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가족여행
다사다난했던 한해가 저물어 가고 있다. 딸의 제안으로 집사람, 딸과 같이 셋이서 12월의 부산 나들이가 성사되었다. 딸이 직장에 하루 휴가를 내고 일요일 끼어서 1박2일의 짧은 여정이지만 부모들 가고 싶은 곳, 먹고싶은 음식까지 감안하여 스케쥴을 만들었단다. 3년전 경목회 장거리 여행시 부산 해운대 미포에서 송정까지 걸으면서 해변열차가 지나가는 것을 보고 다시 부산 올 때 꼭 한번 타보고 싶었다고 했더니 엄마한테 들었다며 첫 순서로 넣어주었다. 가족여행은 전혀 남을 의식하지 않아도 되니 마음 편하고 그야말로 힐링여행이다. 12월 15일(일)부터 16일(월)까지다. SRT로 기차표부터 예약, 15일 아침 수서역 9시 20분 츨발. 귀가는 16일 오후4시 부산출발이다.
부산 자갈치 시장 회센터 예정대로 2시간 40분만에 12시 정각 부산역에 도착했다. 자갈치역은 지하철로 3정거장이다. 부산 올때마다 자갈치 시장은 필수코스이다. 대학 동기생 대마도 갈 때 그리고 고교 동기생 대마도 갈 때도 당연히 들렀던 곳이다. 3년전 경목산악회 때도 빠질 수 없는 정기 코스이다. 높다란 자갈치시장 간판이 보이는 건물로 향한다. 자갈치 시장 건물 1,2층은 수산물 종합시장이다. 건물 시장 안 1층 활어들이 날뛰는 수족관을 보면서 몇 발짝 가지않고 첫 가게 아줌마한테 최면에 걸린듯이 발걸음이 멈춰섰다. 상술이 대단하다. 첫집에서 결정이 났다. 방어와 광어로 정했다. 2층 지정가게로 가서 자리를 잡았다. 회와 매운탕 밥과 상추 등 차림값이 별도다. 아침밥을 일찍 먹은 탓인지 배도 고프다. 그래서인지 회가 어찌나 맛이 있는지 그 많은 회를 다 먹었다. 싱싱한 활어회라 마트에서 구매한 회와는 비교가 안된다. 1인당 3만원도 안 치인다. 우리 가족들의 여행 목적 중 첫째가 맛기행이다. 첫 맛집은 성공한 셈이다.
숙소 소노문 해운대 호텔 숙소는 부산에서 가장 번화한 지역인 해운대로 정했다. 마침 대명그룹에서 인수, 신규 개장한 소노문호텔에 예약이 되어 회원이라 가격도 저렴한 편이다. 체크인을 하고 12층 방에 들어가 창밖을 보니 건물 사이로 해운대 바다가 보인다. 뷰도 합격이다. 을씨년스런 겨울바다이지만 제법 산책객도 보인다. 베낭을 두고 간단한 차림으로 길을 나선다.
해운대 해변열차 해변열차를 타기 위해서 블루라인 파크로 가야 한다. 해운대 해수욕장 해변길을 걸어간다. 대한민국 최대규모의 해수욕장이다. 길이가 1,5km나 되고 모래사장 폭이 70~90m이다. 해운대 해수욕장이 사작된 것이 1965년이니 내년이면 60주년이 된다. 해변가 산책로에는 걷는 사람들이 많았다. 블루라인 파크가 보인다. 해변열차와 스카이캡슐의 시발점이다. 여기가 바로 미포항이다. 미포항은 해운대 해수욕장 동쪽 끝자락에 위치한 작은 포구이다. 해변열차는 바로 미포에서 송정까지 4.8km를 왕복으로 운행하면서 아름다운 동부산의 수려한 해안 절경을 감상할 수 있다.
열차표를 사서 기다리니 열차가 도착했다. 바닷쪽으로 의자가 놓여있다. 신나는 아이들 같다. 바닷쪽을 보며 연신 스마트폰 카메라 샷다를 누른다. 열차는 시속 15km로 완속이다. 시간을 재보니 21분 걸렸다. 미포-해월-달맞이-청사포-다릿돌-구덕포-송정 코스로 도중에 다섯 정거장에 멈추고 손님을 태운다. 우리 차표는 송정까지라 도중에 내리면 탈 수 없다고 한다. 스카이캡슐은 미포에서 청사포까지 운행한다. 약간의 경로할인도 있다. 출발지 미포와 중간 지점에 있는 청사포, 마지막 구덕포를 합쳐 해운대 삼포라 부른다. 삼포길 걷기코스는 트레킹맨들이 좋아하는 명코스이다. 청사포는 아름다운 일출이 유명하다. 그리고 청사포에서 강태공의 낚시 모습은 사진작가들의 꿈이다. 그래서인지 청사포에는 바다 안으로 튀어나온 다릿돌전망대를 만들어 놓았다. 가운데는 바닥에 유리를 깔아 발밑을 보면서 전률을 느끼게 한다. 3년전 해파랑걷기 때 답사한 곳이라 기억이 생생하다. 구덕포는 조선 후기 광주노씨가 해송이 있는 언덕에 송호재(松湖齊)란 정자를 지었다 하여 이곳을 송정으로 불리게 되었다. 구덕포는 청사포와 송정 사이에 있는 포구로 해안가에는 기암괴석이 많다. 구덕포의 백사장은 송정해수욕장으로 이용되고 있다. 오늘에사 해변열차를 타보는 호사를 누렸다. 다음기회에는 스카이캡슐을 노려야겠다.
