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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인의 처녀성에 집착하다가 정신분열증세를 일으킨 남자 이야기
한편 영미는 프랑스 가기 전에 아는 사람을 통해 파리에 살고 있는 유학생 한 사람을 소개받았다. 사전에 약속을 해서 영미가 묵고 있는 호텔 로비라운지에서 만났다. 장원규는 서울에서 부유한 집 아들로 미술대학에서 서양화를 전공하고 파리로 공부를 하러 갔다. 첫인상이 완전히 화가였다.
그 다음 날 낮에 맹 사장이 거래처 사람들을 만나는 시간에 영미는 맹 사장의 허락을 받고 원규를 만나 몽마르뜨 언덕으로 구경을 갔다. 무명 화가들이 사람들의 초상화를 그려주고 있었다. 영미도 초상화를 하나 그려받았다. 그 다음 사크레 쾨르 대성당을 구경하러 갔다. 정면에 기마상이 2개가 있다. 잔다르크와 루이 9세라고 한다. 프랑스 출장을 마치고 다시 서울로 돌아왔다. 김 과장은 퇴근한 다음, 즉시 영미를 만났다.
“왜 문자도 해주지 않고 어떻게 된 거예요?”
“지금은 몸과 마음이 몹시 피곤해요. 당분간 가만 내버려두세요.”
“앞으로 어떻게 할 거예요. 사장과는 정리를 한 거예요?”
“아뇨. 정리는 무슨 정리를 해요?”
“사장이 영미 씨 오피스텔을 팔라고 했는데, 내가 일부러 잘 안 팔린다고 미루고 있어요.”
“그럴 리가 없을 텐데요. 사장님이 언제 그랬어요? 내가 사장님께 여쭤볼 게요.”
“그래요? 이상하네요. 나한테는 분명히 오피스텔을 처분하라고 했는데, 가격까지 정해주었는데.”
영미는 프랑스를 다녀온 다음 심각한 고민에 빠졌다. 갑자기 시야가 넓어졌고, 맹 사장과 앞으로 어떤 관계를 유지해야 하는가 하는 문제와 김 과장은 또 어떻게 해야 하는가 하는 문제가 당면 과제가 되었다. 서른 살 직장 여성으로서 돈도 벌어야 하고, 무능력한 아버지 대신 가족들도 책임져야 할 입장이었다.
결혼은 당장 아무 생각도 없다. 연애도 그동안 해볼만큼 해봤기 때문에, 남자가 없어서 못살 처지도 아니다. 연애는 일종의 사치였다. 혼자 있으면 심심하고, 다른 사람들 연애하는 걸 보면 나도 하고 싶은 것일뿐 의식주와 달라서 생활의 필수요소는 아니었다.
영미는 친구들이 지금 어떻게 살고 있는지 생각해 보았다. 고등학교 친구 다섯명은 1학년 때 만나서 3년 내내 붙어다녔다. 모임도 만들었다. 영어로 Five Members라고 이름을 지었다. 약칭 FM이다. 그중 대장은 김세미였다. 세미는 미모에 키도 컸다. 아버지가 무역회사를 운영하고 있었고 교회장로였다. 다른 네명은 홍일미, 정백미, 황흑미, 전영미 이렇게 모든 이름 끝에 미(美)자가 들어갔다. 대단한 우연이었다.
세미는 고등학교 2학년때 1년 선배인 원홍을 사귀었다. 원홍은 의대에 들어가서도 계속해서 세미와 만났다. 원홍이 대학교 2학년 겨울방학, 그러니까 세미가 대학교 1학년 말에 두 사람은 마침내 첫의식을 치루기로 했다. 원홍은 보름 전에 날짜를 잡아서 알려주었다. 그때까지 세미에게 여러 가지 준비를 하라고 했다.
세미는 몹시 긴장이 되었다. 이미 사귄 지 오래 되었고, 남자가 마음에 들고, 장차 때가 되면 결혼까지 하기로 약속이 되었기 때문에 남자가 원해서 받아들이기는 했지만, 아직은 대학교 1학년이고, 부모님들의 결혼승낙을 받은 것도 아니어서 처음에는 몹시 망설였다.
