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득 날짜를 보니 제가 이 카페에 가입한지도 어언(?) 4개월이 넘어갔군요. 뭐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시간이지만, 이쯤에서 한마디 남기는 것도 나쁘지는 않을거라고 생각해서 개인적인 글이나마 몇자 적습니다.
제가 이 카페에 가입한건 올 4월 초 경이었습니다.
저는 나름대로 문명 시리즈의 경험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실 처음 문명3를 할 때는 좀 막막하더군요. 알파센타우리때도 정말 고생해서 배웠는데... 그래서 혹시 발더스게이트처럼 인터넷에 좋은 커뮤니티 사이트 없을까 해서 좀 뒤져보았습니다.
결과는...없더군요...-_-;
문명2때나 알센때나 느꼈던 거지만....(그리고 저와 같은 경험 있으신 분들도 있으실거라 생각하지만) 이거 대한민국에서 이 게임 하는 사람은 나밖에 없는거 아냐 -_-? 하는 생각마저 들 때가 있습니다. 도대체 팔리긴 많이 팔렸다는데, 스타크래프트나 디아블로처럼 플레이어들이 뭉치기는 커녕 이거 그 많은 구매자들이 다 어디갔는지... 이 게임이 이토록 매니아틱 하단 말인가...하는 생각 말입니다.
그래서 흘러흘러 들어온 것이 이 카페였죠.
고백하자면 사이트는 없으니 혹시 다음카페나 프리챌에 좋은 커뮤니티 없을까 해서 검색해 보고-> 회원 수 많은 곳을 찾아 들어와 본 것이었지만요 ^^
저는 원래 커뮤니티라는 곳에 그렇게 잘 참여하는 타입은 아닙니다 (지금도 아니라구요? ^^;;) 관심있는 곳에 가입은 해도 영원한 유령회원으로서 그야말로 모범적인 ROM(Read Only Member) 역할만 해왔죠. 아니면 그냥 다운족으로 남거나...
개인적으로 통신 경력도 짧지 않지만 지금껏 그런 경향이 강했던 것은, 물론 제 성격 탓도 있지만, 사실 많은 소위 커뮤니티라는 곳에 정말 그 모임에 관심을 갖고 가입했는지 의심스러울 정도의 수준이하의 글들이 올라오고, 광고글, 욕설글, 얼토당토한 요청글 거기다 심심찮은 싸움(?)마저 벌어지는 모습을 많이 보아왔기도 했기 때문이죠.
이건 뭐 어떤 모임이냐에 따라 달라지는 것도 아니더군요. 사실 인터넷 신문사 같은데 있는 정치 관련 게시판에 가 보면 더 머리가 아파지니...-_-;;
그런데 이곳만은 정말 애착이 갑니다.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요.
일단 문명이라는 게임이 처음 접하는 사람에게는 어려운 것이 사실이지요. 배운다 하더라도 최근의 조류와는 달리 (그리고 그것도 게임의 한 재미이기는 하겠지만) 말초적이거나 인스턴트적인 재미와는 거리가 멀지요. 턴방식이라는 말 조차 못알아 듣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것이 (적어도 우리나라의) 현상황이죠. 예전에 한번 제 후배한테 문명3에 대해 설명을 해 줬더니 게임 시스템 자체를 이해 못하더군요.
하지만 바로 그렇기 때문에 이 게임에 관심을 가지시는 분들은, 그리고 이 카페에 오시는 분들은 한두번 해보고 버리는 그런 분들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진정으로 시드마이어의 문명3를 좋아하고, 즐기고, 다른사람들과 나누고 싶으신 분들이신 거죠.
저는 이 카페의 분위기가 좋습니다. 제가 문명3를 좋아하는 이유중 하나가 바로 생각을 하면서 즐길 수 있고, 게임을 하면서도 무언가 얻을 수 있는 게임이라는 점이죠. 이런 즐거움을 공유하시는 분들이 이토록 많이 계시다는 점이 저로서는 즐거웠습니다.
평소에 게임을 하면서 느꼈던점, 생각나는 점을 짧은 글실력이나마 그리고 얼토당토한 소리나마 피력하면 관심 가져 주시고 리플 달아 주시던 많은 분들. 때로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점, 알지 못했던 점 알려주시고 또 그로 인해 벌어지던 유익한 논쟁들....
제 자신이 학구적인 사람은 아니고, 게임 하면서 무슨 학구적인걸 찾냐는 소리 듣고는 싶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런 교양있는(달리 표현할 말이 없군요) 게시판 분위기는 최소한 게임 커뮤니티에서는 찾아보기 힘들었습니다.
운영자님은 뵙지 못했지만, 바쁘신 시간 쪼개서 항상 성실히 묵묵히 카페 운영해주시는 부운영자님께도 한 회원으로서 감사드립니다. 부운영자님의 노력이 아니었으면 질답란을 비롯하여 카페 게시판이 이렇게 활성화되지는 못했을거라는게 솔직한 제 생각입니다. (절대 승급 바라는 아부 아니에요...^^;;)
그 외 기상천외의 킥더문님(죄송..^^), 박학다식의 여명의꿈님, 항상 멋진 글 남겨주시는 주니야님, 역시 빼놓을 수 없는 햄눈님, 얄님, 닷넷님, 그리모트 님, 초보님, grcrimson님, 료마님...일일이 다 언급할 수는 없지만 카페를 찾아주시고 글 남겨주시는 모든 분들이 저에게는 제가 좋아하는 이 카페에서 제가 좋아하는 이 분위기를 만들어주시는 고마운 분들입니다.
개인적으로 이런 카페 분위기가 쭉 유지되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제가 통신체를 사용하시는 분들이나 와레즈 관련 요청들을 하시는 분들게 조금 예의가 어긋날정도의 리플 단 경우도 없지는 않습니다만, 솔직히 말씀드려서 그런 글들로 인해 이런 카페 분위기가 흐려지는 것이 정말로 안타까웠기 때문이죠. 물론 그런 분들 지금 이 글을 읽고 계시다면 이자리를 빌어 사과드립니다.
끝으로 한가지 카페에 대한 기대가 있다면, 저는 카페가 외국의 Civilization Fanatics 처럼 거대한 규모로 발전하는 것 까지는 바라지 않습니다. (사실 우리나라의 게임 문화로 볼때 무리죠) 다만 앞으로 문명4, 문명5 가 나왔을 때, 적어도 우리나라에선 '아, 문명을 할려면 우선 거기로 가서 알아봐아지' 하는 그런 곳이 되었으면 합니다. 문명을 즐기는 분들이라면 누구나 알고있는 그런 카페 말입니다.
그냥 저처럼 카페 검색해서 '어, 가입자가 젤 많네. 그럼 가볼까' 하는 카페가 아니라 말이죠.^^
상당히 개인적인 글, 읽어주신 분들 감사합니다.
카페 가입자가 13000명을 훌쩍 넘었습니다. 물론 허수 가입자들도 적지 않을거라 생각은 합니다만, 백번 양보해 90%가 그런 허수가입자들이라 해도 지금 이곳에는 1300명의 문명3를 즐기고, 사랑하는 분들이 계시는 곳입니다.
앞으로도 문명3 카페의 발전을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