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전에 미국에서 교육학을 공부하고 오신 목사님이 말씀하셨다. "청소년문제에서 가장 큰 것이 고
독이라고 배웠습니다. 그런데 한국에 와보니까 그보다 더 급하고 중요한 문제가 있는데 바로 대학입시
더군요. 목사님이 청소년사역을 계속하신다면 이 문제를 꼭 해결하셔야 합니다." 그리고 시간이 갈수록
이러한 사실을 교회교육 현장에서 뼈저리게 실감하고 있다.
대부분의 교회는 수능시험일이 되면 수험생과 부모를 위해서 매년 기도회를 하고 있다. 우리교회도
예외는 아니다. 그런데 언젠가 1교시에 맞추어 아침 8시 반에 시작된 기도회가 점점 뜨겁게 진행이 되
어 점심시간이 되었는데 한 집사님이 서운한 듯이 이야기하셨다. "담임목사님이 (모든 성도를 위한) 금
요철야기도회 보다 더 열심히 기도하신다." 무슨 말인지는 내가 맡은 기도회시간을 인도하면서 확인할
수 있었다. 과연 무엇이 담임목사님으로 하여금 뜨거운 기도를 하도록 하였을까? 그것은 그날 시험보는
재수생 아들 때문이었다. 자녀를 향한 아버지의 간절한 마음이 이렇게 성도들에게 비춘 것이다.
부모 못지 않게 입시에 불안해하고 입시에 관한 강박관념에 사로잡혀 있을수록 입시에 대한 스트레스를 풀
고 합격을 기원하는 선물이 오고가게 마련이다. 보기 중에서 잘 선택해 [찍으라]는 포크, 콧물을 풀 듯 시험을
'쉽게 잘 풀라'는 화장지, 시험을 '잘 보라'는 거울 등이 학생들을 돕고자 하는 선물이다.
그렇다면 수능시험을 보는 자녀를 지켜보며 고3병을 앓아온 부모들에게 어떤 조언을 할 수 있을까?
사실 수능을 치르는 것은 자녀의 몫이지만 그 다음에 맞게 되는 자녀의 변화와 어려움에 대한 부모의
적절한 대응은 더욱 중요하다.
먼저 자녀를 노엽게 하지 않아야 할 것이다.
대부분의 가정에서 겪는 변화중의 하나는 수능시험을 치르고 나면 자녀를 통제할 수 없다는 점이다.
이제 자녀는 더 이상 어린이가 아니다. 물론 아직도 청소년의 범주에서 머무르지만 자녀들은 '이제는 해
방'이라는 생각이 지배적이다. 따라서 더 이상 귀가시간이나 몸단장에 대해서 부모가 간섭하도록 허용하
지를 않는다. 그로 인해 우리네 가정은 갈등이 더욱 심해진다.
이럴 때 부모는 한 걸음 물러나서 친구가 되어야 한다. 이해하고 공감하며 용납해 주는 역할이 필요
하다. 그리고 변함없는 사랑을 보여주는 기술을 발휘해야 한다. 자녀에 대해 구체적인 관심을 표명하고
함께 나누었던 대화와 추억을 나누는 시간을 자주 갖도록 한다. 그리고 자녀의 행동들을 칭찬해 주며
부모에게 기대하는 것을 해주어야 한다. 용돈을 주거나 필요한 물품을 사주는 역할도 수행해야 한다.
둘째, '주의 교양과 훈계'로 가르친다.
시험을 마치고 나면 갑자기 시간이 많아져서 어찌 할 바를 모르고 방황하게 된다. 그런데 사회에 한
발을 내디디면서 기본이 얼마나 중요한지 모른다. 이미 유치원에서 배웠을 기본적인 윤리 뿐만 아니라
삶에 필요한 좋은 습관들이 몸에 배도록 지도해야 한다. 실제로 대학선교단체들은 신입생들을 만나면서
더 이상 새롭게 영적 성장을 도와주는 일에 한계를 느끼고 있다. 대학에 들어가지 전에 영적인 준비가
안 되어 있으면 대학생활 자체가 걷잡을수 없이 타락해 간다고 한다.
