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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씨가 다닥다닥 붙어있어서
많이 읽기가 불편하실 걸로 사료되옵니다..(__)
<정말로 죄송해요~!ㅜㅜ>
본디 출판을 본 목적으로 하고
제작된 소설이라..
사실은 인터넷 소설같은 건 꿈에도 생각 못했었거든요 ㅜ
조금 읽기 쉽게 바꾸어 보려고 해도
그렇게 되면 분량이 엄청나게 폭발해버려서
그냥 올립니다, 정말로 죄송합니다 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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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줄거리.>
우연한 계기로 윤석이 지내던 고아원에서 만나게 된 두 사람. 두 사람은 첫 만남부터 서로에게
강한 끌림을 느끼지만, 끝끝내 헤어지고 만다.
그러던 7년 뒤, 현진의 반으로 윤석이 전학을 오게 되면서
두 사람은 미처 다 갖지 못한 만남을 이어가게 된다.
어느 덧 어깨를 움츠리게 했던 추위는 이제 없어졌다. 모두 다 가셨다. 중간고사가 끝나고 모두들 완연한 봄기운에 기분이 들떠있었고, 몇몇 아이들은 춘곤증에 수업마다 정신없이 인사를 해대던 이들도 있다. 그리고 그 중에 말썽5인조도 당연히 포함되어 있었다. 그리고 난 상당히 용기가 나있는 상태였다. 그는 집중력이 좋았다. 그렇지만 난 집중력이 좋지 않았고, 그는 머리가 잘 돌아가서 일을 어설프게 처리하는 일이 없었지만, 난 둔하고 머리가 느려서 일을 항상 어설프게 처리하곤 했다. 그런 면에서 그는 나에게 너무나도 도움이 되는 존재였다. 물론 그는 그동안 무료하게 친구들과 학교생활에만 충실했던 내 마음을 마치 분홍 벚꽃 빛처럼 물들게 했지만 말이다. 시험 때는 그의 그런 면이 아주 도움이 되었다. 나는 그가 써놓은 필기나, 그가 알려주는 수학문제를 풀면서 공부를 하곤 했다. 그리고 그가 나에게 언급했던 문제들 중 2문제가 나왔었다. 그는 나에 비해 너무나 과분한 사람이었지만, 어차피 내가 그에게 별다른 피해를 주지 않는다면 그를 좋아하고 사랑하는 것은 나의 자유이며 기쁨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는 나에 대해 훨씬 부드러워 졌다. 물론 손을 잡는다던지 어깨를 감싼다던 지의 스킨십은 아직 꿈도 못 꾸어보았지만, 그는 가끔 내 어깨를 톡톡 치고는 광대뼈를 살짝 들어 올리며 웃을 때도 있었고, 집에 갈 땐 둔하고 걸음이 느린 나를 위해 빨리 걸었다, 천천히 걸었다를 반복하는 자상함을 보여주기도 했다. 그리고 그의 성격은 많이 밝아졌다. 그는 이제 말썽5인조와도 하이파이브를 하고 농담도 할 정도로 그들과 친해졌고, 다른 아이들에게도 마찬가지였다. 물론 그 사항엔 나도 해당이 된다. 다만 해당이 안 되는 사람이라면 나를 뺀 다른 여자아이들, 그리고 선생님들이었다. 그는 다른 여자아이들이 싫은 건지, 아니면 부끄러워 하는 건지 말을 걸어오면 별다른 반응이 없었다. 그렇지만 난 그의 그런 면은 별로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는 어떠한 누구라도 친해져야만 한다. 남자와 여자사이에는 친구가 없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남자로써 다른 여자아이들과 친해지는 것이 나쁘지는 않을 것이다. 물론 나는 남자아이들과는 친하지 않다. 이런 말을 하는 내가 조금은 이기적일 수도 있다. 그렇지만 내가 이렇게 그를 마음 놓고 좋아할 수 있는가도 아마 그가 그런 행동을 취하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이미 반 아이들 사이에선 그와 내가 붙어 다니는 것을 이상하게 여기지 않는다. 내가 그의 전학 첫날부터 아는 척을 해서인지 다른 아이들은 그와 내가 벌써부터 친하다고 여기는 것 같았다. 물론 우리 반에는 머리를 길게 늘어뜨리고 꾸미기를 좋아하는, 이를테면 렌즈를 낀다던지 미용기구를 가지고 다니며 머리를 손질한다든지 하는 아이들은 그와 나의 행동을 좋게 여기지 않을 것이다. 그녀들은 사람을 평가할 때, 겉모습을 보고 평가하는 기질이 다분했다. 그런 점에서 보았을 때, 그는 그녀들의 타깃으로 아주 적절했을 것이다. 이건 나의 시각이긴 하다. 그렇지만 나의 눈엔 확실히 그는 나와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잘난 인물을 가지고 있었다.
