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동의 드라마, 컬링
전주안골노인복지관 수필창작반 임두환
컬링경기는 짜릿한 스포츠였다. 불모지나 다름없는 우리나라의 여자컬링 대 표팀이 2018년 제23회 평창동계올림픽에서 은메달을 따냈다. 이 쾌거는 온 국민에게 큰 감동을 안겼고, 모두가 하나 됨의 소중함을 일깨웠다.
내 자신, 컬링에는 관심이 없었다. 얼음판에 맷돌 같은 것을 밀어 놓고서 빗자루로 닦는 희한한 경기도 있구나 싶었다. 동계올림픽이 시작된 지 일주일째 되던 2월 15일이었다. 여자컬링 대표팀이 세계랭킹 1위 캐나다를 꺾는 이변이 일어났다. 어떻게 이럴 수가! 온 국민은 열광의 도가니였다. ‘이것 봐라! 이게 뭐지?’ 그때부터 컬링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2차전에서 일본에게 아쉽게 패했지만 그 뒤, 세계랭킹 5위까지 무너뜨리며 7승1패로 예선을 통과했다.
컬링경기는 4명이 한 팀으로 총 10엔드까지 치러진다. 엔드(end)마다 1명이 2개씩 번갈아가며 8개의 스톤(stone)을 밀어 넣는다. 하우스 중심에 상대의 스톤보다 많이 넣을수록 점수가 올라간다. 스킵(주장)이 스톤을 밀어 넣고 나머지 선수들은 방향을 조절하기 위해 스위핑(sweeping)을 한다. 스톤은 둥근 모양의 화강암으로 무게 19.9kg이하, 둘레 91.4cm, 높이 최소 11.4cm이다. 스톤은 얼음 표면과 편편하게 닿아 있지 않고, 접시 바닥처럼 좁은 부분만 얼음 위로 미끄러진다.
여자컬링 대표팀의 첫 출발은 이러했다. 김은정이 김영미에게 쪽지를 보낸 게 여고 1학년 때였다. 경북 의성 컬링장에서 김은정은 단짝친구 김영미를 불러냈다. 컬링 장으로 언니(영미) 심부름을 왔던 김경애가 친구 김선영을 합류시켰다. 비 인기종목의 설움과 무관심에도 ‘하면 된다.’는 신념으로 열정과 투혼을 발휘했다. 휴대전화까지 반납하고 경기에만 집중했던 그들이었기에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기적을 일궈낸 것이다. ‘팀 킴(Team Kim)’의 스토리가 가진 매력에는 압도적인 실력, 찰떡같은 호흡, 환상적인 스킬 등 3박자에 온 국민이 환호의 박수를 보냈으리라.
여자컬링대표팀의 인기는 하늘을 찌를 듯했다. 평창 동계올림픽 컬링결승전에서 강호 스웨덴에 3대8로 패했지만, 우리나라 컬링역사상 첫 올림픽 준우승이란 성과를 거뒀다. 뭐니 뭐니 해도 가장 짜릿했던 경기는 일본과의 준결승전이었다. 10엔드 7대7 아슬아슬했던 찬스에서, 마지막 컬링스톤이 김은정 선수의 손을 떠났을 때였다. 온 국민이 숨죽이며 지켜보던 순간, 결과는 적중이었다. 8대7로 일본을 격파한 것이다. 그렇게 멋지고 통쾌할 수가! 그날의 벅찬 감동은 한마디로 ‘대한민국 만세!’였다.
경기를 끝마친 뒤, 컬링선수들과 인터뷰를 가졌다. 진행자가 김은정에게 넌지시 물었다.
“경기진행 중, 어찌하여 유독 영미만 불렀습니까?’
고 하자,
“영미~ 영미~’가 온 국민의 유행어가 될 줄 몰랐습니다.”
“나중에 생각하니, 여러 선수들의 이름을 불렀어야 했는데….”
하며, 웃음으로 넘겼다. 알고 보니 ‘영미~’를 부른 것도 의미가 있었다.
‘영미~’라고 한 번 부르면 스위핑을 시작하라. ‘영미야~’는 스위핑을 멈추고 기다려라.
‘영미, 영미~’두번 부르면 더 이상 스위핑을 할 필요 없다. ‘영미야, 영미야, 영미야~ !!!’는 더 빨리 스위핑하라는 마법의 주문이었다.
제23회 평창동계올림픽에는 역대 최대 규모인 92개국 2,920명의 선수가 출전했다. 세계인이 하나 되는 축제의 한마당이었다. 우리나라는 사상 최초로 6개 종목에서 금메달 5개, 은메달 8개, 동메달 4개로 모두 17개의 메달을 따내는 쾌거를 이뤘다. 평창 동계올림픽은 한마디로 성공적이었다. 경기장시설에서부터 경기진행, 관전매너, 자원봉사자들의 활동은 일등국민으로서의 자긍심이었다. 특히, 개막식에서 보여준 1,218개의 드론(Drone)이 수놓은 오륜기(五輪旗) 퍼포먼스(performance)는 어디에 비할 수 없는 환상적 감동이었다.
2018년 세계여자컬링선수권대회가 3월중, 캐나다 몬타리오주 노스메이에서 열린다.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인기를 끌었던 여자컬링대표팀 ‘팀 킴’이 그대로 출전한다.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최고유행어였던 여자컬링대표팀의 ‘영미~ 영미~’가 전 세계인의 가슴에 또 다시, 감동의 드라마로 이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2018. 2. 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