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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내산악회 목요 오지 팀이 계획한 '서운 노송공원 → 임도 차단기 → 마랑골 → 능선 → 삿갓봉 → 사자산 갈림길 → 기해목 → 구봉대산 갈림길 → 화채봉 → 손이골 → 손이골 버스정류장'의 13.5km 구간을 6시간 30분 동안 탐험할 예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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삿갓봉
높이: 1,029m
위치: 강원도 영월군 수주면 운학리
삿갓봉은 영월군 수주면 운학리와 횡성군 안흥면 상안리와 군 경계상에 솟은 산으로, 운학리 마을에서 보면 삿갓을 씌운 모양으로 올려다보이며 사자산에서 서쪽으로 가지를 친 지능선상에 솟은 산이다.
수주면 운학리 서운마을에 도착하면 14번 포장 군도 좌측에 아름드리 노송 몇 그루가 서 있다. 이곳에서 노랑골 방향으로 우측 계곡을 건너 100여 미터 지점에 삿갓봉 등산로 안내판이 보인다. 이곳에서 수레길을 따라 20여 분 걸어가면 자연휴식년제를 알리는 간판과 입산 통제용 철제 파이프로 된 문이 보인다.
깨끗하기 이를 데 없는 계곡 안으로 300여 미터 들어가면 농가와 합수점 언저리에 밭이 보인다. 좌측으로 패인 계곡 옆 수레길을 따라 30여 분 들어가면 수레길은 끝나고 입구에서 1.5km라는 작은 임도 표지석이 나타난다. 이곳에서 물이 마른 돌밭길을 따라 10여 분 거리에 잣나무가 빼곡히 조림된 화전터 평탄지가 나타난다.
여기에서 북으로 이어진 지능선을 따라 20여 분 올라서면 바위 지대를 지나 아름드리 노송이 멋진 풍광을 자랑하는 평탄한 주 능선 825봉에 도착한다. 계속 주 능선을 따라 서쪽으로 가면 오도하지 내려설 수 있다. 평탄한 주 능선 길을 따라 20여 분 거리에 이르러 급경사 오르막이 시작되며 바위 지대가 앞을 가로막는다. 간단한 세미클라이밍을 해야 하는 바위침니를 통과하여 올라서면 멀리 치악산 비로봉과 서남쪽 아래 아랑골 서운마을이 아득히 내려다보인다. 계속 주 능선을 따라 20여 분 올라서면 헬기장으로 이루어진 삿갓봉 정상이다.
정상은 헬기장으로 이루어져 있어 조망은 사방 막힘이 없다. 동으로는 사자산에서 달려오는 주 능선이 지그재그로 삿갓봉으로 이루어지고, 사자산 능선 넘어 백덕산 정상이 M자 형태로 머리를 내밀고 있다. 남으로는 화채봉이 손에 잡힐 듯하고 구룡산 넘어 감악산 방면 산세가 시야에 겹겹이 들어오고, 서남쪽으로는 하늘금을 그린 치악산 주 능선과 비로봉이 압권이다. 북으로는 횡성 안흥면 상안리 지역을 지나는 42번 국도가 실낱같이 보이고 문재터널이 시야에 들어온다.
정상에서의 하산은 헬기장 끝머리에서 30여 미터 동으로 내려서면서 남릉을 타고 20여 분 거리에 이르면 무덤이 있고, S자 형태로 이어지는 능선을 타고 40여 분 거리에 이르면 능선이 두 갈래로 갈라진다. 서남쪽으로 이어지는 능선을 타고 50여 분 내려서면 마랑골과 큰골이 합치는 합수점이다. 합수점에서 수레길을 따라 30여 분 거리에 이르면 서운 마을이다. - 한국의 산하
2023년 마지막이자, 이번 주 목요 오지 산행은 강원 영월의 삿갓봉과 화채봉을 연계해 탐험하기로 했다. 사실 4,440개의 산이 있는 나라라, 생각보다 동명의 산이 많은 데, 특히, 백운산, 청계산은 각 지역에 하나씩 다 있을 정도다. 그리고 삿갓봉 또한 백운산이나 청계산만큼 많지는 않으나, 역시 꽤 된다. 해서 안내산악회 게시판에서 산행 계획을 발견하고, 2021년 6월 오른 평창의 삿갓봉[산행기]과 같은 봉우리가 아닌지 자세히 확인했다. 그 결과 가깝기는 하나, 평창이 아니라 영월에 있는 산이고, 해발 1,000m가 넘는 천고지라는 것에 끌려 바로 신청했다. 그런데, 이번 산행에 특별한 의미가 있는 건 아니나, 2023년 안내산악회를 이용해 55회 산에 올랐고, 5회 둘레길을 돌았다. 그 중 이번 영월 삿갓봉이 안내산악회를 이용하는 2023년 마지막 산행이다.
어쨌든 10월 26일 산악회 게시판에서 산행을 발견하고, 아주 당연히 세부 계획을 검토하다가, 코스에서 '사자산 갈림길', '구봉대산 갈림길'을 발견하고 깜짝 놀랐다. 설마, 사자산이 백덕산 길목의 그 사자산? 해서 모니터에 지도를 띄워 놓고 확인했다. 맞다! 2018년 11월 18일 친구의 제안으로 내 인생 처음으로 안내산악회를 이용해 올랐던, 그 사자산이다[산행기]. 그리고, 두 번째 갈림길인 구봉대산은 탐방하기 위해 몇 번 안내산악회에 신청했다가, 다른 산행과 겹쳐, 계속 취소한, 그 산이다. 지도상으로는 생각보다, 구봉대산이 가깝다. 해서 구봉대산 갈림길에서 구봉대산으로 넘어가는 방안을 검토했다. 물론, 귀경은 타고 온 안내산악회 버스가 아니라, 대중교통을 이용해야 한다. 해서 구봉대산 날머리라고 할 수 있는 '구봉산장' 부근에서 버스정류장을 찾아봤으나, 없다. 버스가 안 다니는 오지다. 버스가 없으면, 택시가 있다.
