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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이 살아야 하늘이 산다.
선경세상 샤르별은 빛의 나라라고 부른다.
샤르별의 존재들은 빛의 상징인 샤스미를 숭배하기 때문이다. 샤르별에는 다른 종교가 없으며 샤스미를 유일신으로 섬긴다.
샤스미는 빛의 상징으로서 우주의 모든 존재들이 빛에 의해 창조되고 빛에 의해 세상에 나타나기 때문에 모든 존재의 근원을 빛이라고 정의하는 종교관은 설득력이 있었다.
즉 지구의 인류들은 우주 창조주를 하느님이라고 호칭한다면, 샤르별의 존재들은 빛의 신 샤스미를 창조주라고 믿는 점이 다를 것이다.
지구 인류들은 하늘로부터 복 받기를 소망하지만 샤르별의 존재들은 땅이 살아야 하늘이 산다고 생각한다. 양쪽 세상에서 생각하는 기복사상이 전혀 다른 셈이다.
지구 인류들은 모든 축복과 운명이 하늘에서 정해지고 하늘에서 내려주는 것이라고 믿고 있다면 샤르별의 존재들은 하늘의 운명조차 땅이 결정하고 땅의 운명이 하늘의 운명이 된다고 믿고 있었던 것이다.
땅이 죽으면 하늘의 운명도 끝나고, 땅이 없으면 하늘의 미래도 없다는 지상근본주의 사상이 샤르별에서 펼쳐지고 있었던 것이다.
그 사례로써 샤르비네는 나에게 이런 설명을 들려주었다.
"샤르앙의 마음속에는 그리운 영혼이 살고 있습니다. 먼저 떠나간 동생의 영혼, 어린 손자들은 키우기 위해 많은 고생을 하다 떠나간 할머니의 영혼, 철부지 때 세상을 먼저 훌쩍 떠나간 아버지의 영혼.... 이러한 영혼들이 샤르앙의 가슴 속에서 살며 때때로 그리움의 얼굴을 내밀고 샤르앙의 곁을 맴돌고 있을 것입니다. 그 영혼들이 만약에.. 샤르앙이 세상에서 아주 사라져 버릴 때 어디에 거처를 두고 현실의 세상과 호흡하게 될지 생각해 본 적이 있나요? 샤르앙이 세상에서 사라지면 그 영혼들도 다시는 세상과 호흡하지 못하고 어디론가 우주의 나그네가 되어 사라지고 말 것입니다.”
샤르비네의 설명은 내게 충격으로 다가왔다.
나의 그리운 영혼들이 멀리서 살지 않고 내 가슴 속에서 머물며 세상과 호흡하며 살고 있었다니... 내가 평소에 한 번도 생각해보지 못했던 영혼의 세계가 아닐 수 없었다.
그리고 이어서 샤르비네는 이런 설명도 들려주었다.
“지구에서 하느님이 살고 있고 샤르별에서 빛의 신 샤스미가 살고 있는 것은 그 땅의 존재들이 믿고 받들며 신앙하기 때문입니다. 만약에 지구 인류들의 마음속에서 하느님의 신앙이 사라질 때 그 하느님은 어디서 존재감을 드러내며, 샤르별 존재들의 마음속에서 샤스미의 신앙이 사라질 때 그 샤스미는 어디서 존재감을 드러낼 수 있을까요? 결국은 그 땅이 존재하므로 그 하늘이 존재하며 그 땅이 사라질 때 그 하늘의 운명도 끝이 나고 말지요. 그래서 땅이 망하는 것을 하늘이 더 걱정하고 살아있는 존재들을 도와서 그 땅의 영원한 번영을 갈망하게 되"지요."
나는 샤르비네의 설명이 납득할 수 없어서 반문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하늘이 먼저 생기고 땅이 생긴 것이지 땅이 먼저 있고 하늘이 생겨난 것은 아니잖아요?"
"그건 그렇지요. 부모가 있고 자식이 있지 자식이 먼저 있고 부모가 있는 것은 아니니까요."
"그런데 샤르별의 존재들은 순서가 뒤바뀐 사상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소? 어떻게 땅이 살아야 하늘이 살고 땅의 운명이 하늘의 운명을 결정한다고 단정할 수 있소? 하늘이 부모라면 땅은 그 자손인데 마치 땅의 역할로 하늘이 존재하는 것처럼 설명하는 샤르비네의 설명은 납득하기 곤란하오.”