송정에서 기장 아난티코브 호텔을 지나며 송정은 해변열차의 종점이다. 바닷가로 걷는 길에 해파랑길 리본이 곳곳에 걸려있다. 해파랑길 2코스이다. 3년전 이미 이 코스를 걸었기에 익숙한 곳이다. 시간을 아끼기 위해 택시를 타고 기장에 위치한 5성급 호텔 "아난티(ANANTI)코브"에 도착했다. 아난티코브(Ananti at Buan Cove)는 회원제인 테라스풀하우스(객실 내 모든 공간에서 바다 조망)와 워트하우스(실내수영장,노천온천,사우나) 그리고 팬트하우스를 자랑한다. 호텔 로비를 거쳐 연회장과 카페 등을 둘러보고 오시리아 관광단지 산책로에 들어섰다. 단지 규모가 너무 커서 놀라움을 금치 못하겠다. 건물을 쳐다보니 건물 몇층인지 야외 온천이 보인다. 수영복 차림의 온천 손님이 온천을 즐기는 모습이 보인다. 일본에서 야외 온천을 많이 봤지만 높은 건물 안에 바깥으로 노출된 온천은 처음 본다. 건물 밖 정원에는 빨간 동백꽃이 한창 피고 있어 과연 남쪽지방에 온 것이구나를 실감한다.
연화리까지 걷기와 해녀할매집 오시리아 산책코스를 지나 기장 연화리까지 걷고 있다. 어느새 해가 지고 있다. 석양이 너무 아름답다. 연화리에 맛집을 찾아 가는 중이다. "해녀할매집" . 전복죽이 유명한 집이다. 스마트폰을 들고 딸이 위치를 정확히 찾아간다. 내가 뒤쳐저 가면서 사진도 찍고 하면서 '아뿔사" 가다가 사고가 발생했다. 스마트폰 케이스에 꽂고 다니던 교통카드가 없어졌다. 길에 떨어졌나 싶어 찾았으나 허탕--즉각 카드사에 신고했다. 시니어 교통카드에 신용카드 기능이 있어 위험하기 때문이다. (다음날 상경 직전에 카드사에서 연락이 왔다. 아난티 호텔 내에서 습득, 보관중이라고-호텔로 전화하니 친절하게도 내 주소지로 택배(택배비 후불)로 부쳐주겠단다. 소포를 받아보고 놀랐다. 어찌나 안전하고 정성껏 포장을 했는지 감탄했다. 그리고 귀찮은 내색없이 친절한 태도에 감동했다. 반면 바보스러운 나 자신을 한탄했다. 스마트폰 케이스에 우송해온 교통카드를 꽂고 테이프를 붙여 빠져나가지 않게 조치했다. 꼭 당해봐야 배우는 우둔생이라니--
연화리 해녀할매집은 역시 손님이 많았다. 전복죽과 해산물 모듬셋트를 시켰다. 미리 나온 해산물 모듬셋트는 보기도 깔끔하고 예쁜 모양인데 맛도 기가 막힌다. 푸짐한 전복죽을 먹으면서 왜 손님이 많은지를 알겠다. 명실상부한 맛집이다. 두번째의 맛집기행도 만족이다.
해운대 빛축제 해운대로 돌아와 구남로광장에 들어서니 온통 거리가 휘황찬란하다. 해운대 빛축제가 어제부터 열리고 있었다. 크리스마스가 가까워서인지 크리스마스츄리에 오색등불이 화려하다. 옆 전통시장에는 인파로 가득하다. 과연 부산의 심장부 해운대의 밤은 밝고 화려했다.
2일차 금수복집에서 아침식사 평소 아침에는 밥을 먹지않고 야채와 과일과 그리고 고구마, 삶은 계란으로 대용식을 하는데 여행 중이라 집처럼 하기도 뭣하고 이왕이면 맛집기행을 하려다 보니 숙소 가까이 유명한 금수복집 본점을 찾았다. 서울서도 서초동 삼풍아파트 인근에 금수복집이 있었다. 월요일인데도 손님이 많다. 밀복, 까치복을 지리와 매운탕으로 각자 취향대로 골라 시켜 먹었다. 세번째의 맛기행이다. 나오면서 보니 역사가 오래된 노포다. 개점 당시의 점포 모습을 붙여놓았다. 여사장의 얼굴도 함께- 식사후 소화도 할겸 해운대를 걸었다. 마린시티,아이파크,엘시티 등 마천루 빌딩이 경쟁하듯 도열해 있다. 대한민국 제2의 도시 부산의 위용을 자랑하는 것 같다. 해운대의 전경을 옛날 모습과 현재 모습으로 사진으로 비교해 놓았다. 참으로 격세지감이다. 옛날 대학시절 보았던 해운대 모습과는 천양지차를 느낀다. 곧 찾아갈 오륙도가 아스라이 멀리 보인다.