“내 샤프 내놔!”
“한번만 빌려달라니까!”
“저번에도 내꺼 망가뜨렸으면서!”
“그건 내가 아니라 종현이 자식이 그런 거야!”
오늘도 민정이와 말썽5인조의 2번 정우가 티격태격한다. 우리 반 아이들은 가끔 그런 그들을 보며 웃음꽃이 피곤했다. 나는 옆을 바라보았다. 그가 민정이와 정우를 한번 보더니 다시 창밖을 내다봤다. 봄 냄새가 봄바람을 타고 교실로 흘러들어왔다.
“날씨가 풀려서 좋다. 그치?”
그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이제 그에게 이런 일상적인 질문을 할 수 있을 만큼 용기로의 졌다. 그것은 모두 다 그가 나에게 가끔 보여주는 자상함 덕분이다. 그가 나에 대해서 계속 차갑게 대했다면 난 좌절하고 말았을 것이다. 그러나 그는 지금 내 머리카락을 감싸고 말없이 미소 짓는 봄바람처럼 나를 감쌌다. 그는 나에게 있어 너무나도 기쁘고 감동적인 존재였다. 나는 그에게 묻고 싶었다. 그는 나와 있을 땐 거의 말을 하지 않는다. 내가 질문을 해도 고개를 젓고나 끄덕이거나 가 전부일 뿐 말을 하지 않아서 말없이 같이 있을 때가 많다. 그런 침묵은 나에게 있어서 나를 설레게도 하고, 나를 편안하게도 한다. 그렇지만 난 그가 어떻게 느끼는지 궁금하다. 그는 내가 말을 걸어주길 기다리는 걸까, 아니면 내게 말을 걸기 싫어하는 걸까. 그러나 항상 이런 의문들은 그냥 그저 그가 말 수가 적기 때문에 라는 대답으로 끝나버리곤 한다. 난 그에 대해서 궁금한 게 많다. 그러나 그는 자신의 얘기는 거의 하지 않는다. 그는 그저 말없이 고갯짓을 하며 내 말을 들어주기만 할 뿐이었다. 그가 가끔은 말을 해줬으면 하는 마음도 있지만, 나의 말을 들어주는 사람이라는 의미에서 그는 나에게 너무나도 듬직한 사람이다.
“아아! 샤프가 부러졌잖아!”
“네가 잡아당기니까 그렇지!”
“못 살아!”
“그러니까 빌려주면 어디가 덧나나?”
“시끄러!”
나는 그에게 물었다.
“둘이 저러고 있는 게 사이가 나빠서 그러는 거 같진 않아. 그렇지?”
