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이번주는 미국에 살고 있는 다른 이민세대에 적어볼까 합니다.
일단 크게보면 세 세대로 나눌수 있을꺼 같습니다: 1세, 1.5세, 2세
물론 아주 옛날에 (70~80년대) 오신분들은 가족이 생기고 생겨서 4세 5세까지 있는 경우도 봤지만, 아직까지는 90년대에 이민오신 1세대를 시작으로 1.5세, 2세 그리고 2세 친구들이 애들을 낳기 시작하면서 3세대까지는 많이 보이는거 같습니다.
1세대 - 처음에 미국으로 이민오신 분들을 1세대 라고 부르는데요. 제 부모님은 IMF때 미국으로 이민왔고, 저는 11살이었습니다. 그 당시 저는 단순히 피자와 햄버거를 매일 먹을수 있다는 생각으로 좋아했습니다.
보통 1세대가 먹고사는 방법은 자영업이고요. 영어 1도 모르고 누구 밑에서 일하다가 돈 모으고 자기 가게 차리는게 목표이기도 한데 자기 가게를 차리고 유지하는게 성공적인 케이스입니다.
하루에 12~14시간씩 일하고 쉬는날 없이 매일 일하시는분들도 많고 누구보다 고생을 많이 하셨고 아직도 하고있는 세대이기도 합니다.
말도 안통하는 곳에서 정말 노력 그리고 성실감으로 살고계신 분들입니다.
유퀴즈에 나오신 그 뉴욕 브로드웨이 델리 (Starlight Deli)부부의 얘기는 업종을 떠나 많은 이민1세대의 얘기이기도 할겁니다.
제 부모님도 포함해서요. 제 부모님도 슬슬 은퇴하실 나이가 다가오시는데, 저는 하루빨리 은퇴하고 쉬라고 말씀드리는데, 아직까지는 어렵게 키운 가게 내려놓기가 쉽지 않으신거 같아요.
여기서 하나 말하고 싶은점은 아무래도 늦은나이에 오시다보니 영어 습득이 쉽지 않고, 아무리 오래살고 장사를 해도 막상 영어를 그렇게 잘하시는분은 의외로 많이 없습니다. 사실 장사할때 쓰는 영어는 생각보다 한정되어 있고, 단순히 미국에 오래 살았다고 해서 영어가 딱히 느는것도 아닙니다. 눈치만 늘어나죠.
제가 항상 걱정되는점은 차사고나 무슨일이 터졌을때 말이 안통해 억울하게 당하시는 일인데, 다행히 제 부모님에게는 그런일은 아직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가끔 이런저런 일이 터지면 저나 동생이 커버 가능한 범위여서 항상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좀 다른 얘기지만 미국안에서 한인끼리 사기치는게 서로 영어를 못해서 사기를 치고 사기를 당하는겁니다.)
1.5세- 어린나이에 선택권 없이 부모님따라 이민온 세대를 1.5세라고 부르는데요, 일명 FOB이라고 불리기도 합니다. (Fresh off the boat) 제가 1.5세에 들어가는데, 처음에 미국와서 정말 힘들었습니다. 저 같은 경우는 유태인들만 사는동네에 친구없이 힘들게 자랐습니다.
한국에서는 맨날 반장도 하고 활발한 성격이었는데, 미국와서 180도로 바뀌고, 영어 배우는데 3~4년 정도 걸렸습니다.
그나마 스포츠를 좋아하고, 그 때 마침 식서스가 잘하던 시절이라 그 때 엔비에이에 빠져든 계기이기도 합니다.
(아이버슨은 저의 영원한 우상)
영어가 좀 할만하니 사춘기가 오고 영어관련된 집안일도 도맡아서 해야하니 일찍 철이 든거 같습니다. 어린나이에 왜 내가 전화를 하고 통역을 하고 있지 라는 생각에 부모님이랑 많이 싸우기도 했고 많이 서운하기도 했습니다.
단순한 집 인터넷설치 전화부터, 은행업무, 음식배달까지 가족안에서 영어쓸일은 1.5세가 다 한다고 보시면됩니다.
