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 초기 생각이 몇개 나서 적어봅니다.
1)큰 아들이 유치원때 밴쿠버로 이민을 왔어요.
죄짓고 온것도 아닌데 약간 급하게 준비없이
오긴 했습니다.
유치원에 데려다준날이 잊혀지지가 않아요.
너무나도 걱정이 되고 아들에게 너무 미안해서
어쩔줄을 모르는 상황인데
인상이 너무나도 선하신 선생님이 저에게 다가와
내가 너의 아들의 유치원 선생님이라고 하면서
지금 상황이 가족에게 쉽지 않을텐데
엄마가 3일정도 수업을 같이 참석하는건 어떻겠냐고
먼저 제안을 하더군요. 너무 고마웠죠.
와이프는 아들과 3일동안 같이 유치원 수업을 받는데
첫날 저에게 놀란점을 얘기해주더군요.
10명이 채 안되는 학생중 하나가
수업 시작전부터 책상에 앉아
계속 도장만 찍고 있더래요.
교실에 꽃이 찍히는 도장, 새가 찍히는 도장등이 있는데
수업종이 쳐도 계속 도장만 찍고 있는 와중에
선생님이 ‘수지야! 도장 더 찍을꺼니?’ 하고 물으니까
수지는 계속 찍겠다고 하더랍니다.
그러니까 선생님은 수지를 놔두고
나머지 인원하고 수업을 하더래요.
와이프는 속으로
‘한국같으면 한바탕했을텐데..’ 싶었는데
나중에 수업이 끝나고
수지가 그 도장 찍은 종이를 접어서
선생님에게 드리는 선물이라고 수줍게 건네더래요.
선생님은 티파니에서 선물을 받은것 같은 표정으로
받으면서 그 아이를 안아주더랍니다.
와이프가 그 얘길 해주면서
‘저런 선생님이라면 아들 적응은 문제 없겠어’ 라고
하더군요.
아니나 다를까 3일이 지나자마자
아들은 씩씩하게 혼자서 유치원을 다녔고
한달도 지나기전에
조금씩 서툴게나마 영어로 소통하면서 친구들을 사귀고
적응을 잘 했었어요.
전에도 얘기한적이 있지만
그해 우연히 참석한 졸업식에서
(길치라 강당으로 잘못들어갔는데 졸업식을 하더군요)
7학년 졸업생들이 입장할때 학교에서 제일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를 소개하는데 그 중 반 정도가
유치원 선생님과의 추억을
언급하는것이 저에겐 참 인상적이었어요.
애들에게 학교에서 7년이면 참 많은일들이 있었을텐데도
7년전 유치원 추억을 기억하고 있다니요.
시간이 흘러 늦동이인 막내 아들이 유치원 가기 전해에
우연히 학교에서 유치원 선생님을 만날 기회가 있어서
내년에 우리 막내 아들이 입학하는데
꼭 담임선생님 해달라고 부탁을 드렸더니
내년에 은퇴를 하는데 좋은 추억이 되겠다고 하면서
마치 처음 저에게 와서 자기 소개를 할때처럼
밝게 웃어주더군요.
다음해에 정말 약속대로 막내아들의 담임선생님이
되어주셨고
유치원 마지막 날 그 선생님은 은퇴를 하셨는데
저는 참석을 못하고 출근을 해야 해서
와이프만 가기로 했어요.
너무 아쉬운 마음에 저는 전날 동영상으로
감사의 표시를 하고 출근을 했고
와이프가 선생님에게 제 동영상을 보여주었더니
보시다가 고마워 하면서 우시더래요.
그러다가 얼른 눈물을 훔치시면서
‘내가 우는 모습을 보이면 아이들이 불안해 할수 있다’
고 하시는 모습을 보면서
와이프는
이 분은 천상 선생님이시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대요.
지금 회상하면서도 중간중간 감사함에
울컥하게 되네요.
저에게는 지구 최고의 선생님은
Ms. Schewer입니다.
늘 건강하시고 행복하시길..
2) 유치원 이후 6개월 정도 지나니까
집에서도 유창한(?) 발음의
영어를 사용하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아들에게 집에서는 한국어만 사용가능하다고
알려주었고 영어는 유치원에서만 쓰라고 했어요.
며칠 있다가 불평을 하더군요.
자기 친구 조슈아, 로건, 루크 다 집에서 영어 쓰는데
왜 나만 안된다고 하냐?
