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사는 사람을 가려오지 않는다>
- 10.29 참사 희생자를 추모하며
10.29 참사가 일어난 지 5일째다.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참담한 현실 앞에 무력감만 쌓여간다.
처음 뉴스를 접했을 때 서울에 사는 딸에게 전화를 걸었다.
나와 내 딸은 단지 그 자리에 있지 않았을 뿐, 참사는 사람을 가려오지 않는다.
오늘도 나는 죄인이 된다.
숨을 쉬는 것도 미안한데 국가 애도기간(10.30-11.05) 중이라 끽소리도 못하고 속울음만 깊어간다.
그사이에 정부는 ‘이태원 사고 사망자’로 규정해 버렸다.
누구나 지나다녔던 일상의 공간에서 156명이 죽었는데 '참사 희생자'가 아니라 '사고 사망자'라고 우긴다.
방탄국회는 들어봤어도 '방탄 애도'는 난생처음이다.
자유를 그렇게 강조하는 정부에서 애도의 자유는 없다.
국민의 인식과는 다르게 정부의 지침에 따라서 애도의 탈정치화 프레임이 형성되었다.
이태원 사고 사망자를 애도합니다.(네이버)
이태원 사고 사망자를 추모합니다.(다음)
이태원 참사 피해자 분들께 깊은 슬픔과 애도를 표합니다.(TBS)
“지금은 추궁의 시간이 아닌 추모의 시간이다.”라는 정진석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의 말은 그 속내를 그대로 보여주었다.
하지만 5시간 40분 동안 국가는 없었다.
그래서 ‘사고 사망자’가 아니라 ‘참사 희생자'라 부른다.
광주광역시도 청사 내에 설치한 '이태원 사고 사망자 합동분향소' 명칭을 11월 2일, '이태원 참사 희생자 합동분향소'로 변경했다.
정작 이태원은 억울하다.
"미국의 911 테러를 맨해튼 테러라고 말하지 않은 것처럼 이태원 참사도 '10.29 참사'라 칭해야 한다."(신지영 교수)
정부가 이태원이 삶터인 분들의 낙인을 생각해서 중립적인 용어를 쓰려고 했다면 ‘참사 희생자‘라는 말을 바꾸기보다는 ’이태원‘이라는 지명을 뺐어야 했다.
이제는 진상 규명과 책임의 시간이다.
진정한 애도는 참사 희생자를 기억하는 것, 참사의 진상을 규명하는 것, 참사의 책임을 묻고 재발 방지 대책을 세우는 것이다.
10.29 참사 희생자분들께 깊은 애도를 표한다.
(2022.11.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