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금요일, 한결이는 리베동물병원에 다녀왔어요.
집에서는 착하고 예쁜 짓만 하는 한결이인데 병원에 들어서는 순간 안아달라고 보채고, 진료실에 들어가면 의사선생님한테 으르렁대기까지 해요. 의사선생님과 하루 언니가 웃으면서 달래주는데도, 한결이는 병원에서 만나는 분들은 몽땅 자기를 괴롭히는 나쁜 사람들이라고 생각하나 봐요. ㅠㅜ (하루님, 원장님, 죄송했어요)
병원을 나와 차에 탔더니 한결이가 제 몸에 머리를 파묻으려고 깊이 들이밀면서 바들바들 떨어요. 예전에 어떤 글에서 봤는데, 머리를 깊이 파묻는 것은 심한 스트레스를 받았을 때 대부분의 온혈동물들이 하는 행동이라고 하더라구요. 한결이가 얼마나 병원을 무서워하는지 다시 한 번 깨달았네요. 곧 중성화 수술과 스켈링도 해야 하는데, 이 녀석 얼마나 스트레스를 받을지 벌써 걱정이 됩니다.
다행히 한결이의 배변 문제는 별일 아니었어요. 다만 길에서 지낼 때 아무거나 주워먹은 탓인지 기생충이 많은 편이더라구요. 설사도 그 때문일 수 있다고요. 구충제와 장 활동을 도와주는 약을 먹었더니 지금은 배변도 잘하고, 아무 문제 없이 잘 지내고 있답니다.
참, 리베 갔을 때 팅커벨 아이들 봤는데 하나같이 얼마나 예쁜지 몰라요. 저는 아기사슴 밤비를 닮은 모카한테 눈길이 많이 갔는데, 같이 간 선배는 탱식이 귀여워죽겠다고. ㅎㅎ 지금은 집으로 돌아간 윤이도, 빨간 옷이 잘 어울리는 뽀샤시한 태희도, 하루님의 가위손에 멋지게 미용한 뽀동이도...... 한 번 봤을 뿐인데 아이들 얼굴이 잊히지가 않네요. 리베동물병원 선생님, 그리고 하루님, 정말 감사드립니다. ^^

외국에 사는 제 동생이 출장차 한국에 왔어요. 이모에게 완전 귀요미라고 폭풍 칭찬 받고, 환영 인사를 하기 위해 슈트케이스에 올라간 한결이에요.

처음 보는 이모에게서 눈을 떼지 못하다가......

엄마 한 번 쳐다보고......

이모가 예쁘다, 예쁘다 해주네요.
*
제가 처음에는 피피 눈치 보느라 한결이를 많이 안아주지 못했어요. 다행히 피피가 얌전하고 어떤 상황이든 빨리 순응하는 아이라 그런지, 제가 한결이를 안고 있든 한결이만 데리고 나가든, 가만히 있더라구요. 그래서 제가 요즘은 한결이를 많이 안아주는데, 자기가 예쁨 받고 있다는 걸 느끼는 건지 한결이는 완전히 엄마바라기가 되었어요. 제 동생이 너무 웃기대요. 제가 이쪽으로 가면 한결이도 이쪽으로 졸졸, 제가 저쪽으로 가면 한결이도 저쪽으로 졸졸 따라다닌다고.
오늘 저녁엔 제가 혼자 작은방에 있고 동생이 침실에서 한결이 쓰다듬어주고 있었는데 한결이가 자꾸 낑낑거리더래요. 왜 그러나 싶어서 동생이 바닥에 내려놨더니, 한결이가 제가 있는 방으로 깡총깡총 뛰어가면서 동생한테도 빨리 자기 따라오라고...... 알고 보니 제가 있는 방에 같이 가서 쓰다듬어달라는 뜻이었어요. 이 녀석 참...... 이렇게 엄마가 좋고 사람이 좋은 한결이는 지난 여름, 길거리에서 혼자 얼마나 외로웠을까요.
얼마 전 한결이랑 공원 벤치에 앉아 있는데, 한결이가 지나가는 사람들을 하나하나 물끄러미 쳐다보더라구요. 사비나님이 구조요청글을 올릴 당시, 한결이가 사람들을 졸졸 따라다니고 있었다고 쓰셨던 게 생각났어요. 혼자 길거리 생활을 할 때 한결이는 이렇게 사람들을 쳐다보고 있다가 눈이 마주치는 사람의 뒤를 따라갔겠지요. 혹시나 자기를 데려가줄까 하고, 이 생활에서 구제해줄까 하고......
