래에 바빠서 자주 못들어와서 죄송합니다.
오늘 장문의 글을 올리려는 것은 다름이 아니라
옛날 제가 바람새에 올렸던 리칭의 스잔나 중국어 가사가
알고 보니 엉터리여서 그것을 고치기 위해서입니다.
제가 검색을 해보니 이곳에도 리칭의 스잔나 글들이 많이 있고
훈장님이 여기에서 스잔나의 중국어 가사 까지 올려놓으셨는데
그게 바로 제가 올린 잘못된 중국어 가사 버전입니다.ㅠ,ㅠ
사정은 다음과 같습니다.
바람새 초기에 노래 가사에 대한 글을 많이 올리곤 하였는데
고딩때 좋아하였던 영화 로미오와 줄리엣의 오리지널 사운드트랙의 <카풀렛가의 축제>가사를
무려 30년만에 인터넷의 도움으로 찾아서 올린 적이 있고
초딩때 듣던 리칭의 스잔나의 노래 가사도 인터넷을 통해서 찾을 수 있게 되었죠.
청춘무곡이야 워낙 유명한 민요이기 때문에 나중에 가사를 쉽게 알 수 있었는데
만추의 오동잎을 바라보며 부르는 노래는 가사를 알 길이 없었는데 너무나 반가웠고
또한 리칭이 홍루몽의 임대옥 연기를 할 때 부르는 경극 노래 가사도 있더군요.
명색이 중어중문학과 교수라서 그 가사를 사람들에게 널리 알리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중국어 가사에다 한국 발음을 달고 해석을 해서 올렸습니다.
그런데 거기서 올려놓은 노래 가사 가운데 몇 군데가 아무래도 찜찜한 느낌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당시는 그 사이트 외에는 국내는 물론이고 홍콩, 대만, 중국 어디에도 없었죠.
조금 찝찝하기는 하였지만 무슨 대단한 책이나 논문을 쓰는 것도 아니고
그저 제가 어린 시절 좋아하였던 추억의 중국 노래의 가사를 올리는 것인지라
에라 모르겠다, 그냥 올려버리자 하고 올려놓았던 것입니다.
무려 10년의 세월이 흐른 근래에 이르러 그 노래를 중국어로 부를 일이 있어서
다시 그 가사를 찾아보게 되었는데 여전히 그 부분이 찜찜하게 걸리더군요.
아무래도 가사가 틀린 것같은 생각이 들어 정확한 가사를 찾고 싶어
혹시나 싶어 인터넷에 리칭의 스잔나를 검색하니 중국어 가사가 엄청 많이 뜨더군요.
그런데 문제는 대부분의 중국어 가사가 저의 버전을 그대로 사용하고 있더군요.
중국어 발음을 한글로 쓴 것을 보면 제 것인지 바로 알 수가 있지요.
그래서 이번에는 중국 사이트에 들어가서 확인해 보기로 하였습니다.
옛날에는 없었지만 그 사이 중국 사이트가 엄청 다채롭고 풍부해졌기 때문에
혹시 중국어 가사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과연 아니나 다를까 원 영화를 중국어자막으로 볼 수 있는 사이트가 있더군요.
과연 중국어 자막을 통해서 보니 역시나 노래 가사에 틀린 부분이 많더군요.
10년만에 정확한 가사를 알게 되어 기쁜 마음도 들었지만
10년 사이에 저의 잘못된 버전이 우리나라에 널리 퍼진 것이 미안하기도 하고
새삼스럽게 인터넷의 위력에 대해 두려운 마음도 들었습니다.
그래서 비록 늦었지만 10년만에 리칭의 스잔나 엉터리 중국어 가사를 고칩니다.
줄친 부분이 바로 새롭게 수정한 부분입니다.