"그런가요? 그렇다면 부모가 자식을 낳아 후손을 이어가는 목적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세요?"
"글쎄요. 무엇이라고 단정해서 대답하기는 그렇지만... 아마 자신의 씨앗을 후대까지 이어가기 위한 본능적 수단이 아닐까요?"
“샤르앙의 대답이 틀리다고 반박할 순 없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목적은 현실세계와 호흡을 계속할 목적으로 그 후손이 필요하게 됩니다. 즉 자식이 존재하기 때문에 그 부모는 사후에도 존재감을 이어갈 수 있으며, 후손의 대가 끊어질 때 부모의 영혼도 세상과의 인연이 끝나게 됩니다. 이렇듯 하늘도 땅의 존재로 인하여 하늘의 존재가 드러나고 땅의 존재가 끝나면 하늘의 존재도 끝나고 말지요. 곧 하늘이 존재하기 위한 수단이 땅이요, 그래서 하늘이 땅을 도와 그 땅의 영원한번영을 갈망하게 되지요."
"샤르비네의 설명대로라면 하늘의 신명들이 땅의 존재들을 도와서 땅의 번영이 영원하기를 갈망한다는 뜻이군요?"
"그래요. 지구에서나 우리 샤르별에서나 모든 부모들이 자식 잘되기를 갈망하듯, 하늘은 땅이 잘되기를 갈망하고 있어요. 우주의 질서는 살아 있는 영혼들이 우선이에요. 살아 있는 영혼들의 계급보다 높은 계급은 우주에 존재하지 않아요. 살아 있는 영혼들은 마땅히 하늘의 신명들을 부려서 땅의 일을 도모하지 않으면 안 돼요. 결국 하늘의 신명들을 바르게 부릴 줄 아는 살아 있는 존재들이 세상을 바꿀 수 있고 후천세상을 완벽하게 설계할 수 있지요."
"하늘이 우주의 질서를 바꾸는 것이 아니라 살아 있는 영혼들이 우주를 개벽하고 후천세상을 다시 건설한다는 의민가요?"
“그래요. 우주의 개벽과 후천세상의 주역은 살아 있는 영혼들의 몫이에요. 결국 지금 땅에서 살고 있는 영혼들의 사명이 어느 때보다 막중하지요. 지구 인류들도 그러한 사명감을 바르게 깨달아서 우주개벽의 훌륭한 주역으로서 역할을 다 했으면 해요."
샤르비네의 이런 설명이 아니라도 샤르별의 존재들은 지상근원(地上根源 사상과 사천사신(神)주의가 뿌리 내리고 있는 세상이라고 평가할 수 있었다.
즉 하늘의 신명들을 부려서 땅의 번영과 영원을 추구하여 선경세상, 지상낙원 건설의 실현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세상이 샤르별이라고 설명할 수 있었다.
무한이론의 4차원 문명세계가 펼쳐지는 우주초첨단(宇宙超尖端)의 고차원 문명세계에서 영혼과 신들이 살아 있는 자들과 합동으로 천지공사를 도모한다는 사실이 생소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한마디로 사신(使術)이 뛰어난 샤르별의 존재들.. 하늘의 신들을 부려서 무한이론의 4차원 문명세계를 건설하고 무릉도원, 선경세상을 설계하여 살아서 신선놀음을 즐기는 샤르별의 존재들. 그들의 삶에서 지구 인류들이 지향해야 할 삶의 목표를 새롭게 설정해야 할 타당성이 있다고 판단하지 않을 수 없었다.
샤르별에는 불로장생의 신선들이 살고 있고 불로불사의 살아 있는 신이 존재하기도 했다. 샤르별의 신선들은 육신의 몸을 입고 살아가면서 우주나이 350년의 평균수명을 누리며, 400세 이상 불로장생을 누린 신선들은 더욱 깊은 수련의 경지를 통과하여 삶과 죽음을 초월한 빛의 화신이 되어 불로불사(不老不死)의 새로운 삶을 맞이한다.
불로불사의 화신을 샤르별에서는 성신(聖神)이라고도 호칭하고 살아있는 신이라고 호칭하기도 한다.