오륙도 해맞이공원과 스카이워크 호텔 체크아웃을하고 택시로 오륙도 스카이워크로 향했다. 동해와 남해의 경계지점인 이 곳에 "하늘 위를 걷는다"는 의미를 담은 스카이워크가 2013년 10월에 개장되었다. 35m 해안절벽 위에 철제빔을 설치하고 그 위에 유리판 24개를 말발굽형으로 이어놓은 유리다리이다. 덮버선을 신고 걷는데 유리 아래로 보이는 바다물에 정신이 아찔해 진다. 오륙도를 바라보며 왜 섬이 여섯개라는데, 세개밖에 안보이는데? 아냐 네개인데? 의견이 분분하다. 보는 지점에 따라 차이가 난다. 육지와 가까운 순서대로 방패섬, 솔섬, 수리섬, 송곳섬, 굴섬, 등대섬 여섯개 섬이다. 조수 간만과 보는 위치에 따라 5개 또는 6개로 보인다 하여 오륙도로 이름이 붙여졌단다.
해맞이공원으로 오른다. 오륙도 맞은편 언덕위에 있다. 오륙도를 가장 잘 조망할 수 있는 위치이다. 이곳에서 오른쪽 북쪽 해안을 동해라 부르고 왼쪽은 남해라 부른다. 동해로 가는 770km 해파랑길과 1,463km 남파랑길이 만나는 곳이기도 하다. 해파랑길 1코스가 여기서 출발한다. 3년전 이곳을 출발하여 해파랑길 1코스와 2코스를 걸었던 기억이 떠오른다. 9월이라 기억되는데 어찌나 더웠던지 1코스 경사진 계단길을 오르며 고생한 기억과 아름다웠던 이기대 코스가 눈에 선하다. 해맞이 공원 주변에는 겨울철인데도 노란 털머위꽃이 군락지를 이루며 피고 있었다. 너무 예쁘다.
한우스지 전문점 "왔다식당" 오늘 마지막 맛집기행의 목적지는 한우스지 전문점 '왔다식당'이다. 이 식당은 영도구 하나길 881에 있어서 점심 먹기엔 시간이 일러 버스로 가자고 했다. 막상 버스에서 내려 식당으로 가는 길은 엄청난 고바위 길이다. 언덕길 위를 보니 주택이 밀집된 곳인데 어떻게 저렇게 높은 지대에 살 수 있을까 싶다. 할 수 없이 다시 택시를 타니 식당 앞에 세워준다. 청학1치안센터 옆이다. 이른 시간인데도 줄이 길다. 입에서 입으로 소문난 집인데 "전현무 계획 2"이라는 TV프로그램에 소개된 뒤로 더욱 손님이 많이 몰린다고 한다. 스지가 어느 부윈가 싶어 알아보니 한우의 사태살에 붙어 있는 힘줄과 근육부위라고하는데 콜라겐이 많이 함유되어 있어 도가니와 비슷한 맛을 낸다고 한다. 30분가량 기다려 자리를 잡았다. 메뉴는 단 3가지. 스지된장전골, 스지김치전골 그리고 스지맑은전골. 그밖에 스지수육이 있다. 우리는 된장전골로 택했다. 된장에 두부가 많고 스지는 많지는 않다. 된장맛이 나는 도가니를 먹는 기분이다. TV홍보 효과의 위력을 실감한다.
국제시장-귀가 점심후 시간의 여유가 많았다. 국제시장을 가기로 의견이 모아졌다. 영화 국제시장으로 더욱 유명해졌다. 부산은 영화의 도시다. 국제영화제가 매년 가을에 열린다. 근처 BIFF 영화거리를 걸어본다. 골목에는 유명 영화인들의 발자국과 손자국을 새겨놓았다. 국제시장 깡통시장을 모두 둘러보기는 처음이다. 엄청 규모가 크다. 남대문시장보다 클 것 같다. 구매욕이 옛날보다 많이 떨어진 것인지 별로 탐나는 것이 없다. 부산역으로 - 수서행 SRT 오후 4시 기차이다. 기차를 타니 피곤이 몰려온다. 잠시 눈을 붙였으나 금새 깨어서 스마트폰에 담긴 사진을 차례대로 보면서 1박2일의 기억을 더듬는다. 파노라마처럼 펼쳐진진다. 스마트폰으로 1박2일의 가족여행을 대표사진과 함께 페이스북에 올렸다. 페친들에게 전하는 멧시지도 되지만 이 여행기를 쓰기 위한 기초자료이기도 하다. 년말 바쁜 일과 중에도 이 여행을 기획하고 가이드해준 딸이 너무 고맙다. 도중에 카드 분실사고로 걱정까지 끼치고- 여행을 좋아하는 집사람과 다음 여행은 1월초 오키나와 패키지 여행이다. 벌써 기다려진다. (完)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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