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가을 경북 청송에서 온 편지 한통을 받았다. 어머니의 망가진 무릎과 허리 때문에 가슴 아파하는 아들의 사연이 담긴 편지였다. 사연의 주인공은 정순자씨(65). 정씨는 고된 농사일로 비교적 젊은 나이에도 무릎과 허리가 많이 망가졌지만, 그간 가족들이 걱정할까봐 아프다는 말 한마디 하지 않았다. 편지 속 “어머니의 건강을 챙기지 못한 불효자입니다. 앞으로 어머니 인생에도 봄날이 올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라는 아들의 말이 오랫동안 마음에 남았다.
정씨의 하루는 말 그대로 눈코 뜰 새 없다. 직접 감·고추·사과·콩 농사를 짓기 때문이다. 밭과 과수원을 부지런히 돌며 콩을 털고, 사과와 감을 따고, 또 다른 콩밭의 김까지 매야 정씨의 하루는 비로소 마무리된다. 이런 일과를 45년 동안 반복했으니 몸이 성할 리 없다. “젊어서 고생했으면 됐지, 나이가 들어서도 왜 이렇게 열심히 일하느냐”는 질문에 정씨 부부가 답했다. “자녀들에게 짐이 되기 싫어서요.”
정씨는 의료진과 만나는 내내 밝고 유쾌한 모습을 보였다. 그래서 정밀검사를 해보기 전까지 상태가 이렇게 심각할 줄은 몰랐다. 정씨의 무릎은 퇴행성 관절염 말기였다. 오른쪽 무릎은 연골 안쪽이, 왼쪽 무릎은 바깥쪽이 다 닳아 걸을 때마다 통증이 극심했을 것이다. 무릎이 아프니 앉고 일어설 때 팔로 땅을 짚어야만 했는데 이런 까닭으로 어깨까지 상태가 안 좋아졌다. 이처럼 관절 질환은 다른 부위에까지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치기 때문에 치료를 서둘러야 한다. 정씨는 2주 간격을 두고 양쪽 무릎에 ‘인공관절 치환술’을 받았다. 다행스럽게도 수술을 마친 후 무릎 통증은 사라졌고, 앉았다 일어나는 것도 자유로워졌다.
문제는 다리 방사통이었다. 방사통이란 여러 신경망을 거쳐 통증이 퍼지는 상태로, 추간판이 탈출하면서 연결된 신경을 압박해 다른 부위에 통증을 유발하곤 한다. 정씨의 다리 방사통은 척추관이 좁아져 허리와 다리 통증을 일으키는 ‘척추관협착증’ 때문이었다.
수술을 하지 않는 방법을 먼저 찾는 병원의 방침에 따라 ‘신경성형술’을 하기로 했다. 신경성형술이란 척추관협착증 또는 척추신경 주위의 조직이 자라나면서 신경을 조이는 현상이 나타날 때 통증을 주는 불필요한 조직을 기계적·화학적인 방식으로 제거하는 치료법이다. 질환에 효과적이면서 환자에게 부담이 없는 방식인데, 반드시 수술이 필요할 정도로 증상이 심한 환자가 아니라면 일차적인 치료로 고려해볼 수 있다. 하지만 정씨는 치료 후에도 호전되지 않아 수술 가능성을 염두에 뒀다. 병원 내 여러 전문의와 논의 끝에 수술하기로 했다.
정씨의 허리는 ‘척추경 나사못 고정술 및 골 유합술’로 치료했다. 후복막 공간으로 접근해 신경을 압박하는 뼈와 인대, 척추관을 제거하는 게 핵심인데, 나사못을 이용해 척추 후측부를 결합해 척추를 고정하는 수술법이다. 정상적인 근육이나 뼈의 손상을 최소화하는 한편 통증을 일으키는 부위만 선택적으로 치료한다는 점에서 의료진과 환자 모두 만족도가 높다. 수술은 부위마취로 진행하며 3∼4시간 정도 걸린다. 수술을 마친 후 길게는 3개월가량 보조기를 착용해야 한다. 특히 이 기간 가벼운 보행운동을 해야 근육 기능을 빨리 회복할 수 있다.
대부분 척추 수술을 두려워한다. 하지만 정씨 사례에서처럼 척추관협착증이 심하거나, 허리 골절로 후방 인대 복합체가 손상됐다면 주저하지 말고 병원을 찾아야 한다. 환자에게 척추 수술을 꺼리는 이유를 물어보면 넓은 범위로 절개해야 한다는 점을 많이 꼽는다. 하지만 절개 부위를 1㎝ 정도로 줄여 나사못을 삽입하는 기술이 개발되는 등 수술 방법이 날로 발전하고 있으니 걱정을 내려놔도 좋다.
정씨는 지난해 11월 양쪽 무릎 수술에 이어 최근 허리 수술까지 6개월에 걸쳐 치료를 받았다. 힘들 법도 한데 특유의 쾌활함으로 의료진에게 웃음꽃을 선사하곤 했다. 힘이 되는 말도 잊지 않았다. “아이고, 수술받기 전에는 말도 못하게 아팠어요. 무릎 아프고 다리도 저려서 잠을 못 잤다니까요. 이제 그런 증상이 싹 사라졌으니 얼마나 좋아! 의사 선생님 덕분에 친구들과 마실도 마음껏 다니게 생겼으니 정말 고마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