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도 98년 1월로 기억이 된다. 저녁 9시경에 학원앞에서 나는 아랍에미리트에서 온 남자친구 2명 그리고 일본여학생2명이랑 닛산121이란 소형차에 몸을 낑겨 타고서-차가 정말 작았다. 내가 체구가 큰 편이라 일본여학생 한명은 뒤에탄 두명의 무릎위에 옆으로 누운자세에서 가야 했다.- 판암에서 올더쇼트의 누른 들판을 지나 길포드 도심으로 향했다.
길포드의 가장 큰 극장을 지나 차를 주차시킨후 나와서 간 곳은 happers란 이름의 나이트 클럽이었다. 아랍친구들은 런던의 히포드롬이며 이곳저곳의 나이트클럽을 줄줄이 꽤고 있는듯 했다. 한명은 에디머피를 닮았고 다른 한명은 코스비를 닮았는데 코스비를 닮은 친구가 애비 잘 만났는지 그날의 경비를 모두 이 친구가 대주었다.
9시30분쯤이었는데 입구에는 기도로 보이는 보디빌더체구의 남자가 검은 양복을 입고 떡하니 버티고 있었고 뒤이은 사람들의 줄이 30여미터 길게 늘어서 있었다. 한 30여분이 지나면서 들어갈수 있었는데 기다리는 동안 영국여자들의 복장이 눈에 띄었다.
윤곽이 그대로 드러나게 달라붙은 스판바지-TV에서 아침에 에어로빅하는 아가씨들이 입었던 것과 비슷함-와 가슴이 깊게 패인 스판 블라우스를 입은 여자들이 거기온 여자들중 80% 이상은 이와 같은 스타일이었다. 이들의 복장에 시선이 꽃힌 날보고 옆에서 같이 간 나이를 제법 먹은 일본여학생이 하는 말- 저 여자들은 영국에서 로우클래스의 여자들이니 궁뎅이 예쁘다고 말걸어보고 쫓아갔다간 건강에 안좋을것이다- 이 생각난다.
안에 들어가면 데스크에서 좀 뚱뚱한 아가씨가 손님들의 옷을 받아주고 번호표를 주었는데 우리도 옷을 맞기고는 음악과 조명이 현란한 곳으로 몸을 돌렸다. 그런데 들어와놓고 보니 1인당 입장료 5파운드라던 아랍친구의 말이 생각났다. 결국 무임승차를 한 것이었다. 그 아가씨도 정신이 잠시 오락가락했나 보다. 결국 우린 25파운드를 번샘이다.
커다란 홀은 가운데 바에서 술을 팔았고 왼쪽은 조용한 테이블에서 술을 마시고 반대쪽에선 춤을 추는 무대가 있었다. 그런데 무대위로 10여미터 위에 왠 철제로 된 동물우리가 있었는데 그림자로 처리되어 여자의 몸매만 실루엣으로 커튼에 보였다. 한마디로 요트처럼 쫙빠진 미끈한 몸 매였다. 그러다 조금 흥이 나고 10여분간 지나니까 첼제우리를 감싼 커튼이 올라갔는데 완벽한 몸매의 여자가 부분적으로 가린 에어로빅용 옷을 입은채로 춤을 추기 시작했다. 무슨 형이상학적인 묘한 춤이었다. 케미칼브라더스의 트랜스풍의 음악에나 어울릴법한 강한 동작의 춤이었는데 얼굴도 예뻣을 뿐더러 몸매에다 춤까지 뭔가 카리스마가 느껴지는 움직임이었다. 그런데 나와 아랍친구들은 춤추다 쉬면서 버드와이저를 마시고 있는데 오히려 같은 여자인 일본여자 2명이 얼이 빠저서 철제우리안의 여자가 춤추는 모습을 하염없이 바라보는게 아닌가... 그녀들의 몸매도 나름대로 매력이 있는데 왜 저럴까란 생각이 들었다.
10시부터 계속된 우리들의 광란은 2층에 올라가서 조용한 분위기에서 버드와이저 아이스를 들이키며 진정되고 있었다. 그런데 한 새벽12시가 조금 넘었을 무렵 중국인 남녀들이 비정성시에 나오는 영 엉성한 양복 정장을 입고 와선 그네들끼리 입을 맞추며 춤을 추는게 아닌가.너무나 자연스럽게 노는 것으로 봣 그곳에 자주 왔던 사람들로 보인다.
이곳 저곳에 드라큐라성에나 있을 법한 악마의 동상이 새워저 있었고 어딘지 모르는 구멍에서 가끔 연기가 나와서 무대효과를 더했다. 한번은 신나게 춤을 추다가 키가 작은 영국여자의 발을 모르고 밟았는데 그녀가 먼저 웃으며 미안하단 말을 해주기도 했다. 철제우리안의 여자는 12시까지 2시간을 추곤 이제 흥돋우기 역할은 끝났는지 어디론가 사라지고 없었다. 우린 그날 1시 30분경에 차를 타고 각자의 집으로 뿔뿔히 헤어젔다.
한쪽에서 밴드들이 생음악을 들려주는 것도 한가지 특징이었다. 한국여자들도 한번가보면 무척이나 즐길 만한 곳이었다. 영국젊은이들이 신나게 놀면서도 다른 사람을 배려하며 질서를 지키는 모습과 술을 마시고도 행패를 부리는 사람이 한명도 없었던 점 또한 인상적이었다. 날밤까며 놀다간 담날 학원가서 졸 것 같아 아쉬움을 남긴채로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영국여자들의 반노출의상도 그네들의 솔직한 면을 보는 것 같아 나쁘지 않았다. 영국에서 처음이자 마직막으로 가본 디스코텍이라 매우 즐거운 경험이었다. 그런데 다음날 학원에 가보니 전날 못간 일본여학생들이 왜 우릴 빼놓고 갔느냐고 핏대 새우며 따지는 바람에 나와 같이 간 사람들은 그들의 맘을 달래주느라 진땀이 났다. 역시 낯선 곳에 단체로 가서 신나게 춤추는 기회를 마다할 사람은 없는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