지도 앱에서 구봉산장 출발, 안흥시외버스터미널 도착으로 검색했다. 멀지 않은 거리라, 15,000원 정도를 생각했다. 그런데, 거리 36.5km, 소요 시간 56분, 택시 요금 31,200원이다. 물론 부르는 것까지 포함하면 더 들 거다. 해서 왜 이런 결과가 나왔는지. 택시 진행 방향을 따라가 봤다. 택시가 운교 방향 즉 사자산, 백덕산을 가로지르는 게 아니라, 영월로 내려간다. 법흥사에서 운교로 바로 가는 도로가 없어, 영월을 거쳐 안흥으로 가야 한다. 고로 안흥 택시는 불러도 안 오고, 영월 택시를 불러, 영월에서 서울로 와야 한다. 그럼, 편도에 불과하나, 안내산악회비보다 비용이 더 든다. 이걸 확인한 순간, 대기업 안내산악회 평일 기준 회비가, 능선을 접하고 있는 두 산인데, 백덕산은 28,000원, 구봉대산은 30,000원으로 2,000원이 비싼 이유 등, 여러 궁금증이 풀렸다. 고로 구봉대산은 안내산악회를 이용해 따로 다녀오기로 했다.
삿갓봉과 가까운 치악산의 산행 당일 산악날씨에 의하면 기온은 0도에서 영상 5도 사이, 바람은 1~2m/s로 약하고, 구름 한 점 없는 맑은 날씨다. 고로 지난주 오대산이나, 원통산과 달리 추위에 떠는 일은 없고, 보통이라는 미세먼지가 방해하지 않으면 전망도 좋을 거로 예상된다. 그래도 산이란 게 언제 어떻게 변할지 몰라, 지난주와 같이 겨울 산행에 대비해 준비한다. 그리고 산행 후 맛집에 들르는 목요 산행 팀이라, 찐빵으로 유명한 안흥에서, 식사를 겸해 하산주를 마실 예정이나, 오랜만에 13km가 넘는 6시간 30분 코스로 늦은 점심을 먹기에는 늦어도 너무 늦다. 해서 평소 들고만 다닌 컵라면으로 간단하게 점심을 먹을 예정이다.
2 – 1
목요 오지 팀 산행에 맞춰 5시 5분, 알람에 기상해, 볼일을 본 후 등산 준비를 하다가, 갑자기 왜? 양재를 두고, 열차를 갈아타는 번거로움을 감수하고 사당으로 가야 하는지 의문이 생겼다. 과거 양재역 구내에서 김밥을 팔던 시절에는 아예 사당으로 갈 생각도 안 했으나, 틈새 상품으로 김밥을 팔던, 청과물 가게가 문을 닫아, 사당으로 다니기 시작한 게 6월부터니, 7개월가량 됐다. 그런데, 겨울 특히 기온이 영하로 내려가는 날은 얼음과자로 변하는 김밥 대신 그나마, 따뜻하게 먹을 수 있는 컵라면을 들고 가는데도, 관성적으로 사당으로 갔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해서, 서둘러, 탑승지를 사당에서 양재로 변경했다. 덕분에, 10분 늦게 집에서 나가도 된다.
갑자기 10분의 여유가 생겨, 유유자적 누룽지를 끓여 아침을 먹었지만, 딱히 할 일이 없어 배낭을 둘러메고 집을 나서, 버스로 연신내역으로 향했다. 버스를 타고 연신내역으로 가서, 열차로 갈아타야 한다는 건, 사당으로 갈 때, 삼각지역에서 열차를 갈아타는 것과 다름이 없어 보이나, 집에서 역으로 가는 건 같은 조건이라, 걸어서 구산역으로 가는 거나, 버스를 타고 연신내역으로 가는 거나, 별 차이가 없다. 어쨌든, 연신내역에서 6시 18분 오금행을 타면 되나, 너무 일찍 도착하는 바람에, 6시 12분 열차를 타고, 사당역에 6시 54분경 도착했다. 지금 개찰구로 나가봐야 앉아서 쉴 수 있는 곳이 없고, 그렇다고 역 밖으로 나가면 그야말로 추위에 떠는 일 외에는 기다리는 게 없다. 해서 승차장 전용 의자에 앉아, 보던 책을 계속 보다가, 7시경 자리에서 일어나, 개찰구로 올라갔다.
개찰구를 통과하며 보니, 12번 출구 앞에는 많은 등산객이 삼삼오오 모여 추위를 피해 역 구내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그들을 지나쳐 계단으로 12번 출구로 나갔다. 그리고 안내산악회 버스 정차지인 국립외교원 앞으로 200m 정도 걸어가며 보니, 마을버스 정류장의 온열 의자는 빠른 등산객이 차지하고 있다. 그 빠름에 감탄하면, 외교원 앞 건널목에 도착해, 늘 그랬듯이 길을 건너지 않고, 반대편에서 산악회 버스가 오는 걸 주시하며, 등산객을 관찰했다. 총 6대의 버스가 사당에서 출발해, 양재와 죽전을 거쳐 각지로 흩어지는 진행 코스에서 주요 정차지 중 하나라, 생각보다 많은 등산객이 모여 있고, 또 속속 도착한다. 그리고, 7시 9분 흰색 버스를 선두로 사당에서 출발한 버스가 도착해, 맨 앞차의 LED를 자세히 보니, 영월 삿갓봉이다.
