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7년 영국 런던 남부에 인접한 서리 주에서 태어났다. 케임브리지 대학을 졸업한 후 교사로 재직하면서 다양한 매체에 글을 기고하다가 전업작가로 전향했다. 첫 작품'피버 피치'(Fever Pitch)를 비롯해서 '하이 피델리티'(High Fidelity), '어바웃 어 보이'(About A Boy)가 모두 독자들의 폭발적인 호응을 얻어, 혼비는 명실공히 영국 최고의 인기작가가 되었다. 이 작품들은 영화로도 만들어져 큰 성공을 거두었다.
공포, 추리, 범죄, 로맨스, 역사, 판타지, SF
“우리 심장 안에 서식하고 있는 최고의 이야기들”
영화 〈화차〉 변영주 감독 추천!
닉 혼비 + 스티븐 킹 + 닐 게이먼 + 엘모어 레너드 + 데이브 에거스 + 셔먼 알렉시+ 마이클 크라이튼 + 릭 무디 + 짐 셰퍼드 + 글렌 데이비드 골드 + 댄 숀 + 켈리 링크+ 캐럴 엠시윌러 + 로리 킹 + 크리스 오퍼트 + 할란 엘리슨 + 마이클 무어콕+ 에이미 벤더 + 커렌 조이 파울러 + 마이클 셰이본
닉 혼비, 스티븐 킹, 닐 게이먼, 마이클 크라이튼, 데이브 에거스…… 이름만 들어도 호기심이 동하는 영미권을 대표하는 스타 작가 20인이 ‘오싹한 이야기Thrilling Tales’를 테마로 쓴 단편소설집. 퓰리처상 수상 작가 마이클 셰이본이 저자 섭외부터 디자인 콘셉트까지 책의 기획을 총괄해 화제를 모았다. “지금은 잊히고만 단편소설의 초기 장르를 부활시키고 위대한 작가들이 위대한 단편을 쓰던 전통을 복구하는 것”을 목표로 출발한 이 소설집에는, 20명의 작가가 저마다의 시각으로 바라본 두려움의 근원, 극한의 상황에서 드러나는 인간의 본성, 공포의 본질에 대한 성찰 등이 담겨 있다.
퓰리처상 수상 작가 마이클 셰이본의 야심찬 기획 『안 그러면 아비규환』, 탄생의 배경
“1950년대의 어느 시기에, 이제부터는 간호사가 등장하는 로맨스물을 제외한 모든 종류의 소설을 문헌목록에 일체 수록하지 않고, 서점의 서가와 도서관에서도 금지된다면? 설령 ‘문학의 신’이라 할지라도 간호사 로맨스물이 아니라면 어떤 장르든 소설을 써서 돈을 받지도, 책을 출간하지도, 유명인사 대우를 받지도, 독자들에게 사랑받지도 못한다면 무슨 일이 벌어질까?”
어느 날 문득, 마이클 셰이본은 이런 엉뚱한 공상을 하기 시작했고, 이 책은 그 황당한 상상에서 비롯된 흥미진진한 결과물이다. 시대를 주름잡는 잘나가는 소설가들에게 어떤 ‘제약’과 ‘강제사항’이 주어졌을 때, 작가들은 어떻게 이러한 ‘억압’을 해결하면서 자신의 문학을 진지하게 펼쳐갈 수 있을까? 이것은 다분히 소설가적인 발상이지만, 그 안에는 지금 우리가 문학을 즐기고 소비하고 생산하는 과정 전반에 대한 불만과 문제제기가 포함되어 있다.
영미권 문학에서 전통적으로 단편소설은 시시껄렁한 ‘장르’ 작가들이나 쓰는 ‘펄프픽션’으로 푸대접 받았다. 하지만 사실 알고 보면 위대한 모든 작가들이 놀랍고 흥미진진한 짧은 이야기들을 많이 썼다. 셰이본은 말한다. “1950년대까지만 해도 소위 ‘단편소설short fiction’이라고 하면 다음과 같은 종류의 이야기들을 가리키는 것이었다. 귀신, 공포, 추리, 서스펜스, 범죄, 판타지, 미스터리, 해양(海洋), 모험, 스파이, 전쟁, 역사, 로맨스. 먼지 쌓인 싸구려 고전 단편선집만 슬쩍 훑어봐도 이 주장은 참인 것으로 입증된다. 그러나 더욱 놀라운 것은 그 옹골진 이야기들의 저자 목록이다. 에드거 앨런 포, 오노레 드 발자크, 이디스 워튼, 제임스 조이스, 조지프 콘래드, 로버트 그레이브스, 서머싯 몸, 윌리엄 포크너, 마크 트웨인, 존 치버. 하나같이 쟁쟁한 이름들이다. 이중 일부 작가들은 비교적 늦게 문단에 등장했지만 모더니즘의 거장들 사이에서 ‘결정적 순간’의 원조로 불리며 순식간에 라이벌들을 쓸어버렸다.” (『안 그러면 아비규환』제작노트 중에서, 734쪽)
다른 한편, ‘문학’을 숭배하는 신성한 전통은 소위 ‘장르’ 작가들을 늘 홀대했다. 범죄소설이나 공포소설은 ‘펄프픽션’이라서 선정적이고 허섭스레기 같은 대중지에나 게재될 뿐, 자존심 강하고 명망 높은 잡지들, 가령 《새터데이이브닝 포스트》나 《뉴요커》에는 감히 실릴 수 없었다. 심지어 단편소설의 ‘끝판왕’인 스티븐 킹 같은 작가들에게조차 이들 잡지는 최근에야 (그나마도 논란이 있었지만) 그 비싼 지면을 내주었다. 이처럼 ‘장르문학’과 ‘순문학’을 구분 지으려는 시도는 뚜렷한 근거와 이유가 없음에도 완강하게 이어지고 있다. 『안 그러면 아비규환』은 이런 편 가르기와 선입견에 반대해 최고의 작가들이 던지는 도전장이다. 기획자인 셰이본은 이렇게 요약한다. 이 책의 목표는 “지금은 잊히고 만 단편소설의 초기 장르를 부활시키고, 위대한 작가들이 위대한 단편을 쓰던 전통을 복구하는 것”이다.