이런 불로불사의 화신들은 후천세상을 찾아가서 수호신으로 역할을 하기도 하고 샤르별의 존재들과 영원히 함께 호흡을 하면서 계몽을 펼치기도 한다.
샤르별에서는 오시됴 성녀(聖女)가 살아 있는 여신으로서 온 세상에 자비를 베풀며 샤르별의 신선들을 빛의 세상으로 인도하고 있었다.
오시됴 성녀는 수시로 신선들의 군중이 운집한 장소에서 하늘의 소리를 생생한 목소리로 전하거나 때로는 개별적인 만남을 허용하여 특별한 은혜를 베풀기도 한다.
오시됴 성녀의 집은 샤르별의 지붕이라고 부르는 해발 3만 5천m의 주스니라 정상에 위치하고 있었고, 그 집은 항상 오색찬연한 구름으로 덮여 있어 채운정(彩雲)이란 이름이 붙여져 있었다.
채운정을 직접 찾아가서 오시됴 성녀를 알현하는 일은 쉽지 않지만 그렇다고 불가능한 일도 아니었다. 명상대화를 통해 간절한 마음으로 텔레파시 노크를 멈추지 않다보면 운 좋게 영적인연을 맺을 수 있었다.
영적인연이 맺어지면 영적대화가 가능해지고 성녀를 직접 만나 하늘의 가르침을 직접 들을 수도 있었다.
내가 처음으로 오시됴 성녀의 존재를 소문으로 듣고 살아 있는 여신을 직접 만나보기 위한 꿈을 접지 못했다. 그래서 틈만 나면 그녀를 향한 명상대화를 시도하고 운 좋게 영적인연을 맺을 수 있었다.
영적인연을 통해 오시됴 성녀와 텔레파시 영적대화를 이어갈 수 있었고, 끝내는 그녀와 직접대면의 길이 열렸던 것이다.
오시됴 성녀와 대면을 약속한 날 샤르비네와 나는 춘우셔시 하늘자동차를 타고 주스니라 정상의 채운정을 향해 날아갔다.
오색찬연한 구름으로 덮여 있는 채운정에 도착했을 때 이제까지 맡아볼 수 없었던 꽃향기가 주변에 진동하고 그녀를 시종 드는 신명들이 하늘에서 오르락내리락 하면서 무언가 분주하게 움직이는 모습들이 보였다.
채운정의 하늘을 바라보니 하늘문이 열려 있는 듯하고, 열려 있는 하늘문을 통해 아름다운 옷을 입은 신명들이 날개 달린 말이나 용을 타고 오르락내리락 반복하고 있었다.
샤르비네의 설명처럼 살아 있는 여신 오시됴 성녀가 하늘의 신명들을 부리며 무언가 심부름을 시키고 도움을 요청하는 모습이 신기하게만 느껴졌다.
하늘의 권위와 엄청난 권능이 있어 보이는 하늘의 신명들이 땅에서 살고 있는 오시됴 성녀의 분부를 듣고 공손하게 움직이는 모습들이 신기했던 것이다.
오시됴 성녀를 에워싸고 도열해 있는 신명들은 오시됴 성녀의 입에서 어떤 말이 나올 때마다 빠짐없이 기록하고 있었으며, 오시됴 성녀의 심부름을 담당한 신명들은 그녀의 입에서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세상으로 달려가 필요한 준비를 서두르기도 했다.
곧 오시됴 성녀는 사신술(使神術)을 통해 신명들을 부리면서 그녀가 마음먹은 일을 세상에서 이루며, 땅의 존재들이 신선놀음을 즐기며 살 수 있도록 보살피고 있었던 것이다.
오시됴 성녀가 사신술을 이용해서 샤르별의 신선들을 보살피는 모습이 너무 부러웠고 그 자비로움과 사랑으로 가득 찬 마음을 엿보면서 하늘마음의 실체가 무엇인지 깨달을 것 같았다.
오시됴 성녀는 영적대화를 통해 나와 약속한 날짜의 시간을 잊지 않고 기다리고 있다가 우리들의 방문을 받고 반갑게 맞이해 주었다.
"어서 오너라. 사랑하는 영혼들아... 행복한 마음으로 너희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오시됴 성녀의 몸은 투명한 조명등이 밝게 빛나는 현상처럼 빛이 나고 있었으며, 채운정을 덮고 있는 구름은 오시됴 성녀의 몸에서 발생하는 오로라 빛으로 반사되어 오색찬연한 색을 띠고 있었던 것이다.