타야 할 버스라, 파우치와 배낭을 양손에 나눠 들고, 버스로 갔다. 문 앞에서 등산객과 인사를 나누는 인솔 대장과 인사 후 짐칸으로 가, 배낭을 넣었다. 그리고 파우치를 들고 버스에 타, 익숙한 산꾼들과 눈인사를 나누며 통로를 지나, 자리로 가 앉았다. 그리고 바로 등산화를 벗고 슬리퍼로 갈아 신은 다음 가장 편한 자세로 잠을 청하자, 버스가 출발한다. 그런데, 인솔 대장이 갑자기 한 사람이 안 탔다고 소리쳐, 버스가 10여 미터 이동 후 정차했다. 물론, 출발 예정 시각인 7시 10분이 지났다. 대장이 안 타 사람이 누군지 확인 후, 어떠한 연락도 없었다면서 버스를 출발시켰다. 그 해프닝을 들으며 잠을 청하는데, 잠이 안 온다. 해서 책을 보기로 하고 패드를 집어 들었다. 역시 최고의 수면제는 책이다. 그리고 실내등이 들어와 잠이 깨자, 인솔 대장이 마이크를 잡고, 치악 휴게소에서 20분간 쉬었다고 가겠다고 공지했다.
버스가 휴게소에 주차한 후 차에서 내려, 볼일을 보고 바로 차로 돌아왔다. 치악휴게소는 볼 게 없어, 시간을 보낼 만한 게 없고, 생각보다 추웠다. 그런데, 차로 돌아가며 보니, 옆에 똑같이 생긴 버스가 있다. 같은 산악회 버스라, 어느 산으로 가는 차인지 확인했다. '함백산, 태백산' 눈꽃 산행이다. 그걸 확인하고 자리에 앉아, 패드를 들고 책을 보고 있으니, 휴식이 끝나고 버스가 출발해야 하는데, 아직 한 명이 도착 전이다. 그러자 다들 인솔 대장에게 옆 버스에서 찾아보란다. 그리고 예상대로 옆 버스에서 승객이 내려, 뛰어온다. 대기업 안내산악회만 감상할 수 있는 휴게소에서 심심치 않고 벌어지는 해프닝이다. 그렇게 승객이 다 타, 버스가 출발하자, 늘 그렇듯 인솔 대장이 이번 산행의 코스와 주의 사항에 관해 설명을 시작했다.
오지 중의 오지라는 말로 시작해, 생각보다 길 찾기 쉽지 않은 코스고, 특히 눈이 녹지 않고 남아 있으면 길 찾는 게 더 쉽지 않으니, 홀로 다니지 말고, 꼭 서너 명씩 뭉쳐 다니라고 신신당부했다. 하지만, 목요 오지 팀의 특징인 거의 전문 산꾼 몇이 선두에서 통칭 '깔지'라 부르는 방향 지시 표지를 주요 지점, 바닥에 깔거나, 나뭇가지에 꽂아 두기에 길을 잃을 염려는 거의 없다. 그리고 14km 가까운 거리에, 기복이 심하지는 않으나, 7개 이상의 봉우리를 넘어야 해 쉽지 않은 산행이라는 걸 강조했다. 그래봐야, 목요 오지 팀원은 거의 전문 수준의 산꾼들이라, 주어진 6시간 30분보다 최소 한 시간, 빠른 사람은 2시간 일찍 하산하지만. 그걸 잘 아는 대장이라, 날머리에 식당, 편의점 등 아무것도 없다는 것을 계속 강조했다. 말인즉 적당히 출발 시간에 맞춰 하산하라는 거다.
끝으로 이 팀의 특징인 산행 후 맛 기행으로 안흥으로 가려고 했으나, 적당한 식당이 없어, 안흥 직전 매운탕 집에서 어죽 칼국수를 먹는 게 어떤지 묻는다. 뭐 '물어보나 마나!'라, 주문을 받았다. 민물고기를 극도로 싫어하는 4명은 메밀수제비를 주문하는 거로 주문을 끝내고, 바로 식당으로 전화해 4시 50분경 도착 예정이니, 5시에는 먹을 수 있도록 해달라고 전화한다. 거기에 대해 혹시, 안흥에서 유명한 찐빵 사려고 했던, 승객의 동요는, 식당 바로 앞에 찐빵 공장이 있으니, 걱정하지 말라는 말로 잠재웠다. 대장 아무나 하는 게 아니다! 다시 불이 커지고 취침 상태가 됐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실내등이 들어왔다. 들머리가 멀지 않다는 신호라, 바로 등산화로 갈아 신고, 스패츠도 착용한 후, 바람막이 안에 입고 있던, 조끼를 벗어 옷걸이에 거는 거로 실내에서 할 수 있는 산행 준비를 마쳤다.
버스가 계곡을 따라 위로 올라가는 중 날머리를 지나자, 인솔 대장이 그 방향을 가리키며 저기가 날머리라는 걸 승객에게 각인시켰다. 그리고 들머리 도착 10여 분 전, 애초 10시 도착을 예상하고 시간 계획을 세웠으나, 9시 40분경 도착 예정이라, 마감 시각을 4시 30분에서 4시 20분으로 10분 줄이겠다고 공지했다. 20분을 줄여야지, 10분만 줄인 건 식당 도착 시간을 고려했기 때문인듯하다. 그런데, 실제 도착은 40분보다도 3분 빠른 9시 37분이다. 고로 산행에 주어진 시간은 6시 43분이다. 날머리에 일찍 도착해 봐야 딱히 할 일도 없어, 이번 산행은 4시 도착을 목표로 했다. 7시 37분 버스가 들머리인 '서운 노송공원'에 도착해, 차에서 내리면, 등산 앱을 기도했다. 그리고 짐칸으로 가 배낭을 꺼내 둘러메는 거로 출발 준비를 끝내다.
2 – 2
먼저, 핸드폰을 꺼내 앱으로 현재 위치의 고도를 확인했다. 지도에서 등고선으로 확인한 바와 같은 471.8m다. 삿갓봉의 높이가 1,028m니, 556m의 표고 차다. 오지 산행이 대개 그렇듯이 실제 올려야 하는 높이는 별것이 아니다. 인솔 대장이 버스에서 코스 소개를 할 때, 300m가량을 치고 올라가야 하고, 이후 끝에서 다시 100m 정도 마지막 된비알이라고 했었는데, 그럼, 150m는 임도란 얘기다. 일단, 서운 노송공원이라니, 노송을 찾아봤다. 2020년 9월 단풍산행 때 본[산행기], 소나무 정도를 기대했는데, 아니다. 그저 노송, 즉 오래 산 소나무라는 것에 의의가 있는 소나무다. 그걸 기록으로 남기고, 위로 가자, 개천을 건너는 다리 앞에 이정표다. 다리 건너가 큰골이고, 직진은 귀경 때 길목인 안흥이다. 당연히 후미에서 다리를 건너 큰골로 향했다.