요즘은 잠자리에 들기 전, 피피와 한결이에게 고맙다는 말을 많이 해줘요.
"피피야, 정말 고마워. 우리 피피, 친구랑 지내는 거 처음이라서 힘들 수도 있는데...... 그래도 한결이 받아줘서 고마워. 엄마 상황 이해해줘서 고마워. 피피 착한 강아지라서 정말 고마워."
그리고 한결이에게도 말해줍니다. "한결아, 정말 고마워. 이렇게 건강하고 예쁜 모습으로 엄마한테 와줘서 고마워. 피피랑 싸우지 않고 잘 지내줘서 고마워. 엄마 늘 기쁘게 해줘서 정말 고마워."
*
밤이 늦었네요. 저쪽 방에서 자고 있는 아이들에게 가봐야겠어요. 그리고 불을 끄기 전 아이들에게 이불을 덮어주면서 또 말해줘야겠어요. 고맙다고, 정말 고맙다고.
첫댓글 한결이가 큰 이상 없어서 다행이에요... 병원에 대한 안좋은 기억이 있나 봐요..ㅠㅠ 한결이 임보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피피가 힘들까 걱정했는데 잘지내줘서 고마워요~~~^^ 동생분과 즐거운 시간 나누시고 쌀쌀한데 건강 조심하세요~~~
(슈트케이스에 앉은 피피와 한결이 귀여워요~~~♥)
반딧불이님, 언제나 한결이 걱정해주시고 챙겨주시는 살뜰한 마음, 감사합니다. 한결이가 병원 가는 것, 차 타는 것을 좋아하지 않아요. 병원은 어쩔 수 없더라도 차 타고 좋은 곳에 놀러다니다 보면 차에 대해 좋은 기억을 많이 가지게 되지 않을까, 그런 생각해봐요. 이번 주말에 차를 빌리기로 했으니 한결이랑 피피 데리고 호수공원 가보려구요. ^^
피피야 이모도 고마워. 한결이랑 잘 지내줘서
피피랑 한결이도 똘똘이스머프 이모가 고마워요. ^^
한결이를 사랑하는맘.
여기까지 느끼네요.
부럽고 고마워요.
한결아. 이젠 안좋은 추억잊어버리고. 엄마만 졸졸따라다녀서 사랑많이 받아라.~~~~
처음 임보를 시작할 때는 한결이와 잘 지내지 못할까봐 걱정했는데, 막상 임보를 해보니 진짜 고민은 다른 데 있더라구요. 제가 한결이를 사랑한다고 느낄 때, 한결이가 저에게 많이 의지한다고 느낄 때, 기쁘면서도 마음이 아파요.
피피와 함께있는 모습이 이젠 낯설지않고 둘 다 편안해 보여요. 길거리생활을 얼마나 했는지, 무슨일을 겪었는지, 마음의 상처는 다 아물었는지... 제가 늘 가슴쓸어내리며 뭉치에게 맘으로 묻는 것들... 피피님도 한결이에게 똑같은 맘일것 같아요. 늘 감사드려요.
코코뭉치님, 정말 그래요. 저도 늘 한결이에게 마음으로 묻곤 한답니다. 제가 알 수 없는 한결이의 과거, 제가 목격하지 못한 한결이의 길생활...... 이제 정말 괜찮은 거냐고, 이제 정말 상처가 가신 거냐고, 자꾸 묻게 돼요. 뭉치와 늘 행복하시길 바랍니다. ^^
아침부터 눈물 뺐어요 ㅠㅠ 피피야 고마워 한결아 고마워 피피님 감사합니다
참 따뜻한 띨이네님. 피피도, 한결이도, 저도, 띨이네님께 감사합니다. ^^
한결이는 점점 더 럭셔리견으로 변해가고 있네요~
피피는 깜찍 귀요미 ㅎㅎ
피피님 고맙습니다~
동생분이랑 좋은 시간 보내시기 바랍니다~
두 녀석 다 얼마나 귀요미인지... ㅎㅎ 요즘은 한결이 산책 나가서 예쁘단 이야기 많이 들어서 얼마나 기분 좋은지 몰라요. ^^
사랑스런 두 아이,, 피피님 마음이 여기까지 ~~~~ 전해지네요...