오시됴 성녀의 몸은 땅을 밟고 있는지 구름에 떠 있는지 분간할 수 없었고, 그녀가 입고 있는 선녀복장은 천의무봉(天衣無縫)솜씨로도 지을 수 없는 아름다운 의상이 아닐 수 없었다.
샤르비네와 내가 성녀에게 공손하게 대례(大禮)를 올리자 그녀는 우리를 포근하게 가슴에 안아주며 볼에 입을 맞춰주기도 했다. 성녀의 몸에서 풍기는 향기는 어떤 꽃향기에서도 맡을 수 없는 매혹적인 체향(體)이 아닐 수 없었다.
우리들 손을 잡아주는 성녀의 손은 너무 부드러웠고 옥처럼 빚어진 손가락의 모습은 길고 아름다웠다. 아름다운 손가락마다 끼워져 있는 반지에서는 신비로운 빛이 반짝거렸다.
팔등신 미녀처럼 아름다운 몸매…….
찰랑거리며 윤기 나는 검은 머릿결⋯.
호수처럼 맑고 빛나는 눈동자며 오뚝하게 솟은 콧날...
볼록한 가슴과 잘록한 허리…
하늘의 여신이라고 해도 손색이 없는 아름다움에 나는 단숨에 모든 마음을 빼앗기지 않을 수 없었다.
문득 나는 속으로 성녀의 아름다운 알몸을 직접 구경하고 싶다는 호기심이 자신도 모르게 발동하고 있었다. 마치 사춘기 때 떠오르는 호기심 같은 기분이기도 했다. 오시됴 성녀는 상대방의 마음을 거울처럼 꿰뚫어 본다고 들었는데 엉뚱한 호기심이 들킬까봐 두렵기도 했다. 그래서 나는 저절로 얼굴이 붉게 달아오르고 말았다.
아니나 다를까 오시됴 성녀는 나의 호기심을 알아차리고 이렇게 말했다.
“샤르앙은 지금 나의 알몸을 훔쳐보고 싶구나!"
끝내 마음을 들킨 나는 아무런 변명도 하지 못하고 얼굴은 더욱 달아올라 홍당무처럼 변하고 말았다.
음흉한 놈이라고 혼을 내고 나를 쫓아버릴 것만 같았다.
쫓겨날 벌은 어쩔 수 없지만 샤르비네에게 망신을 살까봐 두려웠다. 그런 걱정을 하고 있을 때 오시됴 성녀는 웃으면서 뜻밖의 말을 꺼냈다.
“사랑하는 영혼이 소원하면 내가 들어주지 못할 일도 아니지.”
말이 떨어지자마자 오시됴 성녀는 거리낌 없이 우리들 앞에서 선녀복을 벗은 후 알몸을 드러냈다. 오시됴 성녀의 알몸은 눈이 부시도록 아름다웠고 그 아름다운 알몸을 바라보는 내 마음은 숨이 막힐 것 같았다.
볼록하고 아름답게 보이는 가슴과 옥처럼 빛나는 살결 늘씬하게 쭉뻗은 두 다리... 나는 도무지 어느 곳에 눈을 두어야 할지 몸 둘 바를 모를 것 같았다.
그렇게 안절부절못하고 있는 나를 재미있게 바라보면서 오시됴 성녀는 또 내게 이렇게 말했다.
"내 가슴을 만져보고 싶지? 내 아름다운 피부도 만져보고 싶고....
네가 소원이라면 마음대로 해 보렴?"
나는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침만 꿀꺽 삼켰다.
"무얼 망설이지?"
오시됴 성녀는 나의 손을 잡아 자신의 두 가슴을 만지게 했다. 가슴을 만져보는 기분이 너무 좋았다. 용기를 내어 피부도 쓰다듬어 보았다. 샤르비네와 함께 알몸으로 목욕을 하면서 샤르별 여인들의 알몸을 많이 만져 보았지만 오시됴 성녀의 살결은 너무 감촉이 좋았다.
"만져보니 기분이 좋니?"
오시됴 성녀가 이렇게 묻자 나는 "네." 하고 대답했다.
“그러면 이제 옷을 입어도 되겠니?"
성녀가 이렇게 말하자 나는 좀 아쉬움이 있기는 했지만 "네." 하고 대답했다.