운학천을 가로지르는 다리를 건너자, 왼쪽으로 삿갓봉 등산 안내도다. 난 받지 않았지만, 인솔 대장이 버스에서 나눠준 지도와 같다. 그걸 보더니, 인솔 대장도, 기쁜 목소리로 '다른 게 없네!'라고 한마디 한다. 다만, 삿갓봉 등산 안내도일 뿐, 화채봉은 지도 밖이다. 그걸 기록으로 남기고, 끝없이 이어지는 마을 내 도로 겸 임도로 거의 2.5km 정도를 올라가 임도의 끝이라 생각되는 곳에 도착해 보니, 전원주택지다. 아니, 이 높이, 이 거리에 주택이라니, 놀랐다. 어쨌든 마지막 전원주택을 지나자, 산행 코스 소개에 있는 임도 차단봉이다. 즉 여기까지는 차가 올라와도 된다는 의미다. 활짝 열린 차단봉을 지나, 다시 7분가량 올라가자, 임도가 끝나고 계곡 너덜이다. 정확히는 그 너덜 역시 임도지만, 관리를 하지 않아 차량이 다니기는 어려워 보인다.
어쨌든 여기까지 차량이 올라올 수 있는 임도가 2.9km다. 산악회 코스 기준 13.5km 중 들머리부터 3km 정도가 임도다. 고로 등산로는 10km가 조금 넘지만, 날머리 쪽도 임도가 있다는 정보니, 정확한 건 하산 때 임도의 거리를 확인해야 한다. 너덜을 지나자, 등산로는 계곡을 따라 이어진다. 계곡과 주변의 고드름 등을 감상하고 기록으로 남기며 가는데, 저 앞 위에서 일행이 길이 아니라고 소리치는 게 들린다. 위에서는 계속 둘 다 길이라는 항변하는 소리와 대장이 지시한 대로 가야 한다는 다른 소리가 토닥거린다. 버스에서 대장이 강조한 갈림길에 도착한 거다. 그리고 선두는 대장이 몇 번이고 강조한 좌가 아닌 우를 택한 듯하고. 그렇게 나름 추측하며 위로 올라가서 보니, 정확하다. 오른쪽으로 갔던 선두가, 다시 돌아와 왼쪽으로 향하는 모습이다.
사실 둘 다 삿갓봉으로 가는 길이다. 다만, 대장은 왼쪽이 더 쉬운 코스라, 그 코스를 선택한 거뿐이다. 빠르고 짧은 산행을 원하면, 오른쪽 코스로 가면 된다. 그건 마을 입구에 있던 삿갓봉 등산 안내도를 봐도 명확하다. 왼쪽은 능선으로 빙 돌며, 고도를 서서히 높이고, 오른쪽은 계곡으로 계속 치고 올라가는 짧은 코스로 급경사다. 그래봐야 양쪽 다 힘드나, 상대적으로 완경사고, 급경사라는 거다. 누가 봐도 과거 임도로 난 등산로로 위로 가자, 구 임도는 계속 직진이나, 일행은 우회전한다. 분명 앱의 지도를 보고 가고 있는 거지만, 과거 임도로 계속 가는 게 더 낫지 않을까? 생각이 들지만, 선두의 뒤를 따라 우회전했다. 이후 선두는 첫 번째 능선을 무시하고, 계곡을 건너 두 번째 능선에서 위로 오른다. 그 모습을 지켜보다가, 앱의 지도를 확인했다. 오지 전문 앱에는 구 임도가 길이라고 표시하고 있으나, 늦었다.
해서 선두를 버리고, 첫 번째 능선에서 바로 위로 치고 올라갔다. 급경사에 길도 없는 능선임에는 오른쪽으로 보이는 두 번째 능선으로 줄 서서 올라가는 일행도 마찬가지로 보인다. 다만, 내가 지금 올라가는 능선보다는 완경사로 보여, 괜히 고집을 부렸나, 후회하기도 하며, 위로 오르는데, 저 위로 도로의 사각 방지용 거울 같은 게 보인다. 당연히 위로 오를수록 가까워지니, 그 정체가 명확해지는데, 맞다! 사각 방지용 거울이다. 고로 저 위는 임도다! 그 거울을 목표로 위로 오르자, 암벽으로 곳곳에, 위에서 버린 쓰레기가 보이는 게, 차량 통행이 생각보다 많은 임도 같다. 아니, 등산객이 많이 오가는? 등산객이라면 쓰레기를 함부로 버리지 않을 텐데?! 어쨌든 미끄러지기도 하며, 암벽을 기어올라, 10시 36분 임도에 올라서자, 가장 먼저 나오는 게 욕이고, 두 번째는 임도 수준에 놀란 감탄이다. 만든 지 얼마 되지 않은 임도다. 아니 아직 만드는 중이다.
당연히 삿갓봉이라 생각되는 봉우리에서 뻗어 내린 이 방향의 모든 능선은 중간에서 잘렸다. 그 모습을 보니, 원주 매봉산행의 악몽이 떠오른다[산행기]. 이 임도가 어디서 시작해 어디까지 뻗어가는지는 모르나, 모든 조건이 당시와 비슷하다. 일단 임도의 모습을 기록으로 남기고, 일행이 올라온 두 번째 능선을 향해, 임도를 따라가, 10시 39분 도착해, 아래를 보니, 일행 몇이 올라오고 있고, 그나마 여기는 암벽이 아니라, 쉽게 임도로 올라올 수 있었다. 해서 대중적인 앱이 이 능선에 길 표시를 했을 거다. 아니, 앞선 산꾼이 앱에 길이라 표시했을 거다. 그리고, 잘려 나간 부분인 절벽으로 변한, 반대쪽을 보니, 절벽을 바로 올라갈 수 없어, 우회해서 올라온 일행이 아슬아슬하게 지나는 모습이 보인다. 원주 매봉산 그대로다! 산불 방지와 조림용이라는 임도가 산을 망치는 전형적인 모습이다. 산림청과 산림조합 연합의 산피아가 망치고 있다.
