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오늘 내리던 비도 그치고
오늘 만나는 햇살은 정말 오랫만에
만나는 님같이 반가워서 좋은 날입니다.
결혼 6주년..
님...대수롭지않게 오늘이 뭐 별날인가 하면
정말 별날이 아니게 된답니다.
애들이 좋아한다는 구실이라두 만들어
작은 케잌 커팅도 하구, 무수히 많은
세상 남녀들 사이에 부부라는 귀한 인연으로
만난 짝에게두 행복하게 오래오래 살자라는
축복의 인사도 빠뜨리지않는....
좋은 기념일이 꼭 되시길
그래서 오늘을 특별히 행복한 날로
마감하시길 바래요.
항상 건강하세요.
--------------------- [원본 메세지] ---------------------
아침 머리맡 창가가 너무나 화창했다.
지난 밤부터 배가 아프다고 칭얼대던 아이가
새벽같이(아침 일곱 시, 저 일어나는 시간으로 봐선)
일어나선 요구르트 타령에 다시 배가 아프다고 했다.
밥을 끓여서 한 숟갈 먹이고
이내 유치원 버스에 태워 보내고
그리고 잠시 텔레비젼을 본 뒤
열나게 땀나게 집안 청소해놓고
가끔씩 이지만
내가 봐도 왠지 예뻐보이는,
더러는 섹시해 보이지도 않을까 싶은
내 외모에 혼자 흐뭇해 하다가
양산이 없는 관계로
손바닥만한 부채를 머리위에 얹고
폭 좁은 치마때문에 총총걸음을 걸어
우체국에 당도해 있다.
오는길 몇 대의 차가 지나가고
게중엔 눈길을 흘깃 던지기도 하더라.
오호~
그래, 내 나이가 몇 살인데.
아직 서른 셋 아닌가.
부산 친구집에 왔다가 하룻밤 자고간
조카가 그랬었지.
'이모는 아직도 처녀같애'
남편 왈
'속은 완전 아줌마다...'
여덟살 많은 나이가 좀 부담스러운가...
오늘은 여섯 번 째 맞는 결혼 기념일.
늦게 일어나 세수하고 빵조각에 우유먹고
회사가기 바쁜 남편과 난 아무 생각이 없었지.
백수가 된지 며칠이 지났건만 난 그냥 지금이
너무 좋기만 하다.
퇴근해도 정말 아무 생각없이 오늘을 넘기지
않을까 싶어,
나름대로 계획을 세워본다.
'있다가 경찰서가서 조서, 아니 면허증 갱신하고
속옷가게 가서 팬티 런닝 한 세트 사고
저녁엔 진영에 가서 돼지갈비나 뜯을까...'
육 년 살면 이렇게 되는건지, 원.
닭살이 아니라 물고기 비늘 돋듯 소름끼치게
사는 부부들도 많다는데
우린 그 과는 진짜 아닌가보다.
남자란 무릇 그릇과 같아서
맑은 물을 부어주면 맑게
탁한 물을 담아주면 탁하게
보이게 마련이라는데,
내가 요즘 너무 탁하게 보였던건 아닌가 싶은
마음도 든다.
칼로 베고 소금친듯 화닥거리는
성격이라 그렇지
남편만큼 성실하고 반듯한 사람도 없는데...
그래서 우린 가끔 본인들도 모르고 지나가는
기념일들을 남들한데서 자주 축하받곤 한다.
남편 생일이나 내 생일, 그리고 다른 기념일들..
이번 결혼 기념일도 그렇고.
아직도 마누라 머리 모양에
옷차림에
또 뱃살에 관심이 지대한 우리 남편.
온갖 정나미 다 떨어진다고 하지만
그래도 아직 사랑이 넘친다고 친구가 하는 말은
무슨 뜻인지.
한 오 륙 년만 더 살면
그야말로 네가 뭘 하든 눈길 가지않는 그런 시절이
도래한다는데 정말 그렇게 될런지.
우리 카페 님들 이야기 들어보면 꼭
그렇지도 않더구만...
일 년만에 오신 엄마한데
맛있는거 해드리지도
좋은 옷 한 벌
빵빵한 용돈 한 번 마음놓고 해드리지 못해
마음이 좀 편칠않다.
그러니 결혼기념일이 무슨 대수라고.
딸아이 오면 병원이나 가 볼 일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