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D―18]
여야 위성비례정당 등 38개 난립
졸속 검증 후보들 당선권에 배치
‘전문가 등 배려’ 비례 취지 외면
4·10총선에 비례대표 후보자를 내는 정당만 38개에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1대 총선 때 35개보다 3개 많은 역대 최다 기록이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이들을 모두 인정하면 유권자들이 선거날 받는 투표용지 길이가 역대 최장인 51.7cm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정치권에서는 “위성정당을 허용하는 준연동형 비례제 이후 생긴 기현상이 이번 선거에서도 이어진 것”이라며 “급조된 ‘꼼수’ 위성정당과 비례 전문 정당이 선거 직전에 졸속으로 난립하면서 검증도 되지 않은 각종 전과자 및 무자격자들이 원내에 입성하게 됐다”는 비판이 나왔다.
직능별 전문가 및 소수 정치세력을 보호하기 위한 비례대표제 취지 자체가 무색해졌다는 지적이다.
22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후보 등록 마감일인 이날까지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이 각각 주도하는 위성정당 국민의미래와 더불어민주연합을 비롯해 조국혁신당, 녹색정의당, 새로운미래, 개혁신당 등 38개 정당이 일제히 비례후보를 냈다.
이들이 당선권에 배치한 후보들 중엔 전과자 및 각종 논란성 인물이 포함됐다.
민주당은 더불어민주연합을 진보당 등 야권 소수 정당 및 시민사회단체와 함께하는 ‘준(準)위성정당’으로 포장하려다 보니 반미 시위 참여 이력 등 논란이 있는 인사들의 원내 입성을 보장해 줬다는 비판을 받는다.
진보당이 추천한 후보 3인은 더불어민주연합 5번, 11번, 15번을 받았다. 4년 전 총선에서 민주당 위성정당인 더불어시민당은 17번까지 당선됐다.
국민의힘도 민주당보다 앞서 위성정당 창당을 선언하고도 졸속으로 후보를 검증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김위상 한국노총 대구지역본부 의장은 횡령 및 폭력 전과에도 당선권인 10번에 배치됐다. 국민의힘 전신인 미래통합당의 위성정당 미래한국당은 21대 총선에서 19석을 확보했다.
거대 양당의 위성정당이 난립하는 틈을 타 양 진영의 극단적 성향의 비례 전문 정당들도 덩달아 등판했다.
조국혁신당의 경우 비례 2번을 받은 조국을 비롯해 황운하(8번), 차규근(10번) 등 당선권 내에 재판 중인 사람만 3명이다.
자유통일당도 불법 정치자금 의혹 속에 국민의힘을 탈당하고 불출마를 선언했던 황보승희 의원과 국민의힘 경선에서 컷오프(공천 배제)된 석동현 전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사무처장을 비례 1, 2번으로 냈다.
윤광일 숙명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당략적으로만 접근하다 보니 정작 당의 가치나 비례대표제의 취지를 살릴 사람들은 배제됐다”고 지적했다.
여야 ‘위성정당 꼼수’ 25억 챙기고, 무자격논란 인사, 당선권에
4년전보다 더 난립한 비례정당, 폭력전과자 면접도 없이 포함
재판 중인 사람들도 당선권에, “의원직 상실형 땐 줄줄이 승계”
전문가 “비례 제도 뜯어고쳐야”
21대에 이어 22대 총선에도 비례대표 전용 위성정당이 출현하면서 무자격 논란 비례대표 의원들이 또다시 원내에 대거 입성할 것으로 전망된다. 거대 양당은 이번에도 비례투표 용지 상단을 차지하기 위한 의원 ‘꿔주기’ 꼼수를 되풀이하면서 수십억 원의 선거보조금도 따로 챙겼다.
