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 일초의 융통성도 없는 고약스런 알람소리에 화들짝 잠이 깨어 빠꼼히 밖을 내어다 보니 노란 봄햇살이 저만치서 어여 나오라며 손짓을 합니다. 오늘은 우리 (사)한국생활음악협회가 90돌을 맞는 3.1절 기념식에 참가하여 애국가를 부르는 날입니다. 지난해 8월 창립이래 아마도 가장 뜻깊은 행사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도대체 몇년만에 입어 보는지 모를 말끔한 행사 차림으로 동남구청앞에 도착하니 이미 전두환대표께서는 버스앞에서 회원들을 챙기시느라 여념이 없으십니다. 검정 정장에 흰 와이셔츠며 브라우스로 한껏 멋을 부린 100명의 회원을 모두 태운 버스는 이내 복잡한 시내를 벗어나 목천의 독립기념관으로 내달립니다. 삼거리 버드나무의 그 싱그럽고도 유연한 자태를 보려면 아직은 우리의 봄을 조금더 기다려야 할 모양입니다.
이내 버스는 많은 경찰들과 경호요원들이 곳곳에 산재해 있는 행사장에 도착하였고 간단한 통관절차를 거쳐 우리는 우리가 있어야 할 곳에 찾아듭니다. 비록 기온은 낮았지만 햇살이 좋아 그다지 춥지는 않으리라 오판을 하고 버스에서 코트를 갖고 내리지 않은 것이 참으로 후회막급입니다. 햇살 한웅큼 조차 허락치 않는 웅대한 대리석 건물벽에서 비정하게 뿜어져 나오는 냉기가 우리의 몸속 곳곳으로 사정없이 파고듭니다. 그나마 주최측에서 나누어 주는 핫팩을 열심히 이리저리 비벼도 보고 따끈한 둥글레차로 시린속을 달래 보며 추위를 견디어 보지만 봄을 시샘하는 겨울의 마지막 몸부림을 달래기에는 역부족입니다.
짧지않은 리허설을 끝내고 잠깐의 휴식이 지난뒤 대통령 내외가 도착하고 행사가 시작됩니다. TV 뉴스에서나 볼수 있었던 인물들이 여기저기 보이네요. 대략 제가 인지할 수있는 분들을 언급해 본다면 일단은 대통령내외와 한승수국무총리, 박희태한나라당대표, 정세균민주당대표, 이회창자유선진당총재, 강기갑민주노동당대표, 문국현창조한국당대표, 유인촌문광부장관, 그리고 김좌진장군의 손녀딸인 김을동씨도 눈에 띕니다. 하지만 그들 역시도 우리처럼 핫팩을 열심히 주무르며 추위를 견디고 있는 모습을 보니 나의 추위가 잠시 잊혀집니다.
행사내내 대통령을 비롯한 모든 참석자들의 시선이 우리쪽으로 향합니다. 우리가 앉아있는 뒷쪽으로 스크린이 설치되어 있기 때문이지요. 흡사 우리가 상석에 앉아 있는 듯한 착각도 해봅니다. 기념식은 순조롭게 진행이 되었고 우리의 소임인 애국가 부르기를 초등학교 이래 처음으로 4절까지 열심히 불렀으며 미리 나누어 받은 태극기도 제법 성의있게 흔들며 만세삼창도 목이 터져라 외쳐봅니다. 그동안 천안에 살면서도 기념식 참석은 커녕 TV에라도 기념식 장면이 나올라치면 단 일초의 망설임없이 TV를 꺼버리던 내가 오늘은 흡사 독립유공자라도 된양 가슴까지 뿌듯해 옵니다. 참으로 간사한 마음입니다. 어찌 되었든 그렇게 90주년을 맞이한 3.1절 기념식은 모두 끝이났고 우리는 타고왔던 버스를 되돌려 천안으로 돌아옵니다. 미리 예약되어진 곰탕집에서 겨울잠에서 막 깨어난 곰탕을 맛있게 먹고나니 몸이 노곤히 풀려옵니다. 이윽고 버스는 동남구청에 도착하였고 이렇게 우리 한국생활음악협의회의 일정은 모두 끝이 났답니다.
비록 몸은 추위로 힘들었지만 개인적으로도 새로운 체험이었고 그동안 생음협에 발만 담가놓고 좌시만 해왔던 제가 작지만 의미있는 역할을 할 수있었던 자리였기에 조금은 떳떳한 하루였습니다.
한순간도 긴장을 늦추지 못하고 처음부터 끝까지 행사를 이끄시느라 몸도 마음도 힘드셨을 우리 전두환대표님과 누구하나 흐트러짐없이 행사를 잘 치루어 내신 우리 회원님들이 한없이 자랑스럽습니다. 오늘의 이저력이 밑바탕이 되고 밑거름이 되어 우리 생음협이 명실공히 대한민국의 생활음악 발전의 구심점이 되어가기를 희망하고 또 희망해 봅니다.
전두환 대표님의 부탁으로 졸필이나마 기념식을 나름대로 스케치해 보았습니다. 하지만 그저 피상적인 모습만을 나열했을 뿐입니다.
제가 미쳐 챙기지 못한, 회원님들 스스로의 눈에 비친 행사풍경을 꼬리글로 남겨 주신다면 더욱 알찬 마무리가 될 것 같습니다. 모두의 건강을 기원합니다.
-행복찾는통기타 최찬규-
첫댓글 참석은못했지만 내용을보니눈에선하게보이는것같습니다 추운데수고했습니다 의미있는추억이될것같습니다
좋은글..너무 감사드려요..입상도 하셨으니 이제 글쓰시는 일도 프로의 길로 접어드는거죠? 제가 천안 문인협회 지부장님을 잘압니다..~~*^^*
저희 까페에 담아가도 되겠지요~~^^ 같은 자리에 있었던 사람으로 이 생생함을 전해드리고 싶네요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