그 모습을 지켜보다가, 아무리 능선을 깎아 낭떠러지로 변했어도, 기어 올라갈 수 있지 않을지 경로를 검토해 봤는데, 못 오른다. 해서, 임도의 고개를 돌자, 비좁은 등산로로 절벽을 올라가는 조금은 위험해 보이기까지 하는 일행의 긴 줄이 보인다. 그런데, 어차피 잘린 능선 위의 등산로라면 굳이 저기서 올라갈 게 아니라, 어디든 능선으로 쉽게 올라갈 수 있는 지점이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어, 그 지점을 찾았다. 역시 나만 그런 생각을 하는 게 아니라, 벌써 일행 몇이, 다른 길로 능선으로 향하는 게 보여, 나도 그들을 따라갔다. 낙엽 쌓인 급경사로 오르는 게 쉽지 않은 산기슭으로 올라, 10시 46분 능선 등산로에 도착했다. 이후 오른쪽으로 삿갓봉이라 생각되는 봉우리를 쳐다보며, 가끔 산악회 리본도 보이는 능선을 따라가자, 바위가 길을 막고 있다. 바위를 기어 올라가거나, 우회해야 한다.
당연히 바위로 다가가 다른 일행이 오른 것과 같이 갈라진 틈으로 기어 올라갔다. 뒤에서 그걸 지켜보던 일행이 다 올라가자 도움을 요청하는 듯한데, 위에서는 도와줄 방법이 없어, 아쉬울 뿐이다. 차라리 밑에서 도와달라고 했으면, 쉽게 도와줬을걸! 결국 못 올라오고, 우회하는 그 여성 산꾼을 바라보고 있다가, 암릉으로 난 등산로로 삿갓봉으로 향했다. 그런데, 암릉을 기어오른 후부터 발목을 넘는 눈이다. 즉 심설 산행의 시작으로 아이젠을 꺼내 착용해야 할 타이밍이다. 그런데, 어딘가 의지한 채 착용해야 하는데, 의지할 곳이 없어 위험하게 착용해야 하는 상황이라, 이 구간을 통과 후 착용하기로 하고 계속 갔다. 그러자, 11시 22분경 앱이 삿갓봉 반경 50m 내라고 알려줘, 동영상을 찍으며 올라, 11시 24분 우리 일행 10여 명이 웅성거리는 삿갓봉 정상에 도착했다. 정상에는 정상석이 두 개로 하나는 지자체에서, 다른 하나는 개인이 세운 거다. 개인이 세운 게 조형미가 있어 다들 그걸 배경으로 인증을 찍는다.
먼저 두 개 정상석의 모습만 기록으로 남기고, 다른 일행이 정상석을 배경으로 인증을 남기는 걸 바라보고 있다가, 내 차례가 되어, 일행에게 부탁해 인증을 남겼다. 현재 시각 11시 26분 다들 그나마 앉을 만한 공간이 있는 정상에서 점심을 먹고 출발하는 분위기라, 나 또한 자리를 잡으려고 보니, 이미 다 차지해, 어쩔 수 없이, 정상에서 우리가 가야 할 코스와는 반대로 내려가 자리를 잡았다. 물론 내려갈 당시에는 내려간 등산로가 우리가 가야 할 코스로 알고 있었으나, 일행 중 한 명이 우리가 가야 할 코스가 아니라고 몇 번이나, 소리쳐 알았다. 고로, 점심을 먹고, 다시 정상으로 올라가야 한다. 어쨌든 근 한 달을 배낭에 넣고 다닌 컵라면에 준비한 뜨거운 물을 붓고, 불린 후 김치와 같이 먹었다. 뜨거운 우엉차로 입가심 후 주변을 깨끗이 정리한 후 정상으로 다시 올라가기보다는 정상에 있는 일행이 어느 방향으로 가는지 확인했다.
현 위치에서 반대가 아니라, 90도 각도로 왼쪽으로 가는 일행이 얼핏얼핏 보인다. 어쩌면 당연하다. 우리가 가야 할 능선이 바로 앞에 보이니, 저 능선으로 올라가기만 하면 된다. 다만, 지금 있는 등산로는 하산길이다. 아니, 정확히는 임도 갈림길에서 처음 오른쪽을 선택했던 그 길이다. 어쨌든 정상으로 올라가지 않고, 정상을 오른쪽으로 우회하려고 보니, 아이젠과 장갑이 없으면 갈 수 없는 길이라, 먼저 아이젠과 장갑을 꺼내 착용하고 꼈다. 그리고, 급경사를 내려가, 정상을 우회해 정규 등산로로 들어섰다. 실은 정규 등산로인지는 확인할 수 없고, 다만 선두가 러셀 한 지역에 들어선 거다. 선두에게 감사하며, 러셀 한 코스를 따라가다가, 가끔 뒤로 돌아 삿갓봉을 쳐다봤으나, 앙상하나 울창한 숲에 가려 기록을 남기는 게 쉽지 않다. 그렇다고, 그냥 가면 기록이 하나도 없을 상황이라, 방해물과 같이 사진으로 남겼다.
