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실을 다지는 일에 힘을 보태 주세요.
대구환경운동연합 공동의장 문창식
1991년 낙동강 페놀사건이 발생했다.
수돗물을 먹을수 없게 된 250만 대구시민은 대혼란을 겪었다.
임신부는 사산, 유산을 하고, 식당은 손님 발길이 끊겨 문을 닫고, 음식은 쓰레기통에 버려야했다. 또한 먹을 물을 구하려고 도시 외곽으로 향하는 차량이 명절 귀성행렬을 방불케했다. 그런데 내가 대학생때부터 봉사활동을 하고 있었던 한 아동복지시설에서 생활하는 어린 아이들은 아무것도 모른채 수돗물을 그대로 마시고 있었다.
당시 구미 금성사(현재의 LG전자)에 근무하고 있었던 나는 큰 충격을 받았다.
어느 날 집사람과 촛불을 안주삼아 맥주 한잔 마시며 어떻게 살아야 하는 것일까에 대해 진지한 대화를 나눴다. 집사람의 전폭적인 동의로 용기를 얻은 나는 그해 12월 사표를 던지고 나와 사회운동에 몸을 담았다.
페놀사건을 계기로 대구공해추방운동협의회(대구공추협)가 설립되었다,
나는 창립회원으로 참여했다. 당시 상근 책임을 맡고 있었던 대학 선배가 사정이 생겨 활동을 중단하여 사무국장직이 갑자기 공석이 되었다. 대구공추협을 설립하는 데 중추적인 역할을 하고 봉고차를 몰고 출퇴근하는 치과의사로 널리 알려졌던 이재용 선배(전 남구청장)가 달콤한 말(?)로 상근 활동을 제안했다. 그말에 혹하여 나는 환경운동가가 되었다.
공해추방을 기치로 내걸었던 전국의 환경단체들이 1993년 4월 환경운동연합으로 재탄생했다. 자연스럽게 나는 대구환경연합 초대 사무국이 되었다.
그때 나이 서른, 딱 5년만 하겠다고 시작한 것이 마흔 다섯 살이 되어서야 일선에서 물러났다.
현재 탄핵 정국의 단초가 되었던 2007년 대선을 치루면서 대구지역 시민사회운동 1세대 활동가 및 지인들과 소중한 인연을 맺었다. 우리가 노인이 되었을 때 자식과 후배들에게 떳떳한 인생을 살고 있는 모습을 꼭 보여주자고 술잔을 부딪힐때 마다 거듭 다짐했다.
군위 간디문화센터는 그 다짐의 결과로 조성되었다.
3천여 평에 달하는 폐교를 큰맘 먹고 매입하여 생명, 평화, 나눔을 실천하는 장으로 만들었다. 아동청소년에게는 대안교육을, 공익활동을 하는 개인과 단체에게는 언제든지 와서 편하게 쉬다 가는 곳으로, 지역 어르신들에게는 작은 혜택이라도 드리고자 동지들이(법인 이사들) 기꺼이 마음과 시간을 내어 봉사하고 있다. 그렇게 이 단체 대표로 시작한 시골 생활이 올해 10년째를 맞았다.
몇년전부터 AI(조류인플루엔자)로 우리 정부는 수많은 생명을 강제로 죽이는 일을 연례행사처럼 되풀이했다. 올해는 삼천만마리가 넘는 생명을 땅속에 파묻었다. 지옥에서나 있을 법한 일인데도 우리 사회는 아무런 죄의식이 없다. 어느 생명인들 소중하지 않는 것이 있을까, 케이즈에서 평생 알만 낳다가 죽는 공장식 양계가 두렵게 여겨졌다.
닭을 자유롭게 풀어 놓고 키우며 유정란을 생산하는 일은 그래서 시작한 것이다.
축산업자는 내 생애 마지막 직업이라 여기고 정성껏 닭을 돌보며 유정란을 직거래하고 있다.