아들을 앉혀놓고 얘기해줬어요.
‘너는 언젠간 캐나다인이 될꺼고 캐나다에서 살겠지만
너의 뿌리는 한국에서 왔다는걸 잊으면 안된다.
너는 Korean Canadian이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고
잊지말아야 하기에 한국어를 꼭 할줄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영화 ‘러브 액츄얼리’의 휴 그랜트 대사를 흉내내서
‘한국은 작지만 위대한 나라’라고 설명을 해주다가
큰 아들의 ‘위대한’이 뭐야? 라고 물어서
김이 좀 새긴 했습니다만..
여튼 그 후로도 저랑 와이프는
‘네 나이에 2개국어 하는 사람이 흔하니? ’ 하면서
격려를 해주었습니다.
본인 스스로 한글학교도 다니다가
자원봉사도 하면서 한글을 계속 배우고
무한도전을 같이 보기도 했어요.
결국 제 2외국어로 한국어시험까지 보면서
97점 맞으면서 한국어는 어느정도는 의사소통이
잘 되고 있어요
문제는 막내죠.
막내도 유치원 가기전까지 집에서 한국어만 하다가
유치원 가서 완전 충격을 받더라구요.
영어를 한마디도 못하니까 답답했나봐요.
하루는 집에 와서 울면서 유치원 안가겠다고 하더니
그 고비 잘 넘기더니 역시 6개월 정도 지나니까
집에서도 형이랑 영어로 얘기하기 시작하더군요
(확실히 애들이 빨라요!)
그런데 장남과 막내는 차이가 있어서인지
첫째처럼 강하게 못하겠더라구요.
막내도 2년 한글학교 다니면서
글을 조금 읽기 시작하는데요.
첫째에 비하면 너무 차이가 납니다.
(막내는 약간 꼴통끼가 있어서
제 2외국어 안하려고 대학을 안가겠다고 하는 애입니다.)
아직도 집에서는 한국어만 사용하게 하고 있어요.
애들도 지금은 적응이(?) 되어서인지
불평없이 따르고 있어요.
솔직히 이 규칙은 잘한것 같아요.
이겨달라님 말씀처럼 주변에 비슷하게 이민 왔는데
아이가 한국말을 거의 못하면서
부모와 심도 깊은 대화가 전혀 안되어서
뒤늦게 부모들이 후회를 하더군요.
잊고 있던 옛 기억들이 생각나서
이렇게 적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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非스포츠 게시판
이겨달라#4님의 글을 읽다가
둠키
추천 3
조회 472
23.11.29 11:16
댓글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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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멋진 선생님이네요!
그쵸? 지금 생각해도 참 따뜻해지는 분입니다
멋진 선생님과 멋진 부모님..
아이들이 위인이 되어도 이상하지 않겠는걸요
과찬이십니다. 굿밤 되시길요
아 선생님 사연 보니까 왜 눈물이.. 주책이네요!ㅠㅠ
EQ가 높으셔서 그래요.
책임감 있는 멋진 어른이 되고 싶네요..
저두요 저두요. 좋은 어른이 되고 싶은데 요즘 봐서는 글렀어요. 그래도 포기는 안하려구요
살면서 저런 멋진 선생님 한분만 만났어도... 진짜 선생님이 중요한데 우린 너무 성적으로만 ;;;
아무튼 훌륭하세요. 주간 잡설 에피소드 둘을 미리 사용해 주말에 빡세지시겠지만요. :)
ㅍㅎㅎㅎㅎㅎ. 굿밤 되세요. 그리고 지금도 충분히 멋지세요
한국말 규칙은 너무 잘하셨어요
운이 좋았어요. 심지어 주변에서 그러지
말라고 권유(?)까지 했었거든요.
영어 안는다구요 ㅎㅎ
맞아요 외국 애들이 우리보다 어찌보면 더 심해서 넌 왜 얼굴이 동양인인데 너네 나라말 못하냐고 뭐라 하더라구요
어! 그건 약간 레이시즘인데 ㅎㅎ
동양인이라고 동양말을 할줄 알아야 한다는 선입견도 그렇다고 하더라구요
Ms. Schewer 정말 멋진 선생님이십니다.
그런 분에게 진심으로 감사를 전할 수 있는 둠키님과 아내분도 멋진 분이시구요.
너무 심한 칭찬에 몸둘바를… 아주 편안한 하루 되시길요. 한국이신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