공포에 직면한 인간 군상에 관한 다양한 장르적 변주 작품의 특징
『안 그러면 아비규환』은 영미권의 내로라하는 작가들이 작정하고 쓴 ‘장르’ 단편소설 모음집이다. 작가들은 저마다 자신만의 문체와 문학적 지향성을 바탕으로, ‘공포’라는 주제 외엔 공통점이 없는 전혀 다른 스타일의 이야기를 만들어냈다. 그래서 이 책은 마치 장르소설의 모든 유형들을 한자리에 모아놓은 요란한 진열장처럼 보인다. 가령, 범죄소설 계열이라도 ‘하드보일드의 제왕’ 엘모어 레너드의 〈카를로스 웹스터…〉는 정통 서부 갱스터소설의 풍모를 유감없이 발휘하는 반면, ‘20세기를 대표하는 베스트셀러 작가’ 마이클 크라이튼의 〈핏물이 빠지지 않는다〉는 우연과 악연이 겹쳐 이르게 된 서늘한 파국의 장면을 짧지만 임팩트 있게 보여준다. 퍼즐을 맞추듯 살인사건의 배후를 거슬러 올라가자 의외의 인물이 범인으로 밝혀지기도 하며(글렌 데이비드 골드 〈스퀀크의 눈물, 다음에 일어난 일〉), 한 날 한 시에 상대를 죽이려 한 부부의 사연과 그 죽음의 유일한 단서가 소금후추통인 이야기(에이미 벤더 「소금후추통 살인사건」)는 소재나 발상의 독특함은 물론, 인간 내면의 설명 불가능한 폭력성과 잔혹성에 관한 작가들의 통찰이 잘 드러나는 작품이다.
한편, 시간여행을 모티프로 한 SF계열의 작품이라도 작가에 따라 유머러스하게 풀어가기도 하고 역사와 시간에 관한 진지하고 흥미로운 시각을 보여주기도 한다. 영국을 대표하는 소설가 닉 혼비의 〈안 그러면 아비규환〉은 그 특유의 시니컬한 농담과 거침없는 유머로 가득한 ‘SF로맨스’로, 미래를 보여주는 VCR 덕분에 종말이 닥치기 직전 사랑을 이루게 된 소년의 이야기다. 반면, 영국 SF계의 대표주자 마이클 무어콕의 〈나치 카나리아 사건〉은 히틀러의 내연녀 자살 사건을 모티프로 실제 역사와 허구를 절묘하게 버무린 시간여행하는 탐정소설이다. 쓰다 막힌 소설을 끝내기 위해 시간여행에 뛰어든 소설가 이야기(크리스 오퍼트 〈척의 버킷〉)처럼 가볍게 읽히는 작품도 있는 반면, 릭 무디의 〈앨버틴 노트〉는 대폭발 이후 폐허가 된 뉴욕을 배경으로 기억, 시간, 역사가 뒤엉킨 세계를 다룬 장중한 작품으로, 영화 〈인셉션〉을 연상케 하는 다층적인 구조로 이루어져 있다.
자정 무렵, 디오게네스 클럽에서 시작된 기묘한 이야기와 소름끼치는 반전에 돋보이는 닐 게이먼의 〈폐점시간〉, 접시 하나로 원수를 죽인 아름다운 공녀의 전설을 다룬 스티븐 킹의 〈그레이 딕 이야기〉, 전처와의 사이에서 낳은 죽은 아들의 망령에 시달리는 남자에 관한 사이코스릴러(댄 숀 〈벌〉), 100년 전에 죽은 군인들이 묘지를 깨고 뛰쳐나와 사람들을 물어 죽이는 충격적인 좀비 호러소설(셰먼 알렉시 〈고스트 댄스〉), 지구상에 생존하는 가장 큰 상어 ‘메갈로돈’을 찾아 남극해로 떠난 남자의 최후를 그린 해양(海洋) 모험소설(짐 셰퍼드 〈테드퍼드와 메갈로돈〉), 킬리만자로 등정에 나선 미국인 관광객을 통해 극한의 생존조건 속에서 드러나는 이기심과 인간성의 실체를 사실적으로 묘사한 심리소설(데이브 에거스 〈정상에서 천천히 내려오다〉) 등은 책장을 넘길 때마다 매번 새로운 풍경이 펼쳐지는 만화경을 들여다보는 듯하다.
이처럼 공포, 추리, 범죄, 역사, 판타지, SF 등 제각기 장르는 달라도 이 책에 담긴 20편의 작품들은 공통적으로 인간의 본성을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우리 현실과 크게 동떨어지지 않는다. 히틀러 시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건 미국 독립전쟁이 배경이건, 정체불명의 거대 괴물과 싸워야 하건 좀비를 피해 달아나야 하건 간에, 위기에 처한 인물들이 보이는 행태는 그리 다르지 않다. 스멀스멀 엄습하는 공포에 마음 졸이며 자신의 존재를 지키기 위해 처절하게 벌이는 내적 외적 사투는 고독하게 이 세상에 맞서야 하는 현대인들의 초상과 닮아 있다.
첫댓글 닉 혼비 , 스티븐 킹 , 닐 게이먼 , 엘모어 레너드 , 데이브 에거스 지음 / 역자 엄일녀 옮김 / 출판사 톨 | 2012.08.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