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드존* 외 2편
스마트한 오후죠? 칠월이고요
우린 아주 글로벌한 사람들, 중금속 강한 리튬 한잔 어때요?
모린 카스 바수 존, 콩고에는 있어요
가난에 내몰린 아이들이 꿈을 일찍 버리는 신박한 영토가 있어요
동생과 열두 시간 일한 모린 남매의 일당은 단돈 1달러
모린과 동생 카스는 코발트 광산에서 아침부터 저녁까지 일해요 걱정하지 마세요 그건 맹독의 배터리 주원료 코발트, 마을 아이들이 맨발과 맨손 보안경도 없이, 온몸으로 굴속에서 캘 거예요 커다란 마대 30개만 채우면 돼요
(카스, 해가 지기 전 코발트 30포대를 다 씻어야 1달러 받아서 집에 갈 수 있어 빵을 사야지)
동생아 얼마나 다행이니 우린 그들보다 리튬과 코발트를 실컷 먹을 수 있지
검은 네 얼굴보다 더 캄캄한 우리 미래, 이것은 神들도 생각 못 한 스마트한 경영
(여기서 일하면 온몸이 아파요 그냥 견디는 거예요 부모님은 우리만 남기고 죽었어요)
남겨진 작은 아이가 자기보다 더 작은동생을 업고
학교 대신 독성 강한 코발트 광산에 중금속에 중독되어 가요
나는 독 묻은 은빛 사과 한 입, 을 알아요 은테안경에 인자하고 세련된 미소
그곳은 어차피 괴물 같은 세계적인 기업, 눈부시죠 모두 존경하죠 친절하고 중후하죠 중금속을 매일 흡입하고 만져도, 너무 가난해 마스크 보안경 장갑조차 없는, 이 기발한 센스, 죽어 나가도 관심 없죠 4만 명 아이들 줄 섰죠 널렸죠 착하죠 값싸죠
구,를 하는 글도 애,를 하는 플도 테,를 하는 슬라 모두 알고도 최저가로 사들이죠 중금속쯤 가난한 몸에 쌓이면 어때요 아홉 살부터 죽도록 일하다 열다섯에 한쪽 눈쯤 가볍게 실명하면 어때요 기형아쯤 다섯 배면 어때요 어차피 우린 당신의 스마트한 내일을 위한 헐값의 부품들, 최저가로 고용된 모린 남매는 플라스틱보다도 값싼 소모품이죠 최신과 최저는 매우 혁신적인 아이디어 아이들은 울지 않죠
지속 가능한 문명의 미래를 누릴 그들을 위해,
가장 저렴하게 죽어 가는 아이들의 미래
중금속에 온몸이 아프니? 아이야 조금 후면 넌 아주 편안해질 거야
번거로운 호흡쯤 단번에 툭, 끊어질 거야 캄캄할 거야 고요할 거야
가난한 아이들은 곧 말끔히 포맷될 거야
*데드존(Dead Zone) : 해양생물이 살 수 없는 죽음의 바다.
