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이재명이 또 전 국민에게 돈을 나눠주자고 하는 것을 보니 선거철은 선거철인가 봅니다. 지난해 2월 14일 ‘이재명이 또 쏘아올린 퍼주기 경쟁’이란 제목으로 칼럼을 썼었는데요, 13개월만에 또 돈을 나눠 주자네요.
“국민 모두에게 1인당 25만 원, 가구당 평균 100만 원의 ‘민생회복지원금’ 지급을 제안합니다.”
이재명은 24일 서울 송파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벼랑에 놓인 민생경제 회복을 위해 특단의 긴급구호조치를 서둘러야 한다”며 이 같이 말했습니다. 기초생활수급자와 차상위계층 등 취약계층에는 1인당 10만 원을 추가 지급하자고도 했습니다.
‘금사과’에 ‘금파’까지, 요즘 물가에 분노하는 민심을 겨냥한 공약인거죠. 이재명이 돈을 나눠주겠다고 말하는 순간 현장에선 환호성이 터져 나왔습니다. 솔직히 돈 준다는데 싫다는 사람이 어디 있겠습니까.
민주당은 전 국민에게 25만 원씩 나눠주는 데 드는 예산이 13조 1000억 원이라고 추산했습니다. 전 국민 5132만 명에게 25만 원씩, 그리고 기초생활수급자 및 차상위계층 등 취약계층 300만 명에게 10만 원씩을 준다는 계산입니다.
이 대표는 이날 하루 종일 서울 곳곳을 누비며 13조 원을 ‘새발의 피’, ‘손톱’, ‘푼돈’이라고 했습니다. 송파구에선 “13조 원 정도로 죽어가는 민생경제와 소상공인, 골목경제, 지방경제를 살릴 수 있다”며 “윤석열 정권이 그 동안 퍼준 부자 감세, 민생 없는 민생토론회에서 밝혔던 기만적인 선심성 약속들을 이행하는 데 드는 900조~1000조 원에 비하면 ‘새발의 피’, ‘손톱’ 정도에 불과하다”고 했습니다. 영등포에선 “당장 1000조 원 쓸 생각 말고, 부자 세금 수십 조 깎아주는 거 철회하고 13조 원은 연간 예산에 비하면 푼돈”이라고 했고요. 정부 여당에게 선거 팁이라도 주는 듯 “그렇게 해야 돈이 도는 거예요, 경제가 사는 거예요”라며 “아, 이 무식한 양반들아 이렇게 하면 된다고!”라고 외치기도 했더군요.
참 돈 나눠주기 좋아하는 이재명입니다. 자기 돈이 아닌 게 문제이지만요. 이 대표가 중앙 정치판에 등판한 뒤로 대선과 총선 등 주요 선거철마다 전국민 지원금 이슈가 되풀이되고 있습니다.
2020년 코로나 때도 그는 전국민 재난지원금 이슈의 최대 수혜자였습니다.
2020년 4월 경기도지사 때 그는 ‘1차 재난기본소득’ 명목으로 경기도민 1293만여 명에게 1인당 10만 원씩 1조 원 넘게 나눠줬습니다. 이듬해 1월에는 경기도에 사는 외국인까지 포함해 또 1조 3000억 원 넘게 쐈고요. 당시 같은 민주당 소속인 문재인도 “급하니까 ‘막 풀자’는 건 지혜롭지도, 공정하지도 않다”라고 말렸지만 그는 ‘보편 지급’ 목소리를 키웠습니다.
지난 대선 때는 ‘기본소득’을 공약하며 전 국민에게 연 25만 원을 시작으로 임기 내 100만 원을 주겠다고 했고요.
대선 후에도 그의 선심성 돈풀기 공약은 이어졌습니다. 다만 코로나 때는 여당이었고, 지금은 야당이란 점을 잊은 듯 합니다.
그는 2023년 1월 “난방비가 폭등하고 있다”며 전국 4인 가구 기준 최대 100만 원씩 ‘에너지 물가 지원금’을 지급하자고 했습니다.총 7조5000억 원짜리 프로젝트를 위해 추가경정예산(추경)안을 편성하고, 정유사 등에 ‘횡재세’를 걷자고 했죠.
요즘 이재명이 “초대기업이 흑자가 몇 조 원 씩 나는데, 세금 몇백 억 씩 깎아주면 투자할 것 같냐”, “돈이 없다면서 초대기업, 초자산가 세금은 왜 깎아주냐”고 편 가르기식 주장을 하고 있는 것과 똑같은 논리입니다. 이재명은 지난해에만 세 차례 30조 원 규모의 ‘민생 회복 프로젝트’를 주장하며 거듭 추경 편성을 요구했습니다.
예산 집행 권한은 결국 정부에 있으니 야당 대표로서 할 수 있는 말은 그게 최선인 겁니다. 결국 말로만 생색내는 거죠.
국민의힘 원희룡 후보(인천 계양을) 페이스북 캡처
이에 대해 ‘이재명 저격수’인 국민의힘 원희룡 후보(인천 계양을)는 SNS에 “이재명 후보가 또 시작한 것 같다. 본인이 줄 수도 없는 돈으로 사탕발림식 생색만 내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안철수 후보(성남 분당갑)도 “망국적 악성포퓰리즘 선동”이라며 “국가적 위기나 재난 상황도 아닌 총선 국면에서 무차별적으로 돈 살포 공약으로 표를 더 얻어보겠다는 속셈”이라고 했고요.
개혁신당도 “물가는 시장에 있는 돈이 흘러가는 정도에 따라 달라집니다. 많이 흘러가면 갈수록 물가는 올라갈 수밖에 없습니다. 돈을 더 풀면서 물가를 잡겠다는 것은 집에 불났는데 기름 넣는 꼴입니다. (중략) ‘물가를 잡겠다’ ‘돈을 뿌리겠다’와 같은 듣기 좋은 소리만 하면서 전국을 누비실 것이 아니라 법원에서 잡아준 재판일정이나 충실히 임해야 합니다”라고 이재명 뼈를 때렸고요.
정작 국민의힘은 이날 공식 논평을 내지 않고 일단 침묵하더군요. 이재명의 제안이 선거 국면에서 표심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는 예의주시하고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고 했습니다. 여당 핵심 관계자는 당일 언론사와의 통화에서 “(이재명의 제안을) 단순히 ‘포퓰리즘’이라고 가볍게 치부하면 국민들 입장에선 ‘야당은 국민 돕자고 하는데 여당은 도대체 뭐하나’라고 할 수 있다”라고 했더군요.
그러더니 다음날 돌연 “세 자녀 이상 가구에 대한 모든 대학등록금을 면제하고 두 자녀 이상 가정에 대해서도 단계적으로 확대할 것”이라며 ‘무상 대학등록금 카드’를 꺼내들더군요.
그 동안 국민의힘은 이재명이 퍼주기 경쟁 신호탄을 쏘아 올릴 때마다 번번이 휘둘렸습니다. 5선 중진 의원이 앞장서 “전 가구에 3개월간 10만 원씩 난방비를 지급하자”고 이재명 주장에 가세하는가 하면, 시의회 의원들까지 “정부가 빨리 돈을 풀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었죠. 줏대없는 국민의힘이 이재명이 또! 쏘아올린 퍼주기 경쟁에 이번에도 말려드는 건 아닌지 걱정스럽습니다.
유권자의 현명한 판단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김지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