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SP에 대한 숨은 진실은
사소한 자극 하나에도 반응하는 초예민성이 스스로를 너무 힘들게 만들기 때문에,
결국, 자극들을 피해 살거나,
자극거리들(특히, 관계 갈등)을 만들지 않기 위해 최대한 주변에 맞춰 주는 사람이 된다는 점입니다.
바로 이 지점에서 예민함에 대한 당사자들과 제 3자들 간 인식의 차이가 발생하는데,
가령,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예민한 사람이란
레스토랑에서 음식의 간이 안 맞는다며 세 번이나 음식을 리젝트하는 불만쟁이의 이미지에 가깝습니다.
하지만, 진짜 예민쟁이들은
내가 여기서 컴플레인하면 괜히 같이 먹는 동료들도 기분이 잡치지 않을까?
식당에 있는 다른 사람들은 날 어떻게 생각할까?
홀 직원은 일이 늘어난다고 불평하겠지?
요리사가 혹시나 마음에 상처를 입진 않을까?
등등을 머리속에서 빠르게 저울질하며 결국엔
그냥 내가 참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잖아
라고 생각하며 묵묵히 음식을 먹는 쪽에 속합니다.
전자의 경우엔,
단순하게 내가 왜 이 맛없는 음식을 먹어야 하지?에 대한 불평만이 머리속에 가득하다면,
HSP들은 이에 더해,
동석한 동료들의 마음 + 식당 안에 있는 다른 사람들의 마음 + 홀직원의 마음 + 쉐프의 마음 등
순식간에 어마어마한 양의 시뮬레이션이 교차하여 머리속을 흘러가게 되고,
그 모든 것의 합에 비해 내 마음은 고작 나 하나 뿐이니 그냥 내가 참고 말자 식의 결과로 귀착되는 것이죠.
일반적인 사람들이 나를 중심으로 상황을 바라볼 때,
초예민한 사람들은 상황을 중심으로 나를 바라봐요.
그냥 자연스럽게, 자동적으로, 내 주변 상황의 흐름이 머리속으로 물밀들이 밀려들기 때문에,
이 상황에서 그나마 내가 제일 덜 불편한 경우는 무엇인가?를 종합적으로 판단한 후 내리는 결과란 게,
대부분은 내가 상황에 맞춰줌으로써 끝내는 것이 되어 버립니다.
결국, HSP 곁에 끝까지 남게 되는 사람
일반적인 사람들이 나를 중심으로 상황을 바라볼 때,
초예민한 사람들은 상황을 중심으로 나를 바라본다.
예민한 사람들은 내 감정에만 예민한 것이 아니라, 나를 둘러싼 공기 그 자체에 예민합니다.
한 공간 안에, 나와 A, B, C, D 총 다섯명이 있다면,
HSP들은 "최대다수의 최대행복"을 위해 의사결정을 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것이 비록, 나를 희생해야 하는 사안이더라도 말이죠.
(ex. 나 = 행복 / A, B, C, D = 불행, 나 = 불행 / A, B, C, D = 행복 → HSP는 후자를 선택)
이것이 가능한 이유는,
HSP의 "초감정" 특성 때문입니다.
HSP들은 주변 사람들의 감정을 마치 내 것처럼 직접적으로 느끼기 때문에,
A, B, C, D가 불행하다면, 4 X 불행의 크기가 나 혼자의 행복의 크기보다 더 거대하게 느껴지는 겁니다.
이것이 바로 세간의 선입견과는 다르게,
초예민한 사람들이 기가 막힌 팀플레이어인 이유죠.
HSP들은 기질적으로 타인의 동태에 민감하게 반응합니다.
※ 나와 물리적으로 가까이 있는 사람들에 한해서 그렇다.
재밌는 것은, 공감 능력이 뛰어난 고 우호성인들의 경우, 겉으로 봐서는 HSP와 비슷해 보이지만,
그들의 이타적 행동은 물리적 거리에 좌우되지 않는다.
가령, 저 멀리 아프리카 대륙에 있는 굶주린 아이들에게도 자비심을 갖는 것이 고 우호성인이라면,
HSP는 내가 속한 일정 범위의 환경 내에서만 초감정 특성이 발현되기 때문에,
막상, 아프리카 기아들을 돕기 위한 캠페인 광고를 볼 때는 무덤덤한 경향이 있다.
따라서, 내 곁에 있는 사람들이 어떠한 사람들인지가 HSP의 멘탈에 굉장히 중요해요.
