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토의 은유 정 철 훈
친척에게는 돈을 꾸지 않는 게 철칙인데 그냥 만나기도 뭣해 시집에 사인을 해 건넸더니 "시집 한 권 쓰는 데 얼마나 걸리오?" "글쎄, 한 사오 년" "인세는 얼마?" "글쎄, 돈 백이나 될까" "달랑 백만 원이면 뭐 하러 시를 쓰오?" "글쎄……" 주고받는 말들이 대책 없는 미세먼지 같았다 막걸릿잔을 급하게 비운 뒤 다시 소박하게 말을 붙인다는 게 "옛사람들은 사랑 고백을 어찌했는지 아오?" "모르오" "달이 참 밝네, 라고 했다오 그걸 은유라고 한다오" "은유를 알면 생활에 도움이 되오?" "글쎄……" 딴은 그렇다 생활은 은유가 아니지만 은유에서 생활을 꾸어올 수는 있다 오다 보니 길거리 좌판에 토마토가 달관한 듯 빨갛게 익어 있었다 토마토에게서 달관의 은유를 얻은 게 어디냐 싶었다 |
첫댓글 "글쎄……"
이 말이 정답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