전문가들은 “비례대표제 자체에 대한 숙의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 폭행 전과자도 당선권 포함
이번 총선에 출마하는 비례대표 후보자 중에는 과거 반미 운동에 가담했거나 폭행 전과로 논란이 된 인물들이 포함됐다. 야권 비례대표 위성정당인 더불어민주연합 비례대표 후보자 명단에는 주한미군사격장 폐쇄 등을 주장한 진보당 정혜경(5번), 이석기의 사면복권을 주장했던 전종덕(11번) 등이 이름을 올렸다.
국민의힘 비례대표 위성정당인 국민의미래에서 10번을 받은 김위상 한국노총 대구지역본부 의장은 과거 공금 횡령과 폭력 전과(집행유예)에도 불구하고 노동계와의 관계를 고려해 면접도 없이 당선권에 배정된 것으로 알려져 도마에 올랐다.
조국혁신당 비례대표 1번을 받은 박은정은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이른바 ‘찍어내기 감찰’로 법무부에서 해임 처분을 받았다. 조국(2번)은 자녀 입시비리 및 청와대 감찰 무마 혐의로 3심을 앞두고 있고, 황운하(8번)도 울산시장 선거 개입과 관련해 2심 재판 중이다.
야권 관계자는 “이들이 모두 의원직 상실형을 받게 되면 뒤 번호 후보들이 줄줄이 승계를 받게 된다”고 했다.
자유통일당에서 비례대표 1번을 받은 황보승희 의원은 불법 정치자금 수수 의혹이 불거지자 국민의힘을 탈당하며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구속 중인 송영길이 창당한 소나무당은 명예훼손으로 벌금형을 받은 변희재를 2번, 손혜원을 3번으로 내세웠다.
전문가들은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유지로 꼼수 위성정당이 이번에도 등장해 비례대표 후보 검증 기능이 약화했을뿐더러 표의 비례성을 높이고 정치적 다양성을 보장하기 위한 취지가 훼손됐다고 보고 있다.
국민의미래는 호남권 인사를 뒤 번호로 배제했다가 ‘호남홀대론’이 나오자 뒤늦게 조배숙 전 전북도당위원장을 13번에 배치했다.
민주당도 시민사회 몫 비례대표로 반미 성향 단체 활동 등의 전력이 있는 인사들이 추천되자 뒤늦게 교체하는 등 내홍을 겪었다.
당 안팎에선 “진보당, 새진보연합 추천 인사를 앞 순번에 배치하느라 정작 지역 안배 차원에서 민주당에서 추천한 대구경북 인사는 뒷전으로 밀렸다”는 비판도 나왔다.
채진원 경희대 공공거버넌스연구소 교수는 “아무리 ‘자매정당’이라고 해도 모정당이 위성정당에 하나하나 관여할 순 없다 보니 생기는 문제”라고 지적했다.
● 위성정당에도 선거보조금 수십억 원씩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25일 총 501억9700만 원 규모의 선거보조금을 배분할 예정이다.
총액의 절반을 원내 교섭단체에 지급하도록 돼 있어 국민의힘과 민주당이 최소 125억 원가량씩 받는다. 양당의 위성정당도 5석 이상 20석 미만 정당에 총액 5%를 지급하는 규정에 따라 25억 원가량씩 챙긴다.
두 당은 투표용지 상단을 차지하기 위해 현역 의원들을 위성정당으로 ‘꿔주기’ 하면서 각각 14석(더불어민주연합), 13석(국민의미래)을 확보한 상태다.
황운하와 황보승희의 입당으로 원내 정당이 된 조국혁신당과 자유통일당도 선거보조금 잔여금 일부를 의석수 비율에 따라 지급받게 됐다.
현역 의원 5명 이상을 보유한 녹색정의당과 새로운미래도 최소 25억 원의 선거보조금을 받는다.
의석이 없거나 5석 미만 정당이라도 최근 선거 득표율 등에 따라 총액의 2%를 지급한다는 정치자금법 27조에 따라 기후민생당(민생당 후신)과 진보당도 최소 10억 원의 보조금을 챙길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