오시됴 성녀는 벗었던 의상을 다시 갖추고 나서 이렇게 말했다. “샤르앙은 본래 선녀들의 치마폭에 싸여 풍류를 즐기던 신선이고, 천상계에서도 소문난 장난꾸러기였단다. 그 기질이 어디 갈까?" 그 말을 듣고 샤르비네가 반문했다.
“성녀님의 말씀이 사실인가요? 샤르앙이 본래 장난꾸러기 신선이었나요?"
"그럼 내가 거짓말을 할까?"
샤르비네는 "어쩐지..." 하면서 말끝을 흐렸다.
샤르비네가 말끝을 흐리는 뜻을 몰라 내가 질문했다.
"어쩐지? 무엇이 어떻다는 뜻이오?"
“우리 샤르별 선녀들이 샤르앙만 나타나면 주변에 모여들어 관심을 보이는 모습들을 보고 의아하게 생각하곤 했는데...
샤르앙도 예쁜 선녀들만 보면 관심이 높아지고 장난기가 발동하는 것을 못 참더니 다 이유가 있었다는 생각이 들어요. 성녀님의 설명을 듣고 분명하게 샤르앙의 본 모습을 깨달았다고나 할까요?"
“그래서 기분이 나쁘오?"
“그런 뜻은 아니니 오해 말아요. 우리 샤르별의 선녀들은 시기 질투같은 마음은 품고 살지 않으니까요."
오시됴 성녀는 샤르비네와 내가 사소한 언쟁을 벌이는 모습을 재미있게 지켜보며 웃기만 했다.
오시됴 성녀는 살아 있는 여신의 권위에 어울리지 않을 만큼 소탈하고 자상했다. 멀리서 소문을 듣거나 포스머스 영상화면을 통해 설법을 들었을 때의 느낌과는 전혀 달랐다.
오시됴 성녀는 우리들과 함께 보편적인 일상사에 대하여 수다를 떨어주기도 하고 천상계의 재미있는 이야기를 보따리처럼 풀어주기도 했다.
이런저런 이야기들이 무르익어가고 있을 때 시중을 드는 신명이 소반에다 탐스럽게 보이는 과일들을 담아 와서 우리들 앞에 내 놓았다.
오시됴 성녀는 붉고 탐스럽게 익은 과일 하나씩을 우리들 손에 쥐어주면서 말했다.
"하늘의 정원에서 따온 천과(果)이니 맛보도록 해라.”
나는 샤르별에 도착해서 우스시어 생단 외에는 과일이든 무엇이든 먹어 본 경험이 없는데 난처한 생각이 들지 않을 수 없었다. 그래서 샤르비네의 얼굴만 빤히 쳐다보며 어찌할 바를 몰라 망설이고 있는데 샤르비네가 먼저 천과를 맛있게 먹기 시작했다.
나도 샤르비네가 하는 대로 천과를 입에 넣고 깨물었다.
천과의 달콤한 맛과 향기는 이제까지 맛볼 수 없는 천하일품이라고 밖에는 설명할 방법이 없었다. 입에 넣고 씹은 과일은 사르르 녹으면서 그 기운이 온몸으로 퍼져 갔고 어떤 찌꺼기나 불순물도 남아서 위장으로 넘어가지 않았다.
향기롭고 맛있는 천과를 몇 개나 씹어 먹었지만 배는 부르지 않고 온몸에 기운만 넘쳤다.
“천과는 빛으로 화신한 하늘의 존재들이 먹고 살아가는 음식이란다. 천과나무는 하늘의 정원에서 자라며 따 내도 따 내도 다시 열리는 열매란다. 천과는 아무리 먹어도 뱃속에서 똥이 만들어지지 않고 위장에 채워지지도 않으며 배가 부르지도 않단다. 천과 열매는 하늘의 기운으로 뭉쳐져 있고 몸 속에 들어가면 하늘의 기운으로 바뀌기 때문이란다. 하늘의 존재들은 천과의 기운으로 살아가며 그래서 불로불사하면서 영생의 삶을 살아갈 수 있단다. 너희들도 본래 하늘의 존재이니 언젠가는 하늘의 정원에서 천과를 따 먹으며 영생의 존재들로 살아가게 될 것이다."
