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시간에 김광도는 여의도의 한식당 ‘양천옥’에서 국진건설의 회장 유정호와 저녁을 먹는 중이다. 오후 7시 반, 유정호는 48세로 2세 경영자였지만 부친으로부터 경영권을 받은 지 14년 만에 도급순위 500위였던 회사를 30위권으로 성장시켰다. 특히 이란이 규제에서 풀리기 전부터 공을 들여 놓았다가 대규모 공사를 수주한 것은 국민에게 감동을 불러일으켰다. 유정호의 안목과 추진력이 뛰어났기 때문이다. 이곳은 방 안이라 두 사람뿐이다. 각자 수행해온 간부들은 다른 방에서 식사하는 중이다. 그때 소주잔을 든 유정호가 김광도를 보았다.
“김 회장님, 사람들은 내가 발군의 영업실적을 올렸느니 어쩌느니 하지만 나보다 더 뛰어난 사람이 있지요. 그게 누군지 아십니까?”
유정호의 얼굴에 웃음이 떠올랐다. “바로 김 회장님이시죠. 그건 부인하지 못하실 겁니다.”
“아닙니다. 저는…….”
당황한 김광도가 손까지 저었지만 유정호는 말을 이었다.
“6년인가요? 6년 만에 컨테이너로 만든 룸살롱 하나에서 시작한 사업체가 지금은 어떻게 되었습니까? 룸시티라고 부르는 새로운 유흥세계를 건설한 전설이 되셨지 않습니까?”
“아이고, 그만하십시오.”
쓴웃음을 지은 김광도가 멋쩍은 김에 소주잔을 비우고 내려놓았다. 하긴 여러 번 언론에도 보도된 것은 물론이고 지난번 대선후보 선거 때는 민족당 측에서 김광도를 무차별 공격했다. 서동수의 특혜를 받아 성장한 기업이며 유라시아 그룹의 실소유주는 서동수라는 것이었다. 그때 유정호가 말을 이었다.
“이번에 유라시아 그룹이 3개 지역에 룸시티 허가를 받으셨더군요.”
김광도가 웃음 띤 얼굴로 시선만 주었다. 그렇다. 유라시아 그룹은 한시티 외에 한랜드의 3개 지역에 룸시티 건설 허가권을 얻은 것이다. 3개 지역이 모두 제주도 면적만 한 규모였고 그곳에 온갖 위락 시설이 들어선다. ‘유흥의 도시’인 셈이다. 룸시티가 곧 유흥의 도시이며 그것이 또다시 룸살롱처럼 세계를 선도하고 있다. 미국이 네바다주에 제2의 라스베이거스를 세우겠다면서 만든 법안이 ‘룸시티 법안’이다. 유정호가 말을 이었다.
“짐작하고 계시겠지만 오늘 뵙자고 한 건 그 일 때문입니다, 김 회장님.”
“그거야 입찰 방식이라서요.” 김광도가 웃음 띤 얼굴로 말을 이었다.
“제가 상관했다가는 큰일 납니다.”
“한국기업을 대표해서 말씀드리려고 합니다.” 정색한 유정호가 김광도를 보았다.
“3개 지역의 룸시티 공사는 우리 대한민국 건설업체뿐만 아니라 남북한 경제에 엄청난 효과를 가져올 것입니다. 따라서…….”
“알겠습니다.” 김광도가 머리를 끄덕였다. 수백억 달러의 대공사인 것이다.
“한국 기업들이 참여해야겠지요. 다만…….”
김광도가 말을 이었다. “경쟁력을 갖춰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런데 저는 경쟁력이 모자라면 로비라도 해서 오더를 수주했지요.”
김광도의 시선을 받은 유정호가 쓴웃음을 지었다.
“이란 오더도 그쪽 실력자들의 마음을 움직였기 때문이지 제 회사가 경쟁력이 있었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
“국개위가 신바람 운동까지 시작한 마당에 이번 오더로 동참할 수 있는 방법을 강구했습니다. 기회를 주신다면 제안을 드리고 싶습니다만…….”
김광도는 유정호의 시선을 받으면서 어깨를 늘어뜨렸다. 미국에서 박사까지 받고 기업을 물려받아 수십 배 성장시킨 관록이 보인다. 국개위에 기업을 동참시키자고 했는가? 과연 로비의 귀재다. 누가 이 제안을 거부하겠는가?
첫댓글 즐감햇고 연제소설보는재미가 쏠쏠합니다.행복하구요.건강하시고 행복하세요.
즐감요
감사합니다.
즐감요~
잘 읽고 갑니다^^
즐감하고 갑니다.
잘 읽고 갑니다
₩ 늘 감사합니다.
즐독! 감사합니다.
즐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