캐뉼라*
나의 조상이 뛰놀던 벌판,
그림자가 선했던 그들은 들판에서 낮은 마음을 배웠고
이마가 환한 새벽에 연둣빛 내일을 맡기곤 했는데
*언젠가부터, 다국적 화법을 꼬리표로 단 헌 옷들이
강과 들판의 목구멍 안쪽까지 침범해 쌓여갔어 자고 깨면
태양이 파종한 풀의 소유지에 미세먼지만 풀풀 날렸지
환삼덩굴보다 질긴 인공의 폐기물들은 갈수록 우거졌어
이번 생에서 축생의 역할이 주어진 나는, 다소 소에 가까운 소
속눈썹 내려앉는 허기를 견디다 못해
칠월보다 질긴 화학섬유를 씹으며 온종일 되새김질했지
자고 깨면 풀풀 돋아나는 풀의 낙원에 온 줄 알았지 풋-
서양에서 건너온 풀은 천연색이고 매우 현대적이군, 생각했지
얼떨결에 혀에 얹어 씹어보았지만, 잘 씹히지 않았어
그런데 그게 전부 실로 짠 석유였다니! 인간들의 외출을 연주하다 버린 쓰레기를 나는 풀로 착각했던 거야
내 몸속 네 개의 위장에 다국적 공장을 차리고 말았지, 참 획-기적이야
자고 깨면 뱃속 어디선가 들려오는 봉제공장 모터 소리(헉 또 한 번의 산업혁명인 줄)
C~발, 그날 이후 내 몸속 네 개의 쫄깃한 천엽은 공단이 되고 말았지
디젤기관차도 아닌데 하품할 때마다 검은 매연 겁나 뿜는, 그때부터였어
나의 질긴 천엽은 생산량 신기록을 세우기 위해 구로공단까지 소환했는데
(타이밍이라고 혹시 들어 봤어? 아…C 장난해? 시간 말고, 전투력 불타게 만드는 중독성 강한 각성제 말이야)
수백 명의 창백한 여공들은 같은 옷을 입고 일렬로 재봉틀 앞에 앉아
잠을 쫓는 맹독의 타이밍을 영웅처럼 입속에 털어 넣는 게 보였어
다음 날 아침까지 재봉을 박아댔지 눈부신 다국적 패션의 수출일꾼인 셈
죽음이 드리운 졸린 눈들, 이제는 박을 게 없을 땐 아주 신속히
자신의 집게손가락도 가져다 원단처럼 재봉틀에 드륵드륵 박았지
이제는 매일 신용카드 한 장 분량의 플라스틱을 섭취하는 그들, 성공한 거지
먹을수록 강력해지는 소화불량과 화학적인 고통의 날들
석유제품 과다복용으로 결국 나는 산 채로, 뻥 뚫렸지 내 천엽에 주먹만 한 구멍
기다란 캐뉼라*를 꽂은 거야 애니웨이 너의 술안주 되긴 글러버린 셈
이것은 인간들이 내게 베푼 공생 그들은 늘 친절하지 같이 죽자는 거지
헐값이라면, 세일이라면, 눈물의 점포정리라면, 사장님이 미쳤어요 라면
(넌 어떤 라면 좋아하니?)
죽음도 무이자 할부라면 죽을 때까지 긁다가 죽는
여러분, 자신들의 멸종도 최후의 명품으로 둔갑시킬 아메바들
지금도 내 쫀득한 천엽 속에서 팡팡 돌아가는 봉제공장의 환청이 들려
화장터처럼 연중무휴로 화끈하게 연기 뿜는 네 개의 드높은 공장 굴뚝
아 이 아찔한, 단체로 글러먹은 빌어먹을
*캐뉼라(Cannulated) : 소의 소화기관에 큰 구멍을 뚫고 종이컵 굵기의 굵은 관을 넣어
위장의 움직임을 실시간 관찰하는 의료기구.
