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품’ 사유는 너무 많았다
6월20일 경기도 광주 △△경매장, 100여 좌석의 맨 앞줄에는 ‘거상’들이 앉아 있었다. 강아지들이 잘 보이는 그곳은 경매장과 자주 거래하는 단골 구매자들의 자리였다. 3번 구매자 앞에는 100만원에 육박하는 비싼 개들이 종이 박스에 담겨 착착 쌓여 갔다.
그의 의자에는 △△△△라는 이름이 붙어있었다.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에만 10여개 지점을 가진 프랜차이즈 펫숍이었다. “말티 수컷입니다. 얼굴 너무 깜찍하네요. 50만부터 갈게요. 되게 귀여워요. 51, 52…, 58, 59, 60(만원). 3번!” 말티 수컷은 손잡이를 접어 휴대할 수 있는 종이상자에 담겨 3번 낙찰자에게 넘겨졌다.
낙찰자는 강아지 꼬리를 들어 항문 상태를 확인했다. 앞다리를 만져 탈구 가능성을 살피더니, 한쪽 귀를 가슴에 대고 심장 소리를 들었다. 입으로 후후 바람을 불어 털 아래 피부염은 없는지 살폈다. 휴대전화로 사진도 찍었다. 사진에 예쁘게 나오는지 확인하려는 듯했다.
외모와 건강을 점검하는 시간은 5분 남짓. 강아지의 운명은 이 시간에 달렸다. 펫숍 사업자는 5분 동안 ‘한 달 안에 팔 수 있을지’ 가늠한다. 조건에 맞지 않는 강아지는 그 자리에서 반품된다. 경매 진행 중에도 개들은 쉴 새 없이 반품당했다. 반품 마감은 경매 다음 날 낮 12시지만, 낙찰자는 ‘현장 반품’을 선호했다.
밥을 잘 먹지 않거나, 심장 소리가 나쁘다는 이유로 강아지들은 반품됐다. 탈장, 귀 청소 상태, 항문 냄새, 눈곱, 숨골, 부정교합, 아이라인 유무 등도 반품 사유가 됐다. 보조 경매사에게 반품 사유를 이야기하면, 강아지는 농장에서 담겨 나왔던 플라스틱 우유 상자로 되돌아갔다.
경매 전 강아지들의 배에는 농장번호와 개체번호가 적히고, 이후 경매사에게 넘겨진다.
평생 새끼를 ‘빼는’ 종·모견으로
경매장을 취재할수록 의문이 커졌다. 외모가 좋지 않거나 건강하지 않다는 이유로 5개월 이상 유찰만 거듭해 ‘상품가치’가 사라진 강아지들은 어디로 가는 걸까.
6월26일, 사람들이 썰물처럼 빠져나간 경기도 김포 ○○경매장에서 한 농장주가 철장에 갇힌 갈색 푸들 앞에 섰다. “얘는 얼마야? 5개월쯤 됐으려나.” 경매장 직원이 답했다. “15만원에 가져가요.” 곁에 서 있던 우리가 농장주에게 물었다. “모견으로 데려가시게요?” 농장주는 웃으며 말했다. “응.” 갈색 푸들이 마음에 드는 듯했다.
생후 5~7개월이 되도록 팔리지 못한 강아지 가운데 일부는 모견(암컷)이나 종견(수컷) 후보로 경매장에 돌아온다. 갈색 푸들도 그런 강아지 중 하나로 보였다. 원래 농장에서 다른 농장으로, 철장에서 태어나 다시 철장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생후 1년이 되기 전부터 번식을 시작한 종·모견들은 보통 8~9년 또는 죽을 때까지 임신과 출산을 반복하며 새끼를 ‘빼는’ 일만 하게 된다.
‘하자’있는 개들만의 경매장
취재 과정에서 우리는 관련 업자들을 통해 경기도 고양 XX경매장에 대해 알게 됐다. 잘 팔리지 않는 개들을 거래하는 곳으로 유명했다. 폐업하는 펫숍에서 ‘떨이’로 내놓은 개, 몸이 약하고 ‘하자’가 있는 개, 가정에 입양되지 못하고 농장에서 커버린 개들이 거래된다는 것이었다.
7월14일 찾은 경기도 고양 XX경매장의 외관은 버섯재배를 위한 비닐하우스처럼 보였다.
펫숍으로 팔려나가지 않는 강아지는 모견 또는 종견으로 농장에 팔리고, 교배 능력이 떨어져 그 역할까지 다하면 또다시 경매장에 매물로 돌아온다. 이 개를 ‘폐견’으로 부른다는 것을 우리는 처음 알았다. 경매장에 나온 폐견들은 마리가 아니라 상자 단위로 거래된다. 몇 마리씩 한 상자에 넣고 헐값에 파는 것이다. 이런 폐견을 낙찰받아 가는 사람들은 육견 판매업자라고 동물단체들은 추정한다.
관련 업자들은 육견으로 팔리는 이런 폐견을 ‘국물용’ 혹은 ‘육수용’이라고 표현했다. 동물단체 동물구조119는 7월23일 경기도 포천의 한 번식장에서 모견 9마리를 구조했다고 밝혔다. 임영기 동물구조119 대표는 “농장주가 ‘번식능력이 떨어진 모견을 개고기 육수용으로 처리하려고 고민하고 있다’고 해서 구조에 나서게 됐다”고 말했다.
전국 곳곳에서 음성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육견 경매장’뿐만 아니라, 반려견 경매장에도 가끔 폐견들이 나온다. 경기도 고양의 XX경매장은 원래 반려동물을 파는 곳이지만, 동물권행동 카라는 이 경매장을 ‘반려동물 최후의 경매처’로 꼽았다. 카라는 2014년 발표한 <반려동물 대량생산과 경매 그리고 식용도살 실태보고서>에서 “(번식농장의) 모견, 병 들거나 제때 팔리지 않은 대형 품종견들이 식용으로 도살되기 위해 XX경매장에서 팔려나갔다”고 밝혔다.
첫댓글 제발 펫샵 소비하지말고 전시하지 말았으면 제발...
아.. 대한민국 존나 후진국~~ 반박불가
밖에 나가면 열에 아홉은 펫샵강아지더라 ㅋㅋ
혐오 그자체야
이 현실이 참... 강아지들한테 너무 미안하다ㅜㅜ
동물보호법 언제 강화하냐 ㅅㅂ 그동안 내가 한 서명만 몇갠데
이런 문제가 달려있는데도 펫샵 소비는 개인의 신념과 취향에 따른 선택이래...참나...
아ㅜㅜ인간이 미안해ㅜㅜ
오늘 정기건강검진으로 동물병원 다녀왔는데 좀 큰데라서 손님이 많았어. 약 한시간 정도 있는 동안 오간 대부분의 강아지들이(90퍼 이상) 품종견이더라.. 씁쓸
나 지금 번식견 임보즁... 얘를 데리고 도대체 뭘하려고 햇던거야..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