그러나 세미는 원홍과의 관계를 영원토록 가게 하기 위해서는 처녀를 바쳐야 한다는 각오를 하게 되었다. 물론 그때까지 세미는 친구들과의 대화를 통해서 성에 관한 많이 이야기를 들었고, 인터넷을 통해 공부도 많이 했다. 하지만 실제 경험은 전혀 없었기 때문에 두려웠다. 첫 번째는 심한 진통을 겪어야 한다고 해서 그것이 가장 걱정이 되었다. 처녀막에 대해서도 연구를 했다. 첫 번째 성관계 시 파열되고, 그 때문에 약간의 출혈이 있다는 것도 알았다.
세미는 이런 문제에 대해 다른 사람과 상의할 성질은 못되었다. 가까운 친구들에게도 알릴 수가 없었고, 더군다나 부모님께는 말할 수 없는 비밀이었다. 그러면서 세미는 원홍의 생각이나 행동에 대해서 다소 의문이 들었고, 이상하게 느꼈다. 주변 친구들 이야기를 들어보면, 연애를 하다가 자연스럽게 스킨십을 하고, 술을 마시고 모텔을 가거나, 차 안에서 갑자기 행위가 이루어지거나, 남자 친구의 방에 따라갔다가 묘한 분위기에 휩쓸려 행위가 진행되는 것이라고 했다.
그런데 정식의 결혼을 하는 것도 아닌 연애 단계에서 마치 신혼여행 스케줄을 잡아놓은 것처럼 보름 전에 행사일정을 잡아놓고 준비를 하고 기다린다는 것은 아무래도 정상은 아닌 것 같았다. 그러면서도 세미는 워낙 원홍이 믿음직스러웠고, 독실한 크리스찬인데다가 명문대 의대생이었기 때문에 무조건 믿고 따르기로 했다.
마침내 D-day가 다가왔다. 그날은 금요일이었다. 크리스마스 이브였다. 두 사람은 고급 레스토랑에서 만나 식사를 했다. 와인을 마시고 건배를 했다. 서로의 행복을 기원했다. 작은 케이크를 잘랐다. 모든 것은 원홍이 사전에 치밀하게 예약을 해놓았다. 원홍은 행사 도중 그때그때 사진을 모두 찍었다. 기념사진이었다. 장미꽃도 손에 안겨주었다.
그런 다음 원홍은 세미를 데리고 호텔 방으로 갔다. 술이 약한 세미는 술에 취했다. 그에 반해 원홍은 와인 한잔만 마시고 더 이상 마시지 않아 말짱했다. 행사를 치루기 전에 불을 꺼야 하는데, 원홍은 완전히 소등을 하지 않고, 서로의 얼굴을 알아볼 정도로 조명을 해놓았다.
세미가 샤워를 하는 동안 침대 시트 위에 실크천을 깔아놓았다. 세미는 의아했다. 하지만 첫경험이라 그 의미에 대해 물어볼 생각은 하지 않았다. 다만, 원홍이 의대생이라 위생관념이 철저해서 비록 세탁해놓은 침대 시트지만, 혹시 지저분한 병균이 남아 있을까봐 걱정이 되어 시트 위에 또 멸균 소독한 고급 실크천을 깔아놓는 것이 아닌가 추측했다.
세미은, ‘역시 의대생은 다르구나! 이렇게 철저하게 위생을 관리하고, 여자를 아껴주는구나 !’라고 내심 감탄했다. 그런 모든 것이 원홍이 세미를 사랑하기 때문에 나오는 배려와 애정의 표현이라고 생각했다.
세미는 그전에 읽은 야한 소설에서 남자들이 여자 나오는 술집에 가서 술을 마실 때 옆에 앉아 술시중을 들게 하는 이야기를 읽은 적이 있다. 그때 제일 기분 나빴던 것은 손도 닦지 않고, 오징어나 땅콩 같은 안주를 손으로 먹으면서, 그 손으로 여자의 소중한 부분을 만지는 짓이였다. 그 손은 핸드폰을 하루 종일 들고다니고, 택시를 타고 다니고, 담배와 라이터를 만진 아주 더러운 손이다.
그런 손은 알코올로 열 번 이상 소독을 하고 100℃로 팔팔 끓인 물에 5분 동안 푹 넣었다가 꺼내도, 대장균, 살모넬라, 일반 세균, 곰팡이, 리케차, 스피로레나, 바이럿, 코로나19 등이 득실득실할 텐데, 비누로 닦지도 않고, 대충 물수건만 형식적으로 만진 다음, 여자를 만지면 그 잡균과 병균은 고스란히 무방비 상태의 여자 신체로 침입하게 된다.