도둑맞은 허공
공중이 홀쭉해졌다 상수리나무 우듬지 끝
달력 대신 나뭇잎과 새소리를 매일 넘기던 숲
이끼처럼 싱싱했던 이방의 콧노래와 낯익었던 산책로까지,
더는 열리지 않는다
가을만 되면 우울증에 갇히는 다람쥐들
등산객들은 이따금 경계선을 넘어와 도토리를 싹쓸이했다
참나무는 이를 악물고 열매를 붙들었지만
안간힘이란 얼마 못 가 요실금처럼 서서히 풀리고
인간들의 습격에 월동할 식량을 죄다 빼앗긴 다람쥐들
가을과 겨울의 포만을 미리 기대놓았던
참나무 가지마다 물집처럼 매달려 있어야 할 도토리들이 보이지 않자
꼬리들 모두는 앞발까지 들고서 창백해졌지만
그들의 허기와 우울을 커다란 낙엽들은 잘도 묵인해 주었다
낙엽의 속도가 십이월을 향해 가팔라질수록, 결국 대부분 짐을 쌌다
텅텅 빈 참나무 위에 노숙자처럼 남겨진 몇 마리는
먹이를 찾아 도로를 건너다 차에 치여 허공으로 던져졌고
주검들은 숲 밖으로 폐기되는 날이 늘어갔다
몸이 부서진 경계심들은, 병상 대신 차가운 풀잎 위에 으스러진 몸을 누인 채 허기진 슬픔을 오래 핥았다 등산로 확장 공사가 끝난 후 더욱 씨가 마른 도토리, 숲은 한 치 오차도 없이 굶주림에 동사한 다람쥐들을 도로 쪽으로 퉤, 뱉어냈다 어느 날 아침의 평화로운 출근이 피의 침전물이 되어 순간 삭제될 수 있다는 것을, 까만 눈들은 많은 꼬리들을 도로 위에서 떠나보낸 뒤에야 알게 되었다
아침이 되자, 내리는 흰 눈을 열고서 동그란 두 눈이 굴 밖을 살폈다
며칠 전 습격당한 금속성 뒤틀림, 사건의 목격자라도 수소문하려는 걸까
성난 눈빛이 꼬리를 곧추세우고 나무에서 펄쩍 뛰어내리더니
사고 난 쪽 정비소를 향해 쏜살같이 내달렸다
첫·눈·이·오·고·있·었·다
생태계 환경 실천사항
새로운 빙하시대가 가까이 오고 있는 것은 아닐까?
인류의 역사는 환경과 싸워왔고 환경의 보존 없이 인간의 역사는 있을 수 없다.
환경이 죽으면 인류도 사라진다.
가장 중요한 것은 환경 생태계에 대한 인간 의식의 변화이다.
환경문제가 바닥을 칠수록 지구보다 치명적인 건 인간이라고 전문가가 말했다. 지구는 인간이 멸종한 후에 어떻게든 진화하고 자체 치유 능력으로 회복한다고 한다. 과거 공룡시대에도 공룡만 멸종했을 뿐 지구는 지금껏 유구하다. 환경오염으로 최후의 포식자인 인간이 멸종되는 날이 오면 때가 늦어 구원책이 없다는 것이다. 우리 바로 알자. 환경문제 개선 운동과 실천은 지구를 살리는 것이 아니다. 지구는 자신을 지킬 자정능력이 있다. 환경개선 운동은 바로 우리, 인간을 살리는 일이다.
온실가스 1인 1톤 줄이기 운동에 서약하고 적극적으로 가담하기
2. 중고 옷 활용해서 입기
3. 친환경적인 옷 만들기 운동 벌이기
4. 개인의 탄소발자국 수치 알아내기
5. 정치권에서 기후 정책변화를 위한 법률 제정하기
7. 미디어를 통해 환경운동 적극적으로 홍보한다
8. 음식점에서 음식 먹고 집으로 가져가는 법률 제정하기
9. 잔반 제로 캠페인 벌이기– 인공지능 센서가 음식물량을 실시간으로 분석한다
10. 7월 3일은 ‘세계 일회용 비닐봉지 없는 날’
단 하루만 비닐봉지를 사용하지 않아도 원유 95만 1,600ℓ, 이산화탄소 약 6,700t을 감축한다
11. 빨래는 모았다 한 번에, 냉수로 세탁할 때 미세플라스틱 적게 나온다
미세플라스틱 거르는 필터 세탁 볼 사용하기
12. 음식물을 퇴비로 사용하는 시스템을 적극적으로 만든다
13. 승용차 요일제 법으로 제정하기
14. 일반 가전제품 최대한 오래 수리해서 재사용하기.