많은 1.5세 부모님들이 자영업을 하기에 많은 관심을 못받기도 하는데, 아예 나쁜길로 빠지는 애들도 있고. 또 반대로 일찍 철들고 공부 빡세게 해서 아이비리그/전문직으로 가는 사람도 많습니다. 오히려 저 같은 평범한 사람이 별로 없는거 같습니다.
1.5세는 뭔가 극과극으로 나눠지는거 같아요.
(저는 그럭저럭한 대학교나와서 평범하게 10년 넘게 직장생활 하고있습니다.)
2세- 미국에서 태어난 1세 자녀들을 2세라고 불리는데요. 안좋은 말로는 바나나라고 불리기도 합니다.
밖은 동양인 안은 백인이라는 의미에서요.
미국에서 태어나고 자랐기 때문에 당연히 한국말을 못하고 미국인처럼 자라는데 어느순간 한국말을 배우고 싶어하고 결국 자기는 미국사람이 아니라고 느끼는거 같더라고요.
어릴때는 모르다가 점점 나이를 먹으면서 결국 뿌리를 찾는거 같은데, 한편으로는 슬픈게 영어못하는 부모랑 제대로 소통 안되는 2세도 많고, 또 한국말을 못해서 막상 한인 커뮤니티에 들어가는것 조차도 힘들때가 있습니다.
또 자라면서 미국문화를 모르는 부모때문에 학교생활을 하면서 따돌림을 당하기도 하고요.
저 대학교 다닐때만 해도 KSA (Korean Student Association) 그리고 KASA (Korean American Student Association)으로 갈라졌는데 한쪽은 유학생/1.5세 나머지 한쪽은 2세로 아예 같이 놀지도 않았습니다.
그래도 요새는 K-Pop 영향때문이지 조기에 한국말 배우는 사람들도 많아졌고, 예전보다는 좀 더 오픈마인드로 다른세대들과 더 어울리고 더 빨리 한국인이라는 뿌리를 받아들이는 느낌이에요.
결국 생긴거 때문에 아무리 미국에서 태어나고 자라도 모두 이방인이라고 생각합니다.
흑인이 받는 차별을 떠나 일단 모두다 미국인이라고 생각은 하죠. 동양인은 그렇지 않습니다.
흑인한테는 어느나라에서 왔냐고 물어보지 않지만 동양인한테는 어떤 나라에서 왔냐고 항상 물어보는게 현실이죠.
2세들도 2세만의 고민과 고충이 충분히 있다고 생각됩니다.
이렇게 1세, 1.5세, 2세에 관해서 간략하게 적어봤는데요. 결국 제가 하고싶은 말은 남의 나라에서 사는게 쉽지않다 입니다.
제가 이 시리즈를 시작한것도 결국은 한국이 최고다 라는 취지에서 시작한거였는데, 해외에 살아봐야 진정으로 느껴지는 한국사랑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오늘자 한줄 줄거리: 어떤 세대든 쉬운 세대는 없다.
다음주는 직장편으로 돌아오겠습니다.
첫댓글 오늘도 재밌는 시리즈 잘 봤어요.
제 아내도 1.5세인데, 진짜 딱 저 글 내용이랑 똑같아요 ㅋㅋㅋㅋ
성격 내성적으로 변한거, 처가집 온갖 영어관련 일 해주는거 ㅋㅋㅋ
다음 글도 기대할게요~
이게 스트레스가 장난아닙니다. 해주면 해주는데로 스트레스 안해주면 또 걱정되서 스트레스
글을 읽으면서 공감이 많이 되어서 애들 생각하니 마음이 안좋네요.
저는 반성부터 하게 됩니다
처음 왔을때의 긴장 절실함을 너무 잃고 사는것 같아서요.
늘 잘 읽고 있습니다. 감사해요
긴장과 절실함을 잃었다는건 그만큼 안정과 행복이라는 뜻이에요 ㅎㅎ
@이겨달라#4 포장을 어쩜 이렇게 예쁘게 해주시는지.. 고마워요
저는 Chicago에서 태어났습니다. 고로 2세가 되겠죠?