눈 쌓인 급경사 암릉을 내려가다가 미끄러지기도 하며, 계속 길을 가, 12시 52분 산악회 리본이 나뭇가지에 잔뜩 매달린 봉우리에 도착했다. 지금까지 어쩌다 하나씩 보이던 리본이 무더기로 있다는 건, 주요 지점이라는 얘기다. 감으로는 사자산 갈림길이라, 주변에 이정표나 표지가 있나 둘러봤으나, 없다. 해서 앱의 지도를 확인했다. 맞다! 사자산 갈림길이다. 숲에 가려 잘 보이지는 않으나, 왼쪽 저 멀리 보이는 게 백덕산이다. 그걸 기록으로 남기고, 삿갓봉 이후 쉬지 않고 달려오느라, 입이 바싹바싹 마르고, 입이 쓰면, '소태를 씹은 듯하다!'라는 말을 많이들 인용하는데, 소태를 씹은 적이 없으니, 그게 얼마나 쓴지 감이 잡히지 않고, 내가 아는 맛 표현을 하자면, 쓴 약을 입에 물고 쪽쪽 빠는 듯했다. 독감이 완쾌되지 않았다는 방증이다. 해서 가던 길을 멈추고 배낭을 내려놓고, 보온병을 꺼내 뜨거운 우엉차를 마셨다.
뜨거운 우엉차로 목을 축이고, 쓴 입을 좀 씻어낸 후 다시 배낭을 정리해 길을 재촉했다. 길을 가며 계속 감탄한 게, 선두의 러셀 실력이다. 아주 정확하게 러셀 해, 후발이 따라가기 아주 좋았다, 하나, 아쉬운 게 있다면, 모든 암봉은 우회한다는 거다. 어차피 4시 20분 버스가 출발하니, 일찍 내려가 봐야 할 일도 없어, 몇몇 암봉은 선두가 우회한 걸 무시하고 바위 봉우리를 넘었다. 물론 능선에 전망대로 보이는 바위가 있으면 뛰어 올라갔으나, 역시 울창한 숲이 방해해, 원하는 사진을 얻지는 못했다. 와중에 소나무 전망대에서 백덕산과 그 능선 사진 몇 장 건진 건 큰 소득이다. 이후 앞에 보이는 봉우리를 바라보고 전진해, 봉우리를 향해 오르자 앞서가는 일행의 모습이 마치 겨울 산을 넘는 보부상처럼 보인다. 왜 그렇게 보였을까?
서쪽으로 지는 짧은 겨울 해를 바라보며 봉우리로 올라가는 보부상의 모습 기록을 남기고, 유유자적, 사실은 독감 후유증으로 체력이 바닥이고, 쓰디쓴 입과 바짝바짝 마르는 입술이라, 평소 페이스 유지가 쉽지 않았다. 해서 서두르기보다는 체력에 맞게 페이스를 약간 늦추고, 자주 뜨거운 우엉차를 마셨다. 그렇게 가, 2시 12분 구봉대산 갈림길을 통과했다. 물론 어떠한 이정표나, 표지도 없고, 다만 산악회 리본 몇 개가 바람에 날릴 뿐인 갈림길이다. 인솔 대장이 버스에서 주의 사항 설명 때, 얘기했듯이, 만약 구봉대산이 목적이라면, 지나치기 딱 좋다. 말인즉 알바다! 어쨌든 이번 산행에서 중요한 이정표는 다 지났다. 아니, 화채봉이 남아 있기는 하나, 그건 이정표가 아니라, 목표 봉우리다. 구봉대산 갈림길을 지나, 계속 가자, 등산로는 거대한 바위 사이를 지난다. 다른 산 같으면 통천문이나, 문바위 등 안내문이 있을 만한데, 어떠한 것도 없다. 그렇다고, 그냥 가기에는 섭섭해 기록을 남겼다.
뒤에 대장과 그 일행이 있다는 걸 알고 있고, 아직 마감까지 시간이 많이 남아, 뒤에서 따라오는 일행을 다 앞장세우고 가다가, 화채봉이라 생각되는 봉우리로 올라갔으나, 앱이 반응하지 않는다. 그런데, 뒤에서 따라오던 일행이 내가 힘들어 보였는지, 여기가 화채봉이라며, 다 왔다는 식으로 얘기한다. 화채봉이 아니라는 걸 이미 알고 있으나, 뭐라고 대답하는 것도 귀찮아, 고개만 끄떡였다. 그리고 정상에 도착하자, 화채봉이라고 했던 산꾼이 지도를 확인하더니, 여기가 아니라, 진행 방향 왼쪽 봉우리를 가리키며 저거라고 동행하는 일행에게 얘기한다. 그 모습을 지켜보다가, 그들을 무시하고 무명봉의 정상을 넘어 반대편으로 갔다. 혹시 말 그대로 삿갓의 모습인 삿갓봉의 사진을 남길 수 있는 전망대가 있을까 해서다. 없다! 실망하고 다시 등산로로 돌아와, 앞에 보이는 화채봉을 향해 가다가, 현재 고도가 궁금해 앱을 확인했다. 990m, 언제 1,000m를 벗어났을까?
앞에 보이는 봉우리를 향해 가며 보니, 화채봉을 오해했던, 두 등산객이 정상 부근에서 사진을 찍는 모습이 보인다. 그럼, 저게 화채봉인 건 맞다. 해서, 동영상을 찍으며 갔으나, 등산 앱은 여전히 반응이 없다. 그리고 정상에 도착했음에도 마찬가지다. 고로 화채봉은 등산 앱이 고지로 인정하지 않는 봉우리다. 분명 지도에는 화채봉이라 표기해 놓고, 고지로 인정하지 않는다니, 무언가 잘못됐다. 어쨌든 정상에는 이정표가 있고, 그 이정표 기둥에 '화채봉 정상, 965m'라는 명패가 붙어 있다. 그리고 이정표에 '문바위'라는 방향 지시가 있다. 내 생각대로, 그 거대 바위 두 쪽이 문바위다. 문바위를 맞춘 자신에 감탄하며, 삼각대를 이용해 인증을 남기는데, 강한 바람에 삼각대가 넘어가는 와중에도 본업에 충실해, 약간 경사진 사진이 나왔다.