그는 말없이 웃었다. 그것은 나에 대한 동조의 의미이자 긍정의 의미이다. 나는 이미 그의 눈을 어느 정도 읽을 수 있는 능력을 갖게 되었다. 나는 그가 그냥 그렇게 웃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벅찼다. 그의 보기 드문 웃음은 나에게 크게 다가왔다. 그는 정말 친한 몇몇 사람 아니면 잘 웃지 않았다. 나는 그 특별한 사람 중 한명인 것이다. 나는 항상 생각해오던 것이 있는 데, 바로 그의 스킨 냄새이다. 이렇게 같이 창가에 있노라면 항상 바람을 타고 그의 스킨 냄새가 내 코로 들어와 가슴까지 흔들어 놓곤 한다. 그는 처음부터 지금까지 스킨을 바꾼 적 없었다. 그에게서 나는 이 향기는 너무나 익숙하다. 그런데 내 마음을 읽기라도 한 듯이 그가 나에게 물어왔다.
“로션 뭐 써?”
“으응?!”
나는 당황해서 그에게 아주 큰 소리로 반문해 버렸다. 그는 잠시 눈이 동그래져선 나를 쳐다봤다.
“아. 로, 로션?”
“물어보면 안 되는 거야?”
“아, 아니!!”
그가 내 마음을 읽은 것일까? 나는 당황함과 놀라움에 그에게 엉뚱한 질문을 해버리고 말았다.
“너 지금 내가 무슨 생각하고 있는지 알고 있었니. 혹시?”
“무슨 소리야?”
그는 미간을 찌푸리며 물어왔다. 그때 난 확실히 알았다. 난 지금 그에게 엄청나게 창피한 질문을 해버린 것이다. 그는 내가 그에게 무슨 대답이라도 해주길 원하는 듯이 눈을 가늘게 뜨고 나를 바라보았다. 내가 만약 ‘나도 너의 스킨냄새가 좋다고 생각하던 중이었어.’ 라고 말을 한다면 그는 나를 얼마나 비웃을까. 그는 나에게서 나는 향기를 당당하게 물었는데, 나는 그것을 혼자 생각만 하고 있었다. 그는 나를 이상한 아이로 볼 것이다.
“아.”
내가 망설이자 그가 가늘게 웃었다. 그가 웃자 내 심장은 더욱 떨려왔다. 들킨 것일까? 아니, 이대로 있다간 내 정신건강에 안 좋을 수 있다. 그냥 속 시원하게 그에게 말을 해버려야겠다고 다짐했다. 지금 이 순간 이 상황이 아닌 다른 상황이 닥치더라도.
“저, 사실은 나도 네 스킨냄새가 맘에 들어.”
“그래? 다행이네.”
그의 대답은 나의 행동에 대한 아주 커다란 만족감을 주었다. 내가 용기를 내자 그는 나에게 긍정적으로 화답했다. 그는 가끔 날 실망시킬 때도 있지만, 가끔 날 감동시킬 때도 있었다. 그는 평소에 아주 말이 없어서, 그런 아주 가끔 찾아오는 감동적인 순간이 나에게는 너무나도 크게 작용했다. 나는 그에 대해서 알고 싶은 게 너무나 많았다. 그가 보육원을 이제 나온 건지, 그러면 어디서 지내는지. 이것이 나의 최대의 관심사이자 궁금 거리이다. 그리고 나머지 굳이 따지자면, 시간이 있을 땐 보통 무엇을 하는지. 다른 남자아이들처럼 게임을 좋아하는지. 혹은 평소에 뭘 잘 먹고 뭘 잘 안 먹는지. 첫 번째 말한 것은 그가 말할 때까지 묻지 않기로 했다. 보육원에 관한 것은 그의 개인적인 일이다. 그리고 그것은 나 외에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다. 아마도 내가 그였다면, 보육원에 관한 이야기는 별로 하고 싶지 않을 것이다. 그런 점을 감안해서 나는 그가 먼저 말을 하기 전에 묻지 않기로 했다. 그렇지만 나머지 것들은 내가 알아도 된다고 생각한다. 그와 나는 이미 충분히 친하다. 그 정도 즈음은 알아도 별 문제가 없을 것 같다. 아니, 없다. 나는 아직 그의 혈액형과 취미조차도 모른다. 그에게 물어볼 용기가 없었다. 나는 매번 느끼는 것이지만, 그를 대할 때 있어서 문제는 그가 아니다. 바로 나 자신의 용기의 문제이다. 나는 그가 내 용기에 긍정적인 화답을 할 거라 확신한다. 그는 그리 매몰찬 사람이 아니다.
