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예민하다라는 표현은 성격을 뜻한다기보다,
상태를 묘사한다고 보는 쪽이 더 본질에 가깝습니다.
예민함이란 특성은 굳이 따지자면 결과적 측면에 가깝습니다.
어떠한 성격이나 기질적 요소로 인해, 특정 상황에서 예민해"지는" 것이죠.
가령,
내향적인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과 교류해야 하는 사회적 환경에서 예민해"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주로 내면의 활동을 하면서 만족감을 느끼고 에너지를 쏟는 사람들이다보니,
내 시간과 주의력을 빼앗길 수도 있는, 다른 사람들이란 존재에 예민해지는 것이죠.
이처럼, 성격적 측면으로 인해 결과적으로 예민해지는 패턴이 나타나는 유형들이 몇가지 있습니다.
내향인
완벽주의자
고 신경인
고 공감인
반면, 이들과는 달리,
초예민자, 즉, HSP들은 기질적 특성 자체가 예민한 채로 태어납니다.
감각 처리 민감도(sensory processing sensitivity)가 선천적으로 높은 상태에서 태어나기 때문에,
그 결과, 초감정이나 초감각, 초예술성(심미안) 같은 다른 내적 특성들이 발현되는 것이죠.
기질적으로 HSP인가?
아니면,
성격적 측면 때문에 예민한 패턴이 발현되는 것인가?
오늘은 이 둘의 차이점에 대해서 논의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초예민자와 유사예민자들
나는 과연 HSP일까?
HSP 개념의 선구자인 Elaine Aron에 의하면,
감각적으로 초예민성을 타고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시각, 미각, 후각, 청각, 촉각 등
대부분의 감각들이 빠릿빠릿한 채로 태어나기 때문에,
보통 사람들보다 상대적으로 더 많은, 더 깊은 수준의 정보 처리가 끊임없이 이루어지는 사람들이죠.
보통, HSP 아기들은 양육 난이도가 매우 높은 편입니다.
감각이 너무나도 발달되었기 때문에,
불쾌함을 잘 못 참고, 호불호가 굉장히 강해요.
불쾌함을 느끼는 역치가 상대적으로 낮기 때문에,
비위가 약하거나 편식이 심하고, 냄새와 소음에 민감합니다.
아기인 주제에, 자기가 어떤 상태에서 편안함을 느끼는지 디테일을 따지기 때문에,
엄마나 아빠가 재울 때도, 굉장히 세심하게 케어해야 하죠.
즉, HSP들은 HSP인 채로 태어납니다.
저는 어릴 땐 안 그랬는데, 지금은 HSP 같은데요???
이 경우는 대체로 셋 중에 하나라고 볼 수 있습니다.
① 내 어린 시절의 기억이 왜곡됐거나 (가능성 中)
② 극심한 트라우마로 인해, 뇌 신경회로에 변화가 있었거나 (가능성 小)
③ 내가 유사예민자이거나 (가능성 大)
HSP들의 예민함은 본질적 예민이라고 볼 수 있는 반면,
유사예민자들의 예민함은 결과적 예민에 가깝습니다.
1.
서두에서 언급하였듯,
내향인들은 원치 않는 사회적 교류가 강제되는 상황에서 예민해집니다.
그들의 예민함은 상황에 따라 발현되는 "사회적 민감성"이라고 볼 수 있어요.
2.
완벽주의자들의 경우,
이들은 확실한 목표가 있는 상황에서, 목표에 가까워질수록 예민해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칠부능선쯤 넘었을 때부터는 나머지 3할을 완성시키는 과정에서
어떠한 방해 요소가 나타나 내 노력을 도로아미타불 만들지는 않을지,
내가 과연 끝까지 완벽하게 해낼 수 있을지 등등 계속해서 노심초사하게 되는 것이죠.
내가 목표한 바를 종결지을 때까지 긴장과 불안이 지속되는 상황,
즉, 완벽주의자들의 예민함은 종결이 임박했을 때 주로 발현되는 "종결 민감성"에 가깝습니다.
3.
고 신경성은 제가 여러번 소개해 드렸듯이, "위협 민감성"에 관련된 성격 팩터입니다.
통상적으로, 신경성이 높을수록 나에게 위협이 될 수 있는 것들에 대한 감지 범위가 넓어지는 경향이 있는데,
이는 다시 말해서, 불쾌감이나 불편감에 대한 역치가 상대적으로 낮다는 것을 의미해요.
조금만 불편해도, 내 뇌가 위협적인 상황이라고 인식하면서 스트레스 반응이 확 하고 터져나오게 되죠.
고 신경인들의 이러한 위협 민감성은 HSP들의 초감각과 굉장히 유사한 측면이 있습니다.
둘 모두, 예민한 감각 때문에 평소에 불편한 것들이 너무나도 많은 거죠.
하지만, 고 신경인들의 경우, HSP들을 가장 괴롭히는 특징인 초감정 특성과는 별다른 상관이 없습니다.
이들이 느끼는 불쾌감은 그 양의 문제이지 질의 문제는 아니거든요.
(불쾌할 일이 많은 거지, 불쾌감을 더 강하게 느끼는 것은 아님)
4.
한편, HSP와 가장 많은 접점을 지녔다고 평가받는 게 바로 "고 공감인(empath)"입니다
HSP의 3대 특성이 초감정, 초감각, 초예술성(심미안)인데,
엠패스들의 경우, HSP만큼이나 초감정적 특성이 강력하죠.
초감정이란, 감정을 느낄 때 마치 압도될 것처럼 강렬한 감정적 상태에 빠지는 것을 의미하는데,
초감정자들은 이에 더해, 타인의 감정까지 마치 내 것처럼 강렬하게 느낀다는 특징 또한 가지고 있습니다.
따라서, 타인과의 연결성을 강하게 느끼게 되는데,
이러한 연결성의 폐해는 타인의 고통과 스트레스까지 결국에는 내 몫이 된다는 점입니다.
반면, 장점으로는 타인의 감정을 읽어내는 수읽기가 매우 뛰어나므로,
인간관계에서 굉장히 눈치있게, 센스있게 잘 대처해나갈 수 있다는 점이 있죠.
하지만, 엠패스들의 이러한 "공감적 민감성"은 HSP들과는 분명한 차이가 있습니다.
엠패스들이 초감정 특성은 HSP 이상일 수도 있겠지만,
초감각과 초예술성 부분에서는 HSP만큼의 차별성이 나타나지 않기 때문이죠.
특히나, 초예술성, 즉, 심미안의 영역은
다른 유사예민자들에게서는 좀처럼 나타나지 않는 HSP만의 고유 특성이라고 볼 수 있기 때문에,
내가 HSP인지 아닌지 여부는,
나의 심미안적 특성이 어떠한지로 최종 구분하는 것이 가장 현실적인 방법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 무명자 블로그 : https://blog.naver.com/ahsune
첫댓글 오늘도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첫번째 삽화가 어제 읽은 책에서 나와서 놀랐네요 ㅎㅎ 아내가 INFJ라서 16년째 인프제 공부중인 ESTP입니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