천과 열매는 자꾸만 입 속으로 들어갔고 빈 소반에 다시 천과 열매가 담겨지곤 했다. 신명들이 심부름을 하면서 천과 열매를 구해 오기 때문이었다.
천과 열매가 열리는 하늘 정원은 하늘에 있는지 땅에 있는지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였다.
"샤르앙과 영적대화를 나누면서 맑은 영혼의 소유자란 사실을 확인했다.”
오시됴 성녀가 우리가 찾아온 목적의 본론적 이야기를 시작하면서 먼저 꺼낸 말이었다.
살아 있는 여신으로부터 맑은 영혼의 소유자란 말을 듣게 되니 기분이 매우 좋았다. 성녀의 설명이 아니어도 항상 장난기가 심하고 수양도 되어 있지 않은 내가 하늘의 존재로부터 직접 맑은 영혼의 소유자라고 호칭을 들을 줄은 상상도 못했던 터였다.
오히려 내면에 숨겨져 있는 부끄러운 모습이 들통날까봐 조마조마한 심정이었는데 다행이란 생각이 들었다.
“나를 찾아올 때는 궁금한 일들이 많을 테니 무엇이나 질문하고 좋은 대답을 얻어 가도록 하렴.”
샤르비네도 어서 궁금한 일들을 질문하라고 곁에서 나에게 눈치를 주었다.
“성녀님. 샤르비네와 이제까지 여러 가지 대화를 나누면서 느꼈던 궁금증이기도 한데요.”
"어서 말해보렴."
“지구의 인류들은 하늘로부터 복 받기를 원하고 천우신조를 얻어야만 큰일들을 펼칠 수 있다고 믿고 있는데 샤르별의 존재들은 반대의 생각을 갖고 있는 것 같았어요."
“반대의 생각이라니?"
"땅의 운명을 하늘이 쥐고 있는 것이 아니라 하늘의 운명을 땅이 쥐고 있다는 생각들 말이지요."
“그러면 샤르앙의 생각은 틀리다고 생각하니?"
"곰곰이 생각하면 그럴 듯도 하지만……. 오래 된 편견이 쉽게 지워지지도 않고.... 저의 잘못된 고정관념일까요?"
“네 생각은 지구 인류들의 공통된 고정관념이겠지. 하늘은 땅의 운명을 책임질 힘이 없는데, 지구의 인류들은 여전히 하늘의 힘에 의지해서 천지공사를 도모하려고 하니.. 하늘도 답답하고 땅도 답답한 노릇이지."
"결국 땅이 바뀌어야 우주의 질서도 바르게 잡힐 수 있다는 말씀이군요?"
“당연하지. 우주개벽은 살아 있는 자들의 주도로 이루어지며 그래서 땅이 바뀌기 전에 우주의 그릇된 질서는 바르게 자리 잡을 수 없단다. 즉 선천세상에서는 하늘의 주도로 땅의 질서가 유지되었지만, 후천세상에서는 주인이 바뀌어 땅의 주도로 하늘의 역사를 바르게 개편할 수 있단다. 그러므로 이제는 땅의 존재들이 천지공사를 도모하기 위해 하늘에 매달리는 시대가 아니라 하늘이 땅에 매달려서 천지공사를 도모하는 시대란다. 그래서 하늘의 신명들이 모두 땅에 내려와 살아 있는 영혼들을 보좌하여 크고 작은 심부름을 도맡아서 큰 뜻을 펼치도록 돕는단다. 그러므로 샤르앙도 장차 지구에서 큰일을 도모하려거든 하늘의 신명들을 바르게 다스릴 줄 알고 하늘의 신명들을 부려서 하늘의 일을 땅에서 펼치도록 힘써야 할 것이다."
"하늘의 신명들이 땅의 존재들이 시키는 일을 들어 줄까요?"
"땅이 진멸하면 그 하늘도 끝내는 진멸의 운명을 걷게 된다. 그러므로 다급한 입장은 땅이 아니라 하늘이다. 이제 하늘과 땅에서 육신의 몸으로 살아 있는 영혼들의 권위보다 높은 권위는 우주에 존재하지 않는다. 하늘의 신명들은 살아 있는 영혼들의 심부름꾼이다. 필요하면 언제든지 하늘의 신명들을 불러라. 그리고 지시하라. 네가 소망하는 일들은 이미 이루어져 있을 것이다.”
