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관계에서 가장 큰 고통을 주는 사례는
어쩔 수 없이 관계를 유지해야만 하는 사람들과 심각한 갈등이 있는 경우입니다.
가족, 사업, 회사, 대학원 등등
라이트한 관계에서는,
자연스럽게 멀어지거나 손절하면 그만이겠지만,
같이 있어야만 하는 절실한 이유가 존재하는 헤비한 관계에서는,
당사자 간에 감정의 골이 깊어지면 깊어질수록 마치 개미지옥에 빠져버린듯한 절망적 고통을 느끼게 되요.
오늘은
지옥 같지만, 어쩔 수 없이 같이 지내야만 하는 관계에 대해 몇가지 대처 방식을 알아볼 겁니다.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은 있다.
헤비한 인간관계에서 문제가 생겼을 때,
최악의 수는 아무런 대처도 하지 않고 그저 미워하기만 하는 것입니다.
관계 갈등, 그리고, 누군가에게 갖는 미움, 증오의 감정이
인간의 신체적, 정신적 건강에 얼마나 치명적인 영향을 미치는가는 이미 과학적으로 검증이 끝난 영역입니다.
사람을 미워하고 적대시하는 과정은
사회적 동물인 우리들 인간이 겪을 수 있는 거의 최고 수준의 스트레스라고 할 수 있죠.
따라서 이러한 스트레스를 끊어내기 위해 사람들은 저마다 각각의 생존 노하우를 터득합니다.
어쩔 수 없는 관계에 대한 대처 방식은 크게 5가지로 분류될 수 있는데,
이건 사람들의 대처 방식을 그저 구분해 놓은 것에 불과하기에,
심리학적으로 뭐가 더 나은 방법인지에 대해서는 코멘트하기 어렵습니다.
다만, 제 개인적인 견해만 짧게 덧붙이는 것으로 하겠습니다.
① 회피
회피, 즉, 손절을 의미합니다.
이혼이나 동업 계약의 해지, 대학원생이 지도 교수를 떠나는 일 등이 이에 해당되죠.
많은 사람들이 고통의 과정에서 별다른 대처를 하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는
결국 무엇을 택해도 고통스러울 것이기 때문에,
최악과 차악 중 어느 하나를 선택할 마음이 잘 내키지 않기 때문입니다.
설상가상으로 무엇이 최악이고 차악일지는 선택한 후에나 알 수 있는 것이기에
내가 선택한 길이 결국 최악이라면 어떡하지란 두려움이 결정을 한층 더 망설이게 하죠.
이 때, 과감하게 손절을 택하는 사람들은
무엇이 최악인지를 본인이 확실히 알고 있는 경우라고 볼 수 있습니다.
또한, 무엇을 선택하든 본인이 괴로움을 피해갈 순 없다라는 사실을 이미 받아들였을 겁니다.
다만, 어떠한 불편감과 스트레스를 안고 가느냐의 차이인 것이고,
그나마 내가 더 잘 견딜 수 있는 고통을 안고 가기로 결정내린 것이죠.
자기중심적인 성향이라면, 이러한 결정을 더 쉽게 내릴 수 있겠지만,
이타성이 평균 이상만 되도, 내 결정으로 인해 피해를 볼 사람들을 생각해서라도 쉽지 않은 선택임은 분명합니다.
(ex. 자녀가 있는 가정의 갈등 사례 : 내 삶이 너무 지옥 같은데, 아이들 때문에 견디고 사는 경우가 굉장히 많다.)
이것은 가치의 문제이지, 결코 옳고 그름의 차원이 아닙니다.
이혼은 내 삶을 지키기 위한 용기 있는 결정일 수도 있고,
결혼 생활 유지는 소중한 아이들을 지키기 위한 자기희생적 결정일 수도 있어요.
무엇이 최악인지, 그리고 자신의 가치관은 어떤 것인지에 대한 확실한 인지
이 둘 모두가 성립되었을 때, 회피를 통해 자신의 삶을 반전시킬 수 있습니다.
② 초월
관계를 유지하되, 그로 인한 모든 감정 상태에서 스스로 해탈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마치 수도승처럼 사는 것이죠.
(ex. 저 사람은 죽고 나면 몸 속에서 사리가 수십알씩 나올 거야..)
이건 그 누구에게도 상처를 줄 일이 없다는 측면에서 꽤 좋은 방법이지만,
문제는 난이도가 매우 높다는 겁니다.
본인이 멘탈 관리와 감정 조절의 엄청난 대가여야 하기 때문이죠.
이게 난이도가 너무 높다보니,
사람들이 그 대체 방법으로 선택하게 되는 게 보통은 종교입니다.
가정이나 일터에서 받는 스트레스를 종교의 힘으로 극복하고 리프레쉬하는 것이죠.
(cf. 종교의 교리에는, 현생의 고통에 의미를 부여하는 내용이 굉장히 많고,
현생보다 내세를 중시하는 이러한 마음가짐을 통해 교인들은 각자의 고통으로부터 벗어나려 한다.)
반드시 지켜야 할 것이 있기 때문에 관계를 놓아버릴 수 없다면,
이 초월의 방식을 통해 자신의 삶을 반전시키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단, 종교의 힘을 빌리지 않으려면,
심리학에 대한 지속적인 학습과 훈련이 필요할 겁니다.
③ 왜곡
쇼윈도 부부와 같은 일종의 연기 내지는 자기 기만을 의미합니다.
