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덕의 정식 이름은 ‘도널드 펀틀로이 덕(Donald Fauntleroy Duck)’, 보통 ‘도널드 덕’이라 부르는 이 수다쟁이 오리는 월트 디즈니의 단골 도넛 가게 주인 이름을 땄다고 한다. 주황색 부리에 선원 복장을 주로 하는 도널드 덕은 미키마우스가 큰 성공은 거두었으나 그 창작 과정에 부담(오리지널 캐릭터 오스왈드와의 관계, 법적 분쟁 등)을 가지고 있던 월트 디즈니가 자신만의 캐릭터를 위해 만들어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시기는 월트 디즈니가 그림 작업에서 손을 뗀 이후 기획자와 프로듀서로서의 역할만 하던 시기로 그가 설립한 회사, 월트 디즈니 프로덕션에서 디자인을 담당했다.
1934년 디즈니의 단편 애니메이션 시리즈 실리 심포니 중 한 편인 [현명한 작은 암탉]에 조연 캐릭터로 처음 등장한다. 장난을 좋아하고 적당히 악당 같은 성격과 외모를 가지고 있지만 겁도 많고 마음은 약하다. 이렇게 결점이 많은 설정은 쉽게 사람들의 공감을 얻었고, 1930년대 후반에는 미키마우스의 인기를 능가하기도 한다. 특히 누구나 흉내내기 쉬운 꽥꽥 소리는 이 캐릭터를 더욱 친근하게 느끼게 했다.
재미있는 것은 당시 도널드 덕을 다루는 월트 디즈니의 이중적 태도였다. 오스왈드 캐릭터와 다툼이 있던 미키마우스와 달리 자신만의 캐릭터라며 도널드 덕에 유달리 애착을 가지고 있던 월트 디즈니. 그러나 막상 도널드 덕이 미키마우스의 인기를 능가하자 의도적으로 도널드 덕을 배제하기도 한다. 당시 디즈니랜드를 구상하며 미키마우스를 전략적으로 띄우기 위해서였을 것이라 추정하는데, 그 결과 애초 도널드 덕이 등장하기로 했던 [판타지아](1940) 속 마법사의 제자 에피소드에 미키마우스가 등장한 것이다. 이후 월트 디즈니는 두고두고 이를 안타깝게 생각했다. 결국 그의 사후 2000년에 개봉한 [판타지아 2000]에 도널드 덕이 독립적인 에피소드의 주인공으로 등장하게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