“제 마음속에 소망하는 일들은 무엇이나 현실의 모습으로 세상에 나타날 수 있다구요?"
"마음속의 소망을 입으로 말하라. 네 입에서 나오는 말이 신명들을 부리는 명령이요, 그 명령은 이미 세상에서 이루어진 현실이다.""저는 샤르별에 와서 이런 생각을 했어요."
"무슨 생각을 말이냐?"
"복사꽃 물결이 출렁거리는 무릉도원 샤르별의 선경세상이 지구 인류들이 꿈꾸는 이상향의 모습이요 후천세상의 그림자라고….”
“지구의 모습이 장차 샤르별의 무릉도원과 같은 모습으로 바뀌기를 소망한다는 뜻이 아니냐?"
“네.”
“그 소망을 입으로 읊어라. 그러면 네 영혼을 보좌하는 하늘의 신명들이 보좌하여 천지공사를 도모하는데 앞장설 것이다. 그리고 다른 어떤 일도 마음의 소망을 마음으로만 품지 말고 입으로 말하여 공포하라. 네 입으로 공포한 말이 명령이 되어 하늘의 신명들을 부리는 빌미가 되리라. 내 입은 하늘의 입이니 내가 너에게 이르는 말은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이루어지리라. 지금 내 말을 명심하겠느냐?"
“명심하겠습니다. 성녀님. 그리고 살아 있는 여신님!"
“그리고 하늘의 일이 궁금하거든 무엇이나 내개 물어라. 네 영혼의 맑은 기운은 나의 기운과 공명을 이루니 네가 원할 때 언제든지 영적 대화가 가능하리라. 영적대화를 통해 네 궁금증을 내게 묻고 그러면 하늘의 목소리로 답을 들려 줄 것이다."
"감사합니다. 성녀님! 성녀님의 말씀만 들어도 천군만마의 호위군을 거느린 만큼 마음이 든든해집니다.”
“맑은 영혼의 기운은 하늘도 꺾지 못한다. 지구로 돌아가면 마음의 큰 뜻을 꺾지 말고 하늘의 뜻을 펼치도록 하여라. 살아 있는 여신이 너를 성원하고 샤르별의 선녀가 너와 일심동체가 되었으니 무엇이 두려우며 무엇이 주저할 바가 있겠느냐. 하늘의 신명들이 너를 도울 것이니 하늘의 큰 뜻을 도모함에 망설이지 말아라."
이런 말을 마치고 오시됴 성녀는 우리를 날개 달린 백마 위에 태우고 구름 위를 달리기 시작했다.
날개 달린 백마는 우리 셋을 태우고 매우 빠른 속도로 구름 위의 하늘을 달려가고 있었지만 불편하지 않고 편했다. 기분은 설명하기 어려울 정도로 좋았다.
백마를 타고가면서 오시됴 성녀가 내게 이렇게 말했다.
“샤르앙이 지구에서 환생하기 위해 타고 갔던 백마란다. 네 할아버지의 꿈에 이 백마를 타고 신선이 찾아온 태몽을 꾸게 되었고 그 태몽을 꾼 후 네가 그 집안의 장손으로 태어났던 것이란다. 그래서 네 이름의 별명이 백마선(白馬仙)이기도 했지. 그래서 탄생의 순간은 영광이었지만 살아온 현실은 고난이었겠지. 이제 그 한을 모두 풀도록 하여라.”
오시됴 성녀가 그렇게 말하는 순간 내 가슴 속에 그동안 응어리졌던 한들이 얼음이 녹아내리듯 사리지는 것 같았다. 먹먹하고 답답했던 가슴이 시원하게 뻥 뚫려지는 기분이기도 했다.
백마를 타고 기분 좋게 하늘을 날아가면서 가슴 속에 쌓여 있던 어두운 그림자들이 깨끗하게 씻기고 날려 버리는 순간은 기쁨이고 환희가 아닐 수 없었다.
4차원 문명세계의 메세지 5 <샤르별의 자연, 문명과 신선 인류들> - 박천수著
첫댓글 다시 한번 생각해 봅니다
하늘에 매달릴게 아니라 부끄럼없이 내 몸 살리기에 나를 돌아볼것을
내가 살아야 땅이 살고, 땅이 살아야 하늘이 살고,
결국은 내가 세상의 중심임을
네 맞습니다
자신은 우주의 중심..^^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