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출 23,20-23; 마태 18,1-5.10
+ 오소서, 성령님
오늘은 수호천사 기념일입니다. 교회 전승에 따르면, 수호천사는 우리를 유혹과 악으로부터 보호해주고 하느님을 알고 사랑하도록 도와주는 존재입니다.
오늘 1독서에서 하느님께서는 말씀하십니다. “보라, 내가 너희 앞에 천사를 보내어, 길에서 너희를 지키고 내가 마련한 곳으로 너희를 데려가게 하겠다. 너희는 그 앞에서 조심하고 그의 말을 들어라. … 그는 내 이름을 지니고 있다.”
흥미롭게도, 어떤 교부들은 이 말씀에 등장하는 천사를 모세 또는 여호수아로 해석했는데요, 아우구스티노 성인은 “그는 내 이름을 지니고 있다.”라는 말씀에 주목하면서, ‘여호수아’라는 이름 안에 ‘야훼’라는 이름이 들어 있음을 지적합니다.
‘여호수아’는 ‘야훼께서 구원이시다’ 또는 ‘야훼께서 구원하신다’라는 뜻인데, ‘예수’님 이라는 이름도 ‘여호수아’와 같은 어원에서 비롯했습니다. 아우구스티노 성인은, ‘내가 마련한 곳으로 너희를 데려가는’ 천사는, 약속의 땅으로 데려가는 여호수아를 의미하며, 결국은 하느님 나라로 데려가시는 예수님을 의미한다고 주해합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하늘 나라에서는 누가 가장 큰 사람입니까?”라는 제자들의 질문에 어린이 하나를 불러 그들 가운데 세우시고 말씀하십니다.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너희가 회개하여 어린이처럼 되지 않으면, 결코 하늘 나라에 들어가지 못한다.”
예수님께서는 어린이처럼 되지 않으면, 하늘 나라에서 큰 사람은커녕, 하늘 나라에 들어가지조차 못한다고 말씀하십니다. 여기서 어린이는, 순수함의 상징이 아니라 사회적으로 대접받지 못하던, 지위가 낮은 사람을 의미합니다.
예수님께서는 “이 어린이처럼 자신을 낮추는 이가 하늘 나라에서 가장 큰 사람”이라고 말씀하십니다. 어제 기념일을 지낸 소화 데레사 성녀의 말씀이 떠오르는데요, 데레사 성녀는 하늘에 가기 위해 큰 사람이 될 필요가 없다고 말씀하십니다.
성녀는 엘리베이터의 이미지를 사용하시는데, 하늘까지 올려주는 엘리베이터는 예수님의 팔입니다. 여기서 데레사 성녀가 왜 영적 천재인지 여실히 드러납니다.
하늘에 오르기 위해 사다리를 오르는 사람은 자신의 힘에 의지하여 오르는 것입니다. 헬스장에 가면 ‘천국의 계단’이라는 운동 도구가 있는데요, 계단이 계속 순환하고 있기 때문에 올라도, 올라도 제자리입니다.
그러나 엘리베이터는 내 힘이 아니라 다른 힘에 의지하는 도구인데, 내가 할 일이란, 그 힘에 나를 맡기는 것뿐입니다. 그 힘이 바로 예수님의 팔인데, 이 예수님의 팔에 안기려면, 큰 사람이 아니라 작은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데레사 성녀는 말합니다.
이 비유 자체도 멋지지만, 열다섯 살에 봉쇄 수도원에 들어가시기 전에 어렸을 때 엘리베이터를 타보셨을 텐데, 어린 나이에 했던 일상의 경험을 묵상의 소재로 사용하셨다는 점이 정말 대단한 것 같습니다. 우리도, 생태 보호를 위해 계단을 더 자주 이용해야겠지만, 엘리베이터를 탈 때는 데레사 성녀의 묵상을 함께 해 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이어 “이 작은 이들 가운데 하나라도 업신여기지 않도록 주의하여라. 하늘에서 그들의 천사들이 하늘에 계신 내 아버지의 얼굴을 늘 보고 있다.”라고 말씀하시며, 천사들이 수호하고 있는 한 사람 한 사람이 얼마나 귀한지를 말씀하십니다.
어제 뉴스에서 이스라엘의 군사행동에 대한 보복으로 이란이 수많은 미사엘을 발사했고 이스라엘이 이에 대해 보복할 것이라는 보도를 보고 무척 마음이 아팠습니다. 보복은 또 다른 보복을 낳기에, 예수님께서는 보복하지 말라는 말씀을 하셨는데요, 오늘날 군사 보복은 수많은 민간인과 어린이들을 희생시키고 있기에 그 죄악이 더 크다 하겠습니다.
서민들이 힘들게 벌어서 낸 세금으로 막대한 군사 무기를 생산하고 그것으로 상대편의 가난한 이들을 희생시키는 이 행위는 어떠한 이유로도 정당화되지 않습니다.
가톨릭교회교리서는 “군비 경쟁은 평화를 보장하지 못하며, 전쟁의 원인을 제거하기보다 오히려 증대시킬 위험이 있다.”(2315항)고 말합니다. 제2차 바티칸 공의회 사목헌장은 “군비 경쟁으로 전쟁의 원인들이 제거되기는커녕 오히려 점차 증대될 수밖에 없다. … 군비 경쟁은 인류의 극심한 역병이며 가난한 사람들에게 견딜 수 없는 상처를 입히는 것”(81항)이라고 말합니다.
한반도에 평화를, 세계에 평화를 주시기를 기도하며, 온 인류가 무기와 힘을 자랑하기보다 회개하여 어린이와 같이 되는 하느님 나라가 오기를 기도드립니다.
“너희는 이 작은 이들 가운데 하나라도 업신여기지 않도록 주의하여라.
내가 너희에게 말한다.
하늘에서 그들의 천사들이 하늘에 계신 내 아버지의 얼굴을 늘 보고 있다.”
프리돌린 라이버(1853-1912), 수호천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