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수일기는 새천년이 시작될 무렵인
갑신년(2004년)부터 간간이 일기형식으로 쓴것이다.
그동안 보관해 오다 어느곳엔가
흔적이라도 남기고 싶어서 글을 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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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수일기-노숙자 체험기
664세대 백수인 내가
어제밤엔 노숙자 신세가 됐다.
하룻밤 보내기가 어찌 그다지도 길던지......
조금은 그 분들의 심정을 이해할 것도 같았다.
본론으로 들어가서
내가 하룻밤 노숙자가 된 사연을 적어보련다.
토요일, 그러니까 어제 새벽,
나보다 늦잠이 더 많은 664세대 우아한 백조인
옆지기가 새벽같이 일어나 부산을 떤다.
내가 묻길
"새벽부터 왠일이야? 않하던 짓하면 눕는다는데....."
옆지기 왈
"친구가 온천 시켜준다고 하니 다녀 올려구.
쬐끔 미안한데 식사는 셀프로 하셔"
내가 또 묻길
"언제 올건데..."
옆지기 왈
"오고 싶을때"
하고선 부리나케 돌아보지도 않고 집을 나가신다.
(참고로 우리 부부는 어려서 빤스만 입고
다닐때부터 아는 사이라 결혼하고서도
현재까지 서로가 반말 비스무리하게 하고 있으니
교양없다고 욕하지 마시길....)
그리하야 손수 있는 반찬 없는 반찬
모조리 끄집어 벌려 놓고느긋하게 아침을 잡수시고
매일의 백수 생활에 들어갔다.
여기까지는 좋았다.
그런데
저녁 늦게, 아마 오후 10시 반경에
집에 도착해서 부터 문제가 생겨버렸다.
우리집 문 열쇄는 1개뿐이다.
그래서 항상 지정된 장소에다 보관해 둔다,
우편함 속에다가....
헌데 아무리 찾아봐도 없다.
정말 클 났다.
철문이라 뜯어 낼수도 없고,
그렇다고 늦게 열쇄 수리공을 부를 수도 없고,
베란다는 방범 쇠창살이라 넘어 들어갈 수도 없고.......
할수 없이 옆지기한테 폰 때리기로 했다.
폰은 없애버렸기 때문에
동네 상점에가서 사정해서 양해구하고
옆지기한테 전화를 걸었다.
신호는 가는데 않받는다.
초조해져서 열심히 폰 때리니 한참만에 받는다.
죽은 자식 살아온 것 같이 무쟈게 반가웠다.
백수 왈
"집 열쇄 어케했노?"
백조 왈
"어메야~! 우짤꼬~!
어제 내가 외출했다 들어오면서
그냥 지갑에다가 넣고 나와버렸네."
백수 왈
"그럼 문 앞에 쪼그리고 앉아서
올 때 까지 기다리고 있을까?"
백조 왈
"거시기 달려가지고 왜 그리 고지식할까
내일 올라가니까 하룻밤만 어데서 문데 봐!
이상! 오바! 끝!"
하고서 폰을 끊어 버린다.
속에서 열불이 나고 배는 고파 죽겄는데
명색이 거시기 달렸다고 질질 짤수도 없고...
그 순간부터 하루 밤 지낼수 있는
방법을 찾으려고 머리를 굴리기 시작했다.
우선
현 주머니 상항부터 판단했다.
주머니엔 비상금 일만원이 있다.
그외엔 십원짜리 동전 한개도 없다.
(이유를 알고 싶으면 전에 올린 백수일기를 참조하시라)
그 일만원으로
하루 밤 지낼 수 있는 방법들을 생각해 봤다.
저녁 사먹고 오랫만에 사우나에 가서 지낼까
아니야, 사우나 하는 값이 아깝다.
그럼 피시방에 가서 컴이나 하면서 지낼까
그러다 잠이 들면 돈만 나가지....
그것두 쬐끔 그렇구...
서울 반대편에 사는
아들놈한테 가서 하루밤 빈대 붙어볼까
어쩐지 그건 조금 치사하다.....
이 생각 저 생각하던 중
번개처럼 떠오르는 생각이 있었다.
며칠전 어느 사이트에서 본
노숙자에 대한 글을....
그래 오늘 밤 만 노숙자가 되어볼까.
돈 않드니 비상금 그대로 있을테고
이런 경험도 해보면서
언제 백수 한테 찾아올지도 모를
노숙자의 심정도 조금은 이해해 보고 싶고...