화채봉에서 인증을 남겼으니, 이제부터는 본격적인 하산이다. 바닥난 체력이라, 더는 기복이 없기를 빌며, 임도 방향인 왼쪽으로 내려갔다. 결과적인 얘기나, 평소 체력이라면, 오른쪽 능선으로 갔을 거다. 그리고 그게 맞다. 그랬다면, 호구를 풀어놓고, 등산객을 위협하는 강원도 늙은이를 보지 않았을 거고, 강원도에 관한 인상에 똥칠하지도 않았을 거다. 어쨌든, 급경사를 내려가자, 고갯마루의 이정표다. 계속 가면 '절벽바위'다. 분명 여기가 갈림길인데, 좌든 우든 방향 지시가 없다. 해서 주변을 둘러보니, 오른쪽 아래 방향에 산악회 리본이 몇 개 매달린 게 보이고, 바닥에는 선두가 놓은 오른쪽을 가리키는 깔지가 있어, 기념으로 그걸 기록으로 남기고, 계곡으로 난 길을 따라 급경사를 내려갔다. 그렇게 가다가 쓴 입을 달래기 위해 가던 길을 멈추고, 계곡물을 퍼마셨다.
3시 29분 찢어진 망을 통과하자, 주택이 보이고 마을 도로다. 해서, 그 도로로 내려가니, 개 두 마리가 요란하게 짖는다. 그런데, 작은 발발이는 묶여 있는데, 중형의 호구는 목줄이 없어 달려 나와 위협해, 주인을 불렀다. 분명 조용히 하라는 목소리를 들었다. 그런데, 주인의 반응이 없어, 접어서 넣으려고 했던 등산지팡이로 호구를 가리키자, 꼬리를 말고 집으로 도망간다. 그런데, 뒤로 돌아내려 가면 다시 달려 내려와서 위협이다. 그럼 다시 지팡이로 호구를 가리키며 주인을 불렀는데, 여전히 반응이 없어, 오지에서 사용하기 위해 옆구리에 차고 있는 칼을 꺼내, 오랜만에 보신탕을 먹을까 고민하고 있는데, 저 위에서 등산객이 내려오는 걸 보고, 그 방향으로 뛰어 올라간다. 자세히 보니, 인솔 대장이다. 해서 대장에게 개 조심하라고 소리쳤다. 지팡이로 방어하며, 대장이 내려와, 같이 지팡이를 휘두르며 집까지 몰고 갔다. 그러자 늙은이가 얼굴을 내밀고 개를 잡는다. 개가 개를 키운다! 호구를 제압한 후 대장과 둘이 지난 산행과 앞으로 산행 계획에 관해 얘기하며, 임도로 내려가는데, 일행 중 두 명의 해프닝에 관해 대장이 얘기를 시작한다.
먼저, 핸드폰을 버스에 두고 온 걸 안 산꾼이 폰을 가지러 다시 내려갔는데, 버스가 들머리에서 대기하다가 마감 직전 날머리로 이동하지 않고, 바로 날머리로 간 바람에 날머리까지 가서 핸드폰을 들고, 다시 산행을 시작해, 시간에 맞게 정상에 도착한 산꾼 얘기다. 놀라운 체력이다. 다만, 삿갓봉은 지름길로 가지 않았을까? 두 번째는 뭉그적거리다가 30분 늦게 출발해 임도에서 다시 내려간 산꾼 얘기로, 둘은 극과 극이다. 그렇게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며 가, 3시 54분 화채봉에서 능선을 선택했으면 내려왔을 갈림길에 통과했다. 날머리에서 10여 미터 거리다. 그리고 조금 더 가자, 왼쪽으로 들머리와 달리 '화채봉 등산안내도'가 있는데, 들머리의 삿갓봉 안내도와 합치면 완벽한 이번 산행 안내도다. 그 안내도를 기록으로 남기고, 왼쪽 아래에 내려가 주차해 있는 산악회 버스에 도착하는 거로 산행을 마감했다. 현재 시각 3시 5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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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에 탄 후 벗어 두었던 조끼를 껴입고, 배낭에서 꺼내 온, 뜨거운 차를 계속 마셔 쓰디쓴 입안을 달랬다. 그리고 자리에 누워 일행이 도착하기를 기다렸다. 얼마나 기다렸을까? 모두 도착해, 그럼 당연히 버스가 출발할 거로 생각했는데, 여전히 꼼짝 안 해 주위를 둘러보니, 일행 중 한 명이 버스에서 내려 통화 중이다. 뭐 그럴 수도 있어, 다시 의자에 누웠는데, 통화가 길어도 너무 길다. 해서 시계를 보니, 마감인 4시 20분까지는 아직 좀 남았다. 그래도 다른 승객이 기다리고 있는데, 여전히 밖에서 통화 중이라는 건 쉽게 용납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그런데, 인솔 대장을 포함 승객 누구도 아무 말이 없다. 가끔 산행 계획을 세우기 위해 안내산악회의 과거 데이터를 검색하는데, 목요 오지 팀 산행 중 찾아낸, 가장 오래된 기록이 2018년이다. 그때부터 함께한 사람들이라, 한 가족이나 다름없어, 다른 산행과 같이 생각하고 신청한 등산객은 가끔 혼란에 빠진다. 평범한 직장인이라면, 평일 산행이 쉽지 않은 가운데, 본인이 특별히 여기는 산행을 위해, 연차 등을 이용해 평일 산에 올랐을 거라,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닌 매주 목요일 산에 다니는 사람들의 가족적인 분위기를 이해하기 쉽지 않았을 거다. 2022년 1월 처음으로 평일 산행으로 안내산악회를 이용해 광양 백운산을 다녀왔는데[산행기], 우연히도 그게 목요 오지 팀이다. 이후 이번 산행까지 16회나 함께했음에도 아직 이 팀의 분위기에 적응하지 못했다.
