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니까 내가 지금 여기서 왜 토끼모양 사과를 깎고 있냐면 말이다.
"..저거 갖다치워."
이제 저 몸은 필요없다는 듯 손을 훠이훠이 내젓는 저 겉모습만 다비드상인 생물체가 하드코어적인
정사 후에 꼭 사과를 찾기 때문이다.
그리고 내가 왜 그를 위해 사과를 깎고 있는거냐면..
"J. 사과는?"
"준비되었습니다."
내가 저 다비드상의 컬렉션, 통칭J(제이)이기 때문이다.
*
이 저택은 거대한 밀실과 같았다.
나는 이 저택에 몇개의 방이 있는지는 알지 못하였으나 지금껏 내가 보아온 여덟개의 방엔
하나같이 창문과 시계는 존재하지 않았으며 그여덟개의 방은 밖에서만 열 수 있었다.
그렇기에 내가 날짜나 시간 혹은 밤과 낮의 개념을 잃어버리게 된건 당연한 일이었다.
나는 가만히 내방을 둘러보았다.
이 곳은 기괴했다. 그 만 빼고 말이다.
그는 항상 심플한 흑색 혹은 백색의 옷만을 입었는데 나는 그것이 매우 특이하다 생각했다.
왜냐면 그의 취향이 독특을 넘어 기괴하다 싶을정도로 화려했기 때문이다.
지금은 익숙해진 방이였지만 처음엔 기가 질려 숨이 막혔었다.
저 천장에 있는 (다이아몬드로 만들었다는) 눈이 부실정도로 화려한 샹들리에가 그러했고
가짜는 취급하지 않는다는 그의 철칙에 따라 아마 음지에서 구한것이 틀림없을 미술작품,
특히 저 벽에서 당당히 자신을 뽐내는 모나리자가 그러했다.
문제는 모든방에 저 샹들리에와 함께 가격을 매길수없는 미술작품이 자리잡고 있다는 것이였다.
물론 이건 새발의 피였다.
그는 모피가 바닥에 깔려있지 않으면 그 쪽으로 걷지도 않았다. 슬리퍼를 신은 채로도 말이다.
[제이]
정적이 흐르던 내방 한구석에 가지런히 걸려있는 스피커(물론 도금이다.)에서 그의 낮은 목소리가 조용히 흘러 나왔다.
[아메리카노 도피오.]
그가 자신을 이렇게 시도때도 없이 찾기는하지만 이곳은 자신에게 천국과 다름이 없는 곳이었다.
그리고 그곳에서 나를 꺼내준 그는 그 누가 뭐라고해도 자신에겐 천사였다.
"다시 가져와"
"..네."
"니 살이 녹아내릴정도로 뜨겁게 만들어와. 도대체 내가 몇번을 말해야 알아 듣는거지?"
묵묵히 그에게서 뒤돌아서 그의 방에 준비되어있는 커피머신으로 향했다.
나는 언제나 그랬듯 bling의 로고가 박혀있는 생수를 뜯어 포트에 넣고 뜨겁게 데우기 시작했다.
그 사이에 원두를 갈아 계량기에 양을 맞춰 여과지에 올린 후 세번에 걸쳐 준비해둔 뜨거운물로 걸러 내었다.
향긋하지만 약간 신 향이 내주위를 감싸기 시작했다.
나는 머뭇거렸다.
온도.. 온도는..
내 손이 녹을정도..내 손이..
그가 얼마나 무섭고 잔인한지 나는 이미 듣고 보고 배워왔다. 나는..
"그렇게해서 손이 녹겠어?"
흠칫.
발소리하나 없이 다가온 그는 너무 놀라 돌처럼 굳어있는 내귀에 대고 냉기가 뚝뚝 흐르는 목소리를 뱉어내었다.
그순간, 숨막히는 정적이 이 공간을 메웠고 나는 당장에라도 질식해버릴것만 같은 공포에 빠졌다.
그는 가만히 열기를 내뿜는 내손가락을 들어올렸다.
"맛있게 익었군"
"앗.."
내가 인지하기도 전에 내손가락은 차례차례 그의 차가운 혀 위에서 노닐고 있었고,
그의 어두운 자색 눈동자는 더욱더 어둡게 타오르는 것 같았다.
미소짓는 그의 요사스럽게 아름다운 얼굴을 보며 나는 문득 내몸이 활활 타오르는 환영을 보았다.
나는 차갑게 타오르고 있었다.
그의 입속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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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라 감이 안오시겠죠
신비한 느낌으로 써보고 싶어요 .............될까요?
첫댓글 기다려지네욤. 뭔가신비로운 느낌 이좋아욤!
신비롭다고 느껴주시니 정말 감사해요. 그런 느낌으로 쓰고 싶거든요^^
뭐지????이건 뭐지???겁나 기대되요 ㅋㅋ
그러게요 이건 뭘까요 ㅋㅋㅋㅋㅋㅋ 다음편부터 본격적인 시작입니당. 관심감사해요^^*
주인공 완전 싸이코일거같아욬
음..싸이코..슬프네요.. 아닐것이라고 말할 수 없는 이 현실이.. 댓글 감사합니다!
와우 뭔가 특이한~ 앞으로 열심히 읽을께요~ 많이 많이 써주세요~^^ 기대중~
앗 열심히 읽어주신다니^^*. 기대해주셔서 감사하구요, 노력하겠습니다^^
어...제가 이런 스타일을 좋아하는데 잘 읽었어요^^어떤 류인가요?장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