夕陽照天空
시양자오티엔쿵
掠過一陣無情風
뤼에구어이쩐무칭펑
吹落片片梧桐葉
췌이루어피엔피엔우퉁이에
黃葉滿街秋意濃
황이에만지에치우이눙
秋意濃夢成空
치우이눙멍청쿵
怕見黃葉舞秋風
파찌엔황이에무치우펑
生命像這一樹梧桐
성밍시앙쩌이수우퉁
怎堪那凜冽的西風
전칸나린리에더시펑
夕陽留不住
시양리우뿌주
人生來去太匆匆
런성라이취타이충충
明春梧桐發新綠
밍춘우퉁파신뤼
我隨風歸去永無踪
워쉐이펑꿰이취융우쭝
석양은 하늘은 비추는데
한 줄기 무정한 바람 스쳐가네
우수수 날려 떨어지는 오동잎
누런 잎 거리에 가득하고 가을은 짙어가네
가을은 짙어가고 꿈은 헛되어라.
가을 바람에 누런 잎 춤추는 것 보기가 두렵구나.
생명은 이 한 그루 오동나무와 같아
그 차가운 서쪽 바람을 어이 견디리.
인생은 왔다 가는 것이 너무 빠르구나.
석양은 잡아 둘 수 없는데
내년 봄 오동나무는 새싹이 돋으련만
나는 바람따라 돌아가 영원히 흔적조차 없으리
* 옛날 버전과 정확한 버전의 차이는 다음과 같습니다.
踏踐荒野無秋風 타찌엔황이예우치우펑 -> 怕見黃葉舞秋風 파찌엔황이에우치우펑
가을바람도 없이 거친 들판을 밟는구나 -> 가을 바람에 누런 잎 춤추는 것 보기가 두렵구나
爲甚么來去太悤悤 웨섬머라이취타이충충 -> 人生來去太悤悤 런성라이취타이충충
어찌하여 오고감이 그리 빠른가 -> 인생은 왔다 가는 것이 너무 빠르구나
迎春梧桐 잉춘우퉁 -> 明春梧桐 밍춘우퉁
봄을 맞는 오동나무는 -> 내년 봄이면 오동나무는
我隨夢歸去 워쉐이멍꿰이취 -> 我隨風歸去 워쒜이펑꿰이취
나는 꿈을 좇아 돌아가리니 -> 나는 바람따라 돌아가
여기뿐만 아니라 스잔나가 홍루몽의 임대옥 연기를 하면서 부르는 노래도 틀린 데가 많네요.
틀린 부분이 많은 정도가 아니라 아예 완전히 엉뚱한 가사네요.
이 가사를 처음 채록하신 분도 참, 잘 안들렸으면 오류가 있을 수 있다고 말하면 될텐데
너무 자신만만하게 가사를 올려놓았기에 저는 조금 미심쩍었지만 그냥 믿었죠.
---스잔나가 홍루몽의 임대옥역을 맡아서 연기를 하면서 손수건을 화로에 태울 때 나오는 노래--
詩帛揮別, 人心已變
스보훼이비에, 런신이삐엔
一片眞心換假心
이피엔전신환지아신
早知人情比紙薄
짜오즈런칭비즈보
我毁了詩帛到如今
워훼이리아오스보따오루진
萬般人情從此絶
완빤런칭충쯔쥐에
只落得一彎冷月照放詩魂
즈루어더이완렁위에자오팡스훈
시 적힌 손수건 버리노라 인심이 이미 변하였으니.