어쨌든, 밖에서 전화하던 산꾼이 버스에 타자, 차는 식당을 향해 출발해, 4시 43분경, 식당 200여 미터 직전, 안흥찐빵 공장 앞에 정차해 빵을 살 승객은 모두 하차해, 공장으로 갔다. 남은 사람은 멍청히 버스에서 기다리고. 이런 사태를 방지하기 위해 인솔 대장이 기사에게, 빵을 산 승객은 식당으로 걸어가도 되니, 바로 출발하라고 했는데, 기사가 기다린다. 기사가 그러겠다는데, 뭐라 할 건가?! 5분 정도 후 빵을 산 승객이 모두 돌아오자, 버스가 식당으로 출발했는데, 200m가 아니라, 100m 조금 넘어 보이는 거리에 불과했다. 진작 거리를 알았으면, 걸어갔을 텐데, 하긴 알았어도 귀차니즘에 그냥 눌러앉아 있었을 거지만. 4시 49분 버스는 식당의 주차장에 도착했는데, 이미 손님의 차로 보이는 서너 대의 자가용이 주차해 있다. 그리고 버스가 주차할 수 있을 정도는 넓은 주차장을 가진 매운탕 집이다. 주메뉴는 '어죽 칼국수'지만.
버스에서 내려, 등산화를 벗고 식당으로 들어가자, 기사 포함 28명의 예약석이 준비되어 있다. 물론 밑반찬도 다 깔려 있다. 해서 일단 술꾼들이 가장 끝 식탁 두 개에 모였고, 술을 마시지 않는 승객이 다른 식탁을 차지했다. 물론 민물고기를 좋아하지 않아, '메밀수제비'를 주문한 네 명은 식탁 하나를 따로 세팅했다. 일단 그렇게 식탁 배정이 끝나자, 술꾼 식탁으로 가 앉으니, 선배 산꾼이 두 식탁에 이슬이, 맥주, 치악산 막걸리 등을 세팅한다. 그리고 밑반찬을 안주로 무사 산행을 축하하는 건배를 했다. 와중에 치악산 막걸리 맛이 어떤지 마셔보라는 주변의 권유로 딱 한 잔만 마셨다. 버스에서 뒷감당이 무서워서다. 그렇게 술을 마시다가, 우연히 옆에 있는 냉장고를 보고 깜짝 놀랐다. 빨갱이가 있다.
이럴 수가, 당연히 빨갱이가 없어 이슬이를 세팅했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다. 앞으로 식당에서는 타인에게 맡기지 말고, 냉장고를 잘 살펴야 한다는 걸 깨닫는 순간이다. 그렇게 기본 반찬을 안주로 이슬이를 마시고 있으니, 어죽 칼국수가 나와, 먼저 국물만 떠먹어봤다. 그리고 칼국수를 먹는데, 여기저기서 감탄이다. 그런데, 입맛 까다롭고, 입 짧기로 유명한, 내 입에는 비린내는 아니나, 민물고기 특유의 냄새가 조금 난다. 흙냄새? 그건 아닌 거 같고, 어쨌든 그걸 감추는 데는 실패한 어죽이다. 그렇다고, 그것 때문에 못 먹을 정도는 아니다. 해서 방금 나온 어죽 칼국수를 안주로 이슬이를 마시고, 칼국수가 다 떨어지자, 일행이 주방에서 퍼온 밥을 말아, 어죽 밥으로 또 마셨다. 대략 혼자서 2병 반 정도 마신 거 같다.
대략 45분가량 어죽 칼국수 한 그릇으로 이슬이 두 병 정도를 마시고, 아직 5시 35분밖에 안 된 시간임에도 어두컴컴한 밖으로 나와 버스로 가기 전 다른 일행이 나오기를 기다리며, 주변을 둘러봤다. 끝으로 식당의 모습을 기록으로 남기고 버스에 타, 자리에 앉자마자 잠이 들었다. 그리고 깨어보니, 죽전이다. 당연히, 휴게소가 아니라, 1차로 승객을 내려주는 정차지로, 휴게소는 건너뛰었다는 얘기다. 그런데, 슬슬 신호가 온다. 양재까지 버틸 수밖에 없다. 거의 텅 빈 도로를 달린 버스가, 7시 20분 양재 국립외교원 앞에 정차하자, 짐칸에서 배낭을 꺼내 둘러메고, 서둘러 양재역으로 들어가 볼일을 봤다. 그리고 집으로 향해, 8시 30분경 집에 도착하는 거로 오지 중 오지 영월 삿갓봉, 화채봉 연계 산행을 최종 마감했다. 물론 늦은 저녁과 함께 돼지껍질 볶음 안주로 2차 하산주를 했다.
안내산악회 목요 오지 팀 계획대로 발목을 덮는 심설 속 '서운 노송공원 → 큰골 입구 → 임도 → 임도 차단기 → 마랑골 → 능선 → 임도 → 능선 → 삿갓봉 → 사자산 갈림길 → 기해목 → 구봉대산 갈림길 → 화채봉/좌회전 → 손이골 → 손이골 버스정류장'의 14.8km(램블러) 구간을 6시간 20분 동안 탐험했다. 이동 5시간 57분, 휴식 23분!
애초 목요 산행이 오지 위주로 다니지만, 이번 영월 삿갓봉은 오지 중 오지 산행이다.
낙엽 져, 앙상한 가지만 남았지만, 숲의 울창함을 감추지는 못해, 그나마 볼 만한 조망조차 기록으로 남기는 게 쉽지 않았다. 해서 조망을 기록한 건 백덕산에 불과하다. 심지어, 누가 봐도 삿갓의 형상인 삿갓봉조차 기록으로 남기지 못했다.
앞선 선두의 러셀 덕에 그나마 진행에 크게 방해받지 않은 심설 산행이었으나, 발목을 넘는 심설은, 독감의 잔재가 남아 정상이 아닌 몸을 더 빨리 지치게 만들어, 최근 들어 가장 힘든 산행이었다
무릉도원이라기에는 최악의 인심이니, 이방인들 헷갈리지 않게 수주면으로 원 위치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