그런데 2살 때, 한국으로 돌아가서 고등학교 졸업 후에 온 가족이 미국으로 이민왔습니다. 그렇다면 1.5세?
그런데, 다 커서 미국에 온거네요. 그렇다면 1세?
ㅎㅎㅎㅎ 정체성이 혼란스럽습니다.
2세도 부모에 따라서 조금씨 갈리죠. 2세임에도 불구하고 한국말와 영어를 완벽하게 하는 경우도 생각보다 많습니다. 부모들이 한국에 있는 할아버지 할머니와 의사소통 해야한다면서 꾸준히 한국어를 교육하는 경우도 있고, 부모가 영어를 못해 집에서 한국어만 사용하기 때문에 어느정도는 강제적(?)으로 한국어를 유지하는 경우도 있죠. 2세도 스펙트럼이 나름 다양한 것 같네요
개인적인 경험으로는 80프로 이상이 한국말만 알아듣고 말을 조금하는 수준이었던거 같습니다. 부모가 한국말로 얘기하고 영어로 답하는게 제일 흔한 케이스인가 같습니다
와우 오늘 이 글 읽으면서 정말 순식간에 90년대에 이민와서 느겼던 감정들과 잊혀진 기억들이 새록새록 살아나네요.
하이스쿨 때 아빠 은행 서류와 가게, 집 계약서 통역하면서 알지 못하는 단어들을 아직도 영어를 못 배웠냐고 왜 설명 못하냐고 버럭하는 아빠한테 많이 서운했었죠.
이민 세대에 대해서는 정말 밑도끝도 없는 스토리바구니죠.
아! 어르신도 답답하셔서 그랬겠지만 서운하셨겠어요. 어르신이 정말 많이 답답하셔서 그러셨을꺼예요. 그리고 본인이 영어에 익숙치 않은 자괴감도 드시고 말이죠
얼빙신님 정말 수고하셨어요
@둠키 생각해보면 지금 제 나이때 한국 떠나서 외국어 쓰는 외국에 오신건데, 아들 불어 숙제 보면서 제가 느끼는 자괴감이겠죠. 이젠 다 추억이네요
그러고보니 예전에 MBC에서 1.5라는 드라마도 있었던거 같네요
아무리 노력해도 마이너로 사는건 정말 쉽지않은데 고생많으십니다.
글 잘봤습니다! 다음 글도 기대하겠습니다~~~
학교에서 같은 한국 학생들도 파가 저렇게 갈리는군요. 재밌게 잘 봤습니다. 다음 직장편 넘 기대됩니다.
2세들 조차도 이방인이라고 느끼는군요. 외형이 아주 약간 다를 뿐일텐데요. 그놈의 학연지연혈연 이런 것도 생각이 나면서 뭐랄까... 인간의 차별은 어쩔 수 없는 본능의 영역인건가 싶네요.
2세이야기가 나오니 미국에 있었을때 대학생들 파티같은데서 한국인 학생들과 어울리고 싶어 했어 하는데 한국말 잘 못해서 못 어울리는 2세들 몇명 본적이 생각나네요.
오히려 한국에서 온 학생들이 자기들끼리 무리지어서 외국인들과 아주 잘 노는데, 2세들은 미국인들사이에서 어정쩡하게 있는 모습들을 보고 조금 이질적인 모습이였습니다
생각하게 만드는 좋은글 잘 봤습니다
생생한 체험 공유 감사 드립니다 이민 살이가 시집 살이랑 비슷한 부분이 많네요 ㅜ ㅠ
제가 아는 분 중 한인교회에서 한국말 모르는 2세를 위한 한국말학교를 운영했던 분이 있어요. 그 분 말씀으로는 2세들을 많이 겪어보니 문화와 언어나 모두 미국인인데 정작 미국인들 사이에서는 일부 이방인 취급이 있고 특히 이성간의 연애에서 소외되며 자의반타의반 내성적인 아이가 되는것 같더라고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이성간 연애에 눈뜰때인 중고교 시절에 특히 더 내성적인 자아형성이 되는것 같다고 하시더군요.
오 소중한 체험기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