얼마나 비위생적이고, 야만적이고, 비인간적인 처사인지 모른다. 세미는 그런 소설을 읽을 때마다, 분개하면서도 그것은 작가가 허구로 과장해서 쓴 것이지, 대한민국에 그럴 남자는 해방 이후에는 없을 것이라고 확신했다. 소설은 소설이었지만, 아무튼 그런 더럽고 지저분한 남자와 대비되니 원홍은 정말 영국 신사였다. 신부님 수준이었다.
세미가 샤워를 마치고 침대로 올라오자 원홍은 기다리고 있다가 이미 깔아놓은 실크 위에 세미를 주십스럽게 눕혔다. 그리고 원홍은 샤워를 하러 들어가서 꽤 오래 있다가 나왔다. 사제가 번제 의식을 치루듯 아주 진지하고 경건한 자세였다.
의식을 준비하는 동안 사제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호텔 방은 심연의 바닷속 같은 검은 침묵이 계속되었다. 원홍은 세미의 배 위에 오른 손을 가만히 올려놓았다. 그리고 한참 동안 기도를 했다. 무슨 기도를 하는지는 몰랐다. 그런 다음 세미의 곁에 누워 10분 정도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있었다.
세미는 숨이 막혔다. 하려면 빨리 할 것이지, 나체로 눕혀 놓고, 그것도 불을 완전히 끄지 않은 상태에서 창피하게 만들어놓고 있으니 가슴이 답답해졌다.
원홍은 행위를 시작하기 전에, ‘사랑해!’라고 작은 음성으로 말했다. 그리고 본격적인 행위를 시작했다. 원홍은 무척 서툴렀다. 세미는 갑자기 심한 통증을 느꼈다. 신은 인간에게 사랑의 행위를 허용하면서도 이런 육체적 고통을 겪게 했는지 의문이 들었다. 더군다나 남자는 전혀 느끼지 않는 여자만의 고통을 당하도록 한 것은 불공평했다. 게다가 성행위로 임신하면 지금보다 천배가 넘는 출산의 고통을 겪어야 한다.
소설이나 인터넷에서 듣던 첫경험의 감흥이나 짜릿함과는 거리가 멀었다. 원홍은 불과 3분도 채 지나지 않아서 일을 마쳤다. 원홍은 사전에 세미로부터 자세한 개인정보를 들어서 이 날은 가임기가 절대 아니라는 사실을 확인하고, 피임은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상황이어서 세미는 당연히 안에 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런데 원홍은 예상을 뒤엎고 안에 하지 않았다. 대신 실크천 위에 하는 것이었다. 그런 다음 원홍은 10분 동안 가만히 누워서 천장을 응시하고 있었다. 세미는 그런 침묵이 이상했지만, 처음 하는 여자가 너무 반응을 보이거나, 말을 많이 하면 이상하게 생각할까봐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창피해서 눈을 감고 있었다.
원홍은 10분쯤 있다가 일어나서 조심스럽게 실크천을 밑에서 꺼내 들었다. 그리고 불을 켰다. 그런데 이게 어찌 된 일인가! 당연히 붉어야 할 실크가 아주 원색 그대로 하얗게 있었다. 대신 우윳빛 액체가 잔뜩 묻어있었다.
원홍은 벌떡 일어나 옷을 입었다. 그리고 세미의 몸을 샅샅히 살펴보았다. 혹시 나오기는 나왔는데, 너무 양이 적어 안에서 머물고 있는지 여부를 확인하는 것이었다. 안에는 아무 것도 없었다. 원홍은 너무 실망했다. 표정이 흑색으로 변했다.
마치 아무도 열 수 없도록 굳게 잠겨진 금고 안에 7캐럿짜리 다이야몬드 목걸이를 넣어놓고, 그것을 꺼내 목에 걸려고 금고를 열었는데, 그 안에 어두움만 있는 것처럼 원홍은 절망했다, 자신에게 가장 소중한 가치를 상실한 것이다. 더 이상의 희망은 없었다. 인생은 거기에서 종지부를 찍었다. 원홍은 세미에게 추궁했다. ‘언제 어디에서 누구와 했느냐?’고 따졌다.