관계를 계속 유지하기 위해,
싫어도 괜찮은 척, 미워하지만 그러지 않은 척 끊임없이 연기하는 것이죠.
오늘 언급할 5가지 방식 중에서 의외로 많은 사람들이 은연 중 채택하고 있는 대처법이기도 합니다.
문제점은 이러한 연기도 꽤 많은 정신적 에너지를 필요로 하기 때문에 영원히 지속하기란 힘들다는 점,
그리고, 대부분의 경우엔 아마추어급의 서툰 연기자들이기 때문에
오히려 상대방이 현타를 느끼고 날 더욱더 미워할 수 있다는 점 등이 있습니다.
왜곡으로 인해 파생되는 사회 현상 중 하나가 바로 "불륜"인데,
불륜자들은 자신의 불륜을 절대 들키고 싶어하지 않기 때문에
결과적으론 아무 문제 없는 배우자로 보이기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해 연기하게 되죠.
(ex. 불륜 상대방을 만나고 귀가하면서, 배우자의 선물을 사 들고 들어감.
영화 "완벽한 타인"이 바로 왜곡을 통해 부부 생활을 연명해가는 커플들의 내용이다. )
가장 흔하지만, 효과성은 가장 떨어지는 방식이라고 개인적으로 평가합니다.
④ 팃포탯(tit for tat)
"눈에는 눈, 이에는 이"의 전략을 통해 상대방의 태도를 교정해나가는 방식을 의미합니다.
TFT의 관건은,
반드시 내가 먼저 희생과 배려의 면모를 보여줘야 한다는 것입니다.
상대방이 아무리 밉더라도, 그 마음을 꾹 참고 먼저 최대한 호의를 베풀어야 해요.
※ 바로 이 부분이 감정적으로 가장 어려운 대목이고, 많은 사람들이 이 단계를 통과하지 못한다.
상대방을 미워하기 때문에 그저 마음껏 미워하고픈 것이다.
이후 과정은 상대방의 반응에 따라 갈리는데,
상대방이 괜찮은 사람이라면, 또는,
아직 감정의 골이 그다지 깊지 않은 상태라면,
나의 호의에 호의로 핑퐁을 쳐 줄 겁니다.
베스트 시나리오죠.
만약, 내가 호의를 먼저 보였는데 여전히 나에게 배타적이다?
나 또한 바로 보복적 조치로 응수를 하고, 나의 입장을 전달해 줍니다. (상대방과의 소통)
"나는 잘 해보려고 노력하고 있다. 니가 받아주지 않는다면, 결국엔 나도 어쩔 수 없을 것이다."
이런 식의 과정이 계속 반복되다 보면,
상대방도 나의 의도를 알아차리고 웬만해서는 양보와 배려를 학습하게 됩니다.
학습이 안된다? 여전히 부정적이다??
선택해야겠죠.
회피하느냐, 초월하느냐, 왜곡하느냐.
⑤ 무조건적 양보
상대방의 인간됨을 믿고 과감하게 "져 주는" 방식을 의미합니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자신의 원래 성격과는 다르게, 자신의 의도와는 다르게,
감정 조절이 안 될 때가 있고, 나도 스스로를 이해할 수 없을만큼 이상한 상태에 빠질 때가 있습니다.
(cf. 보통은 신경생리학적인 문제, 즉, 호르몬의 이상 분비로부터 기인되는 경우가 많다.)
내가 좋아했던, 사랑했던, 신뢰했던 그 사람의 원래 모습을 기억하고 믿어주면서
온 힘을 다해 날 내려 놓고 상대방을 위해 "의도적으로" 최선을 다해보는 겁니다.
이 방식의 관건은 나의 "세계관"에 달려 있는데,
내 인간을 보는 관점, 즉, 내가 평소에 사람에 대해 얼마나 믿음을 가지고 있는지의 여부에 따라,
이 방식을 시행할 수 있는 사람과 못하는 사람이 갈리게 되요.
사실 생각해보면,
내가 상대방과 깊은 관계까지 맺게 된 이유는,
내가 그 사람에게서 어떠한 가치를 보게 되었기 때문일 겁니다.
(단순히 돈이나 외모에 현혹된 것이 아니라면)
나의 인간에 대한 믿음과 사람을 보는 안목,
이 두 개를 믿고 내가 먼저 우직하게 저 주는 게임을 한다면,
성격적으로 웬만큼 결함이 있는 사람이 아니고서는,
대체로 나의 성의에 감복하고 날 따라 호의적인 태도로 변화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다만 문제는 나이를 먹을수록 사람들에게 데이는 경험이 늘어나기 때문에,
인간에 대한 믿음이 날이 갈 수록 사라진다는 점과
상대방이 미운 행동을 하면 할 수록 자연스럽게 그 이전의 이미지는 기억조차 나지 않게 된다는 점이겠죠.
관계 개선의 효과는 가장 탁월하지만,
이 방식을 실행할 수 있을만큼 인류애를 가진 사람들이 얼마 되지 않는다는 현실로 인해,
솔루션으로서의 실효성은 지극히 제한적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 무명자 블로그 : https://blog.naver.com/ahsune
첫댓글 아이만 크면.. 하고 벼르고 있던 제게 딱 맞는 글이네요. 4번 한번 도전해보겠습니다.
부부관계에서는 현실적으로 4번이 가장 실효성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선생님 가정에 평안이 깃들기를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