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걸 왜 합니까? 저희는 규제산업에는 관심이 없습니다.”
네이버의 전 CFO(최고재무책임자)인 황인준 부사장으로부터 들은 말이다. “인터넷전문은행에 관심 없느냐”는 질문에 대한 대답이었다. 당시는 카카오와 KT가 인터넷전문은행 허가 신청을 한 상태였다.
실제로 네이버는 정부의 허가나 규제를 받는 산업에 관심을 보인 적이 거의 없다. IPTV가 처음 도입될 때도 다음커뮤니케이션은 ‘오픈IPTV’라는 자회사를 설립해 적극적으로 움직인 반면, 네이버는 눈길도 주지 않았다. 정부로부터 허가를 받아야 하는 사업이기 때문이다.
정부의 허가나 규제를 받는 산업은 한계가 있다. 정부의 정책에 따라 사업 방향이 바뀔 수도 있다.
예를 들어 현재 인터넷전문은행의 경우 은산분리 정책에 발목이 잡혀 자본금을 원하는대로 확충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카카오뱅크와 K뱅크는 은산분리 규제를 완화해 달라고 계속 요청하지만, 규제완화가 될지 안될지 알 수 없다 기업 입장에서는 외부 변수 때문에 제대로 전략을 세우기 어렵게 됐다. 네이버는 이런 상황을 만들기 싫어하는 것이다.
그랬던 네이버가 일본에서 다른 행보를 보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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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인준 라인코퍼레이션 CFO - 바이라인 네트워크 제공
네이버는 31일 일본 자회사 라인주식회사를 통해 ‘라인 파이낸셜(LINE Financial)’이라는 금융회사를 설립했다고 밝혔다.
회사 측은 “더욱 혁신적인 금융 서비스를 구축 · 제공하기 위해 이번에 별도 자회사 라인 파이낸셜을 설립했다”면서 “이 회사를 기반으로 LINE에 가상화폐 교환이나 거래소, 대출, 보험 등 다양한 금융 관련 서비스를 제공할 준비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일본에서 가상화폐 거래소, 대출, 보험업은 모두 규제산업이다. “규제산업은 안한다”는 방침이 달라진 모습이다. 특히 새로 설립될 라인 파이낸셜에는 황인준 부사장이 등기이사로 포함된다.
네이버의 전략은 왜 바뀌었을까?
한국의 규제 상황과 일본의 규제 상황이 다르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일본은 암호화 화폐 규제가 약하다. 지난 해4월부터 암호화 화폐를 결제 수단으로 인정하고, 가상화폐 거래소 등록제도 도입했다. ICO도 막지 않고 있다. 암호화 화폐 분야에서 글로벌 리딩 국가가 되겠다는 것이 일본의 계획이다. 일본에서 암호화 화폐 관련 사업을 펼치면 정부에 발목을 잡힐 일이 많지 않을 것이다.
네이버 관계자는 전략변화에 대해 구체적인 설명은 피하면서도 “네이버와 라인은 엄연히 다른 회사이고, 또 다른 시장에서 사업을 펼쳐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주목할 점은 라인파이낸셜의 ICO 여부다. 라인 코퍼레이션은 일본 최대의 모바일 기업으로 우리나라의 카카오처럼 모바일 라이프의 기반 서비스를 제공한다. 전자상거래, 콘텐츠 플랫폼, 모바일게임, O2O 등 거의 모든 영역에 진출해 있다. 라인파이낸셜이 ICO를 해서 라인 코인이 등장을 한다면, 이 코인의 활용도는 매우 높을 것이다.
또 라인파이낸셜이 보험 등의 금융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밝힌 것도 눈길이 간다. 스마트 계약 기반의 P2P 보험사가 등장할 수도 있다. 이렇게 하면 기존보다 훨씬 보험료가 내려가고 더 많은 보장을 받을 수 있다. 암호화 화폐로 보험료를 내는 것이 현실화될 수도 있다.
회사 측은 “라인이 지금까지 메신저 서비스를 전개하며 쌓아온 높은 수준의 보안을 비롯, 블록 체인 기술 등의 연구 개발을 적극적으로 추진하며, 사용자에게 편리하고 안전한 금융 서비스를 제공해나갈 계획”이라면서 “관련 인재의 채용도 적극적으로 실시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