그러면서 백지의 실크천을 세미의 바로 눈 앞에 들이댔다. 무서운 증거였다 처녀성의 상실 및 여자의 부존재를 증명하는 증거였다. 다른 사람이 만들거나 조작한 것이 아니라, 바로 세미의 몸 안으로 원홍의 몸의 일부가 직접 들어가서 채굴해 나온 명백하고 직접적인 증거였다. 그것은 합리적인 의심을 배제할 만큼 충분한 증명력과 신빙성을 갖춘 증거(evidence)였다.
세미는 기가 막혔다. 자신은 결백하다. 하지만 이런 경우 자신의 결백, 즉 무경험을 어떻게 달리 증명할 수 있을까? 그 증명은 오직 하나님만 알고 있다. 그렇다고 원홍에게 하나님 나라를 방문해서 확인해보라고 하든가, 사실조회를 신청하라고 할 수는 없었다. 세미는 이 상황이 두려웠다. 공포심이 엄습했다.
‘아니예요. 절대 그런 일 없었어요. 하나님께 맹세해요. 저를 믿어요. 혹시 제대로 안 해서 그럴 수 있으니, 다시 한 번 더 세게 해보면 어떨까요?’라고 울면서 사정했다.
정원홍은 독실한 크리스찬으로서 성적인 면에 있어서 이상하리만큼 보수적이었다. 엄격한 아버지 영향이 컸다. 원홍은 스스로 세미와 하기 전까지는 전혀 성관계를 하지 않았고 심지어 자위행위도 해본 적이 없다고 했다. 고등학교 1학년 때 가까운 친구들이 원홍에게 아무리 자위행위를 하도록 꼬셔도 넘어가지 않았다. 거꾸로 자위를 권하는 친구들을 마귀와 사탄으로 생각했다. 원홍은 자위를 하면 남성의 순결을 상실하는 것으로 믿고 있었다.
이상하게 원홍은 여성의 처녀성에 대해서도 절대적인 신앙을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세미와 관계를 하기 전에 한 달 동안 다른 공부는 하지 않고, 오로지 처녀성에 관한 국내외 논문만 100편 찾아서 열심히 읽었다. 심지어 아프리카 중부 지역의 부족과 브라질의 아마존강 나체족의 처녀성 연구에 관한 논문도 찾아보았으나, 국회도서관에도 그런 자료는 비치되어 있지 않았다. 잘 모르는 부분은 산부인과 전문의에게 물어보았다.
의대 선배들에게도 물어보았다. 대부분의 의사나 의대생들은 이상하게도 처녀막에 대해서 관심이 없었다. 그 사람들은 오히려 원홍을 이상하게 생각하면서, 왜 쓸데없이 그런 구시대의 유물에 신경을 쓰느냐고 짜증을 냈다.
어떤 의사는 처녀막은 남자 콧구멍에 코딱지가 큰 것이 콧구멍을 막고 있는 것과 똑 같아서 코를 제대로 풀기 위해서는 코딱지를 떼어내는 것과 같은 이치라고 알기 쉽게 설명해 주었다. 그런데도 원홍은 그 어떤 말도 자신이 생각하는 것과 다르면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래서 원홍은 세미에 대해 철저한 신체검사를 했다. 군대에 임대한 신병이 보충대에서 최종 신체검사를 하는 것보다 더 엄격하게 신체의 완전성, 처녀의 진정성을 조사하는 것이었다.
원홍은 세미를 고등학교 2학년 때부터 연애를 했는데, 언제 다른 남자와 관계를 했느냐고 추궁했다. 완전히 중범죄자 취급을 했다. 세미는 절대 그런 일이 없다고 자신의 결백을 극구 주장했다. 인터넷에서 보고 들은 대로 처녀막은 꼭 성교를 하지 않아도, 과격한 운동 등에 의해 파열될 수 있다는 이야기를 해주었다. 원홍은 자신이 의대생인데, 무슨 말같지도 않은 변명을 하느냐고 오히려 더 화를 냈다.
그러면서 세미에게 이제 우리 관계는 끝이라고 선언했다. 세미는 기가 막혔다. 원홍과 사귀고 있는 것이 온동네 다 소문났는데, 처음 몸을 준 남자가 단순한 혈흔 때문에 처녀가 아니라고 단정하고 이별을 하자고 하니 견딜 수 없었다.
하지만 원홍이 의대생으로서 의학적 지식을 근거로 세미의 과거를 의심하고 이별을 선언했으므로 두 사람 사이는 소원해졌다. 더 이상 만나지 않았다. 그 후 6개월이 지났다. 세미도 원홍을 잊고 다른 남학생과 데이트를 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