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일 항상 8시 50분에 집을 나와 집 앞 정거장에서 여자친구 보다 더 애타게 기다리던 버스, 5714. 버스는 어쩌면 사람 보다 나은 것 같다. 항상 같은 시간 같은 곳으로 오니까. 그렇게 버스에 타면 사르르 몸이 녹아내린다.
"다음 정거장은 문래동 남성 아파트입니다."
이 소리에 따뜻한 아랫목 같은 자리에서 일어나 버스 카드를 답말기에 찍는다. 내리면 다시 괜한 빌딩풍이 나를 매섭게 때린다. 그리고 학원에 들어서면 인상 좋은 할머님들의 얼굴과 힘이 남아 도는 젊은이들이 많다. 그리고 수업이 시작되면 한쪽에서는 수면실이 생긴다. 한 무리의 10대들이 세상 물정 모르게 잠에 들어있다. 가끔 나도 너무 힘이 들면 한숨 붙였었다. 항상 학원이 끝나고 버스를 타려 나오다 보면 한 파이프 가게가 보이는데 항상 12시 4분을 가르키고 있었다. 항상 2분이 느렸다. 정류장 앞의 신호등은 너무 길어서 항상 버스가 와도 그림의 떡이 되어버린다. 그럼 나는 투덜투덜 버스를 기다린다.
월,화,목은 학원 끝나고 아무것도 없어 집에서 너구리가 되거나 키보드 안마를 한다. 수,금은 초등학교 때 오래 다녔던 학원을 간다. 친구 엄마가 해서 가는데 아일랜드 형인 내일 모레 'Colin'이랑도 만난지 4년 정도 된 것 같다. 서로 친구 같고 게임 얘기도 한다. 지난 주 수요일에 마지막으로 그와 수업을 가졌다. 필리핀 가기 전에 물어볼거나 그런 것들 있으면 오란다. 좋은 선생님이다.
이 번 겨울 방학은 지난 여름 방학과는 다르게 친구들과 많이 만날 수 있을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는데 예상치 못한 학원 때문에 많이 놀지 못하였다. 그리고 내가 동네를 돌아다니면 초등학교 친구들을 하나 둘 정도는 볼 것 같았는데 전혀 아는 사람을 보지는 못 했다. 그래서 조금은 아쉽다. 아는 사람들과도 만나고 싶었는데....
한 번은 초등학교 때 축구를 배웠던 선생님을 만낫다. 나는 지금도 변한 것이 없는 것 같다는 말을 들었다. 그런가? 나는 잘 모르겠는데. 내가 없던 당산동은 지금도 언제나 똑같은 것 같다.
방학에 들어서면서 동생과 갖는 시간이 정말 많아졋다. 예전에는 매일 같이 붙어서 싸웠는데 지금은 정말 서로 말도 많고 친절해진 것 같다. 솔직히 동생이랑 있으면 재밌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재밌다.
이제 개학을 하면 꽃보다 15반의 친구들은 필리핀으로 가는데.... 솔직히 에전에는 몰랐는데 지금은 보내고 싶지는 않다. 재밋었는데 지금 보내기에는 너무 아쉬운 것 같다. 더 잘 놀 수 있을 것 같은데 지금 가면..... 솔직히 절반이 없어지면 힘들 것 같다. 빈자리를 어떻게 채울지가 가장 중요한 문제 같다. 괜히 또.....
이렇게 방학도 끝이 보인다. 지나간 잊혀질 추억할 1학년의 마지막 1학년이 지나간다.
ps.꽃보다 15반 필리핀 잘 갔다오고 내 망고 사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