그리하야
하루 밤 거리에서 지낼려구 시내로 나갔다.
한시간 정도 걸어서 지하철 종각역까지 왔다.
벌써 밤 12시가 되어간다.
역 계단을 내려가니 여기 저기
웅크리고 있는 모습들이 보인다.
천천히 그들의 모습을 살펴보고 나서
종로3가역으로 갔다.
거기선 쇠주병을 앞에두고
노소구별 없이 몇이서 모여 파티를 하고 있다.
차마 거기에 끼어들어갈 용기가 나지 않는다.
그렇다고 여기 까지 왔는데
그들의 냄새도 맛보지 않고 가기엔 좀 아쉬움이 남아
용기를 내어 그들의 옆에 앉으며서 태연스럽게 말 했다.
날씨도 추운데 술 한잔 얻어 먹자고.....
힐끗 쳐다보더니 병채로 건네 준다.
두어 목음 삼키니
빈속이라 속이 쓰리다
이번엔 새우깡을 집어준다.
몇개 집어 먹었다.
담배를 피우고 있길래
그것도 한대 빌리자고 했다.
차용증도 않받고 라이타까지 덤으로 얹져 건네주면서
그제서야 말을 건넨다.
언제 나왔수? 하고
아마 집에서 언제 나왔냐구 묻는것 같아
오늘 나왔수 했더니
빙긋이 웃으면서 하는 말,
앞으로 고생 많겠수....
무언가 아련한게 가슴에 스며든다.
사는게 뭔지.......
그만 가야될것 같아 일어서면서 말 했다.
오늘 밤 좋은 꿈 꾸쇼....
밖으로 나와 천천히 걸어서
동대문 운동장까지 왔다.
거기는 대낮보다
더 사람들로 분비고 있었다.
동대문 운동장 맞은 편에 있는
"두타" "밀리오네" "에이피엠" 앞엔
환하게 불켜놓고 음악 소리
볼륨을 크게해서 손님을 부르고 있다.
한곳을 들어가 보니 사람에 치여서
에스카레이터를 못 탈 지경으로 손님이 많다
툐요일이라서 그렇게 많이 모였나,..
년말이 다가오니 선물들 사러 나왔나....
불경기라는데 돈들은 다 어데서 가져왔을까.
살펴보니 80%정도가 10대, 20대요.
15%정도가 30대요
나머지 5%정도가 40대 이상인것 같았다.
그들의 활기 찬 모습들이 부러웠다.
나도 저런 때가 있었는데........
이곳 저곳 구경하고 기웃거리며 있으려니
뱃속에서 신호를 보낸다.
오늘 저녁 굶었으니 알아서 하라고....
비상금을 헐까? 말까 ?말까? 헐까?
이왕 참은거 말까를 선택하기로 했다.
시간은 벌써 오을 오전 3시를 지나고 있다.
거리에 서서 오가는 사람들 보고 있으려니
춥고 다리도 아프고 졸립기도 하고...
오전 5시에 상점들도 파장이라니
그때까지 버텨볼려구 억지로 참고 있었다.
상점들이 하나 둘 문을 닫는다.
시간이 된 모양이다
얼얼한 다리를 끌고
동대문 운동장역에서 첫차를 탓다
시간이 오전 5시 45분이다.
밤새도록 눈 한번 못붙혀 봤다.
눈꺼풀이 무거워진다.
옆지기는 오후 1시경에 도착한단다.
그래서 남은 시간에
백수일기 쓰려고 평생학습관으로 왔다.
개장시간 있다가
이글을 쓰고 있는 지금 눈이 감긴다.
지하철 역에서 본 노숙자의 모습과
동대문 운동장앞 쇼핑몰 에서 본
선남선녀의 모습이 자꾸 비교가 된다.
그만 생각할련다.
내코가 석자인데...
이렇게 해서 돈 않들이고 좋은 경험해봤다.
인간 만사 세옹지마 라 했으니
내 처지도 어떻게 변할지 몰것다.
-치 옹-
첫댓글 지금 생각하면
그때 왜 내가 그런 치기어린 행동을 했을까 하고 후회한다.
너무 단순하게 그 분들의 처지를
호기심으로 바라보지 않았는지...
죄송스런 생각이 든다.
치옹님 남친들은 노숙자도 해보고 노동자도 해보고 해야
사회를 살어가는데 이해가 될것같아요
돈 안들고 좋은경험하셨네요
사람이 때로는 황당할때가있죠
그래도 잘 이겨나가는게 나의 질리가 아닐는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