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밥이 되고 법이 된다. 지난해 2월부터 5월까지 3개월 동안 진행된 노란봉투 캠페인에 참여한 시민 4만7547명이 모은 돈은 14억6874만1745원(〈시사IN〉 제353호‘노란봉투로 지은 따뜻한 밥’ 기사 참조). 손배·가압류 피해 노동자 가구의 긴급 생계·의료비 지원이 모금의 주된 목적이었던 만큼 부양가족 수와 건강 상태, 손배·가압류 금액 등을 고려해 심의위원회(위원장 김두식 교수)의 심사를 거쳐 지난해 7월과 10월, 모두 329가구에 노란봉투의 ‘응원’이 전달됐다.
노란봉투 캠페인에는 또 다른 목표가 있었다. 긴급 생계·의료비를 전달하는 것만으로는 개인이 감당할 수 없는 어마어마한 손배·가압류를 해결할 수도, 계속해서 발생하고 있는 손배·가압류를 막을 수도 없기 때문이다. 손배·가압류 문제 해결을 위한 시민단체 ‘손잡고’ 집계에 따르면 현재 노동계에 청구된 손해배상 금액은 약 1700억원이고, 노동조합 간부나 개별 노동자 등을 상대로 동산·부동산을 가압류한 액수는 약 180억원에 이른다.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서는 법률 개선이 핵심일 수밖에 없다.
지난해 3월5일 노란봉투 캠페인에 참여한 국회의원 및 보좌진. 1년 만에 ‘노란봉투 법’이 발의된다.ⓒ우원식 의원실 제공
‘노란봉투 열풍’은 입법부를 움직였다. 캠페인이 진행되는 동안 새정치민주연합 을지로위원회가 관련 법(노동법) 개정을 중점 추진 사항에 포함시키기로 결정하는 등, 정치권의 의제로 끌어올리는 단계까지는 성공했다(〈시사IN〉 제339호 ‘노동자를 위한 노동법은 없다’ 기사 참조).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부족했다. 손배·가압류 문제와 관련해 사법부 판례가 엄격하게 나오는 경향을 고려하면 입법이 우선되어야 했다.
꼭 1년 만이다. 새정치민주연합 은수미 의원은 2월 임시국회에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할 예정이다. 일명 ‘노란봉투 법’이다. 시민단체 ‘손잡고’가 만들어지도록 힘을 보탰던 국회의원 40여 명도 함께한다.
은수미 의원실과 손잡고는 지난해 4월부터 개정안 작업을 위해 학계와 노동계를 아울러 법·제도개선위원회를 꾸렸다. 10여 차례의 비공개 전문가 간담회를 통해 17~19대 국회에서 발의된 관련 법안을 종합 검토하고, 해외 사례에 대한 연구도 진행했다. 학술대회와 공개 심포지엄 등을 통해 법 개정의 필요성을 알리기도 했다. 그 결과가 2월 임시국회에 ‘노란봉투 법’으로 발의된다. 노란봉투 캠페인 모금액 중 일부를 법률 개선 활동을 위해 쓰겠다는 약속이 지켜진 셈이다. 불합리한 노동법을 고치는 단초가 노란봉투 캠페인에 참여한 시민들로부터 시작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노란봉투 법’ 만들자…온라인 서명 이어져
이번 개정안의 특징은 크게 네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우선 ‘합법적’ 노동조합 활동의 범위를 확대했다. 현행법도 파업에 대한 손배 청구를 제한하고 있지만, 합법 파업의 범위가 매우 좁기 때문에 대부분의 노조 활동이 불법으로 해석되어 손배가 인정되는 한계가 있었다. ‘노란봉투 법’은 노동쟁의의 정의를 ‘임금·근로시간·복지·해고 등 근로조건 및 노동관계 당사자 사이의 주장의 불일치로 인한 분쟁 상태’라고 규정함으로써, 근로조건과 직결되는 정리해고 관련 파업을 합법적인 노조 활동으로 해석할 근거를 마련했다(노조법 제2조 5항, 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