“그런데 혈액형이 뭐야?”
나는 거침없이 물었다.
“AB. 넌?”
역시였다. 게다가 그가 반문까지 했다. 아주 만족스럽다.
“난 B형. 그렇지만 소심해서 A형 같다는 소릴 많이 들어. 그런데 AB형이라니, 조금 의외야.”
“왜?”
“O형일 거라고 생각했거든.”
“다들 그렇게 말해.”
우리의 대화는 너무나도 자연스럽다! 성공이다, 대 성공! 난 이제 그에게 거침없이 내 용기를 낼 것을 결심했다!
“그럼 뭘 잘 먹어?”
“으음.”
그는 내 질문에 꽤 진지한 표정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나는 가슴이 막 벅차왔다. 난 이렇게 간단하고 쉬운 방법으로 그를 알 수도 있었는데, 왜 바보같이 굴었던 것일까?
“다 잘 먹어. 넌 오이 못 먹지?”
“어, 어떻게 알았어?”
“오이 반찬 나올 때 마다 손도 대지 않던걸.”
“그, 그랬어?”
“응.”
그는 알게 모르게 날 관찰하고 있었다! 난 오이를 못 먹는다. 확실하게. 그는 나를 관찰하면서 이미 나에 대해 조금씩 알아가고 있었던 걸까? 아니면 그냥 눈에 보이기에 그렇게 생각한 것일까?
“그리고. 잘 먹는 건 어묵.”
나는 눈이 휘둥그레 졌다. 어묵을 좋아하는 것도 그는 알고 있었다.
“너 강아지 좋아하지?”
“아.나.난.”
그가 장난스럽게 말했다.
“너, 길거리의 떠돌이 강아지 볼 때마다 금방이라도 눈물을 쏟아낼 것 같은 표정인거 알아?”
나는 오늘 예상외의 성과를 얻어냈다. 그는 나에 대해 기초적인 것들은 알고 있었다. 아아. 난 이제 이걸로 충분하다. 오히려 정신건강에 더 안 좋은 것 같다. 가슴이 마구 뛰어서 정신이 몽롱해질 정도이다. 그가 날 바라보며 옅게 웃었다.
“넌 표정만 보고 있어도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것 같아.”
그가 다시 창밖을 내다보며 말했다. 나는 절대로 내 표정으로 내 감정을 그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마음이 없었다. 그런데 내 생각을 알 것 같다니, 나는 정신이 복잡해져왔다. 그가 나에게 이렇게 말을 많이 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을 뿐더러, 나에 대해 꽤 많이 알고 있었고, 게다가 내 생각을 꿰뚫고 있다고 함은 즉, 지난날의 나 이 코르 바보 가 성립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내가 자신을 좋아하는 마음을 그는 읽고 있었던 걸까? 만약 그가 그걸 알고 있으면서도 지금까지 잠자코 있었다면 그는 나를 조롱한 것일 수도 있다. 나는 나를 보며 그냥 그저 재미있다고 생각하고 나를 개인적으로 생각한다든지, 아니면 잠들기 전 내가 뭘 하고 있을까 궁금해 하지 않기는커녕, 나를 속으로 비웃고 있었다면 난 그가 정말 미워질 것이다. 물론, 그가 싫어지지는 않을 것이지만.