언젠가는 농부가 되면 소원이 없겠다 생각했는데 비로소 그 꿈이 이루어졌다.
자연과 직접 소통하는 1차 산업에 종사하는 사람이 되었다는 뿌듯함은 환경운동가와 함께 스스로의 자존감을 높이기에 충분했다.
2017년 박근혜 대통령 탄핵 국면 속에 24차 대구환경운동연합 정기총회에서 공동의장으로 호출되었다. 이 단체는 내 청,장년기를 고스란히 보내며, 후배 활동가, 임원, 회원들과 희노애락을 나눈 곳으로 마치 고향과도 같은 곳이기에 겸허한 마음으로 마다않고 받았다.
대구환경연합이 지역의 소중한 공적자산으로 남고, 활동가들이 자존감을 가지고 더욱 자신 있게 목소리를 높이며 일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드는데 함께 거들어달라는 뜻으로 받아들였다. 순수하고 따뜻한 마음으로 참여하고 있는 임원, 회원들이 어느 단체보다 많은 곳이기에 작은 힘 보태면 금세 이룰 수 있는 일이라 생각한다.
주역 47번째 괘명은 택수곤( ,澤水困)이다.
내괘(물)와 외괘(연못)가 모두 아래로 쏠리는 모양이다. 이 괘를 보고 공자는 택무수(澤無水), 연못에 물이 없어 은택, 혜택, 윤택이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곤(困)은 나무가 에워싸여 마음대로 자라지 못하는 것을 의미하는 글자로 풍요로운데 그 풍요가 한쪽으로만 쏠려 피곤함을 의미한다. 우리가 사는 현실에 짝 들어맞는 괘다. 곤(困)은 없어서 힘든 것이 아니라 무척 잘 살게 되었는데 그 부가 일부에게 집중되어서 힘든 것을 의미한다. 즉 양극화가 극에 달해 청년들은 미래가 보이지 않고, 노인들은 노후가 불안하여, 피곤하고, 분노가 치솟고, 원망이 가득찬 사회의 모습이다.
핵발전소가 불안하게 가동되고, 수려한 산마다 케이블카를 설치하고, 4대강 사업으로 썩어가는 우리 강산의 피곤한 상태를 정확하게 지적하는 것이기도 하다.
이러한 사회에서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할까? 주역 42번째 괘인 풍뢰익( ,風雷益)에서 찾아볼수 있을 것 같다. 괘상은 바람이 불어 땅속의 우레가 흔들거리는 모양으로, 익(益) 은 그릇에 물이 가득 차서 넘쳐야 주위를 적시며 도움이 된다는 뜻이다.
익(益)은 우선 위를 덜어서 아래를 보태고, 바람이 위로부터 아래로 불 듯이 내가 가진 것을 들어서 만물과 나누면 그것이 점차 번져나가 우리가 사는 지구가 살만한 곳이 될 것이라는 의미로 다가온다.
또한 익(益)은 움직이되 공손하여 날로 나아감에 경계가 없다고 했듯이 우리가 항상 공손하고 겸손한 자세로 꾸준하게 다가가면 시민들이 마음의 경계를 풀고 우리가 하는 일에 동참하게 될 것이다.
이 괘를 보고 공자는 견선즉천(見善則遷)하고 유과즉개(有過則改)하다고 했다.
선을 보면 옮기고 허물이 있으면 고친다는 뜻이다. 개과천선(改過遷善)이 여기에서 나왔다.
우리 활동을 주위에 널리 알리고, 혹 허물이 있으면 숨기지 말고 바로 고쳐 나가면 우리 단체에 대한 믿음이 커져 자연과 인간이 조화로운 세상을 위해 좋은 일을 더 많이 하게 되리라 믿는다.
임원 및 회원 여러분! 정유년 올해에는 대구환경운동연합이 더욱 용기있게 할말은 하며 왕성한 활동을 펼칠 수 있는 내실을 다지는 일에 함께 힘을 보태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