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에 대한 관심을
1971년에 있었던 일이다. 박정희 대통령의 뜻이었을 것이다.전주에서 전국교육자 밎 교육학자
대회가 열렸다.정부에서는 박대통령의 뜻을 받들어 "과학하는 교육"의 진로를 개척하려는 계획
을 추진했다. 그 당시 선택은 옳았고 그결과도 좋았다. 그런데 그 회의에서 뜻하지 않았던 한 가지
결정이 내려졌다. 그렇게 중요한 회의에서 사립초등학교를 폐지하자는 건의안이 채택된 것이다
상상도 할 수 없는 제안이 보도내용으로 전해졌다.
나는 학교로 나갔다가 우리 대학의 교육학과를 책임 맡고 있는 H교수에게 "어떻게 그런 터무니
없는 제안을 했느냐?고 물었다 그것도 교육학자의 제안이었던 것이다 .H교수는 "아마 리라초등
학교와 같이 스쿨버스로 통학하는 특수층 교육을 방지하기 위해서 그랬을 것이다"라는 대답이였다
나는 한층 더 놀랐다. H교수도 그 주동자의 중의 한 사람이었을 것 같았다.
박 대통령이 그런 특수층 사립학교가 생기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의 의도에 맞추기
위해 제안했던 것 같았다.그런 결의안을 제출하고 통과시킨 학자들이 서울대학교 사범대학출신
들이었던 것 같다.
연세대 교육학과에 또 다른 두 교수가 부임하게 되었다. 두분 모두 서울대 사범대학 출신이었다.
연희전문학교 때부터 연세대에는 교육학과가 없었기 때문이다.그러나 H교수는 정년으로 대학을
떠났고 두 교수도 지방대학 책임자로 부임하기 위해 떠났다 오랫동안 함께 일하는 동안에 국립
대학 출신들이 관지향적인 성향이 강하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관지향적이라는 것은 정치성에 공감하고 있다는 뜻이다. 같은 뜻에서는 아니나 내친구였던 안병욱
교수는 언제나 야당적 성격이 강했다.그러나 김태길교수는 안교수에 비하면 정부측에 가깝곤 했다
나나 안교수는 우리도 모르게 우리일터에는 구별되는 두 영역이 있어서 선택과 비판은 불가피하다
고 믿고 있었다. 그러나 김태길교수는 주어진 한 밭에서 일하면 된다는 생각이 더 많았던 것 같다
나의 단순한 생각일지도 모른다.유진오 고려대 총장이나 김태길교수 같은 분들은 공립학교와
국립대학을 이어왔기 때문에 한 밭에서 자란 셈이고 나 같은 사람은 사립학교에서 자랐기 때문
에 생긴 결과인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나는 자녀교육을 이끌어갈 때 국공립학교에서만 교육을
받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미국사회가 다양한 다원사회를 육성할 수 있었던 것은 사립학교의 교육. 특히 미국을 이끌어가는
대학들이 대부분 사립대학이었기 때문이 아니었는가 싶은 생각을 갖는 때가 있다. 미국에서는
얼마전부터 사립대학을 앞지르려는 주립대학들이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이런 현상은 부러울 정도다
먼저 이야기로 돌아가는 것이 좋겠다. 우리 교육학과에 그런 현상을 보면서 박정희 대통령이 자유로운
대학교육을 체험해 보지 못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했다.그분은 일제 때 초등학교 교사 양성기관으로
당시 수재들이 입학하는 대구사범을 나온 것으로 알고 있다. 그 후로는 일본 육군사관학교에서 교육
을 받았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자유로운 인문학이나 일본식 교육의 한계를 넘어선 정신 밎 사상교육을 체험해보지
못한 단점을 안고 살았다.그것이 잘못이라고 생각지는 않는다. 그러나 그런 과거때문에 대학을
포함한 세계적 교육의 흐름에는 동참해보지 못한 것은 사실이다.그리고 박정희 대통령은 군 지휘관
으로 있었기 때문에 하향식 명령을 배제하거나 극복할 수 없는 정신적 체질로 자란 편이다.
그렇다고 해서 교육을 교육자들에게 맡길 수 있는 성격과 통치수단을 갖춘 것도 아니었다. 그런 상황
에서 사범대학 출신의 교육계 교수나 교사들이 박대통령 밑에서 그 교육정책을 그대로 따른다면
대한민국의 교육은 어떻게 되겠는가.
그러는 동안에 나의 편견이 아니기를 바라면서도 군 출신 대통령과 그 밑에서 순종만 하는
서울대 사범대 출신의 합작으로는 우리나라의 교육계가 잘못될 수도 있다는 생각을 굳히게
되었던 것이다.
계속
김형석/연세대학교.명예교수
http://cafe.daum.net/daum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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