가령,
직장 동료들이 어딘가 어설퍼서 맨날 실수를 한다던가,
정서적으로 불안정해서 걸핏하면 짜증이나 화를 낸다던가,
극도의 외향인이라 시도 때도 없이 나와 같이 뭘 할려고 한다면,
HSP들은 이러한 사람들의 동태에 일일이 신경쓰느라 멘탈이 남아나질 못합니다.
주변에 신경써야 할 사람들이 투성이면,
가뜩이나 예민한 HSP의 신경은 더욱더 날카롭게 곤두서게 되죠.
보통 이럴 때 HSP들의 일상이, 정신건강이 박살나게 됩니다.
결국, HSP들의 인간관계 리스트에서 살아남는 사람들의 특징은 다음과 같습니다.
① 어떠한 경우에서도 최소한 1인분은 해내는 사람
② 정서적 안정성이 높아서 늘 한결같은 기분톤을 유지하는 사람
③ 독립심이 강해서 항상 적절한 거리 유지를 잘하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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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 HSP들이 전혀 신경을 쓰지 않아도 아무런 문제가 없는 사람,
여기서 더 나아가,
때로는 HSP들이 아무 생각 없이 신경을 탁 놓고 있어도 괜찮다는 믿음을 주는 사람.
그 사람이 가지고 있는 매력이나 외적 스펙 등을 떠나서,
그냥 신경 쓸 필요가 없다는 것 하나만으로도 HSP에게는 굉장히 큰 정서적 위안이 되는 것입니다.
"내가 신경쓰지 않아도 되는 존재"
어찌 보면, 매우 간단한 조건 같기도 하지만,
바로 이 조건이 HSP들의 깊은 관계를 가로막는 장애요인이 되기도 합니다.
가령, 남녀 관계에서는,
내가 힘들 때 마냥 기댈 수도 없고, 내 허물을 보여주지도 못할 관계면,
그게 무슨 의미가 있나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입니다.
응당 내 파트너가 사랑의 힘으로 내 빈틈을 메꿔줘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이죠.
그럴 수 있습니다.
다만, 상대방의 빈틈을 메꿔주는 사랑의 힘이 그 빈틈의 크기에 따라 점점 더 약해질 수 있다는 것일 뿐.
날이 갈수록 신경이 곤두서고, 소진되어 가는 사랑의 힘을 느끼며,
본인도 힘들고, 상대방 또한 서운하고 괴로운 마음이 들겠죠.
또한, 결혼을 해서 아이를 갖는 문제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생판 초보가 엄마아빠가 될 땐,
아이로 인해 얻게 되는 즐거움과 아이로 인해 얻게 되는 괴로움의 부등호가 어느 쪽을 향하느냐가 굉장히 중요해져요.
우리가 흔히 육아 고수라고 부르는 사람들은,
천성적으로 이 부등호가 즐거움 쪽으로 크게 치우쳐 있는 경우이죠.
그런데, 육아란 게 원래, 손길이 필요한 아이들을 케어하는게 주된 일이잖아요?
내 아이가 아무리 귀엽다한들,
귀여움과 괴로움은 별개의 문제이기 때문에,
케어할 일 투성인 아이를 보는 일이란 신경 쓸 일이 많아 가뜩이나 고단한 HSP 부모들에게 굉장히 거대한 챌린지가 됩니다.
육아를 그나마 편하게 하려면, 애들이 빼액빼액 울어도 어느정도 둔감성을 가지고 대해야 하는데,
HSP들은 아이들의 사소한 동태 하나하나에도 즉각적으로 신경을 곤두세우기 때문에,
이러한 몸과 마음의 긴장 상태를 결국 버텨내지 못하고 번아웃에 빠지는 경우가 굉장히 흔해요.
HSP들에게 결혼과 육아란,
그만큼 큰 각오와 절실한 마음이 필요하다는 것이죠.
※ 무명자 블로그 : https://blog.naver.com/ahsune
첫댓글 무명자님 글 볼 때마다 저는 HSP인 것 같아요. 외로움을 타지만 그렇다고 사람들을 만나자니 그 사람들 눈치 본다고 에너지가 금방 소진돼 버려요. 말씀하신대로 결혼과 육아는 큰 결심이 필요할 것 같네요. 나 스스로도 완벽하지 않은데 가까이 두고 싶은 사람 기준은 높고요. 참 아이러니한 성격인 것 같습니다.
초반부 읽다가 '어? 난가?' 하다가
기가막힌 팀플레이어에서 '어.. 나 아니네..' 하다가
인간관계 리스트에서 '어? 내 마누라가 나오네'
늘 좋은글 감사합니다.
HSP 분들은 그런분을 만나기가 쉽지는 않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