15. 지역마다 다 쓴 리튬건전지 수거함 근거리 간격으로 설치하기
수상 소감
아직 무사해서 다행인 사랑하는 모든 지구인들과 이 기쁨을 함께할 것
무언가 더 헹궈낼 것들이 남은 걸까요? 이 글을 쓰는 지금, 한국은 연일 비가 멈추지 않고 있다는 소식을 접합니다. 제가 머무는 곳은 네팔 중에도 극 서쪽 인도 국경지대입니다. 사하라사막의 허공을 부품처럼 갈아 끼운 듯 하늘이 유난히 광활한 이곳. 40~50도를 오르내리는 끔찍한 더위 속에 있다 보면 마치 뇌가 녹아내린 듯 몽롱함을 자주 겪습니다. 그 뜨거움을 능히 견딜 수 있었던 것은 바로 기후환경문학상을 준비했던 몰입의 시간들 덕분이었습니다. 불로 몸을 지지는 듯 끔찍한 더위에 남은 체력이 거의 바닥을 보이던 그 오후에 뜻밖의 수상 소식을 접했습니다. 빗줄기 하나 없이도 영육이 시원해지던 그 소낙비, 전신이 무척이나 차분해지던 순간입니다. 하던 일을 멈추고 잠시 눈을 감았습니다. 상상의 소나기 속에서 누 떼의 말굽 소리가 제 심장을 둥둥 두드렸습니다. 저는 그 발굽 소리에 올라타고 마라강을 단숨에 건너 고국의 그리운 들판을 달리고 있었습니다.
기후환경 시는 하나님을 믿는 저에게 너무 소중했기 때문에 기도하면서 간절함을 시에 담으려 노력했습니다. 거대한 바윗덩이 속에서 다양한 생명체를 꺼내는 기적의 석공처럼 시를 깎고, 깎고, 또 깎을 때마다 저의 설익은 시 속에서 지구의 눈물을 여러 번 보았습니다. 아팠습니다. 그동안 무책임했기에 너무 미안했습니다. 바쁘다는 핑계로, 또는 아직은 괜찮겠지 하는 나태함으로 환경을 돌보지 못했던 저 자신을 오래 나무랐습니다. 정글에서 살다가 차에 치여 무더운 더위에 죽어 가던 동물을 살리기 위해 치료할 때, ‘제발 살려 달라’ 신음하던 동물들의 붉은 외침이 지금도 제 귓전에서 욱신거립니다.
어렵게 씨름하며 붙들었던 제 시가 당선된 것도 기쁘지만, 무엇보다도 저 자신이 환경에 대해 고민하는 책임감 있는 사람으로 변했다는 사실이 저를 더없이 기쁘게 합니다. 과거 공룡시대에도 지구가 큰 몸살을 앓았지만 결국 공룡만 멸종했을 뿐 지구는 지금껏 유구합니다. 인류의 미래가 정말 걱정입니다. 인간이 환경오염으로 멸종되는 날이 오면, 이미 너무 늦어 구원책이란 없습니다. 지구가 아니라, 인간의 멸종을 막기 위해 우리가 환경을 보전해야 하는 것임을 함께 기억해야 합니다.
이번에 제2회 문학뉴스 & 시산맥 기후환경문학상을 수상하게 되어 하나님께 영광을 드립니다. 저의 시를 수상작으로 선정해주신 심사위원님들과 시산맥 관계자님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매 순간 치열한 방향에서 손짓하던 원고지 속 뜨거운 음성에, 감사함이 참 큽니다. 지금 이순간에도 시의 묵정밭을 일구고 있을 다락방 문우님들 응원합니다. 아직 무사해서 다행인 사랑하는 모든 지구인들과 소중한 나의 가족과 주의 모든 자녀들과 오늘의 이 기쁨을 오래 나누고 싶습니다. 앞으로도 시산맥에서 주최하는 환경기후문학상 덕분에 더 많은 문학인들이 각성하고 환경운동에 적극 동참하는 계기가 되기를 진심으로 축복하며 저도 작은 힘을 보태겠습니다. Soli Deo Gloria! 오직 하나님께 영광!
김성윤 약력
1963년 7월 7일 경기도 현리 출생.
1991년 총신대 신학대학원 M.DIV 졸업.
1993년 2007년까지 성안교회 담임목사.
2013년 현 네팔 선교사로 사역 중.
2023년 제2회 문학뉴스 & 시산맥 기후환경문학상 수상.
이메일 ch403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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