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 단 한 권의 책
속수무책
대체 무슨 대책을 세우며 사느냐 묻는다면
척 내밀어 펼쳐줄 책
썩어 허물어진 먹구름 삽화로 뒤덮여도
진흙 참호 속
묵주로 목을 맨 소년 병사의 기도문만 적혀 있어도
단 한 권
속수무책을 나는 읽는다
찌그러진 양철 시계엔
바늘 대신
나의 시간, 다 타들어간 꽁초들 (후략)
- 김경후 '속수무책' 일부
살다보면 달아나는 하루를 멍하니, 속수무책으로 바라보기만 하는 심정이 드는 때가 있다. 치밀한 대책도 없고 마땅한 대안도 없어서 망연하게 하늘만 바라보는데 또 하루의 생이 지나갔다고 노을은 성을 낸다. 하루치만큼의 시간이 꽁초처럼 타들어가도 멀리서 온 미열은 사라지지 않고, 이불을 끌어당기듯 내일을 기대하지만 내일도 어제와 별반 다르지는 않을 것임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말없이 밥상에 앉아 녹슬어가는 삶을 본다. 속수무책, 우리 모두는 그 책을 묵독하다 잠이 드는 건 아닐까.
〈김유태 / 문화스포츠부 기자·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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