따라서 모처럼 시간적 여유가 있는 시험 직후에 그 동안 미루어왔던 가정예배와 독서토론 등을 통해
필요한 성경지식과 삶에의 적용을 도와주도록 해야 한다. 어려운 시험을 통해 부쩍 성숙해진 자녀에게
는 성경을 읽고 암송하며 묵상하는 일이 매우 감동적이다. 그리고 매일 하나님을 만나 대화를 나누는
기도생활은 환희를 안겨준다. 부모는 자녀와 함께 장년들이 참석하는 저녁예배와 심야기도회 등의 프로
그램에 참석하는 것도 좋은 시도가 된다.
셋째, 그리고 삶의 내용을 진지하게 생각하게 하는 모델을 만나게 해야 한다.
대학입시라는 유일한 목표만 바라보다가 이제 앞으로의 인생을 생각하는 자녀에게 잠시동안 혼란과
혼돈이 찾아온다. 어떤 대학, 어떤 학과를 지원하는가를 결정하는 것이 자신의 비젼과 가치관에 따른 것
이 아니라면 더욱 그렇다. 이 때 좋은 신앙위인들의 전기가 도움이 된다. 미국의 흑인과학자인 조지 워
싱턴 카버(땅콩박사)나 북한의 식량난을 타개하기 위해 눈물로 기도하며 연구하는 김순권 박사(검은 대
륙의 옥수수 추장), 빈민과 함께 하는 삶을 사는 김진홍 목사(새벽을 깨우리로다), 노벨 평화상을 받은
가난한 자들의 어머니 테레사 수녀(자서전)는 비젼을 세우고 그 비젼이 하나님께 헌신하는 구체적인 방
향으로 나가는데 귀한 길잡이가 되어준다.
뿐만 아니라 존경받는 과학자이며 사회운동가인 정준모(나는 위대한 과학자이기보다 신실한 그리스도
인이 되고 싶다), 초등학교만 졸업하고 명장이 된 김규환(어머니 저는 해냈어요), 어려운 대학생활을 꿋
꿋이 헤쳐나가는 해외유학생 7인의 이야기(무서운 아이들)를 담은 책들을 함께 읽거나 평소에 부모가
존경하는 선생님이나 친척들과 함께 식사하고 이야기하는 시간을 가지면 좋다. 큰 사람을 만나면 인생
의 길이 가닥을 잡게 된다.
넷째, 무엇보다 필요한 것은 모처럼 여행을 하며 지친 심신을 풀고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누는 것이다.
대부분의 경우 자녀들은 이러한 필요를 채우기 위해 친구들과 자유롭게 외출을 하여 늦게까지 돌아다니
거나 무작정 여행을 하려고 한다.
이럴 때 부모는 자녀와 함께 여행을 떠나라. 동해일출도 좋고 설악산과 지리산도 좋다. 아니면 가까운
관광지와 유적지를 답사할 수도 있고 자연휴양림에서 1박2일을 보내며 몸도 쉬고 마음을 나눌 수도 있
다. 힘겨운 시간에 풍광이 좋은 곳에서 다정한 추억을 만들면서 삶을 공유하는 것이 좋다.
수능시험은 인생의 한 분깃점일 뿐이다. 시험에 성공하던지 아니면 실패하던지 모든 것이 합력하여
선을 이루는 하나님의 계획 가운데 하나이다. 그리고 힘든 고등학교 시절을 정리하고 새로운 사회에 가
기 전에 부모가 자녀를 구체적으로 도와줄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기도 하다.
다시 한 번 힘을 내어서 자녀를 사랑으로 채우고 진리로 이끌어 보도록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