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 일반관리자(Specialist+Generalist)
2025.3.26
[전문가(Specialist)와 일반관리자(Generalist)]
전문가와 일반관리자를 합친 복합 단어가 있는지 모르겠는데, 뜻은 “어떤 분야의 전문가가, 그 분
야는 당연히 1인자급이지만, 연관된 전반적인 문제도 상당한 지식을 갖춘 사람”이다.
소위 나무도 보고 숲도 본다랄까?
어떤 암치료 전문 의사가 있다면, 특정 암만 잘 치료하는 게 아니라, 그 암으로 인해 환자의 전반
적인 건강 영향도 잘 챙기면서 치료해주는 것을 말한다.
나는 한전에 다녔는데. 한전 그룹은 극히 소수를 제외하고는 경력사원을 뽑지 않는다. 신입사원을
뽑아서 보직을 여러 개 거치면서 평상업무가 전문가의 길이 되게 만든다. 전력연구원 같은 전문
직을 빼고는 대체로 수 년 간 일정 보직을 거쳐 승진하면서 맡았던 분야의 전문가가 되고, 그 후
에도 승진을 거듭해야 발전소 전체를 아는 일반관리자가 된다. 전문가가 되는 것만큼 어렵기 때
문에 한전 그룹에서는 일반관리자도 무겁게 봐야 한다.
석탄발전소는 석탄연소가 발전원가의 70% 정도를 담당하는 핵심이라서 제일 중요시해야 하는 전
문기술분야다. 석탄은 10여 외국에서 수입하므로, 종류가 많고, 종류에 따른 연소특성도 무척 다
르고, 그들 간의 혼탄(Coal Blending)을 수없이 많이 하는데, 그 각각에 맞는 연소기술이 필요하다.
사용하는 석탄의 성상에 맞지 않은 연소를 하면 열손실이 크게 일어난다. 나는 그 기술을 정립하
는데 100여 회의 실기(實機)연소시험을 했고, 새 발전소가 건설되면 그 장치에 적응할 기술을 연
구했으니, 한 20년 정도의 오랜 시간이 걸려서 괜찮은 연소기술을 확립했다.
발전소 별로 보일러 형식이 다른 경우가 많으니, 쉬운 예로 말하자면, 같은 용량이라도 높이가
100m나 되는 보일러와 80m 보일러는 구조가 많이 다르기 때문에 연소방법도 달라야 한다.
키 큰 사람과 작은 사람이 장기가 비슷한 것과는 전혀 달리, 보일러는 구성이 틀리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연소조정은 ‘이미 건설된 발전소를 가지고 운전자들이 하는 것’이므로, 발전소를 지으
려고 계획할 때, 보일러 형식을 선정할 때, 연소에 도움이 되도록 설계하고 제작해야 운전자가 알
맞는 조정을 제대로 할 수 있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그러려면 연소지식을 가진 사람이 이 일
을 취급해야 한다.
전체 계통 설계(AE Architecture Engineering)와 연소를 잘 할 수 있는 보일러를 설계하자는 취지
에서, 한전 그룹을 퇴직하고 민간기업에 근무하던 15년 동안 『명품발전소 건설과 운영』 책을 집
필했다.
『명품발전소 건설과 운영』 책
책의 저자로서 발전소 AE-제작-건설-운영-정비
관련 엔지니어들에게 한 마디 조언한다면 이것.
“발전소 전체가 연소관련 계통이다. 보일러 제
작사가 보일러만 잘 만든다고 연소를 잘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심지어 증기터빈 시스템조차 연소에 영향을 주
므로, 발전소 설비 전체에 대해 Generalist같은
지식을 가지고, 보일러라는 핵심 연소설비가 효율적으로 운전되도록 Specialist답게 설계 제작해야
한다는 것이다.
발전소 공급자의 목표는, 무사 준공이 아니고, '운전과 정비를 잘하게 하는 것'이 되어야 한다.
연소핵심설비인 보일러 제작사 엔지니어에 한 마디 조언한다면, “연소를 잘하도록 운전하는 방법
까지 자세히 알고, 그 수단까지 갖춰서 설계하고 공급하라”이다.
『명품발전소 건설과 운영』 책은 집념을 가지고 정성을 쏟아 일한 50년 근무의 발전소 경험집이
다. 직접 경험한 사례와, 국내외 발전소에서 수집한 간접경험자료를 바탕으로 교훈집(LL.Lessons
Learned)을 만든 것이고, 특히 석탄 연소부분에 역점을 두었다.
발전소를 설계-제작-시공하는 엔지니어나, 보일러 제작사 엔지니어들은 오랜 시간 발전소 End
User였던 내가 각별한 관심과 남다른 관찰, 국내외 발전소 비교분석으로, 좋은 아이디어를 내어
제안하는 저 수천가지 LL들을 가벼이 다루지 말기를 당부한다. 모두가 값비싼 대가를 치르고 얻
은 지식인데, 반복 실수하면 안 되니까.
[사전조치(Prognostic)와 사후처리(Diagnostic)]
발전소를 만드는 엔지니어와 이를 받아서 운전하고 정비하는 엔지니어의 전문분야가 다르다.
공급하는 엔지니어는 AE와 시공분야는 물론, 운전과 정비분야 LL을 숙지하여, 설계를 할 때 과거
에 겪은 실수나 오류가 반복되지 않게 해야 한다.
이것이 사전예방조치 즉, Prognostic 철학으로, 이는 사후분석처리라는 Diagnostic의 반대말이다.
사후처리야 당연히 해야 하는 외양간 고치기이지만, 이미 소를 잃어 손실은 벌어졌다는 점이 중
요하니, 다시는 소를 잃지 않게 하자는 것이다.
사실 발전소뿐 아니라 세상 만사가 다 그러하지만.
책 여기저기에 Specialist로서의 경험지를 실었고, 경영관리 측면의 Generalist적인 내용도 많다.
그러나 워낙 광범위한 기술이 필요한 것이 발전소이기 때문에, 특정 분야에서 Specialist 독자들에
게는 미흡한 점이 있을 테니, 그 때는 자신의 지식을 보강해서 읽어 주시기 바란다.
특히 이 책은 한전-발전회사-엔지니어링사-보일러 제작사-건설회사-정비회사-해외 전력사들의 경
험을 급여를 받으면서 수집하여 정리한 것이므로, 후진들에게 지식나눔용으로 무료 개방했다.
지금은 CO2때문에 석탄발전을 억제하는 시대라, 이 책의 효용성이 줄어들지 모르나, 다른 연료를
쓰는 발전소에도 적용될 부분이 많이 있으니, 어떤 힌트를 얻느냐 하는 것은 독자의 몫이 되겠다.
책을 쓰면서 내가 터득한 가장 멋진 철학은 사전예방철학(Prognostic Philosophy)이다.
그런 생각의 연장선에서, Big Picture로 ‘발전소 Paradigm을 바꾸자’는 당찬 제안도 했다.
현재 쇠 파이프와 철골로 된 철관 발전소를 인공지능으로 제어하는 지능형 발전소로 바꾸자는 미
래 대책이다.
이 책이 온통 과거, 경험, Diagnostic한 어제 일을 다뤘다면, 큰 미래도 봐야 할 필요가 있으니,
Paradigm이 바뀔 미래까지도 제안한 것이다.