기쁘쎄나사랑해님처럼 저와 한결이 이야기 들어주시고 공감해주시는 분들이 많아 팅커벨에 올 때마다 힘이 납니다. 한결이한테 관심 많이 가져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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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결이가 눈빛이 많이 달라졌다고 느껴요. 표정이 밝아지니 원래의 귀요미 얼굴이 나오나 봐요. 먼 곳에서 한결이 응원해주시는 치치루루님, 언제나 감사합니다. ^^
한결이 피피 너무 사랑스런 아이들이네요.피피님 고맙습니다 ~~~^^
얼마 전까지는 제가 한결이와 피피 지켜주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요즘은 제가 두 녀석에게 많이 의지하고 있다고 느껴요. 동물을 키워보지 않으면 절대 못 느낄 안정감... 같은 게 있는 것 같아요. 피피와 한결이가 있어서 정말 다행이에요. ^^
피피야 하결아 나도 고마워. 너희 엄마께도 고맙다고 전해드려. 너희를 이렇게 이쁘고 사랑스럽게 키워주셔서 감사하다고~^^
피피와 한결이도 헬레나님께 전해달래요. 헬레나 이모, 고맙다고. ^^
이렇게 예쁜 한결이 피피도 엄마에게 많이 고마워 하고 있을거예요^^
복길이님, 행복이와 잘 지내고 계시죠? 한결이가 복길이님 같은 엄마 만나면, 눈물 흘리지 않고 보내줄 수 있을 것 같은데... 저는 복길이님의 이야기에 감동을 많이 받았답니다. 언제나 한결이에게 따뜻한 시선 보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
한결이 정말 귀티나요...거리에서 지냈던 강아지라곤 생각이 전혀 들지 않아요~~~잘 돌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스카이블루스카이님, 저는 한결이 데리고 산책 나갈 때마다 그런 생각해요. 남들 눈에 한결이가 오래 사랑 받으며 평탄하게 살아온 강아지처럼 보였으면 좋겠다는 생각...... 무엇보다 한결이가 아픈 기억 잊고 스스로를 행복한 강아지라고 느끼고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 앞으로도 한결이 이야기에 관심 많이 가져주세요. ^^
피피님 글을 읽다가 울컥하네요...
한결이의 길거리 생활에서 느꼈을 외로움에 지난여름에 만난 림보와 리타가 생각나서...
이 아이들이 느꼈을 외로움과 고통을 온전히 알 수 없지만 심중만으로도 충분히 가슴을 저미게 합니다..
한결이가 피피님과 떨어지기 싫어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이 매우 짠합니다..
그만큼 피피님께 마음을 열고 온전히 의지하고 있는 거겠지요.
치즈님, 림보와 리타 이야기 올라왔을 때 저는 유기견에 대해 아주 작은 관심밖에 가지고 있지 못했지만, 두 아이 이야기에 정말 마음이 아팠고, 두 아이 위해 애쓰시는 치즈님에게 크게 감동 받았습니다. 우리가 다 알 수 없는 아이들의 사연, 아픔...... 하지만 우리가 보듬으면서 치유해줘야 할 것들...... 그 치유의 과정을 통해 우리도 조금 더 행복해지는 거라고 믿습니다. 치즈님, 늘 감사합니다.
퇴근길에 피피님 글보고 울컥ㅠㅠ 갑자기 집에있는 엄마바라기들이 급보고잡습니다 ᆞ시간없어 잘 놀아주지도 몬하고 산책도 못시켜주고ᆢ피피님이 한결이와피피와 나누었던 말들을 오늘은 울똘이와 짱아에게도 해야겠네요ᆞ사랑한다~~ 고맙다~~
자운영님, 정말 그래요. 애들에게 해줄 수 있는 거라고 해봐야 쓰다듬어주고 산책 시켜주고 맛있는 거 먹이는 것뿐인데 그조차 충분히 해줄 수 없을 때 참 미안하지요. 그래도 애들에게 늘 고맙다, 사랑한다 말해주면 녀석들도 엄마 상황 이해할 거예요.
순간 한결이 맞나 깜짝 놀랐어요~
너무 너무 예뻐진거 같아요~
피피님 사랑 무지 많이 받고 지내는가 봐요~~~
아, 그런가요? ㅎㅎ 저도 한결이 얼굴이 많이 달라진 거 느끼곤 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