한 조각 진심은 거짓마음으로 바뀌네
인정이 종이보다 얇다는 것 진작에 알았지
내 이제 시 적힌 손수건을 망가뜨렸으니
만 가지 정 이제는 모두 끝이로구나
다만 굽이진 차가운 달만이 시혼을 비출 뿐
*옛날 버전과 정확한 버전의 차이
時空會變, 人心易變 스쿵훼이삐엔 런신이삐엔 -> 詩帛揮別, 人心已變 시보훼이비에 런신이삐엔
시공도 변해가고 인심도 쉬이 변하네 -> 시 적힌 손수건 버리노라 인심이 이미 변하였으니
我會留時空到如今 워훼이리우스쿵따오루진 -> 我毁了詩帛到如今 워훼이리아오스보따오루진
나는 지금까지 세상에 머물 수 있었지만 -> 내 이제 시 적힌 손수건을 망가뜨렸으니
萬般人情空自持 완빤런칭쿵쯔츠 -> 萬般人情從此絶 -> 완빤런칭충츠쥐에
만 가지 인정 속절없이 자제하였구나 -> 만 가지 정 이제는 모두 끝이로구나
只落得一彎冷月照放世坤즈루어더이완렁위에자오팡스쿤 -> 只落得一彎冷月照放詩魂 즈루어더이완렁위에자오팡스훈
다만 떨어지는 차가운 달이 세상을 비출 뿐 -> 다만 굽이진 차가운 달만이 시혼을 비출 뿐.
원래 중국어는 성조가 뜻을 구분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
노래 부를 때는 성조가 무시되기 때문에 알아듣기가 상당히 어렵지요.
그런데 홍루몽 부분에서는 손수건에 관련된 가사가 많이 나오는데
영화를 제대로 보았더라면 저렇게 채록하기는 힘들텐데...
아무튼 오류를 잡기는 잡았는데 그 사이 잘못된 버전이 너무 널리 퍼져버렸네요.
이제 와서 다시 되돌리기는 상당히 어려울 것이라 생각합니다.
처음 올린 사람의 잘못도 있지만 그것을 그대로 믿고 올린 저의 잘못도 큽니다.
더군다나 제가 중어중문학과 교수이고 중국어 발음을 달고 번역까지 하는 바람에
저의 버전이 더욱 널리 퍼지게 된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지식인의 한 사람으로서 잘못된 정보를 널리 퍼트린 점, 책임을 통감합니다.
지금이라도 제대로 잡혀지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혹여 저의 버전을 그대로 쓰신 분들은 이 글을 보시고 고쳐주세요.
너른돌
첫댓글 혹시나 싶어 이곳에도 찾아와서 검색해보니 스잔나에 대한 글들이 많네요.
그 중에 훈장님이 올리신 중국어 가사는 바로 바람새에 제가 올린 잘못된 가사이지요.
그 잘못된 가사는 지금 무려 수백 수천개 이상의 카페와 블로그에 올려져 있습니다.
10년 사이에 저도 모르는 사이에 그렇게 널리 퍼져 버린 것이지요.
이제와서 다 고치기는 힘들 것이고 일단 제가 아는 곳이라도 바른 가사를 올려놓아야지요.ㅠ,ㅠ
학자의 양심이란게 이런 것이 아닌가 합니다. 존경스럽네요. 지난번 너른돌님의 댁방문에 바쁜일정으로 찹석을 못하였으나 아직도 예술가와 인문학자의 댁을 방문하려는 의지는 갖고 있습니다. 언제든 기회를 주시기 바랍니다. 019-3585455
엔터김님, 반갑습니다.
언제 또 사람들을 초청할 기회가 있겠지요.
개인적으로 방문하시려면 연락을 한 번 주세요.
네 오늘 너른돌님 이야기를 하였습니다. 곧 연락을 한번 드리지요
한글 발음을 하나만 더 수정하셔야겠습니다..
人生來去太匆匆 머라이취타이충충 ..
너른돌님 뵈온 지가 꽤 오래됐습니다..올 해는 뵈올 수 있겠지요? ㅎㅎ
허걱, 그렇네요.
유유자적님, 정말 예리하십니다.
그런 미세한 오자 탈자까지 잡아내시다니...
감사합니다.^^
조만간 뵐 수 있겠지요.^^
저야 요레 말해도 조레 써놓아도 모르는 한자에 발음이지만...
수고 많으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