나는 그의 입에서 충격적인 그 멘트를 듣고 나서 수업이 끝날 때까진 넋을 놓아버렸다. 그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너무나도 알고 싶었다. 나는 그와 친해졌다고 생각했지만, 그게 아닐 수도 있다. 머리가 갑자기 복잡해지는 느낌에 나는 그냥 오늘 하루는 아무생각 없기로 했다.
수업이 모두 끝나고 담임선생님이 들어와 교탁 앞에 회초리를 들고는 작다리를 지고 서서 아이들이 청소하는 모습을 그냥 넋 놓고 바라보고 있었다. 여느 때와 같이 윤석이는 내가 청소를 다 할 때까지 운동장에서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야 이정우!”
“아아! 아파!”
민정이와 정우가 옥신각신이다. 나는 빗자루를 든 채로 창밖을 내다보았다. 그는 운동장 스탠드에 앉아 아이들이 웃통을 벗고 축구하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 민정이가 빗자루를 훠이훠이 휘두르며 달려왔다.
“현진아!! 이정우 봐!!”
내 어깨를 붙잡고 뒤로 숨은 민정이를 보며, 정우가 씩씩대며 성큼성큼 걸어오고 있었다.
“무슨 일이야?”
“쟤가 자꾸 나한테 마포 휘둘잖아!”
“네가 먼저 시비 걸었잖아!”
“내가 언제!”
두 사람의 고함소리 사이에서 난 골이 흔들리는 것만 같았다.
“내가 언제? 잡아 떼는 거냐!?”
“네가 나한테 이걸 휘둘렀으니까 그렇지!”
“먼저 시비건 게 누군데!”
“시비 안 걸었어, 난!”
나는 두 사람 사이에서 점점 짜증이 나기 시작했다.
“너희 청소 안 해?”
그러나 내 목소리는 두 사람의 고함소리에 묻혀버렸다.
“너희들 청소 안 할 거냐고!”
둘은 아예 내가 소리치는 걸 보지도 못했다. 나는 결국 숨을 크게 들이쉬고 민정이와 정우의 고함소리를 타도할 위력적인 목소리를 냈다.
“조용히 해!!”
두 사람은 비소로 멈췄다. 나는 이미 기분이 상당히 나빠져 있는 상태였다. 내가 좋아하는 걸 윤석이에게 들켜버렸을 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그들이 한몫을 단단히 한 것이다. 나는 미간을 찌푸렸다. 두 사람은 내가 기분이 안 좋은 상태라는 걸 단박에 눈치 챈 것 같았다. 나는 빗자루를 신경질 적으로 민정이 가슴팍에 때려 던지듯이 건네줬다.
“다 했으면 갈게.”
“현진아.”
나는 책상 위의 가방을 낚아채고 교실을 빠져나왔다.
“너 때문이야!”
“이게 왜 나 때문인데?!”
두 사람의 고함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나는 게단 손잡이를 잡고 빠른 걸음으로 계단을 내려왔다. 날씨는 무척 좋았지만, 난 왠지 모르게 기분이 안 좋았다. 근본적인 원인은 그들이 아니라 그에게 있었다. 교문으로 나와 실내화 주머니에 있던 신발을 바닥에 패대기치듯이 내려놓고 갈아 신은 실내화를 주머니에 넣었다. 나는 운동장으로 내려갔다. 그는 축구구경 삼매경에 빠져있는 듯 했다. 나는 잠시 그를 쳐다보고 있었다. 진짜 알고 있는 걸까? 아님 그냥 그렇게 말을 한 걸까? 난 지금껏 누굴 사귀어보거나, 좋아해 본 적이 없었다. 그래서 이러한 경우에 어떻게 대처하는지 전혀 알지 못한다.
“어어? 조심해!”
누군가가 소리쳤다. 그렇지만 나에게 하는 소리인 줄 모르고 계속 그를 쳐다보고 있는데, 그의 시선이 무언가를 따라 나에게로 도달하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그의 시선이 나에게 도달하자, 그는 놀란 표정으로 자리에서 일어섰다.
“현진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