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절기가 되면 교복을 혼용해서 입을 수 있는 날이 열흘 남짓 주어집니다. 하지만 학창 시절 저의 친한 친구는 늘 공지된 기간보다 먼저 다음 계절의 교복을 입었습니다. 오월부터 하복을 입고 팔월 말 개학부터 춘추복을 입었으며 시월 중순이면 동복을 입은 것. 지적을 받을 때도 있었지만 친구는 누구보다 먼저 새로운 계절을 맞이하는 법을 알고 있었습니다.
반면 저는 공지된 마지막 날이 되도록 이전 계절의 교복을 입었습니다. 타고난 게으름도 있었겠지만 떠나는 계절에 미련을 느낀 까닭입니다. 물론 이쯤이면 동복을 입은 친구든 춘추복을 입은 저든 사이좋게 깊은 시월로 움푹움푹 걸어들어갔습니다.
〈박준 시인〉
Elegance in Blue · Elegant Jazz · Masami Sato · Jazz Cafe Loung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